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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 넷플릭스부터 구글 지도까지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발견
스테판 바위스만 지음, 강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철학자들이 곧 수학자였다는 그리스 시대.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문과와 이과라는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학문이 어떻게 하나의 학문처럼 여겨졌을까? 인문학과 수학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학은 과연 인생에 도움이 되는 학문인가?
수학을 일찌감치 포기해 버린 사람들은 '계산기가 다 계산 해주는데 그걸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하나?' 라는 핑계거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 나는 수학이 얼마나 필요하고 쉬운 학문인지 입증하고 싶다 '
수학은 딴세상의 학문, 마치 외국어를 읽는게 더 쉬워 보일정도일 지경인데 쉽다니! 학교 수업 말고는 필요없어 보이는 학문인데.
저자가 불과 스물 한살에 '수학철학' 으로 박사 학위를 딴 천재라서 쉬워보이는건 아닐까? 과연 평범하디 평범한 나에게도 쉬울 수 있을 것인지... 이 책은 수학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보는 에세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수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흥미를 갖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씌여있다.
왜 수학을 배워야 하나? 수학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수학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수학공부하는 학생이나 부모님, 수학을 포기했던 나같은 사람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무엇을 공부할 때 이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겐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동기가 부여가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학박사가 될 수도 있고 수학 포기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학문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면 공부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판단력과 주관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학교가 그런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주관이나 판단력은 어른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긴 하다만. 공부 잘해야 돈 잘 벌고 훌륭한 사람 된다는 막연하고 정확하지 않은 말로 때우는 것은 반감만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예가 많을 뿐더러, 동기라는 것은 좀 더 구체적이고 개인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수학 과목에 있어서 학교가 못해주는 그런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20210502_221200.jpg](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blog/2021/05/03/000f56588a0a4c7194be40c76b4ba5e9.jpg)
책을 읽어본다면 누구나 수학이 '쓸모' 있다 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검색이나 알고리즘은 수학을 통해서 결과를 산출한다. 우리가 쉽게 하고 있는 컴퓨터는 수학의 이진법을 언어로 사용한다.
수학은 우리의 상상이상으로 이미 음지에서 '쓸모' 있게 쓰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자주 보고 신뢰하기도 하는 '통계'만 해도 수학인데...
1960년대의, 이름마저 수학적인것 같은 천재 수학자 '퀀트'는 수학을 이용해 라스베거스에서 수학을 이용해 블랙잭을 이기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그는 실제로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라스베거스로 가서 블랙잭을 했는데, 불과 1주일 만에 판돈의 2배 이상의 돈을 땄다고 한다.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주식시장도 수학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평가된 증권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증권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에서 30년간 연평균 20%의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수학과 철학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철학은 그냥 그렇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항상 논리적이다. 논리는 수학의 체계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눈으로 보이는 것은 실제가 아닌 실제의 그림자로 보는 이론인데, 잘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도는 실제 땅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지도는 땅을 비슷하게 그려낸 것이지 땅 자체가 아니라는 말로서 우리의 행동이나 말이 우리 자체는 아니다라는 인식에 주로 쓰인다. 사람은 감정적이기 때문에 내가 잘 모르고 한 행동이나 결과적으로 어리석게 된 행동 때문에 실수를 하면, 내 자신이 실수투성이인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고 나와 내 행동을 분리하면 나 자신이 실수가 아닌 내 행동이 실수인 것이 된다. 그것은 책임회피같은 것이 아니고 그 행동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고 다른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한 사고 방식이다.
이데아라는 개념은 이것보다 더 어렵다.
위의 말을 인용하자면 '땅은 실제 땅이 아니다' 라는 말이 되는 건가?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 있지만 이데아라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밝혀진게 거의 없던 시절, '신' 이라는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대의 사관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철학자들이 신을 잘 언급하진 않지만, 신이 있는 세계에서는 반드시 '영혼'이라는 추상적인 존재가 늘 있고, 그 영혼의 관념이라는 것이 육체의 실체 즉 이데아로 보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플라톤은 우리가 보는 사물도 그림자에 불과하고 숫자는 인간의 세계가 아는 다른 차원에 부유하는 어떤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아주 고대의 생각이기 때문에 깊기는 해도 저자의 말대로 너무 멀리 나간것 같긴하다.
매트릭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매트릭스에서의 공간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잘 이해되지 않는 개념을 '수학' 이라면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구글이나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길을 찾아내고 영화를 추천하고 추천할 수 있는지, 겉으론 보이지 않는 수학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더이상 수학의 '쓸모'를 논하는 것 자체가 쓸모 없을 지경이다.
수학은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학의 비유도, 언어의 추상적인 단어도 수학만큼 세상의 추상적인 것들의 본질을 표현하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0502_221210.jpg](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blog/2021/05/03/c2a27eedf8b94969b9935f71d44187d1.jpg)
수라는 개념, 단어 자체가 없는 소수 부족들도 수학에 대한 기본 감각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이나 어린아이도 그런 감각이 있다는 것을 실험한 결과도 재미있었다. 수학의 기원과 수학과 함께한 역사이야기도 재밌었다.
수학은 복잡하지만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고 축소 시키기도 한다.
제일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알고리듬에 관한 이야기다.
수 많은 정보 중에서 어떤 것이 엉터리 정보이고 어떤 것이 좋은 정보인지를 판별하는 것, 조회수 보다 신뢰도가 높은 싸이트와 연계된 정보를을 걸러 결과를 보여주는 것등도 수학적 계산으로 가능하며, 그것은 굉장히 이치에 맞고 논리적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구글에서 원하는 결과를 쉽게 찾을 수가 있고, 넷플릭스에서 내가 마음에 들만한 영화를 추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수학의 추론은 인문학의 것과 많이 닮아 있다. 무엇이 의미있는 정보인지, 쓸데없고 신뢰가 안가는 정보인지를 가려주는 것에 수학을 적용하니 높은 적중률로 정보를 보여준다.
물론 저자도 지적했듯이 이런 결과는 확증 편향적이거나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특히 나에겐 넷플릭스가 그런데, 다양하고 식상하지 않은 장르를 좋아하는 내게 많이본 장르이기 때문에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삼류 공포영화를 추천해 주는 경우가 그렇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은 내게 많은 도움은 되질 않는다.
확실히 인터넷 초창기인 90년대 말에는 검색을 하면 엉터리 가짜 정보나 엉뚱한 결과를 보여줄 때가 많았는데, 현재는 많이 진화하여 정확한 키워드만 입력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찾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을 읽으니 앞으로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세상의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도덕적이든 아니든. 수학을 모르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세상 돌아가는 방식' 이 수학을 잘 아는 사람에겐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수학을 포기한 것이 참 후회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학생이라면 미래를 위해서 수학을 공부할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