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정보의 홍수 속에 많은 것들이 불확실해졌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는 지, 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그른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만 보고 쉽게 믿기 때문에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은 묻히기도 한다. 세계화를 지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 중국의 부상과 오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어진 혼란은 세계가 격변하고 있다는 것을, 정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의태란 생물이 공격이나 자기 방어를 위해 몸체의 색과 모양을 주변의 동식물이나 자연환경과 똑같이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국가 단위의 의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 유럽등은 의도를 감추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의태화한다는 설명을 하는데, 특히 일본 중국의 경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일본의 의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중국도 동북아 공정등을 뒤에서 공작하면서 겉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뢰성이 낮은 정보로 넘쳐나는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것들은 발견하기 힘들다. 저자의 사례처럼(저자에 대한 왜곡된 보도가 위키를 통해 널리 퍼진 사건)진실속에 교묘하게 섞여들어가 본질을 왜곡하지만 아무도 진실을 검증하려들지 않는다. 근거 없는 소문이 확인없이 진실처럼 떠돌아다니고, 특정 세력의 목적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는 것이 세상이다. 저자가 지적한바 대로 인터넷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현실세계에서 처럼 판결해줄 사람도 없거니와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에 교묘하게 스며들어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 현재이다.

 

 

20210505_232855_HDR.jpg

 

 

29세에 200년 전통의 독일 본대학 철학과 최연소 석좌교수가 된 저자는 신실재론을 설파하는 철학자이다.

저자는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가지 위기들을 가치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테크놀로지의 위기로 규정하고 그것을 신실재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실재론이란 좀 복잡한 개념이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러개의 현실을 포괄하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존재하며 그 하나하나의 현실을 원칙상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인간은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현실을 만들어 왔고 디지털 화로 그것이 무너진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철학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간다. 도시에 대한 콘셉트는 독일인과 일본인과 한국인이 다 다를것이다. '남자'라는 개념에 대해서 남자는 어때야 한다는 생각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자기가 생각하는 남자라는 개념과 남이 생각하는 남자라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은 오답이고 내 생각이 당연히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창시절 똑같은 답을 맞추던 습관때문인지 몰라도 정답은 하나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 한국에서 그 정답은 다수의 사고 방식이다. 다수의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천박한 생각도 이기적인 사고방식도 집단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옳은 것이 되버린다.

 

 

저자의 신실재론과 좀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sns같은 가상의 사회 정치적 공작과 거짓등으로 인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별력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본다. 해야 될것은 하지 않고 안해야 될것을 따지고, 주제와 상관없는 것에 집착을 하고 주제는 뭔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진다. 존재하는지도 확실히 모르는 것들을 존재한다고 믿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외면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상을 하나 혹은 두가지로 설명하려고 하고 규정하려 하고 거기에 속하지 않으면 배척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현상은 수 없이 나뉘어져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실제가 아닌 사이버 현실속에서의 규칙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중요하지 않은, 2분이면 끝날 것들을 이분법으로 질질 끌며 서로 옳다고 싸우는, 전혀 발전없는 토론에 힘을 쏟느라고 정작 현실세계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게 되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보다는 다수가 진실이고 힘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이분법적 논쟁에서 더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 식의 소모적인 싸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저자는 도덕적 관념은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종이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대학살과 흑인 노예 사냥은 그들을 같은 종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참극이 아닐까 싶다.

도덕적 관념의 잘못된 판단도 문제이다.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될 문제를 종교나 도덕의 이름으로 강요하고 간섭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성애의 문제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할 생각이 없고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동성애를 하지 말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반대로 내 권리를 동성애자가 침애하는 일이 생길 때에는 반발할 것이다. 그런데 특정 종교 및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친 간섭과 억압을 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그러하다. 인터넷에서는 저자의 말처럼 민주주의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20210505_232937.jpg

 

많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내가 보기엔 굉장히 균형적인 시각을 담고 있고, 공감이 많이 된다. 인종과 편견에 대한 장은 특히 그렇다. 차별도 특별함도 모두 주의해야 할 특징이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듣고 자란 아이가 흑인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흑인과 친구가 되었다면 그 다음단계는 흑인을 특별 대우 하는 것이 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굉장히 동의 하는데, 여성은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는 존재인 것에 자명하다. 그 점에서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다. 허나 차별을 넘어섰다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아서도 안된다. 흑인도 백인도 동양인도 그냥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여자도 남자도 성전환자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과거에 차별을 받았다고 해서 지금 특권을 누려야 된다는 주장을 하는 페미니스트도 있는데, 그것은 연좌제 처럼 아버지가 노비였으니 너도 노비다 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는 또다른 차별인 것이다.

 

 

유명한 철학자라지만 나는 처음 접하는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다른 저서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신실제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목소리도 한 번 귀기울여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철학은 여전히 내게 어렵지만 그래도 이책은 분량도 적고 쉽게 풀어쓴 책이라 재미도 있었다.

서양 철학사를 이야기하는 책들처럼 플라톤이 어쨌고 소크라 테스가 어쨌고 이런 얘기를 질질 끌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는 철학이라서 좋았다. 철학 용어 같은것을 잘 몰라도 읽을 수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보통 책보다 약간 작은 판형에 200페이지를 겨우 넘는 얇은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는 두꺼운 책 이상이므로 참 할말도 많고 떠올랐던 생각도 많았는데, 다 적자면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 이만 줄이겠다. 이미 굉장히 길어진것 같다.

책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생각을 하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보다 책을 보고 어떤 사고를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말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자유롭게 마음대로 쓴 리뷰임을 알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