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사이언스 : 공룡 - 새끼 공룡의 엄마를 찾아라! - 와! 이토록 재미있는 미래과학상식 배틀 사이언스
강영철 지음, 툰쟁이 그림, 이봉진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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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북스에서 출간되고 있는 <배틀 사이언스 시리즈>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 이토록 재미있는 미래과학상식이란 수식어가 말입니다. 그러니, 뭔가 미래를 열어가는 첨단 과학 상식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를 제공하는 학습만화입니다. 그 가운데, 한 권인 배틀 사이언스 공룡: 새끼 공룡의 엄마를 찾아라!입니다.

 

책을 펼치며,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공룡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미 오래 전에 멸종된 동물들입니다. 그렇기에 공룡을 만나는 것은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이나 복원된 모습을 통해서 뿐입니다. 그러니, 미래과학이라기보다는 과거에 대한 과학입니다. 그런데, 미래과학상식이라 말할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책을 펼치면 금세 왜 공룡에 대한 이야기가 미래과학상식이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책 속에서 주인공들이 공룡을 만나는 것은 3D 가상현실 공룡 체험관을 통해서거든요. 가상현실이지만, 정말 현실처럼 공룡을 만나고, 공룡과 실제 접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가상현실 체험관이니, 이런 첨단 과학에 대한 것이기에 미래과학상식이라 말하기에 충분합니다.

   

 

자연사 박물관에 현장학습을 온 영재와 마음이, 둘은 우연치 않게 아직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3D 가상현실 공룡 체험관에 들어가 놀라운 모험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익룡이 떨어뜨리고 간 공룡알을 손에 넣은 영재와 마음이, 둘은 공룡알에서 태어난 새끼 공룡의 엄마를 찾아 탐험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여러 공룡들을 만나고, 체험관 속, 공 박사를 통해 공룡들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과연 영재와 마음이는 새끼 공룡의 엄마를 찾아 줄 수 있을까요? 새끼 공룡의 엄마는 과연 어떤 공룡일까요? 게다가 체험 프로그램 안에는 공 박사를 방해하는 악당도 존재합니다. 과연 이 악당으로부터 아이들은 자신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책은 학습만화입니다. 학습만화인데, 그 스토리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아울러, 스토리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과학 상식 역시 훌륭합니다. 만화를 보는 가운데 자연스레 공룡에 대한 여러 공부를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공룡에 대한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들이 반영되어 있기에 좋습니다.

 

미래과학을 통해, 살아나는 과거의 생물들, 공룡의 세계로 떠난 여행이 흥미진진할뿐더러 참 유익합니다. <배틀 사이언스 시리즈> 다른 책들도 궁금해지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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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그맨 코딩을 부탁해 - 만화로 쉽게 배우는 코딩의 모든 것
TMD 에듀테크연구소 지음, 김상진 그림, 장윤재 감수 / 미디어숲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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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코딩교육이 정규교육과정에 들어가면서 코딩교육에 대한 열풍이 한 바탕 휘몰아친 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학원들이 문을 열고, 선수교육을 받지 않으면 아이들이 도태될 것 마냥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많은 학원을 다니며 지친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짐을 지워준 겁니다. 이런 광풍은 분명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코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게 분명한데도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잠잠하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것 역시 문제가 있을 겁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떠는 것도,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고 무관심한 것도 문제일 겁니다. 광풍도 문제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 그럼, 적절한 선은 어디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코딩에 대해 쉽게 가르쳐주는 좋은 책들 한두 권 읽고 코딩에 대한 개념정리를 하고 학교 교육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적당한(?) 선에서 코딩 교육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학습만화가 있습니다. 프그맨 코딩을 부탁해란 제목의 학습만화입니다.

 

책은 코딩이란 단어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컴퓨터의 역사, 프로그래밍 언어의 역사, 프로그래밍 언어의 종류 및 특징, 알고리즘, 순서도 등 다양한 내용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학습만화 인만큼 스토리가 있습니다. 도레미, 송알찬, 한세모, 이렇게 세 아이들은 프그맨이란 다소 이상한 사람에게서 코딩에 대한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프그맨은 최첨단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인 코봇을 만든 과학자입니다. 이 교육을 통해, 컴퓨터에 벽을 쌓고 있던 도레미마저 코딩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프그맨에겐 감춰진 비밀이 있습니다.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까요?

 

프그맨 코딩을 부탁해는 프그맨이 세 아이들에게 코딩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들을 가르침으로 코딩 개념을 잡아주는 초등 학습만화입니다. 솔직히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스토리가 썩 재미나진 않습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코딩에 대한 교육적 내용은 그만큼 충실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러 학습만화를 접하다 보면, 학습만화가 스토리와 교육적 내용, 이 둘 간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책들은 스토리 위주로 나가다 보니 스토리의 재미는 있는데, 정작 교육적 내용이 너무 생략되어 있거나 약한 경우를 볼 수 있고, 반대로 교육적 내용에 충실하다보니 만화의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스토리가 약하거나 재미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 프그맨 코딩을 부탁해의 경우, 솔직히 후자 쪽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프그맨의 정체가 무엇일지, 레미의 상처가 무엇이며 이 상처가 어떻게 치유될지. 이런 커다란 스토리로 책 전체가 진행됩니다. 아울러 만화라는 형태로 되어 있기에 자녀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할 도구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 프그맨 코딩을 부탁해의 강점은 코딩에 대한 충실한 내용에 있습니다. 책은 모두 더 많은 것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열정이 곳곳에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기에 코딩에 대한 충실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딩에 대해 실제적인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학습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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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법권 위니 공화국 회고록 튼튼한 나무 31
리사 그래프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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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에겐 몇 가지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커다란 나무에 집을 짓고 나만의 비밀기지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로망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로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무던히도 나무 위에 올라 놀았던 기억입니다.

 

치외법권 위니 공화국 회고록이란 이 동화 속엔 저의 어린 시절 로망을 이룬 아이가 등장합니다. 위니라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위니에게 나무 위의 집은 다소 다른 의미입니다. 위니의 부모님은 어느 날 이혼을 결정합니다. 그리곤, 동그란 블록 안에 단 두 집이 양 끝에 지어진 집을 사 한쪽은 엄마가, 다른 한쪽은 아빠가 살게 됩니다. 위니의 부모는 공평하게 위니를 소유하려 합니다. 일주일 중 3일은 엄마 집에서, 또 다른 3일은 아빠 집에서 살게 합니다. 그럼 남는 하루는? 바로 이 하루(수요일)는 엄마 집과 아빠 집 사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그곳에서 위니만의 시간을 보내게 한 겁니다(사실 이는 위니를 위한 결정이 아닙니다. 위니의 부모는 남는 하루가 결코 상대에게 돌아가지 않으려는 결정입니다. 서로 공평해야만 한다는 거죠.).

   

 

이런 부모의 고집 또는 자존심 싸움이 위니를 힘겹게 합니다. 위니의 부모는 언젠가부터 특별한 날 행사를 시작합니다. 이는 추수감사절 때문에 시작됩니다. 위니 가정은 이혼 전부터 추수감사절은 꼭 지켰는데, 이 날이 항상 목요일이니,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의 몫으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다른 한쪽이 이에 버금갈 기념일을 찾기 시작하면서 특별한 날 기념이 시작됩니다. 상대에게 지지 않기 위해 별별 특별한 날을 찾아 그 행사를 벌인답니다. 그로 인해 위니는 학교 수업 공부는커녕 숙제도 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위니의 부모는 위니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 위니를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향한 자신의 자존심이 더 소중합니다. 서로 자신이 더 위니를 위한다는 그 생색이 더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위니를 위한다고 하는 그 특별한 날들은 위니를 힘들게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니는 마을의 특별한 역사를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사는 나무 집, 그 나무는 이젠 사라졌지만, 예전 어느 작은 나라의 대사관이었던 겁니다. 이로 인해, 그 당시에 심겨졌고, 그 당시의 현판이 그대로 나무에 걸려 있는 이 나무는 치외법권 공간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던 거죠. 이렇게 위니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 나무집에서 치외법권 지역임을 선포하고, 일명 위니 공화국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 공화국 소문에 위니의 친구들이 모두 하나하나 이곳으로 몰려온 겁니다. 위니까지 열 명의 아이들. 이들은 등교도 거부하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기 전엔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립니다. 과연 이들만의 나무집 생활은 괜찮을까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작가 리사 그래프의 책을 이번에 세 번째로 만나게 되었는데, 이 책이 제일 좋다는 느낌입니다(물론, 예전 책들도 좋았지만 말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열 명의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들 이면에는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음을 동화는 이야기합니다.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친구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구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부모님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응원해줄 가족, 이웃, 친구들일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라는 이름의 부당하고 잔인한 권력은 어디에든 존재하는데, 과연 그 권력을 나 역시 휘두르고 있진 않은가 하는 반성 말입니다. 위니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위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부모의 귀입니다. 나 역시 귀를 닫고, 내 목소리, 내 주장만을 아이들에게 쏟아내고 있진 않은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내 자녀들을 향해, 귀를 좀 더 열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책은 재미납니다. 감동도 있고요. 치외법권 위니 공화국 회고록이란 책 제목이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책 내용은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재미나면서도 감동도 있는 좋은 어린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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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 게임 (한글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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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 게임1978년에 발표된 작품이며, 1979년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한다. 금번 개정 2판의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 추리게임이란 선전문구가 눈에 띤다.

 

소설은 백만장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니 그 이전 백만장자의 집에 이웃한, 미시간 호숫가에 유리로 휘황찬란하게 지어진 5층 아파트 선셋 타워. 이곳에 여섯 가정(여기엔 1인가정도 포함된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모두 한 사람의 부동산 중개인이 보낸 편지가 한 사람의 배달부에 의해 배달되어 선셋타워로 유인되며, 부동산 중개인의 회유에 결국엔 모두 선셋타워에 입주하게 된다. 이렇게 사건의 못자리는 잉태된다.

 

선셋타워 아파트 북쪽으로 가는 길 언덕엔 웨스팅 저택이 있다. 백만장자 웨스팅의 저택이지만, 지금은 비어 있는, 그래서 유령이 나오는 집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곳. 그곳에 담력테스트(사실 담력테스트를 빙자한 용돈벌이를 위한 것이다.)를 위해 선셋타워의 입주가정 자녀 중 하나인 터틀 웩슬러(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든 걷어차는 13살 말괄량이 소녀)가 들어가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터틀이 웨스팅 저택에서 본 건 누군가의 시체, 그리고 누군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

 

그렇다. 누군가 죽었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백만장자 웨스팅 씨가 저택에 돌아와 그날 죽었다(마침 그날 터틀이 저택에 들어갔던 것.). 웨스팅 씨는 죽기 전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그 유서는 16명의 유산상속자들 앞에서 공개된다. 16명의 유산상속자는 다름 아닌 선셋 타워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다. 그곳 입주자와 자녀들, 그리고 선셋타워의 수위와 청소부 아주머니, 선셋타워로 우편배달 하는 우편배달부 등.

 

웨스팅 씨의 유서는 말한다. 자신은 살해되었다고. 그 범인을 밝혀야 한다고. 16명의 유산상속자들은 둘씩 짝을 이루어(이 짝 역시 웨스팅 씨가 유서에 정해놓았다.), 각자의 팀에게 주어진 단어 단서들을 가지고 범인을 밝혀내라고. 범인은 16명의 유산상속자 가운데 있는데, 범인을 밝혀내는 자가 웨스팅 게임의 승자가 되어 유산을 차지하게 될 것이란다.

 

각 팀에게는 먼저, 1만 달라가 지급되는데, 이 돈은 팀원 둘이 모두 함께 서명을 함으로 사용할 수 있고, 게임을 포기할 경우 반납해야 한다. 추후에 다시 한 번 1만 달러가 지급된다. 그러니 끝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1등이 되어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더라도 1만 달러는 상속받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웨스팅 게임이 시작된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소설을 읽어가면서, 16명의 상속자들, 그 여덟 팀이 가진 단서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아울러 이 단서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도 궁리하게 되고. 무엇보다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궁금한 것은 초대된 상속자 16명은 과연 웨스팅 씨와는 어떤 관계일까 하는 점이다. 서로 웨스팅 씨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은 이들 모두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웨스팅 씨와 연관되어 있다. 그 관계가 무엇일지 역시 범인을 밝혀내 게임의 승자가 되는 것 못지않게 궁금하다.

 

16명의 게임 참여자가 등장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소설이 진행되기에 솔직히 산만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산만함 마저 웨스팅 게임이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며, 알 수 없는 신비감이 서려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한 가지 요소가 되지 않나 싶다. 과연 웨스팅 씨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정말 웨스팅 씨를 살해한 건 맞을까? 내가 감정이입해서 응원하는 등장인물이 승리하게 될까?

 

소설은 처음엔 다소 산만함이 있다. 하지만, 소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도 모르는 사이 깊이 몰입하여 게임을 주시하게 된다. 과연 게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범인은 누구일지. 아님 게임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이런저런 것들을 골몰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6명의 상속자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얼굴을 맞대게 되는 이웃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정한 이웃이라 하기엔 꺼려지는, 진정한 왕래는 없던 사이다. 이들들 입주자들은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재단사, 발명가, 비서, 의사, 판사, 학생(운동선수, 작가지망생, 말괄량이), 병자, 결혼예정자 등등 서로 위치도 입장도 다른 이들이 게임에 참여하는 가운데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열기도 하며, 각자에게 감춰진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실제적 질병이 치유되기도 하고. 이처럼, 웨스팅 게임을 통해 얻게 되는 진짜 유산은 사람이다. 그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공통분모만 있는 데면데면하는 관계가 아닌, 진정한 이웃 새로운 가족으로 나아가게 되는 새롭고 끈끈한 관계 형성이야말로 웨스팅 게임이 주는 진짜 유산이 아닐까?

 

뉴베리상을 수상한 어린이 대상 도서이지만, 성인이 읽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그런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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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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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의 문을 만났다. 2003년 작품으로 올해(2018)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2권으로 구성된 살인의 문은 독자들의 평가가 갈릴 작품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서로 다른 두 평가를 하며 책을 읽었다.

 

평가1.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짜증나고 답답하게 만들려고 쓴 책이다. 책을 읽다 소심한 분들은 책장을 덮게 만들고, 과격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벽을 향해 던져 버리게 만들기 위해 쓴 책이다. 작가의 의도는 완전 성공이다. 인생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서 짜증의 순간을 소망하는 독자들이라면 빨리 서점으로 달려가 살인의 문을 들고 펼쳐보자. 그럼 짜증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테니.

 

평가2.

주인공의 행동에 답답할 때가 너무 많았지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몰입하여 읽게 된다. 우정의 탈을 쓴 악마의 모습에 어서 빨리 살인의 문을 열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될 정도. 그러니, 이만하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이다. ‘살인의 문이 열리길 바라며 끝까지 읽게 되니 말이다. 아울러,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주변에서 주인공을 지옥으로 몰고 가는 인물들의 모습 등에 화가 나고, 울컥하게 되는데, 이런 울컥거림 역시 소설이 그만큼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는 힘이며, 소설이 주는 소중한 감정이다.

 

써 놓고 보니, 평가1,2가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있을 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짜증난다는 것. 답답함을 백만 사발은 마신 것 같은 느낌. 정말 누군가를 향한 살의가 일어난다는 점(물론, 소설 속 인물을 향한 것이지만 말이다.). 이런 감정을 싫어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아무튼 살인의 문을 통해, 악마를 보게 된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주변을 맴돌며 한 인간을 철저하게 파멸하고,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악마의 모습을. 아울러 친구가 친구가 아님을 발견하며 그럴 때마다 죽이고 싶어 하는 다지마는 여전히 살인의 문을 열기 바로 직전 또 다시 악마의 꾐에 속아 넘어가는 바보 멍텅구리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속상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정하자. 그토록 짜증을 나게 하는 작가의 힘을. 소설을 읽는 내내 두들겨 패주고 싶은 마음이 인다. 누굴? 주인공 다지마 곁에 맴돌며 우정의 옷을 입은 척 감언이설로 다지마를 속이고 다지마의 인생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구라모치를. 그리고 그 구라모치의 진면목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발견할 때마다 살인의 문을 열고자 하지만, 금세 또 구라모치의 먹이로 전락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는 다지마를. 그리고 다지마 주변의 수많은 못된 소악마들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자신의 인생을 어쩌지 못하는 바보 같은 모습이 어찌 주인공 다지마 가즈유키 뿐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역시 이처럼 살지 않나? 그래서 더 짜증나기도 할뿐더러,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에 몰입하여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살인의 문이 열리길 응원하게 되리라. 수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살인을 응원하고 격려하게 만든 못된 작품이다. 그래서 재미나다.

 

, 소설은 추리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본격추리소설이나 또는 사회파 미스터리, 아무튼 기존의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멍청한 인간이 계속하여 바닥으로 떨어지며 살인의 문앞에서 겪게 되는 심리소설, 아니 당하기만 하는 바보 같은 인간이 결국에는 살인의 문을 열게 되는 성장소설(?) 쯤 아닐까 싶다.

 

내가 기대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서 짜증이 날 수 있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젠 그만 봐야지.’ 싶다가도 여전히 작가의 작품을 찾게 만들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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