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외법권 위니 공화국 회고록 튼튼한 나무 31
리사 그래프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나에겐 몇 가지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커다란 나무에 집을 짓고 나만의 비밀기지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로망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로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무던히도 나무 위에 올라 놀았던 기억입니다.

 

치외법권 위니 공화국 회고록이란 이 동화 속엔 저의 어린 시절 로망을 이룬 아이가 등장합니다. 위니라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위니에게 나무 위의 집은 다소 다른 의미입니다. 위니의 부모님은 어느 날 이혼을 결정합니다. 그리곤, 동그란 블록 안에 단 두 집이 양 끝에 지어진 집을 사 한쪽은 엄마가, 다른 한쪽은 아빠가 살게 됩니다. 위니의 부모는 공평하게 위니를 소유하려 합니다. 일주일 중 3일은 엄마 집에서, 또 다른 3일은 아빠 집에서 살게 합니다. 그럼 남는 하루는? 바로 이 하루(수요일)는 엄마 집과 아빠 집 사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그곳에서 위니만의 시간을 보내게 한 겁니다(사실 이는 위니를 위한 결정이 아닙니다. 위니의 부모는 남는 하루가 결코 상대에게 돌아가지 않으려는 결정입니다. 서로 공평해야만 한다는 거죠.).

   

 

이런 부모의 고집 또는 자존심 싸움이 위니를 힘겹게 합니다. 위니의 부모는 언젠가부터 특별한 날 행사를 시작합니다. 이는 추수감사절 때문에 시작됩니다. 위니 가정은 이혼 전부터 추수감사절은 꼭 지켰는데, 이 날이 항상 목요일이니,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의 몫으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다른 한쪽이 이에 버금갈 기념일을 찾기 시작하면서 특별한 날 기념이 시작됩니다. 상대에게 지지 않기 위해 별별 특별한 날을 찾아 그 행사를 벌인답니다. 그로 인해 위니는 학교 수업 공부는커녕 숙제도 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위니의 부모는 위니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 위니를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향한 자신의 자존심이 더 소중합니다. 서로 자신이 더 위니를 위한다는 그 생색이 더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위니를 위한다고 하는 그 특별한 날들은 위니를 힘들게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니는 마을의 특별한 역사를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사는 나무 집, 그 나무는 이젠 사라졌지만, 예전 어느 작은 나라의 대사관이었던 겁니다. 이로 인해, 그 당시에 심겨졌고, 그 당시의 현판이 그대로 나무에 걸려 있는 이 나무는 치외법권 공간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던 거죠. 이렇게 위니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 나무집에서 치외법권 지역임을 선포하고, 일명 위니 공화국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 공화국 소문에 위니의 친구들이 모두 하나하나 이곳으로 몰려온 겁니다. 위니까지 열 명의 아이들. 이들은 등교도 거부하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기 전엔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립니다. 과연 이들만의 나무집 생활은 괜찮을까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작가 리사 그래프의 책을 이번에 세 번째로 만나게 되었는데, 이 책이 제일 좋다는 느낌입니다(물론, 예전 책들도 좋았지만 말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열 명의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들 이면에는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음을 동화는 이야기합니다.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친구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구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부모님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응원해줄 가족, 이웃, 친구들일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라는 이름의 부당하고 잔인한 권력은 어디에든 존재하는데, 과연 그 권력을 나 역시 휘두르고 있진 않은가 하는 반성 말입니다. 위니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위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부모의 귀입니다. 나 역시 귀를 닫고, 내 목소리, 내 주장만을 아이들에게 쏟아내고 있진 않은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내 자녀들을 향해, 귀를 좀 더 열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책은 재미납니다. 감동도 있고요. 치외법권 위니 공화국 회고록이란 책 제목이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책 내용은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재미나면서도 감동도 있는 좋은 어린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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