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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평점 :
저자는 분석철학과 정신 철학을 탐구한 인문학 교수이다.
다양한 서양 철학들은 물론 인도와 불교철학 등 동양 철학도 연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도 참 다양하다. 플라톤 니체 부터 하이데거 알랭드 보통 까지 80명이 넘는 철학자들의 철학을 삶, 인간/자아, 지식/앎, 언어, 예술, 시간, 자유의지, 사랑, 신, 죽음 이라는 10개의 테마로 소개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해볼 고민들을 유명한 철학자들의 철학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으로 철학사나 철학자의 특정 철학을 깊이 알아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고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저 철학자의 소개나 나열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책으로서의 철학적 가치가 뚜렷하다.
이 책을 지은 철학자 케빈 페리의 철학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철학서이지만 그다지 무겁지 않다. 장마다 간단하게 철학자들의 약력과 각 주제에 맞는 철학을 소개하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이름을 듣거나 읽어 알게된 철학자들도 있지만 모르던 철학자들도 많이 있었다.
수 많은 저명한 철학자들 사이에 대중이 사랑하는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소개 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 글을 쓰는 것이 더 좋아 연구를 포기하기도 한 보통은 철학의 대중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철학의 현재 과제는 과학주의 비평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특히 와닿는다.
그럴듯하고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술에 불과한 신비주의적 학문을 주의하고 거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물론 과학으로 증명 되지 않았지만 진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같은 증명되지 못한 것들을 인정하는 순간 패키지 세트로 수많은 가짜들이 딸려들어온다. 뭐가 진실인지 구분할 기준이 모호해진다.
금전적 이득등을 취하기 위해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자기 목적을 숨기며 대의로 포장하는 가짜들이 너무나 많다.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강의를 들으면 그 듣는 순간에는 동조효과와 그럴듯하게 갖춘 논리구조 때문에 굉장히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그런 수법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에는 현혹이 된다. 허나 조금만 넓은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다시 되새겨 보면 수 많은 문제점을 감추고 진실속에 핵심적 거짓을 섞어 현혹시키는 사기술일 뿐이다.
작가들 중에서도 그런 가짜들이 많다는 것이 저절로 떠오른다.
사람들을 위하는 듯이 속이면서 과장된 희망을 품어주고 결국 자신의 책을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룬다. '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모씨는 인문학서를 읽으라고 권하지만 그 목적이 주술적이다. 과연 자신이 읽은 책을 이해하기나 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울 만큼 단순하고 달콤한 논리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만, 짜집기와 겉핥기에 불과하고 학문을 편향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자신도 유튜브에서나 책에서나 항상 단순 무식한 사고방식만 고수하면서 자기가 이야기 하는 책을 읽었는지도 의문스럽고, 추천 분류방식도 의구스럽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지적인 즐거움이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 답을 찾지만 답을 내놓지 않는 질문 자체에 대한 탐구이기도 한데 그것을 낯뜨거울 정도로 단순화 시켜 독자들에게 추상적인 실체없는 희망 - 똑똑해져서 부자가 될 수 있다 - 라는 미끼를 놓고, 그 가운데 자신의 책이라는 덫을 놓는다. 논어를 읽으면 생각의 기초공사와 뼈대가 완성된다는 무슨 노가다 십장적 사고관으로 철학을 이야기 하는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른다는 자체가 참 우습기도 하다. 그런 엉터리 책들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감정이 상할 것이고 오히려 반작용으로 더 맹신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조심스럽다.
왜 사람들은 전문가의 책을 읽지 않고 전문가도 아닌 짜집기 장사꾼의 책을 선호할까?
쉽고 친근하고 재미있게 쓰였기 때문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것에 부분적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장사꾼의 책이 아닌 진짜 철학자의 철학서도 쉽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인기가 없다. 읽어보지도 않고 어려울거라 짐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정도는 어려워야 배울 것도 있는 법이다. 보통 아는 것 7 모르는 것 3이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비율이 더 낮아지면 효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3 이하의 책은 읽지 않으려고 한다. 차라리 아는 것 3 모르는 것 7이 되어 읽기가 어렵더라도 어려운 쪽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사짜들의 책을 읽는 것은 몸이 아픈데 의사를 찾지 않고 주술이나 야매 치료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심리학 책은 심리학자, 철학책은 철학자의 책을 좀 읽자. 그럴듯한 입에 발린 달콤한 말만 뱉어대는 장사꾼의 목적이란 오직 자신의 이득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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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티는 '세계의 어떤 사실과 연결되는 우리의 생각에 따라 진리를 생각한다면 이는 진리를 잘못 인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관적이지만 잘못된 진리를 이야기 한다. 우리의 마음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은유가 갖는 문제는 마음을 통해 반사된 것이 현실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의 생소한 철학이 어렵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것은 핵심이 아니다.
간단하게 넘어가도 좋을 것이다. 그런 것은 이 책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철학자들의 이름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인용해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중요한 것이다. 철학자를 알게 되는 것은 그저 부가적인 보너스 같은 것이다. 책에서는 각 철학자들의 약력과 철학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본론에 들어가는데 그 본론이 중요한 핵심이다.
내가 철학서적을 읽는 이유는 철학자들의 이름이나 철학을 외우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생각의 도구로서 활용을 하기 위함이다. 깊은 사고에 천착했던 그들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내 나름대로 사고를 해봄으로서 사고방식의 폭이 넓에지는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일상생활에도 분별력이나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철학에 대해서 깊이 알면 좋겠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저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누구나 고민을 해보게 되는 10가지 주제에 대해서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은 괜찮은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