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5장,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논리적 오류를 넘어서'(최훈)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이 꼭지에서는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 논리적 근거가 있는지 조목조목 파고든다. 

 귀납화나 범주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동물도 하는 추론이나, 제대로 추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나 '편향된 통계의 오류(자신의 선입견에 맞는 사례들만을 바탕으로 추론하는 것)'에 의해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그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사례에 다시 적용되어 "내 말이 맞지"라고 자기 생각을 확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96-97쪽)

 또한 한 개인을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을 보고 판단하는 것을 '확률적 편의주의'라고 하는데,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용인될 수 있지만(그 예로 보험료 책정 시 운전자의 나이를 고려하는 것), 인권이 개입하는 문제에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 (98쪽)


 어떤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설령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차별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된다.  -98쪽

 성소수자 혐오세력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 '호모포비아'가 적절한 말이 아니라는 지적도 한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일종의 정신질환자로 취급하게 되는 위 용어는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보이는 불안 증세와 비교해볼 때, 그런 불안 증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104쪽) 

이건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혐오자를 정신질환자로 취급하여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모는 것도 옳지 않지만 동성애 혐오를 질병으로 모는 것도 옳지 않다.  -104쪽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 토론회에서 후보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후보들은 진보든 보수든 대체로 '인정한다'거나 '공감이 간다' 정도로 대답하였는데, 오히려 20여년 전이 지난 2017년의 대통령 후보 간 토론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질문을 던지고 후보들은 대체로 반대한다고 대답함으로써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이 뒷걸음질 쳤다는 내용(107쪽)을 보니, 2017년 당시 성소수자들이 받았을 충격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한두 꼭지씩 맡아서 쓴 책은 필자의 글쓰기 성향이나 필력에 따라 편차가 있어 그게 또 재미있게 느껴지는데, 이 글은 참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많이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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