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4 : 폭풍 전야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4
에린 헌터 외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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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펼쳐지는 야생고양이들의 모험, 그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는 판타지 소설 Warriors 전사들, 시즌 1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번 이야기 제목은 폭풍 전야인데, 과연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쳐본다.

 

애완고양이에서 이젠 어엿한 야생고양이로 성장하여 천둥족의 전사가 된 파이어하트는 3권 말미에선 급기야 천둥족의 부지도자로 임명받기에 이른다. 그동안 천둥족 부지도자였던 타이거클로의 음모를 밝혀내고 타이거클로로부터 종족을 지켜낸 공을 인정받은 것.

 

하지만,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천둥족 지도자인 블루스타는 예전과 같지 않다. 매사에 불안한 모습과 지도자로서 합당치 않은 모습을 보여 파이어하트를 불안하게 한다. 과연 이제 갓 부지도자가 된 파이어하트는 천둥족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에서도 다양한 갈등 상황이 이야기를 재미나게 끌고 간다. 파이어하트의 조카이자 애완고양이 출신인 훈련병 클라우드포도 문제다. 파이어하트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는 어쩐지 애완고양이의 삶을 동경하는 것만 같아 파이어하트를 불안하게 만든다. 급기야는 두발쟁이들에게 붙잡혀 가게 되는데. 종족들은 클라우드포가 애완고양이로 돌아갔노라 여기지만, 정말 그럴까? 만약 클라우드포가 여전히 종족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클라우드포는 다시 종족에게로 돌아오게 될까?

 

무엇보다 천둥족을 내내 불안하게 만드는 위협요소는 타이거클로라는 존재다. 부지도자의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어딘가에서 천둥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타이거클로. 게다가 파이어하트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종족 안에 남겨진 타이거클로의 새끼 고양이들이다. 아빠를 너무나도 닮은 새끼 고양이. 하지만, 태어난 환경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파이어하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애완고양이였으니까, 그렇기에 종족 고양이들의 편견에 힘겨워 했으니까. 잘 알고 있음에도 파이어하트는 타이거클로의 새끼 고양이 브램블킷을 볼 때마다 움찔한다. 그 아버지 타이거클로의 반역의 피가 그 안에 흐르고 있을까봐. 과연 브램블킷은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이 내용은 전사들시즌2에 너무 잘 나온다.)

 

파이어하트를 힘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상황은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강족으로 가버린 친구 그레이스트라이프 때문이다. 강족 고양이와의 사랑, 그 결실로 남겨진 새끼 고양이들, 결국 강족으로 가버린 친구 그레이스트라이프. 파이어하트는 힘겨울 때마다 자신의 친구를 그리워한다. 둘 간의 우정은 또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게 될까?

 

이번 이야기에서 천둥족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위협은 바로 숲에 발생한 산불이다. 엄청난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종족의 부지도자로서 역할을 감당하는 파이어하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역시 위기 앞에서 지도력이 발휘되나보다.

 

샌드스톰과의 사이에서 싹트는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책에서 독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는 건 책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한 녀석 때문이다. 과연 어떤 녀석이 등장하는 걸까? 기대하시라.

 

아무래도 이렇게 등장한 녀석과 파이어하트와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 벌써 5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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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마노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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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고정욱 작가의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를 처음 만난 것은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인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였다. 뒤늦게 유명하던 시리즈 한 권을 읽은 후, 그 전 내용이 궁금해 몇 권을 찾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랬던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 제목은 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인데, 다루고 있는 주제는 게임이다.

 

요즘 청소년들 가운데 게임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드물게다. 그만큼 우리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게임. 게다가 이젠 언제나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이기에 더욱 게임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이러한 때, 혹 게임의 부정적 요소는 무엇이며, 긍정적 요소는 무엇이 있을지 소설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이야기는 재석이의 여자 친구인 보담이의 사촌동생인 은미가 게임을 하다가 보험 보상금 85백만 원(엄마의 죽음 이후에 받게 된 보상금)을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일에 사용해 버리면서 시작된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은미의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정신을 읽고 크게 다치고 만다.

 

이렇게 게임에 중독된 은미를 돕기 위해 재석이와 친구들이 나서게 된다. 은미가 게임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아울러 게임에 관련된 장래 직업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 지 등.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아울러 재석의 꿈,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재석의 노력까지 함께 하며 소설은 진행된다. 일진이었던 재석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청소년들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확고한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이를 둔 부모로서 부럽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이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 자신이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꿈을 붙잡고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사랑을 받는 시리즈이며,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전히 뭔가를 가르치고 전하려는 작가의 열정이 조금은 과하지 않은가 싶은 점이다(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 소설의 재미보다는 유익성 쪽으로 치우친 것처럼 느껴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그 유익성은 우리에겐 큰 가르침이 될 것임에 분명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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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립 2019-09-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정욱 작가님 신간 <나에게도 자존감이란 무기가 생겼습니다> 강추요~~ ^^ 꼭 읽어보세요~
 
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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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몇 작품밖엔 읽어보질 못했다. 아직 미미월드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질 못해서일까? 아무튼, 금번 미미 여사의 유명한 작품 화차를 읽게 되었다.

 

총상사고로 잠시 휴직 중인 형사 혼마 슌스케는 갑자기 찾아온 친척 조카에게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결혼을 준비하던 가운데 약혼녀 세키네 쇼코의 신용카드를 신청했는데, 놀랍게도 약혼녀 쇼코는 어느 곳에서도 카드를 만들 수 없는 신용불량자였다. 쇼코에겐 과연 어떤 과거가 있었던 걸까?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들통 난 것을 계기로 약혼녀 쇼코는 궁지에 몰렸고, 결국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조카의 약혼녀 쇼코를 찾아 나선 혼마 형사는 놀라운 진실을 엿보게 된다. 조카의 약혼녀는 놀랍게도 쇼코가 아니었던 것. 과연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취직까지 하고, 약혼까지 한 여인은 누구일까? 누군가 쇼코 행세를 마음껏 해왔다면 그럼 쇼코는? 살아 있는 걸까? 아님 사라진 의문의 여인이 쇼코를 살해한 걸까?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감춰져 있는 걸까? 혼마 형사는 이 두 명의 여인들을 추적해 나가는 가운데 이들을 휘감은 사연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다루는 주제는 신용사회 속에서의 부조리, 개인파산, 신용카드의 맹점 등을 다루고 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삶. 그리고 한 인간의 삶이 파괴되는 것엔 무관심한 채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구조. 그 사회구조 속에서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꿈꾸며 그 소망을 소비로 채워나가는 소시민들의 모습.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빚진 한 가정을 철저히 파멸시키는 채권자들.

 

이처럼 소설은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소비, 그리고 대출 등으로 인한 빚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해 나가는 지를 심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규모 있게 사용하지 못하는 신용카드 사용자에게도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개인의 문제만일까?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개인의 탓만이 아니라,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구조의 부조리 역시 있음을 말한다.

 

세키네 쇼코 씨는 유달리 낭비벽이 심한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했어요. 그녀 신상에 일어난 일은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나나 당신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171)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자칫 삐끗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음을, 개인파산자가 될 수 있음을 소설은 경고한다.

 

이처럼 신용사회 속에서의 신용불량자가 되어가는 과정, 신용불량자의 삶에 대해 다양한 접근으로 메시지를 전할뿐더러, 사라진 여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미스터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이름 뒤에 숨어 있던 사라진 여인의 또 하나의 삶을 보여주는 미스터리가 흥미롭다. 왜 많은 독자들이 미미 여사를 칭송하는지 살짝 엿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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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와 대홍수
유현산 지음, 김삼현 그림 / 이마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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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전에서 도둑왕 아모세란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한 작가 유현산 작가의 또 다른 동화가 출간되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룰루와 대홍수란 작품인데, 전작 도둑왕 아모세와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그 시대적 배경의 독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작품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답니다. 어쩌면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마치 엔키두와 길가메시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동화 속에서도 두 작은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룰루와 운닌니 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룰루는 벽돌을 구워야만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난한 소년입니다. 하지만, 꿈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그림을 그리는 거랍니다. 그런 룰루는 어느 날 밤 이상한 소리에 이끌려 지구라트(신전)로 발걸음을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룰루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됩니다.

 

개 또는 늑대 모습을 한 사내, 온몸이 은빛으로 빛나고, 다리 역시 늑대의 다리처럼 휘어 있는 괴상한 사내에게 누군가가 죽임을 당한 겁니다. 그리곤 그곳 지구라트 곁에 숨어 있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운닌니라는 소년인데, 이렇게 두 소년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살인사건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운명을 향해 함께 도전하게 됩니다. 과연 그 운명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두 소년은 어떤 놀라운 일을 해내는 걸까요?

 

동화는 무엇보다 악한 세력을 향해 맞서는 두 소년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옳은 일을 위해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 있게 맞서는 두 소년의 모험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서로 다른 신분을 가진 두 소년의 함께 함이, 그리고 여기에 의뭉스러운 짐승 몽구스와의 함께 함이 멋진 활약으로 다가오는 동화랍니다. 게다가 권력 앞에 신음하던 많은 민중들의 연대하여 일어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도 동화는 보여줍니다.

 

신전에 감춰진 흙판, 홍수의 날짜를 예언한 흙판의 비밀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동화의 느낌도 있답니다. 무엇보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함께 힘을 모아 싸워나가는 모습은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죠. 아울러 두 소년의 용감한 모습은 오늘 어린이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모험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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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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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타케 요의 그리고 숙청의 문을을 펼쳐 읽는 내내 굉장하다!”는 감탄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상당히 잔혹하다. 피가 낭자하고, 살육이 펼쳐진다. 그것도 존재감 없던 다소 어리바리하던 여교사에 의해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이기에 도리어 이러한 위화감에서 오는 공포가 존재한다.

 

소설은 어느 평범한 여교사의 변신에서부터 시작된다(여교사의 변신은 유일한 가족이자 혈육인 사랑하는 딸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엄마와 함께 먹을 케이크를 사서 돌아오던 길, 폭주족들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죽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들을 향한 복수의 문이 열린 것.). 문제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이미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 아닌, 사회의 암적 존재들인 범죄자들을 안전하게 피신하게 하는 장소요, 안전하게 숨어 범죄자로 성장케 하는 장소에 불과하다. 그런 문제아들이 가득한 학교, 그런 학교 중에서도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교실 D. D반 학생들은 이제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어쩐 일인지 전원이 학교에 출석하였다.

 

그런 학생들의 담임인 곤도 아야코는 뭔가 평소와 다르다. 자신을 철저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아이들의 온갖 조롱을 피하는데 급급하던 아야코가 어쩐지 당당하다. 굼뜨던 행동은 절제된 동작에 알 수 없는 활기와 함께 속도감도 있고. 이런 아야코가 드디어 일을 저지른다. 반 학생들 전원 29명을 인질로 잡은 채 아이들 하나하나의 죄목을 들먹거리며 처형을 시작한 것.

 

아야코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학교 건물에 폭발물도 설치하고, 교실로 진입하는 복도에는 최고성능의 초소형카메라까지 설치해놓았다. 자신은 총과 칼로 무장하고. 칼질과 총질 역시 허투른 동작 하나 없이 잘 훈련된 느낌의 아야코.

 

이런 아야코의 변신에 처음엔 학생들도 반발을 하지만, 반발하는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척결당한다. 29명의 반원 전원을 인질로 잡고 여리기만 하던 여교사의 숙청의 문이 열린 것.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한껏 긴장감으로 흥분된 마음으로 몰입하게 되며 소설에서 결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고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로 마지막까지 몰아간다.

 

여교사와 범죄아들을 모아놓은 학생들간의 대치, 그리고 범죄자가 되어버린 여교사와 이를 막기 위해 출동한 특대본부 반장 겐마 이하 대원들 간의 대치, 여기에 끼어들게 되는 학교 관계자, 학부모들, 그리고 방송. 이런 대립구도 가운데서 소설은 시종일관 몰아붙이는데, 과하다 싶으면서도 전혀 과하지 않게 몰입하게 만든다.

 

마치 만화처럼 여리기만 하던 여교사가 갑자기 여전사로 등장하는 부분이 현실감 없지만, 이런 현실감 없음이 도리어 소름 돋게 만든다.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한 여전사의 탄생으로 말이다. 게다가 끔찍하게 벌어지는 살인의 행위들, 그런데도 끔찍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죽어야만 하는 이들의 죄악상에 가슴을 무겁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는 안 됨에도 통쾌하게도 만든다. 어쩌면 이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가 통쾌하다기보다는 죄에 대한 단죄가 통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아울러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건, 소설 속 온갖 죄로 가득한 학생들의 모습이 어쩌면 오늘 우리네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학생이란 신분 뒤에 교묘하게 숨어서 온갖 끔찍한 만행들을 저지르는 녀석들. 인간성이라고는 이미 찾아볼 수 없는 녀석들. 자신들의 행위가 죄악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며, 그저 하나의 놀이라고 여기는 녀석들. 이 녀석들은 21세기가 낳은 괴물들이다. 그런 괴물들을 낳고 기른 부모의 시선 역시 평면적이지 않게 절묘하게 드러내주며 묘사하고 있어 소름 돋는다.

 

소설 뒤편에는 두 가지의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 이 부분 역시 소름. ! 간만에 엄청난 소설을 읽었다. 저자 구로타케 요란 이름을 깊이 각인해 본다.

 

요즘 세상에는 타인의 마음속 아픔을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농담의 한도를 모르고, 무슨 문제가 생기든 자신에게는 관대하며, 천박하게도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을 다른 사회에서 찾고, 자신은 끊임없이 반성과 사죄의 테두리 바깥에 서려고 한다. 직접 단호하고 분명하게 일러주면 무자각한 인간들도 조금은 깨닫지 않을까. 이러한 강경책이라도 쓰지 않으면 머저리 같은 녀석들의 눈은 영원히 뜨이지 않을 테니까. 반쯤이라도 뜨면 피해를 입는 사람이 확실히 줄어든다.(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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