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민국이와 사람 민국이 내친구 작은거인 56
박현숙 지음, 이예숙 그림 / 국민서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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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신작 동화 고양이 민국이와 사람 민국이는 길고양이를 향한 아이의 마음을 통해, 우리 가슴 속에 뭔가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동화입니다.

 

동화 속 주인공 민국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나잇값 좀 하라.’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제 곧 민국은 동생을 보게 되거든요. 이제 형이 되거나 오빠가 되는 만큼 나잇값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지게 되죠. 사실 민국은 여전히 어린아이인데 말입니다.

  

  

그런, 민국이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그건 병든 새끼 길고양이 한 마리를 동물병원에 맡기게 된 일입니다. 병원비는 생각도 못하고 불쌍한 마음에 덜컥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맡겨 치료를 부탁한 민국. 이제 민국은 자신이 내야만 할 병원비의 무게에 허덕이게 됩니다. 역시 민국은 나잇값도 못하는 행동을 한 걸까요? 아님, 민국은 나잇값제대로 한 걸까요? 물론, 그건 각자의 판단일겁니다.

 

아무튼 길고양이 사건을 엄마가 알게 되면 대번에 나잇값을 운운하실 텐데 민국은 걱정입니다. 동화는 이런 민국의 결정과 고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재미나게 들려줍니다.

  

  

얼마 전 저희 동네에서 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말다툼을 벌이는 걸 목격했답니다. 아주머니는 종종 차를 타고 다니며 마을 곳곳에 있는 길고양이 거점에 먹이를 놓고 가는 분이었는데, 마침 고양이 먹이는 놔두는 장면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목격하고 아주머니에게 화를 내며 질책을 하던 중이었답니다. 아저씨 논리는 아주머니가 자꾸 먹이를 주니까 도둑고양이가 더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고,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불쌍한 길고양이에게 마땅히 먹이를 줘야 한다는 거죠. 물론, 각자의 입장이 있고, 생각이 있을 겁니다. 어떤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동화 속 내용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길고양이에게 많은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생각은 각자 서로 다를 겁니다. 논쟁의 여지 역시 많습니다.

  

  

하지만, 이 동화는 그런 논쟁의 장을 열려는 의도는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작은 생명을 아끼고, 그 생명을 돕기 위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민국이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게 해주는 것이 동화의 의도일 겁니다. 그러니, 작은 생명을 향해 연민의 마음을 품고 행동하는 민국을 만나고 사랑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생명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견해의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고양이 민국이와 사람 민국이와 같은 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생명을 사랑하고 아끼는 어린이, 연민의 마음이 풍성한 어린이로 성장하게 되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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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시골에서 검은달 1
김민정 지음, 전명진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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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방송 <전설의 고향>을 즐겨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무섭지 않은 내용임에도, 당시에는 어찌 그리 무섭던지. tv를 보다가 이불을 뒤집어쓰곤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왜 그리 자꾸 보고 싶던지. 이건 또 무슨 심리일까요? 아마도 오싹한 무서움이 있지만, 이 오싹함은 또 한편으로는 즐거움이었지 않을까요? 오싹한 즐거움 말입니다.

 

여기 그러한 오싹한 즐거움, 으스스한 책읽기의 기쁨을 주는 동화가 있습니다. 김민정 작가의 한밤중 시골에서라는 제목의 동화입니다.

 

  

  

증강현실 게임에 푹 빠져 있던 장우는 방학을 맞아 동생 선우와 함께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됩니다. 게임도 할 수 없는 시골에 가는 게 마땅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할머니 댁. 그곳에서 장우는 계속하여 이상한 일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어째 할머니가 예전부터 알던 할머니가 아닙니다. 살갑게 대해 주시지도 않고, 사랑스러운 손자들이 왔는데도 맛난 반찬은커녕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습니다. 무릎이 아파서라고 하는데, 정말 무릎이 아픈 걸까요? 동네 할머니들과도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는데, 동네 할머니들에게는 손주들이 온다고 준비해야 한다며 칩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뭘 준비했던 걸까요? 밥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손주들을 위해 쥐들을 다 잡았다고 말했지만, 할머니 집엔 쥐들이 엄청나게 많답니다. 예전보다도 더 많답니다. 게다가 커다란 괴물 쥐를 본 것 같은데, 잘못 본 걸까요? 또한 할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도, 강아지도 모두 사라졌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째 할머니 댁은 으스스한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정말 장우 앞에 있는 할머니가 장우 할머니가 맞는 걸까요?

  

  

할머니는 밤엔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돼!” 단단히 말하는데, 왜 일까요? 그런데, 왜 할머니는 밤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요? 밤에 닭을 잡아 피를 뚝뚝 떨어뜨리던 이유는 또 뭐고요? 어쩐지, 조만간 내가 너희 할머니로 보이냐?” 외치며 와락 덤벼들 것만 같은 느낌이랍니다.

 

동화는 마치 대표적인 어린이 공포동화인 <구스범스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으스스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반면, 그 정서에 있어서는 서양 동화와 미묘하게 다른 우리 고유의 정서가 가미된 공포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어 더욱 좋았답니다.

 

한밤중 시골에서는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행복을 느끼기에 과하지 않으면서 부족함도 없는 그런 공포 동화입니다.

  

  

동화는 쥐가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러니 쥐는 이겨내야 하고, 무찔러야 할 대상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 박멸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닌 뭔가 묵직한 느낌도 갖게 합니다. 책 속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너희는 아마 다른 종, 특히 인간한테 멸시받는 존재로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조차 못 할 거야. 우리를 거리로 몰아낸 것도 모자라 없애려고 고양이에, 쥐약에. 매일 벌벌 떨며 사는 게 쥐들의 삶이라고.”(113)

 

어쩌면 우린 필요 이상으로 쥐들을 괴롭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이런 우리의 만행이 결국 공포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고 말입니다.

 

우리 동화에도 한밤중 시골에서처럼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책읽기의 기쁨을 주는 동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품어봅니다. 오싹한 책읽기를 통해, 우리 어린이 독자들의 담()이 더욱 커지고 단단해졌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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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밟아 봤어? 스콜라 동시집 1
장영복 지음, 이나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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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만, 동시는 힘이 있습니다. 때론 마음을 시원케 해주고. 때론 마음을 따스하게 덥혀주기도 합니다. 때론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동시는 마음을 맑게 해주고 밝게 해줍니다. 어쩌면 동심 가득한 아이를 만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 동시의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또 한 권의 동시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장영복 시인의 똥 밟아 봤어?란 재미난 제목의 동시집입니다.

 

여러 동시들이 마음을 따스하게 덥혀주는데, 그 가운데 두 편을 옮겨 봅니다.

 

지난겨울 푹푹 눈 쌓였던 길에 / 나 발랑 넘어졌던 그 자리에 // 제비꽃이 / 제비꽃이 / 제비꽃이 // 웃네 // 여기서 꽈당, / 엉덩방아 찧던 나를 // 제비꽃이 / 제비꽃이 / 제비꽃이 // 보았나

<보았나> 전문

 

느림보 달팽이가 지고 다니는 건 / 짐이 아니야 / 숨바꼭질, / 숨바꼭질을 하고 싶어서야 // 어느 날 네가 술래가 되었다면 /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 열 번 외치고 / 눈 떴을 때, / 숨지 못한 달팽이를 보더라도 / 달팽이, 너 술래다 하지 말고 / 눈 한번 슬쩍 감자 // 느림보 달팽이는 그동안 / 술래밖에 못 했거든

<술래밖에 못 했어> 전문

 

어때요? 마음이 맑아지지 않나요? 괜스레 착한 마음이 솟아나지 않나요? 얼굴엔 흐뭇한 미소 한 자락 떠오르게 되고요.

  

  

<보았나>를 감상하면서는 웃음 짓게 되요. 어쩐지 순수해지는 느낌도 들고요. 발랑 넘어졌던 그 자리, 그 아픔의 자리, 쑥스럽고 창피한 그 자리에 환히 핀 제비꽃. 제비꽃이 웃는 건 지난겨울 내 우습던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니. 그런데, 그 창피한 자리에 핀 제비꽃이 어쩐지 창피함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순수한 에너지를 느끼며 옆구리가 간질간질 기분 좋아지는 건 괜한 느낌일까요?

 

<술래밖에 못 했어> 역시 어쩐지 착해지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도 들어요. 게다가 느림보 달팽이마저 술래잡기에서 소외되지 않고, 배려 받게 되는 예쁜 모습, 이상적인 세상도 엿볼 수 있고요. 그래서 나 역시 누군가를 보며 눈 한번 슬쩍 감는 여유를 가질 것도 같고요.

 

시인의 시들 가운데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들을 멋진 동시로 탄생시킨 것들도 많더라고요. ‘나도 그랬지.’ 공감하게 되는 그런 사연들이 멋진 동시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 싶기도 했고요.

  

  

<어린이 열람실에 할아버지 앉아 계시네>란 시를 읽으며, 이번 여름 도서관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저 역시 도서관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에 특별한 감정을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시인은 저처럼 특별한 감정에서 그치지 않고 예쁜 동시로 그 감정을 붙잡아 놨더라고요. 그래서 동시를 통해 내가 느꼈던 그 특별한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줘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요.

 

<갈 길 간다>란 동시 역시 그렇답니다. 산책길에서 간혹 다람쥐나 청설모를 만나거든요. 그럼 둘 다 얼음이 되죠. 물론 언제나 다람쥐가 먼저 갈 길 가지만요. 그때의 감정이 오롯이 살아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답니다.

 

<똥 밟아 봤어?>란 동시 역시 예전의 웃픈 사연들을 떠올리게 했고요. 예전엔 정말 길에 실례한 똥들이 많았거든요. 불과(?) 30여 년 전엔 그랬답니다. 친구와 함께 한껏 멋을 부리고 시내로 나가려던 차, 길에서 똥을 밟고 버스에 올랐던 웃픈 사연은 있을 수 없답니다.

 

한편 자연을 보는 시인의 눈은 역시 다르다 감탄케 하는 시들도 여럿 있어 부럽기도 하고, 괜스레 기를 죽이기도 하더라고요. 그 가운데 한 편을 옮겨봅니다.

   

 

자꾸만 / 비질을 / 한다 // 푸른 하늘에 / 흩어진 / 흰 구름 / 몇 조각 // 한옆으로 / 치우고 / 싶은가

<갈대> 전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하늘을 빗질하는 갈대의 모습으로 노래할 수 있는 시인의 눈은 역시 멋지네요.

 

제목부터 재미난 동시집, 똥 밟아 봤어?, 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펼쳐 읽고 싶을 만큼, 좋은 동시집입니다. 또 하나의 좋은 동시집을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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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로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홍수연 옮김 / B612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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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실질적인 마지막 소설인 홀리데이 로맨스를 읽게 되었습니다(마지막 유작은 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이지만 마지막 결말이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작품이기에, 홀리데이 로맨스를 마지막 소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대문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며 묘한 설렘을 안고 책장을 펼쳤답니다.

 

짧은 단편 4편으로 이루어진 단행본. 전체 분량도 짧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묘한 분위기에 부딪히게 됩니다. 어렵지 않은 내용임에도 묘하게 어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개인적인 상황이 잠이 부족한 멍한 상태에서 읽었기 때문일까요? 결국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답니다.

 

책이 어렵지 않으면서 어렵게 느껴진 이유가 있더라고요. 작가의 묘한 해학과 반어적 표현, 때론 반전의 상황 설정 등이 내용을 조금 어렵게 느끼게 만들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결혼한 이야기를 하는데, 누가 방해하고, 이들을 갈라놓게 하고, 막 이런 내용이 나오거든요. 왜 그럴까 싶은데, 알고 보면, 이 결혼은 아이들의 결혼이랍니다. ! 아이들 이야기구나 생각하면 내용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죠. 물론 이들의 결혼은 부모에게 허락은커녕, 부모 입장에선 콧방귀도 꾸지 않을 그런 결혼이죠. 아이들의 철없는 장난이라 치부하기 십상인 결혼이랍니다(이게 여전히 우리의 접근이겠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심각하답니다(이런 아이들의 심각함, 진지함을 우린 너무 쉽게 치부해버리진 않나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아예 어른과 아이가 뒤바뀐 나라를 보여주고요. 어른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실제로는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아이라고 부르는 대상은 실제로는 어른이죠. 그런데, 이 나라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돌봄을 받습니다. 문자적으로는 맞죠. 하지만, 소설 속 내용을 우리의 언어로 바꾸면, 어른들은 자기 멋대로 하면서 정작 아이들의 돌봄을 받는답니다.

 

아무튼 책은 네 편의 짧은 단편이 실려 있어요. 그리고 이 네 편의 단편은 모두 어린이들이 주인공입니다. 무엇보다 네 편의 단편을 통해 작가는 어른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하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기도 합니다. 아니 여전히 듣지 않은 어른들을 향해 작가는 아이들의 소리를 대신 외치고 있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린 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나 반성해 보게 됩니다. 어쩜, 나 역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처럼 자기 멋대로 하면서 내 주장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아이들의 생각, 아이들의 입장은 모른 척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는 마치 아이들인 척할 거예요. 마땅히 우리를 도와야 하는 데도 그러지 않으려 하고 우리를 나쁘게만 이해하는 그런 어른들이 아니라요.”

우리는 기다릴 거예요-변함없이 마음을 다해-그리하여 시간이 변하고 변해 모든 게 우리를 돕고,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며, 요정들이 돌아올 때까지요. 우리는 기다릴 거예요-변함없이 마음을 다해-그리하여 우리가 여든이 되고 아흔이 되고 백 살이 될 때까지. 그리하면 그때 요정이 우리에게 아이들을 보내겠죠.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가엾고 어여쁜 작은 생명체인 척한다면 우리가 기꺼이 그들을 도와야죠.”(30-1)

 

어쩌면 오늘 나 역시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수많은 것들을 주장하고 강요함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여든이 되고 아흔이 되고 백 살이 될 때까지기다리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보게 됩니다.

 

소설 속 대사나 내용 가운데는 오늘 우리 어른들 가슴을 뜨끔하게 할 그런 내용들이 참 많답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앨리스 레인버드가 쓴 사랑 이야기에서 가난한 왕에게 요정이 하는 말도 괜스레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더라고요.

 

사람들이 말을 다 마치기 전에는 말허리를 자르지 말게. 당신 같은 어른들이 잘하는 짓이지. 당신도 이유는 없네. 거참 나를 질리게 하는군! 난 당신네 어른들의 온갖 이유에 진절머리가 난다네!”(43)

 

나 역시 아이들의 말에 끝까지 들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아이들의 주장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설득하고 묵살하곤 했다는 반성을 해보게 되고요.

 

마지막 이야기인 네티 애시퍼드가 쓴 사랑 이야기는 더욱 이런 내용이 많답니다. 어른인 내 마음을 뜨끔뜨끔하게 하는 내용들이 말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나라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처음엔 ~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나라를 꿈꾸는 거구나.’ 싶었죠. 그런데, 아닙니다. 이 나라는 현실의 어른을 아이라고 부르고, 현실의 아이를 어른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나라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에 복종해야 하며 자신들의 생일을 제외하고는 똑바로 앉아 저녁 식사하는 것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네요(101).

 

그러니 실제로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에 복종하는 나라랍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소설 속 아이들(현실의 어른)은 어른들(현실의 아이들)의 돌봄을 받는답니다.

 

아무튼 찰스 디킨스의 마지막 소설을 읽게 되었다는 마음에 뿌듯한 마음도 있는 반면, 아이들의 입장, 아이들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하는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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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퀸 1 - 세븐 링 서커스 괴도 퀸 시리즈 1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정진희 그림, 김영주 옮김 / 비룡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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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탐정의 사건노트> 시리즈의 저자 하야미네 가오루의 새로운 시리즈인 <괴도 퀸> 시리즈 첫 번째 책 세븐 링 서커스를 만났습니다(사실 새로운 시리즈라 말하기엔 좀... 이 시리즈의 첫 책은 일본에서 200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건 2015년이고요. 그러니 새로운 시리즈는 아니지만, 아무튼 저로서는 <괴도 퀸 시리즈>와의 첫 번째 만남입니다.).

 

책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괴도입니다. 자신의 범행을 사전에 예고하며, 감쪽같이 범행을 저지르는 괴도랍니다. 범죄자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죠. 읽다보면, 괴도 뤼팽이 떠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에도가와 란포의 <괴도 20 가면>이 떠오르게 됩니다. 사실 20가면과는 상당히 느낌이 비슷하답니다. 물론, 시대가 조금 더 현대로 바뀌어, <괴도 퀸> 시리즈에선 인공 지능이 등장한답니다.

 

괴도 퀸은 파트너인 조커와 함께 인공 지능 RD가 컴퓨터 시스템을 제어하는 초거대 비행선 트루바두어를 타고 다니며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마치 홍길동처럼 출몰하는 미스터리한 괴도랍니다. 무엇보다 퀸의 뛰어난 능력은 변신술입니다. 어느 누구로도 변장(변장이라기보다는 마치 무협소설에서 신체를 변형시키는 축골공이 가미된 역용술을 사용하여 근육을 조절하여 단번에 바뀌는 것 마냥 쉽게 누구로도 바뀔 수 있답니다.)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퀸의 능력이랍니다. 그러니, 마치 괴도 20 가면마냥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내 동료라 믿고 대화를 나누지만 실제로는 동료가 아닌 퀸 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퀸과 조커는 대단한 육체적 능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일반인이라면 대기압에 몸이 견디지 못할 환경도 맨몸으로 거뜬히 뛰어들 수 있는 그런 강철 몸이랍니다. 손가락 하나로도 엄청난 거구를 넘어뜨릴만한 무술의 대가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런 능력만으로도 천하무적 캐릭터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퀸이 다이아몬드 네펠티티의 미소에 눈독을 들입니다. 소유한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는 전설이 깃든 다이아몬드, 그래서 저주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보물인데, 퀸은 오랜 침묵을 깨고, 이 다이아몬드를 훔쳐가겠노라 예고를 합니다. 그런데, 퀸보다 한 발 앞선 이들이 있었답니다. 누군가 다이아몬드를 간발의 차이로 훔쳐갔답니다. 그리곤 범행현장에는 퀸의 흔적을 남겨놓았고 말입니다. 과연 이들은 누구일까요?

 

알고 보니 이들은 세븐 링 서커스단원들이랍니다. 이렇게 퀸과 세븐 링 서커스단 간의 대결이 시작되죠. 과연 이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역시 하야미네 가오루의 책은 재미나네요. 어린이 독자들이 반할만 합니다. ‘괴도의 계보를 잇는 또 한 사람의 괴도를 만나는 행복도 있고 말입니다.

 

<괴짜 탐정의 사건노트> 시리즈가 그랬듯 책은 사건 줄거리와 함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 책 세븐 링 서커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전쟁입니다. 전쟁의 참화가 가득한 곳, 그곳에 서커스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드디어 서커스가 시작되었다. 서커스가 전하는 스릴과 두근거림은 마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공포나 불안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마을 사람들은 서커스를 보며 무자비한 현실의 해방감에 취해 열심히 손뼉을 쳤다.(12)

 

난 항상 아이들에게 서커스를 보여 주고 싶었어.”

이 세상에는 이렇게 굉장한 재주가 있고, 이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걸 알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멋진 세상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리고 어린이들이 서커스를 즐길 수 있는 사회야말로 평화로운 사회가 아닐까?”(113-4)

 

서커스를 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웃고 울다 보면 분명 알게 될 거야.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그리고 아이들이 언제든 서커스를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야지, 생각한 거야.”

전쟁 반대 같은 걸 말할 생각은 없네. 아무리 말해도 그 아이들은 믿어주지 않으니까. 어른은 무기를 사용하고, 어른은 사람을 죽인다. 그저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자신들도 자라면 사람을 죽이겠지, 하고 생각하네. 나는 이 세상에 그런 어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ㄹ에게 보여 주고 싶은 거야. 우리는 전쟁은 나쁘다고 말하면서 무기를 드는 어른이 아니야. 우리는 서커스 아티스트일 뿐이지.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서커스를 보여 주는 건 내 다리를 빼앗아 간 전쟁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지.”(288-9)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어나게 될 서커스의 행복을 만나는 감동까지 있답니다. <괴도 퀸 시리즈> 현재 3권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2-3권도 얼른 만나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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