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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운을 끌어당기는 좋은 심리 습관
류쉬안 지음, 원녕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운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운이라는 단어로 설명할법한 확률이 낮은 신기한 일들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게 특정인에게 주어진다거나 만들 수 있다는 운명론을 믿지 않는 것이다.
운명이 모두 정해져 있다는 말은 어차피 지나간 과거에 대한 결과론적 해석일 뿐이다. 미래는 미리 볼 수 없으나 과거는 이미 경험했으므로 그럴듯한 해석을 섞으면 된다. 딱히 신같은게 내리지 않아도 누구나 그런말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이 믿냐 안믿냐에 따르는 것이다. 내가 볼때는 신, 운명 이런 것은 과학발달 이전 시대의 산물일 뿐이고 천동설의 죽음과 함께 죽어버린 귀신일 뿐이다. 지동설의 발견은 이전 세계관의 죽음을 의미했으나, 끈질기게 현대에까지 귀신처럼 살아남아 있다.
종교인들이야 반박을 할지 모르지만, 난 내 생각을 바꾸지도, 그들을 설득할 생각도 없다. 그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현상으로 설명한다는 자체가 어패다. 나는 오히려 신자들에게 나를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자꾸 추상적인 것을 물리적인 증거들로 증명하려는 행위 자체가, 그 스스로도 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그런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라며 오히려 다독여 주곤 하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규명을 해도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나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최근에는 믿음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연구를 했는데, 믿음의 힘이라는 것이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중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인격이 바뀔때마다 혈압이 달라지고 당 수치가 달라진다는 놀라운 실험이 그렇다. 그렇다면 운명이나 신보다는 인간의 '믿음' 이라 것이 가진 효과를 믿는 것에 가깝다 하겠다. 그래서 신자들에게 너의 믿음을 굳건히 유지하되, 내 믿음도 존중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믿지 않는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저자가 심리학 박사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이라는 과학으로 '운' 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조금 예상을 하긴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운은 기회를 포착하는 것, 그리고 심리적인 마음가짐이다. 심리학자 와이드먼의 실험에 따르면,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운이 나쁘다고 생각 하는 사람보다 네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연한 기화를 잘 포착하고 활용하며 직관력이 뛰어나며, 운과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실패하더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활용할줄 안다는 것이었다.
즉, 운이라는 것은 마음가짐과 기회의 포착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관찰력이 좋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고, 남들이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나 상황을 생각해낼 수 있고, 다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으며,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고, 나쁜 상황이라도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관점이 있다면,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더라도 그 안에서 다른 것을 포착해내고 찾아내는 능력이 되는 것이다. 셜록홈즈가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포착해 사건을 해결하듯이.
저자는 하버드에서 공부한 대만인이다. 동서양의 학문을 잘 접목해서 이런 책을 기획한 것 같다. 저자가 정의한 행운은 물론 학자 답게 '로또'같은 '확률'을 배제한 것이다.
운이라고 써놨지만 긍정심리학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그저 학위를 내세우며 책을 팔기 위한 애매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을까 약간은 우려됨과 동시에, 하버드 박사라는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면서 까지 황당한 이야기를 하진 않을거 같기도 했다. 다행히 후자가 맞았다.
주관적으로 판단해보자면, 약간은 범신론이나 뉴에이지 성향의 수요독자층을 포섭하려는 듯한 내용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근거없는 소리라고 하기엔 약간 애매하다. 명상을 수련할 때 갖는 마음가짐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주의를 기울일 때의 감각으로 그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내 예측이 맞다는 관점으로 보면, 앞서말한 수요층에 대한 저자의 굉장히 똑똑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도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현상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비과학적 설명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대게 그런 것들은 어떤 종교와 관련이 있거나, 개인의 욕구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전혀 신뢰가 가질 않는 것이다. 즉 그런 현상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그것들을 설명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증명된 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만, 증명되지 못한 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도 가능하다. 그것들 중 뭐가 진실인지 어떻게 믿느냐는 말이다.
당장 나부터도 그럴듯한 헛소리와 살짝 변형시킨 근거들로 그런 비스무리한 말을 지어낼 수 있다. 책 한권이라도 낼 수 있다(물론 내 책을 신뢰할 독자들이 없겠지만)
진실에 거짓을 살짝 섞는 것이 사기꾼들의 특기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운' 이라는 테마를 살짝 가미해 습관과 태도의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자기계발서이다.
'운'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 하는 사람의 신념이 주는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믿음을 우리도 가져본다면, 득이 되면 되었지 실이 되지는 않지 않겠는가?
- 자기 계발서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하여 -
나는 그동안 100여권의 자기 계발서를 읽어보았다.
보다 보면 같은 소리가 반복되기도 하는데, 행동이 달라지는 면도 도움이 되는 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얻게 된 것은 책을 보는 안목이다. 별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기준이 생긴 것이다.
내가 절대 추천하지 않는 책과 저자는 - 전문가도 아니면서 자신은 다 안다는 듯이 자신있게 주장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실에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서 책 판매에 도움이 되게끔 변형해서 이용해먹는, 성공을 이야기 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런 욕구를 이용해 독자에게 희망을 팔아먹는 - 확증 편향적 단편 정보 수집가이자 책장사꾼 전문 작가이다.
시크릿이라는 히트작을 등에 없고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을 등처먹고 꿈을 팔아 먹는, 가짜 '지성'인 '이'모씨가 그렇다. 한 때 나도 독자였는데, 다른 책을 많이 읽을 수록 그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자기계발서를 볼 때면 저자의 '직업과 경력'이 무엇인지 부터 보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실전 경력도 성공 경험도 강사로 성공한 것 말고 전혀 없는 강사의 책은, 아무리 많이 팔리고 인기가 많아도 절대로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첫째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히 학력이 좋다고 해서 신뢰를 하는 것 보다는 주특기가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하겠다. SKY를 나왔다고 해서 디자인 학과가 심리학이나 철학에 대해서도 뛰어나진 않듯이.
심리학자의 책을 신뢰하는 이유는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될 헛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하더라도 이모씨처럼 심한 편향적 헛소리는 하지 않는다. 사람이란 쉽게 자신이 쌓아놓은 명성을 스스로 무너트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학자들의 눈초리도 있고.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독자와 별 다를게 없다. 그저 여기저기서 얻은 과정을 뺀 결과들을 짜집기 해서 자신의 주장에 확증 편향적 근거들을 부착하는 장사꾼의 포켓 같은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계발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전문 학자의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히려 베스트 셀러를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많이 팔렸는가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나는 솔직히 사람들이 애덤 그랜트나 이 책의 저자같은 전문 학자의 책을 두고 왜 짜집기의 책장사꾼 이모씨의 책을 구입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몸에 좋은 음식보다 달콤하고 싸구려인 달고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심리일까? 뭐 누군지도 모르는 나를 신뢰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 이야기가 근거가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보라는 것일 뿐이다. 나를 신뢰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저자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버드 심리학 박사가 쓴 이 책은 과학적인 근거들로 무장한 괜찮은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책과 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제 마음대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