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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자본주의 시대 -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
쇼샤나 주보프 지음, 김보영 옮김, 노동욱 감수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평점 :
구글과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정확한 결과와 편리함을 주었다. 특히 구글은 내가 검색하던 상품이나 그와 비슷한 추천 물품을 일정기간동안 광고창에 띄워주는 친절함? 을 보이며 나를 놀라게 하였다.
이게 참 편리할것 같기는 하지만, 내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다. 개인정보 침해는 둘째치고 - 뭐 그때는 내 검색 기록 같은게 그리 중요한 개인정보일거 같지도 않았고 - 내가 원하는 상품과 비슷하지만 원하는 상품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샤프를 하나 산다고 치면 수백개의 결과가 나온다. 그 많은 물건중에서 아무거나 살 수 없기 때문에 조사를 통해 브랜드, 사용 후기, 가격과 디자인등 나름 내 기준으로 검토해서 사는 편인데, 그냥 비슷한 물건을 추천해줘 봤자, 결과에 나오는 수백가지중 하나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어떤 물건이든 내가 찾는 것과 비슷한 물건을 뉴스기사를 보고 있을 때 뜬금없이 광고창에 띄워준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구글의 고객이 참 많다는 것일테다. 이처럼 구글은 우리의 검색 기록을 수집해서 그들의 고객님들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한 편으론 상부 상조 하는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기업들이 개인의 정보를 공짜로 수집해 자신의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행태를 '감시자본주의' 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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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사회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게 느껴진다. 다른 학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독서력이 짧아서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너무 가볍고 읽기 쉬운 책만 읽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발전을 하기 위해선 어려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안일했던것은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다.
사회학자로서 독자가 공감할 만한 현상으로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짧게 요약할 것이 아니므로 직접 읽어보길 권하지만, 여기서는 굉장히 단순화 시켜서 인용해보려한다. 내가 부족하여 저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 가능성도 있다.
근대화 이후 1차 현대성은 다수의 사람들이 전통적 규범, 의미 규칙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삶이 '개인화' 된 시기를 나타낸다. 20세기 후반 이래 개인의 서사는 2차 현대성의 국면에 접어 들었는데, 삶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식, 자아를 찾기 위한 것등을 말하는데, '대중' 이라는 집단의 일원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 체제 개발로 인한 산업화로 일반 민중들도 자본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나, 날이 갈수록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봉건적 유형으로 회기 하였으나, 민중들의 자아는 회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났다. 포드의 대량생산 경제 논리가 세상을 크게 바꾸었듯이, 구글의 감시자본주의 시스템은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고, 현실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되고 혁명처럼 부상한 애플의 '에어팟'이 제 3차 현대성의
애플의 에어팟 이후 근 10년 동안 일어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무료인척' 하고 제공한 서비스의 댓가로 뻔뻔하게 요구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기업이 현금화하는 자산이 되어버렸다. 책에서 비유한 데로, 구글 같은 기업의 생산지는 공장이 아니고, 원재료는 석탄 같은 광물이 아닌 우리들의 '정보' 인 셈이다. 이런 원재료를 작은 댓가를 던져 주고 거의 꽁짜로 마음껏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착취 무역이나 다름 없다.
애플이나 페이스북의 성공을 주커버그나 잡스의 영웅화로 포장하면서 지배적 자본주의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대부분은 그렇게 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에, 면역 체계가 없는 것처럼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가 구글을 검색할 때 검색 쿼리(정보수집에 대한 요청에 쓰이는 컴퓨터 언어)는 검색키워드, 검색조건의 수와 패턴, 쿼리 작성 문구, 철자와 구도점, 체류시간, 클릭 패턴, 위치 정보 등 부수적인 데이터 항적을 생성하게 된고 한다.
주커버그는 '사생활 보호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라는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고 한다. 페이스 북의 비콘(위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신호를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기기)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허락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정당화 하려는 발언인 것이다.
그 누구도, 대법원 판사조차도 읽기를 꺼려하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용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을 쓰고 있다. 약관을 다 읽는다해도, 일부러 길게 늘려놓은 것처럼 방대한 약관을 읽는데 낭비하는 시간이 어마아마 하다.
이들은 처음엔 광고도 없이 무료로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나중에는 강제로 광고를 보게 하고 개인 정보를 자신들의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카**톡이나 네*ㅂ도 처음에는 무료로 앱을 제공하는 것처럼 굴더니, 그 시스템에 사람들이 익숙함을 넘어 필수적인 앱이 되버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업데이트를 빌미로 광고를 끼워넣기 시작했다. 현재 카페앱에서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처럼.
이것은 마치 사냥꾼이 덫을 쳐놓고 사냥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 다른게 있다면 사냥은 한 마리당 한 번 잡으면 끝이지만, 사람의 정보는 계속 뽑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선 이런 현상을 '행동 가치의 재투자 싸이클'이라고 부른다. 아이팟처럼 판매할 제품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런 시스템을 가중 시킨다.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에 구글의 '고객님' 들을 배치 해놓고, 사골 우려 먹듯이 순환 시킨다. 사람들의 행동 정보를 행동 테이터화 하고
하지만 우리는 덫에 달린 작은 사탕에 만족하며 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으로 보면 별거 아닐 수 있다는 착각이 들수가 있으나, 다수가 모이면 금보다도 비싼 어마어마한 원석이 되는 것이다. 악플을 한 두 사람이 쓰면 그냥 악플이지만, 여러 사람의 악플이 모이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흉기가 될 수도 있듯이. 예를 들자면 우리에겐 100원의 가치 밖에 안되는 것이지만 그걸 천만명이 모으면 10억이 된다. 그 10억의 정보를 한 사람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10억은 회사가 계속 가지고 있고, 그 10억을 잠시 이용하는데 광고주들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 사이클이 계속 돌아가면 갈수록 어머어마한 축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간 내지 소규모 사업자들이 이런 시스템을(알고리즘 등을 이용한 개인정보 착취의 사업 시스템 등) 모방을 하게 되고, 그것으로 부를 착취하게 되고 돈을 벌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화 되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미 부동산 투기가 투자란 이름하에 어느정도 용인되고 정당화 되어 있는 것처럼. 주커버그의 발언들에 숨겨진 의도를 생각해보라.
그런 식으로 성공한 인간들은, 성공한 뒤 보통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발언들을 하기 마련이다. 그냥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뿐인 사람들을 기만하며.
아파트에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청약 경쟁에 뛰어들어 이득을 취하게 만드는 것처럼 이런 현상이 남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비약을 낳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개인들은 이용 당하는지도 모르고 이용을 당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구글의 고객들에게 매출을 올려주고, 고객들은 구글에게 댓가로 광고비용을 지불한다. 너무나 빨리, 알아차릴 시간도 없이 이런 시스템이 정착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복잡한 수학적 시스템은 지금도 우리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것은 주민번호를 해킹당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개개인에게는 별 피해가 없는 듯 보이지만 이런 개개인의 티끌이 모여 이미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고 더욱 강화되며, 지배 구조를 구축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알게 모르게 좌지우지 될 것이다.
카오톡 이모티콘 하나를 2000원에 구입하면 600원 가량을, 별로 상관도 없어 보이는 구글이 가져간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것 말고도 수 많은 수익 구조를 구축해놓고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뻔뻔스럽게 신뢰를 요구하고 인류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식으로 거짓을 꾸며댄다. 그 이면에는 강력한 수익구조의 이익이 복잡한 수학 공식 처럼 교묘히 숨겨져 있다.
우리는 지출만 열심히 하게 되고 기본적으로 구글에게 가는 광고비, 수수료가 포함된 금액으로 물건을 사게 된다.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가 더 강화되기 전에 해체하기 위해선, 책에서 소개한 스페인의 몬테스 가족의 일화처럼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맞서야 한다고 보는데, 매우 일리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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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빨리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주석부분을 빼더라도 700페이지가 넘고, 내용이 어려워서 읽는데 쉽지 않았다. 또한 갖가지 사회, 역사적? 현상들을 설명하는 용어들을 잘 알지 못해 더욱 더뎌진것 같다.
그만큼 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관심은 둘째치고,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필요성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줬다.
배움이라는 것은 평생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포기해버리면, 문자를 독점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사대부들에게 놀아나던 백성들처럼 될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너무도 유명한 말을 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한가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는 말을 했다. 한 두가지로 해석될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 말이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틀릴 수 있다는, 항상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의 이야기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 이 책을 어떻다 판단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 나를 겸손하게 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다.
경제든 투자든 내 위치에서 묵묵히 내 일을 해나가든 간에 급변하는 시대에 놓여있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면 도태되는 것 같다. 진화를 하지 않는 종은 도태된다는 자연의 법칙처럼. 거울나라 앨리스의 말처럼 내가 달린다고 해도 주변 세상도 달리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른다.
이게 단지 열심히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된다는 의미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책이라고 보인다. 문제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지나갔는지 조차도 몰랐던 것들을 천천히 우리에게 풀어주고 있는 책이다.
또한 우리의 주체성을 우리가 지켜야 함을 역설해준다. 아무도 나를 위해 내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권리가 침해당하는지도 모르고 서서히 잠식당한다면 무력해져버릴 것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권력을 가진 기업이 되려는,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조차 넘어서버린 공룡 기업, 봉건시대 왕조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거대 콘체른이 더욱 거대화되는 '빅아더'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우려는 우려를 넘어선 공포의 대상이다. 더 무력해지기 전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항해야 한다. 이 책이 단지 근거 없는 음모론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님을, 환경의 심각성을 이제야 인식한 것처럼 앞으로 점점 더 알게 될 것같다.
물론 저자의 우려처럼 되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알아야 보이는 것이 있는 법이다. 이 책을 읽고 그런 변화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이 찬사를 보낼 만큼 의미있고 좋은 책인 것 같다.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투자한 시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책이 될 것이다.
한 교수는 이 책을 한나 에렌트의 위대한 책 '침묵의 봄' 에 비견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포함 총 세권의 저서를 출간했다고 하는데, 80년대 말에 출간된 [스마트 기계의 시대], 21세기 초에 쓴 [지원 경제] 이다. 두 책 모두 한국에서는 출간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아쉬웠다.
책의 문장을 인용할려고 따로 적어 놓았는데, 인용할 만한 구절이 너무 많아서 생략하겠다.
서평의 목적은 책을 읽고 간단한 소개를 겸할 수 있는 줄거리와 요약, 개인적 감상을 공유하는 것에 있지 책 내용을 전부 요약해서 알려주는데 있지는 않기 때문에, 책의 개요를 대략 쓰는데만도 이 정도의 분량이 나온지라 너무 길어질거 같아 이만 써야 겠다. 내가 감상을 늘어놓는 것에 비해 요약을 하는 것에 비해 요약을 잘 하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낀 것 같다.
어수선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나의 부족함 때문이지 책의 부족함이 아니다. 추후에 다시 한 번 읽고 따로 재독 서평을 써볼까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추천사가 과장된 문구가 아닌 것같다. 정말 중요한 통찰을 주는 책이다. 책의 내용에 동의를 하던 아니던 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