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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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으로 만나게 된 김민철. 김하나의 측면돌파에 출연도 했는데, 이 책에서도 김하나작가님과의 에피소드가 등장해 더 재미있었다.
아주 잘 쓴 에세이집이라는 생각. 에세이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모범사례로 보여줄 수 있을 정도 아닐까? 하나의 주제를 사적인 경험을 통해 풀어내면서 작은 깨달음으로 완결성 있게 마무리 한다. 너무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은 내용과 편안하고 솔직한 문투가 좋다. 에세이들 간에 질적인 편차도 거의 없다. 내 추천으로 읽은 <모든 요일의 여행>이 좋았다던 친구에게 이 책도 추천할 수 있을 듯.

북플 밑줄긋기 기능 참 좋군요.

"광고는 두 번째."
당돌한 신입사원의 말.
직장 상사들이 다 앉아 있는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내뱉은 한마디.
"광고는 두 번째."
힘이 센 광고를 고집스레 두 번째 자리에 앉히고
연약한 저녁 식사를 첫 번째로,
사소한 여행을 첫 번째로,
가족과의 약속을 첫 번째로,
연약하지만 중요한사소하지만 소중한그 모든 것들을 위해
첫 번째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다짐.
광고는 힘이 세니까.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급한 일이라는 탈을 쓰고,
경쟁 피티라는 옷을 입고,
금세 내 일상의 첫 번째 자리를 천연덕스럽게 차지해버리곤 했으니까.
잘 살기 위해 시작한 광고라는 일이 나를 잘 못 살게 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었으니까.
13년 전 그 신입사원이 이제는 CD가 되어 사보에 써 내려가는 그때 그 다짐,
"광고는 두 번째결국 잘 살기 위해 우리는 광고를 만드니까.
기어이 잘 살아야
우리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으니까.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너무 무심히, 모든 것에 효율을 들이 대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심벌즈를 위해 한 시 간 넘게 준비하고 있고, 누군가는 단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대를 움직이고 있고, 또 누군가는 0의 존재가능성을 밝히느라, 우주 탄생의 가설을 세우느라, 한 문장으로 우리를 구원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 어딘가가 편안해진다.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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