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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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의 문을 만났다. 2003년 작품으로 올해(2018)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2권으로 구성된 살인의 문은 독자들의 평가가 갈릴 작품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서로 다른 두 평가를 하며 책을 읽었다.

 

평가1.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짜증나고 답답하게 만들려고 쓴 책이다. 책을 읽다 소심한 분들은 책장을 덮게 만들고, 과격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벽을 향해 던져 버리게 만들기 위해 쓴 책이다. 작가의 의도는 완전 성공이다. 인생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서 짜증의 순간을 소망하는 독자들이라면 빨리 서점으로 달려가 살인의 문을 들고 펼쳐보자. 그럼 짜증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테니.

 

평가2.

주인공의 행동에 답답할 때가 너무 많았지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몰입하여 읽게 된다. 우정의 탈을 쓴 악마의 모습에 어서 빨리 살인의 문을 열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될 정도. 그러니, 이만하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이다. ‘살인의 문이 열리길 바라며 끝까지 읽게 되니 말이다. 아울러,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주변에서 주인공을 지옥으로 몰고 가는 인물들의 모습 등에 화가 나고, 울컥하게 되는데, 이런 울컥거림 역시 소설이 그만큼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는 힘이며, 소설이 주는 소중한 감정이다.

 

써 놓고 보니, 평가1,2가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있을 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짜증난다는 것. 답답함을 백만 사발은 마신 것 같은 느낌. 정말 누군가를 향한 살의가 일어난다는 점(물론, 소설 속 인물을 향한 것이지만 말이다.). 이런 감정을 싫어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아무튼 살인의 문을 통해, 악마를 보게 된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주변을 맴돌며 한 인간을 철저하게 파멸하고,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악마의 모습을. 아울러 친구가 친구가 아님을 발견하며 그럴 때마다 죽이고 싶어 하는 다지마는 여전히 살인의 문을 열기 바로 직전 또 다시 악마의 꾐에 속아 넘어가는 바보 멍텅구리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속상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정하자. 그토록 짜증을 나게 하는 작가의 힘을. 소설을 읽는 내내 두들겨 패주고 싶은 마음이 인다. 누굴? 주인공 다지마 곁에 맴돌며 우정의 옷을 입은 척 감언이설로 다지마를 속이고 다지마의 인생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구라모치를. 그리고 그 구라모치의 진면목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발견할 때마다 살인의 문을 열고자 하지만, 금세 또 구라모치의 먹이로 전락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는 다지마를. 그리고 다지마 주변의 수많은 못된 소악마들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자신의 인생을 어쩌지 못하는 바보 같은 모습이 어찌 주인공 다지마 가즈유키 뿐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역시 이처럼 살지 않나? 그래서 더 짜증나기도 할뿐더러,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에 몰입하여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살인의 문이 열리길 응원하게 되리라. 수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살인을 응원하고 격려하게 만든 못된 작품이다. 그래서 재미나다.

 

, 소설은 추리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본격추리소설이나 또는 사회파 미스터리, 아무튼 기존의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멍청한 인간이 계속하여 바닥으로 떨어지며 살인의 문앞에서 겪게 되는 심리소설, 아니 당하기만 하는 바보 같은 인간이 결국에는 살인의 문을 열게 되는 성장소설(?) 쯤 아닐까 싶다.

 

내가 기대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서 짜증이 날 수 있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젠 그만 봐야지.’ 싶다가도 여전히 작가의 작품을 찾게 만들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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