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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전사, 마법사, 연인 -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들을 위한 심리 수업
로버트 무어.더글러스 질레트 지음, 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살이 되면 성인이라며 성인식을 치르지만, 정말 어른이 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의 20대를 생각해봐도 그건 어른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어떤 어르신들을 보면 나이가 50,60대인데도 어른스러움이 겉모습 밖에 없는, 심하게 이야기 하면 늙은 사람의 탈을 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영화를 보면 부모와 함께 사는 처지의 주인공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는 전혀 한심한 일이 아닌게 3,40살이 되어도 흔하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차이겠지만... 그만큼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 조차도 과연 성숙한 어른이 맞냐는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남성상은 흔히들 이야기 하는 남성상과는 차이가 있다. 마초적인 남성상은 미성숙함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현대 남성들의 미숙함을 지적하며 어떠한 남성상이 개인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를 제시하고 있다.
동남아의 경우 아직 남자들이 기세등등한 나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숙함이 아니라 미숙함이다. 경제 성장이 높은 나라일수록 여성인권을 대우받지만, 반작용도 일어나는 것같다. 그러므로 마초적 남성상을 남성의 특성이라고 오인해서는 안된다. 그저 소년의 특성인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대부분의 남성이 발달단계를 완성시키지 못한 채 미성숙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자립심이 강한 미국도 이럴지언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간섭을 받고 사는 한국의 성인들은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타인을 지배하려고 드는 미성숙한 소년의 특성은 가학적이자 피학적인 특성으로 자신과 타인 모두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런 소년이 그대로 어른아이가 되어서 겉모습만 성인이고 마음은 성숙하지 못해 여러가지 과오를 저지르며 자신이 미성숙하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남이 말해준다고 해도 절대 인정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겉으로만 강한척 하는 어린 소년 처럼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사례로 우리 윗집에 살던 이웃 남자는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마치 엇나간 중고등학생처럼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며, 수시로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 우리집까지 크게 들릴 정도였다. 이웃들과도 사소한 시비가 붙으면 큰소리부터 내며 욕까지 일삼았다. 5살 남짓으로 보이는 남자자녀를 하나 키우고 있었는데, 아빠가 집에 없을때면 갑자기 낮에 빽하고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방음이 잘 안되는 건물이라 자주 듣기도 목격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이를 무척 끔찍히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그 남자는 자신은 절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아이에게도 자신의 특성을 학습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이론대로 평소에는 점잖아 보이던 그 남자는 중년의 나이에도 아이같은, 아니 성숙한 아이보다 못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자신의 자녀에게 전혀 바람직한 아버지 상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둘 다 어른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 특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남성우월주의는 더더욱 아닌 내 관점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남성편향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남성의 유형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그저 무조건 '남성' 을 위한 이라는 이야기에 편견을 갖고 보지만 않으면 된다. 평등은 여성우월주의와 동의어가 아니다. 과거에 여성이 차별을 받았던 역사가 오랜 것은 사실이나, 과거에서 못받은 이득을 현대에서 대신 보려고 하면 봉건시대의 신분제도나 군부 독제체제의 연좌제와 다를 것이 없다.
옛날의 성인의식을 예로들며 소년의 심리를 벗어나는 계기가 없어지거나 빈약해진 현대에서 바람직한 남성상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상징적인 죽음은 소년의 자아를 버리고 어른으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한다.
미드로도 유명한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보면, 소년 쿤타킨테는 성인의식을 막 치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노예로 끌려가는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선조들에게 배웠고 자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가치는 놓지 않았다. 그의 후손들은 힘든 노예생활을 하면서도 그 가치를 지켜나간다. 이렇듯 소년은 올바른 아버지상이 있어야 성숙함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아이는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인데 아이의 문제를 얘는 왜 이럴까 라고 이해를 못하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기 보단 먼저 아이에게 본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며 내가 아버지라면 아들에게 그런 가치를 잘 전해주어야 할 것인데, 이 책이 어느정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은 권력을, 전사는 진취성을, 마법사는 지적 탐구를, 연인은 관계성을 상징하는데, 부록으로 나와있는 테스트에서 그것을 체크해볼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니까 나한테 맞는 것은 무엇인가보다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보완하자는 의미로서의 테스트이다. 왕과 전사 마법사 연인의 각 유형의 특성을 골고루 가지는 것이 좀 더 성숙한 남자가 되는 것에 가까워진다.

칼융 학파의 대표적 학자라는 저자는 책에서 정신분석학을 통해 신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에 빗대어 소년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런 유형의 소년들이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할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유형이 내 주변사람들의 유형에 대해서 자연스레 평가하게 해주어서 재미있었다.
또한 어떤 점이 미숙한 면인지 깨달을 수 있었고, 어떤 면이 강점인지 알 수 있었고, 어떻게 앞으로 행동해야 할지 방향도 제시해주니 아주 좋았다.
비유가 많아 재미있었지만 같은 이유로 읽어나가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혀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저 서양의 신화나 인물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다.
끊임없이 진화를 하는 동물의 한 종으로서 발달부진증이라는 저주에 걸린 것 이라는 책의 비유가 의미 심장했다. 옛날 사람들에 비해 진화를 많이한 세대지만 퇴화된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는 퇴화가 된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달리는 말처럼 내가 가만히 있더라도 세상이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도태되는 것이다. 미성숙한 것이 사람이지만 완전히 완전해 질 수는 없어도 지금보다 더 성숙하기 위해서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20대 때와 지금은 그래도 많이 성숙해진 면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게 없는 나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어가는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 같다.
윗층에 살던 이웃집 남자처럼 부모가 되었으면서도 사춘기 소년 처럼 구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 책을 통해 성숙함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남자들이 읽어야할 필독서다. 30년 전쯤에 출간된 책이지만 얼마전에 쓰인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현재에도 부합된다. 이 저자의 다른 책들도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자 뿐만 아니라 남자를 알고 싶은 여성, 아들이 이해가 안되는 부모가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