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크렴 - 놓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순간을 담아낸 그림 앨범
심재원 글.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아기를 낳게 되면, 삶의 모든 기준은 아기가 되게 마련이다. 식사, 취침, 복장, 나들이 등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소위 ‘아기의, 아기에 의한, 아기를 위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책, 『천천히 크렴』은 바로 그러한 아기로 인해서 시작되는 삶의 새로운 여행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아기로 인해, 때로는 지친 나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지친 일상 가운데서 아기로 인해 누리게 되는 지상 최고의 행복의 순간들을 작가는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의 이목구비를 생략한다. 그 이유는 그 안에 독자들의 얼굴과 아기의 얼굴을 대치시키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 공감백배이다. 아마도 이렇게 공감되는 이유는 아기를 기르는 부모의 마음이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생각지도 않았던 늦둥이 아들을 작년에 얻게 되었다. 이제 곧 돌이 돌아오는 아이가 있기에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더욱 공감된다. 많은 내용들이 공감이 가지만, 그 중에 몇 개만 언급한다.

 

<배터리 충전 중>이란 제목의 그림이다. 맞다. 아기를 안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물론, 요즘처럼 더울 땐, 아기를 안으면 더 덥다. 게다가 이렇게 자주 안았더니, 얼마 전엔 허리가 고장이 나서 보름 넘도록 고생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는 아기를 안아봐야 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에는 유독 바쁜 나날들을 보낼 때였다. 딸아이를 많이 안아 줄 시간이 없었다. 그랬기에 딸아이도 아빠인 나에게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아기를 안음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뒤늦게(그렇다고 엄청 늦은 것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조금 늦은 것뿐이다.) 얻은 아들을 안음으로 삶의 배터리가 충전되니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가.

 

<뽀뽀> 란 제목의 그림이다. 이 그림에는 이런 설명이 따른다. “실상은 침 범벅” 이거야말로 공감만배다. 울 아들은 침을 너무 많이 흘린다. 뽀뽀하려 할 때마다 입 주변은 이미 침 범벅. 그럼에도 자연스레 뽀뽀하는 게 부모의 모습인가 보다.

 

<지친 하루를 치유하는 아빠의 대일밴드> 란 제목의 그림이다. 그렇다. 아이의 작은 손은 작지만 힘이 있다. 그 작은 손가락이 날 감쌀 때, 내 안이 치유된다. 바라기는 이 치유의 힘이 계속되길 원한다. 아울러 아이가 커서 자란 후에 힘겨워 할 때마다 아빠의 손과, 엄마의 손과 맞잡음이 아이에게 치유의 힘을 발휘하게 되길 소망한다.

 

며칠 전 아이가 조용해서 뭔가 일을 저지른 것 같아 봤더니, 이렇게 노란색으로 입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뭔가를 묻혀도 씻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에서 묻게 되는 것들은 그저 씻는 것만으로 되지 않을 것들도 많을 게다. 그래서 어쩜, 비록 온통 집안을 어지른다 할지라도 지금이 행복한 때가 아닐까? 어쩌면 작가도 이런 마음으로 책 제목을 삼지 않았을까? 그래, 아이야, “천천히 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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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6-2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넘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중동이 2015-06-26 08: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리님^^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보광적선 개도적선 2015-06-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보는순간? 행복이

중동이 2015-06-27 14: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은 언제나 행복을 주는 예쁜 선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