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시골에서 검은달 1
김민정 지음, 전명진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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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방송 <전설의 고향>을 즐겨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무섭지 않은 내용임에도, 당시에는 어찌 그리 무섭던지. tv를 보다가 이불을 뒤집어쓰곤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왜 그리 자꾸 보고 싶던지. 이건 또 무슨 심리일까요? 아마도 오싹한 무서움이 있지만, 이 오싹함은 또 한편으로는 즐거움이었지 않을까요? 오싹한 즐거움 말입니다.

 

여기 그러한 오싹한 즐거움, 으스스한 책읽기의 기쁨을 주는 동화가 있습니다. 김민정 작가의 한밤중 시골에서라는 제목의 동화입니다.

 

  

  

증강현실 게임에 푹 빠져 있던 장우는 방학을 맞아 동생 선우와 함께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됩니다. 게임도 할 수 없는 시골에 가는 게 마땅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할머니 댁. 그곳에서 장우는 계속하여 이상한 일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어째 할머니가 예전부터 알던 할머니가 아닙니다. 살갑게 대해 주시지도 않고, 사랑스러운 손자들이 왔는데도 맛난 반찬은커녕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습니다. 무릎이 아파서라고 하는데, 정말 무릎이 아픈 걸까요? 동네 할머니들과도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는데, 동네 할머니들에게는 손주들이 온다고 준비해야 한다며 칩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뭘 준비했던 걸까요? 밥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손주들을 위해 쥐들을 다 잡았다고 말했지만, 할머니 집엔 쥐들이 엄청나게 많답니다. 예전보다도 더 많답니다. 게다가 커다란 괴물 쥐를 본 것 같은데, 잘못 본 걸까요? 또한 할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도, 강아지도 모두 사라졌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째 할머니 댁은 으스스한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정말 장우 앞에 있는 할머니가 장우 할머니가 맞는 걸까요?

  

  

할머니는 밤엔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돼!” 단단히 말하는데, 왜 일까요? 그런데, 왜 할머니는 밤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요? 밤에 닭을 잡아 피를 뚝뚝 떨어뜨리던 이유는 또 뭐고요? 어쩐지, 조만간 내가 너희 할머니로 보이냐?” 외치며 와락 덤벼들 것만 같은 느낌이랍니다.

 

동화는 마치 대표적인 어린이 공포동화인 <구스범스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으스스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반면, 그 정서에 있어서는 서양 동화와 미묘하게 다른 우리 고유의 정서가 가미된 공포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어 더욱 좋았답니다.

 

한밤중 시골에서는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행복을 느끼기에 과하지 않으면서 부족함도 없는 그런 공포 동화입니다.

  

  

동화는 쥐가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러니 쥐는 이겨내야 하고, 무찔러야 할 대상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 박멸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닌 뭔가 묵직한 느낌도 갖게 합니다. 책 속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너희는 아마 다른 종, 특히 인간한테 멸시받는 존재로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조차 못 할 거야. 우리를 거리로 몰아낸 것도 모자라 없애려고 고양이에, 쥐약에. 매일 벌벌 떨며 사는 게 쥐들의 삶이라고.”(113)

 

어쩌면 우린 필요 이상으로 쥐들을 괴롭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이런 우리의 만행이 결국 공포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고 말입니다.

 

우리 동화에도 한밤중 시골에서처럼 으스스한 즐거움, 오싹한 책읽기의 기쁨을 주는 동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품어봅니다. 오싹한 책읽기를 통해, 우리 어린이 독자들의 담()이 더욱 커지고 단단해졌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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