-
-
내가 개였을 때 ㅣ 튼튼한 나무 24
루이즈 봉바르디에 지음, 카티 모레 그림,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10월
평점 :
캐나다 작가 루이즈 봉바르디에 의 『내가 개였을 때』란 작품은 장애로 인한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네, 이 책은 그림책입니다. 그런데, 씨드북 <튼튼한 나무> 시리즈에 속해 있습니다. 씨드북의 <튼튼한 나무> 시리즈는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글도 제법 되고, 분량도 96쪽으로 그림책으로는 상당히 긴 편입니다.
2012 캐나다 총독상 아동 문학 부문 결선 진출, 2012 뤽스 문학상 대상 수상, 2013 타마라크 문학상 수상 등의 경력을 볼 때, 작품성 역시 인정받고 있는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토토(앙투안)는 몸은 25살이지만, 머리는 5살입니다. 지적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 머리는 5살에 머물러 있습니다. 엄마,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세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 집안에 커다란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엄마의 죽음입니다.

장애인을 자녀로 둔 모든 부모의 간절한 소망은 자식보다 오래 사는 것일 겁니다. 자신이 죽으면 장애를 가진 자녀를 돌볼 이가 없기 때문이죠. 어쩜 토토의 엄마 역시 그랬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죽음 후 동생과 둘이 살게 된 토토는 점차 동생의 구타로 시달리게 됩니다. 그나마 어느 밤, 술에 취한 동생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혼자가 된 토토는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배가 고프지만 요리를 하지 못합니다. 결국 곰팡이 핀 식빵을 먹고, 상한 우유를 먹어 탈이 나고 말죠. 그런 토토의 눈에 마당에 묶인 개 델핀느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동안 굶어 앙상해진 델핀느에게 토토는 사료를 찾아 먹이고, 자신도 먹습니다. 그리곤 델핀느와 함께 생활을 합니다. 집안의 모든 것을 다 먹어 치우고, 그 이후에도 둘은 함께 끌어 안고 삽니다. 개집에서 말이죠. 이렇게 토토는 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젠 델핀느 역시 죽고 맙니다. 완전히 홀로 남겨진 토토. 과연 토토를 안아줄 사람은 없는 걸까요?
엄마의 죽음, 동생의 가출과 죽음, 개의 죽음 등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존재인 토토가 홀로 되어 가는 과정이 내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이 책은 대단히 아픈 책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픔을 통해, 돌봄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존재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아울러 돌봄을 촉구하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엔 토토처럼 개가 되어야만 하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안아 줄 수 있는 건 우리의 두 팔입니다. 이야기 속 토토는 어른이면서도 지능은 5살 꼬마아이입니다. 그런 토토의 영혼은 너무나도 맑고 순수합니다. 이런 맑고 순수한 영혼을 보듬어 안아주고, 돌봐줘야 할 의무가 오늘 우리에게 있음을 생각하게 되는 좋은 책입니다.

토토가 개집에서 개와 함께 생활하는 장면이야말로 가슴을 무겁게 하는 그런 부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토토가 도리어 다른 존재를 돌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토토 역시 개를 통해 따스한 체온을 전달받게 되고요. 어쩌면 이 장면이야말로 돌봄의 참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한 편에서의 일방적인 돌봄 같지만, 실상은 쌍방향으로 돌봄이 행해지고 있음을 말입니다. 우리의 돌봄 역시 이와 같겠죠.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향해, 우리가 돌봄의 손길을 펼칠 때, 어쩌면 더 큰 돌봄을 받고 있음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