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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먹어 치운 열흘 ㅣ 튼튼한 나무 17
소피 리갈 굴라르 지음, 프레데릭 베시에르 그림,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 우리는 어쩌면 화면 중독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목적이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컴퓨터를 켜 놓고 있을 때가 많다. 우리 집 늦둥이 아들도 테블릿 PC나 스마트폰을 켜고 뭔가를 자꾸 보려고 한다. 하다못해 그 안에 찍힌 사진이라도 보길 원한다. 보여주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떼를 쓴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분명 뭔가 검색할 내용이 있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는 정작 검색할 내용은 까마득하게 잊고 온갖 잡다한 뉴스만 이리저리 보다 나올 때도 심심찮다. 괜스레 아까운 시간들을 이런 기기들의 화면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뿐 아니라, 각자 이런 휴대용 기기들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같은 공간에 모여 있음에도 ‘함께’ 있기보다는 각자의 기기 화면 속으로 들어가 ‘따로’ 존재하게 되는 경우 역시 이젠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스크린을 금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아동소설을 만났다. 씨드북 출판사에서 출간된 『스크린 먹어 치운 열흘』(튼튼한 나무 17)이란 책이다.
어느 날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스크린 없는 열흘을 보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이를 반 아이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되는데, 예상과 달리 ‘스크린 없는 열흘’에 도전해보자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에 이들은 스크린 없는 열흘 간 어떤 활동들을 하면 좋을지 토의를 걸쳐 이제 ‘스크린 없는 열흘’에 도전하게 된다. 과연 이 도전에 아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도전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게 되고 얻게 될까?
소설은 스크린 없이 열흘을 보내는 과정, 그 가운데 만나게 되는 재미난 사건들을 이야기해준다. ‘스크린 없는 열흘’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아이들은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과연 스크린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 재미난 tv연속극도 볼 수 없고, 오락도 하지 못하고, 하다못해 뉴스 검색도 하지 못한다니, 과연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하지만, 아이들은 스크린을 꺼도 삶은 여전히 굴러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니, 그 스크린 뒤에 또 다른 진짜 삶이 있음도 알게 된다. tv를 볼 수도, 컴퓨터를 할 수도 없으니, 아이들은 밖으로 나온다. 그리곤 함께 어울린다. 땀 흘린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함께’의 기쁨을 알아간다. 아울러 그전에 알지 못했던 친구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됨으로 새로운 관계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뿐 아니라, 다양한 방과 후 특별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게 된다. tv없는 가족 식시 시간은 이제 자연스레 대화의 장이 펼쳐지게 된다.
소설은 말한다. 과학에 등을 돌리자는 것은 아니라고. 과학에 등을 돌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면 문제다. 우린 과학의 유용한 기기들의 지배를 받아선 안 된다. 오히려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해야 대상들이다. 그럼에도 우린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기기들의 지배를 받고 있음이 사실이다.
나 역시 요즘 하루 가운데 몇 시간은 인터넷도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 공간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이런 시간은 그렇지 않은 환경보다 집중도가 훨씬 강하다. 같은 시간도 밀도가 훨씬 높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를 통해, 얼마나 쓸데없는 정보에 휘둘리고 있었는지를 반성도 하게 되고.
『스크린을 먹어치운 열흘』은 유익한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스토리가 무척 재미나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도 스크린에 중독되거나, 스크린에 지배를 받는 삶이 아닌, 스크린을 절제할 줄 알고, 유용하게 사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삶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