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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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는 일곱살이다. 똑똑하고 특이하며, 그 대가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다. 하지만 엘사는 결코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평범한 척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엘사에게는 슈퍼히어로 할머니가 있으니까!!

거의 중반까지도 이게 뭔 얘기인가 싶다. 좀 정신 없어도 읽는 재미는 있어서 계속 보게 되지만. 할머니가 들려준 동화 속 여섯 왕국은 뭐며,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뭔지. 아마 점점 현실과 연결되어 가면서 후반부에서 감동을 주는 거겠지, 하고 예상은 됐다.

이 작가 이런 비유들이 참 좋다. 귀여워ㅋ

그 한여름 밤에 아빠는 엄마와 춤을 추었다. 둘이 같이 춤추는 모습을 본 건 엘사에겐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몸치인 아빠는 방금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발이 저려서 감각이 마비됐다는 걸 알아차린 덩치 큰 곰처럼 보였다.  -204쪽/531쪽(크레마전자책 기준. 이하 동일)


점점 동화와 현실이 연결되어 가는 건 맞는데 마지막에 빵 터뜨리는 감동은 없다. 그냥 잔잔한 파도처럼 몇 차례 밀려오는 소소한 감동이 있을 뿐. 억지로 너 감동해! 하는 게 없어서 더 좋았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택시기사 알프. 요즘 속어로 츤데레 아저씨. 오베랑 좀 닮아서 더 정이 가나?

할머니와 엘사는 종종 저녁 뉴스를 같이 봤다. 그럴 때 엘사는 가끔 왜 어른들은 저렇게 바보 같은 짓을 서로에게 저지르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할머니는 어른들도 대부분 인간인데 인간들은 대부분 개떡 같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엘사는 어른들이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는 와중에 우주를 탐사하고 유엔, 백신, 치즈 가는 강판 같은 좋은 것들도 많이 만들어내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어느 누구도 백 퍼센트 개떡은 아니고 어느 누구도 백 퍼센트 안 개떡은 아닌 게 인생의 묘미라고 했다. ‘안 개떡‘인 쪽으로 최대한 치우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인생의 과업이다. -469쪽/531쪽

"너희 할머니는 내 일생일대의 사랑이었지. 나뿐 아니라 많은 남자들에게. 솔직히 여자들한테도 마찬가지였고."
"아저씨도 우리 할머니한테 그랬어요?"
마르셀은 멈칫한다. 화난 얼굴은 아니다. 씁쓸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살짝 질투할 따름이다.
"아니. 너희 할머니에게 일생일대의 사랑은 너였어. 처음부터 끝까지 너였단다, 엘사." -499쪽/5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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