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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ㅣ 한국추리문학선 1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양수련 작가의 연작추리소설집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은 무엇보다 한국작가의 추리소설이란 점이 흥미를 끌었다. 한국작가들의 추리소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추리소설은 일본작가의 작품들이 더 많을뿐더러 사랑받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한국작가의 추리소설이란 점이 흥미를 끌었다. 아울러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게다가 제목 역시 흥미로웠다. ‘바리스타 탐정’은 내용을 몰라도 알겠다. 아마도 주인공의 직업이 바리스타라는 말일게다. 하지만, ‘커피유령’은 뭘까? 이 ‘커피유령’이란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궁금했다. 뭘까?
주인공 환(마환)은 23세 청년으로 ‘할의 커피맛’이란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엿한 커피점 사장인 환은 언젠가부터 ‘바리스타 탐정’이라 불리기 시작한다. 커피숍 손님이 잃어버린 노트북을 찾아주면서부터다. 이후로도 환의 주변에는 여러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역시 탐정의 곁에선 사건이 일어나야 제 맛이다. 탐정이 사건을 몰고 다니는 건지, 사건이 탐정을 끌어당기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사건들을 환은 놀라운 추리력으로 해결해나간다. 그러면서 탐정과 카페주인 둘 가운데 무엇이 주인지 구분되지 않는 환, 그가 해결해나가는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참, 그 전에 ‘커피유령’을 설명해야겠다. 환은 어린 나이에 독립해 홀로 살아간다. 아버지 마선명 교수는 일본에 있다. 그곳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룬 아버지. 그리고 홀로 한국에 나와 살고 있는 환. 환은 혼자 살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 그에겐 함께 살고 있는 ‘할’이란 존재가 있다. 일본에서 외로움에 사무칠 때, 누군가 친구가 있길 간절히 소망하는 환에게 벽에서 튀어나온 존재 ‘할’은 유령이다. 유령이지만, 자신의 과거를 잊어 왜 자신이 일본에서 죽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유령 할은 환과 함께 살아간다. 할은 잃어버린 과거와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바로 커피다. 어느 여인이 준 커피 한 잔의 깊은 잔향은 과거를 잃은 할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할은 커피를 사랑한다. 그런 할을 위해 환은 ‘할의 커피맛’이란 커피점을 열었고, 가게엔 할을 위한 고정석도 있다.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 잔이라니. 이런 다소 괴기한 분위기와 탐정이란 소문으로 인해 ‘할의 커피맛’엔 고정 손님들이 점차 생긴다.
이렇게 커피유령 할과 함께 살고 있는 환은 여러 사건들을 만나며 그 사건들을 해결한다. 책 속엔 모두 9가지 사건들이 실려 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계간 미스터리』에 연작 수록된 작품들이다.
‘할의 커피맛’에 찾아온 손님이 노트북을 잃어버린 사건. ‘할의 커피맛’에 찾아와 며느리를 위한 김치를 맡긴 할머니의 며느리 사랑과 자랑, 하지만 중국인 며느리가 죽음을 맞으며 알게 되는 다국적 결혼의 민낯. 제주 커피농장 주인의 죽음과 그 이면에 도사린 개발논리와 탐욕. 거리의 삼류화가가 일어버린 평생도와 그 속에 얽힌 사연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며 행복해 하던 아이가 다 죽은 눈빛으로 나타나 자신은 ‘행복한 아이’라고 말하는 사건. 등등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환이 펼치는 활약이 대단하다. 하지만, 소설 속엔 기본적으로 어둠, 아픔, 슬픔, 외로움 등의 색채가 깔려 있다. 주인공 환부터 그렇다.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가는 환의 슬픔, 외로움. 자신을 찾지도 않는 아버지의 냉정함. 가정을 향한 그리움 등이 환이 갖고 있는 어두움이다. 환과 함께 살고 있는 커피유령 역시 그렇다. 뭔가 아픈 과거가 짐작된다. 그 과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지만, 다섯 번째 사건인 「평생도의 비밀」에서 뭔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암시를 준다.
사건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탐욕 역시 어둡다. 개발 붐을 타고 불어오는 탐욕의 손길들은 어둡기만 하고,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조차 서슴지 않는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들을 지속적으로 위험으로 몰아세우면서도 가족, 사랑, 행복 이란 거짓 논리로 얽어매는 매정한 말라버린 모성을 만나기도 한다. 국제결혼 이면에 감춰진 부작용과 그로 인해 해체되는 가정을 만나기도 하고.
바리스타 탐정 환을 통해, 사건의 범인 뿐 아니라, 사건을 잉태하게 만드는 세상의 다양한 민낯 역시 밝혀진다.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활약하는 환. 그리고 커피유령과 커피점. 이 소설집은 아무래도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읽으면 더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바리스타 탐정의 계속되는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