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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 - 심리학 거장들과 함께하는 마음 수업
강현식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7월
평점 :
"내 마음 나도 몰라"
마음이 복잡한 여성이 두 남자를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할 때나 쓰는 줄 알았던 대사가 실은 모두에게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내 마음은 나니까 당연히 잘 알고, 때론 남의 마음도 마음대로 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하면 당사자가 부인을 해도 믿고 싶은 것을 믿기도 한다.
자기도 모르게 발현되는 이상한 기제들과 행동들이 왜 그럴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그걸 계기로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모름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뭐가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를 생각하면 그저 착각 속에서 별 생각 없이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고, 어떻게 보면 그때의 고민이 지금으로서는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선택을 하라면 단연코 전자이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낫기 때문에.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현재 누다심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심리학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의 저서는 처음이다. 주로 외국의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징은 주제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10인이 등장하고 그 심리학자들이 누구인지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에서 '자신도 모르는 나' 라는 주제에 부합되는 부분만 발췌를 해서 엮었다. 그래서 집중도 잘 되고 읽기도 좋다. 방대한 학자들의 이론을 다 담으려면 한명의 학자만 해도 한 권으로 부족할테니 어설프게 끌고 가는 것보다 좋은 선택인것 같다.
프로이트에게 '성' 이라는 주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익히 알듯이 그것이 그 행위를 일컫는 것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인 본능적 욕구에 가까운데, 행복을 추구하는 것, 성공 추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고 아름답고자 하는 등의 애착과 열의의 욕구를 성적 추동, 에로스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무의식의 특성은 의식의 아래 수면위에 가라앉아 있는 부분인데, 프로이트 이전에는 무의식의 위치가 그러했다. 그것을 학문적으로 다루고 끌어올린 사람이 프로이트이다. 지금은 심리학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개념이다. 무의식을 이야기 한 사람은 많았지만 본격적인 학문으로 다룬 사람이 그이기에 무의식의 아버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마음을 돌보라는 무의식의 신호일 수 있다. 저자는 마음 안에서 세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주제를 통해 무의식이 대략 어떤 것인지, 우리가 왜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그것이 몸의 이상으로까지 나타나는 지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이 있는가?
큰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괜히 싫은 동성이나 이성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억압하고 있는 나의 싫은 모습을 상대에게서 봤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사람과 화해를 하는 것은 곧 나와 화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굉장히 그럴듯한게 나는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미운 경우가 있다. 그것은 내가 해왔던 감추고 싶은 어리석음 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불을 보았을 때는 신기해서 손을 갖다 대는 식으로 불을 자각하고 느껴보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통증을 느끼게 되면 나중에는 불을 보았을 때, 자각하려고 하기 보다는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이 우리의 삶을 채워갈 수록 우리는 황경을 경험하기보다 생각이라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 그래서 보고 있으나 보지 못하고, 듣고 있지만 듣지 못하며, 먹고 있지만 맛을 느끼지 못하고, 행동했으나 기억하지 못한다.
80-92 p 중에서 -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게슈탈트에 관한 이론이었다.
한 번 쯤은 가스불을 끄지 않은거 같아서 집으로 돌아와보면 잘 꺼져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치매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매환자는 자신이 치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스불을 껐는지 아닌지 기억 자체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억력과는 상관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그 순간에 다른 생각에 사로 잡혀 현재를 자각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해소되지 못한 게슈탈트가 쌓인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게슈탈트는 '지금 순간에 느끼는 자신의 행동 동기'를 뜻한다. 예를 들어 목이 마르다는 욕구가 들 때 하고 싶은 행동은 '물을 마시고 싶다' 이다. 목이 마른 것이 욕구이고 그 욕구 때문에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게슈탈트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쌓이면 그 미해결 과제가 많을 수록 마음이 제 기능을 잃고 게슈탈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해소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심리적 게슈탈트를 해소하지 못하면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을 자주 하며 현재를 살아가지 못한다.
불교의 명상에서도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게슈탈트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감정을 억압하게 되고 심하면 우울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니 무서운 일이다.
게슈탈트는 욕구와는 다른 개념이며 좀 더 본능적인 것이다. 누군가를 찌르고 싶다는 행동 동기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게슈탈트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전에 미해결된 게슈탈트가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다소 어렵기도 하다. 이 책을 보고 여기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슈탈트는 내가 원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이 알아 두면 좋을 개념이다.
어떤 학문이 과학이냐 비과학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학문의 내용이나 대상이 아니라, 연구 방법과 절차에 달려 있다고 한다. 즉 가설을 세우고, 수집한 자료에 근거하여 결론을 내린다면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도 사람의 마음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당연히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 94p 중에서 -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의 원인을 마음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귀인오류라고 부르는데 남의 마음을 넘겨 짚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남을 판단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굳이 찾지 않아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남의 마음을 섣불리 판단하려는 것보다는, 마음이 아닌 행동에 주목했던 스키너의 행동연구가 개인적으로도 신뢰가 간다. 마음연구는 피험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도 모르는 무엇의 영향을 받아 말할 수도 있는 답변을 근거로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이지 못하지만, 행동연구는 과학적이면서도 관찰과 반응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르 찾을 수 있다. 강화와 처벌 그리고 소거라는 행동 수정의 기본 원리는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이 원리를 아는 것 만으로도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심리학 대가들의 이론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이책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졌다. 스키너의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도 그 중 하나이다. 긍정 심리학으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만과 장피아제의 발생적 인식론도 마찬가지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은 얼마전에 구입해놓은 책인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책에서 언급된 책은 실패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에 장피아제의 발생적 인식론도 구매할 것 같다.
이런 류의 책은 잘못하면 심리학자가 심리학 이론들을 그저 소개만 하는 것이 될 수 있는데, 내 안의 다른 나라는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은근히 깊이가 있고 재미도 있었다. 마음이 혼란한 사람,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좋은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