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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ㅣ 대한민국 도슨트 15
김시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아랫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강화는 상당히, 아니 무척 먼 곳이다. 벌써 오래전(15년쯤 전)이지만 전주에서 살 당시 한 해 휴가를 강화도로 다녀왔던 기억이 있다. 아직 큰 아이가 유모차를 탈 당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강화도를 두 차례 더 다녀왔다. 갈 때마다 좋았던 기억이다.
강화도는 여러 가지 테마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역사 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생태 여행, 안보 여행, 종교 여행 등 여러 테마로 여행을 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에게도 강화도는 성지순례 장소로 좋은 곳 가운데 하나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강화의 개신교는 크게 두 흐름 성공회와 감리교 선교로 나눌 수 있다. 성공회 유적지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감리교 유적지는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 『대한민국 도슨트 15: 강화』에서도 성공회강화성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불교적 향이 가득한 교회건물이 너무 멋스럽다. 종교의 상황화가 때론 얼마나 멋진지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다. 한 여름에 딸아이와 보리수 아래 앉아 땀을 식히던 기억이 떠올라 올 여름 가족과 함께 다시 한 번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어본다. 성공회강화성당 바로 아래에는 용흥궁이 있다. 책을 읽으며 용흥궁을 거닐며 철종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보던 기억을 떠올려봤다. 그곳에서 고려궁지로 올라가고 고려궁지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음 묵사발을 한 그릇 뚝딱했던 기억이 떠올리며 괜스레 군침을 삼키기도 했다(책에서 소개하는 식당들 내용을 읽을 땐 식탐앓이를 할 뻔...^^).
책의 저자는 상당히 돈대를 예찬한다.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러 돈대들을 일부러 들러 올랐던 기억인데, 돈대에 올랐을 때의 그 묘한 느낌을 떠올리며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어쩐지 세상과 단절된 것만 같은 공간, 그러면서도 그곳에서 세상을 주시해야만 했고, 외세로부터 내 세상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야만 했던 공간, 그곳에 서면 감정이 특별해질 수밖에 없던 느낌이 떠오른다.
이 책 『대한민국 도슨트 15: 강화』는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의 음색으로 담담히 들려준다. 강화의 역사, 강화의 풍경, 강화의 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고 강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또 책을 읽으며 벌써 오래 전에 다녀온 지라 많이 달라진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강화를 처음 방문했을 때 석모도를 꼭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지라 선착장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차를 돌려야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젠 다리가 놓여 차로 갈 수 있다니 그런 고민이 필요 없겠다.
책을 통해 그전에 알지 못했던 강화의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탱자나무 이야기가 유독 인상 깊었다. 아울러 훈맹정음의 창시자인 박두성 선생이 교동도 출신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책을 읽으니 강화를 더욱 가보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도서관인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고도 싶고, 동검도 예술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평화전망대 이야기를 읽을 때, 예전에 강화 북쪽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검문소에서 군인들에게 신분증을 내 보이며 괜스레 두근거리던 느낌도 떠올려본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를 몇 권 읽었는데, 모두 느낌이 좋았다. 이 책 『강화』 역시 마찬가지다. 책은 여행도서는 아니다. 하지만, 강화로의 휴가나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꼭 정독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럼 강화의 방문이 훨씬 풍성해질 테니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