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이 관계를 조종하는가 - 뇌과학에서 배우는 인간관계의 숨겨진 법칙
글렙 치퍼스키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1년 8월
평점 :
직감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기억이 나지 않는 누군가에게 배웠다.
어떤 상황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직감은 그것을 따르라는 충동을 일으킨다.
성공적인 결과만 기억이 나서 그런지 직감을 따르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혹은 직감을 따르지 않았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나면 직감을 따를 걸 그랬다라는 후회가 들기 때문에 더욱 직감을 신뢰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그 직감이라고 내가 느낀 감정이 자주 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별로 피해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주식을 사야될것 같은 직감이 들었을때 사서 손실을 보면 잃었다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판단을 잘못한 내 탓이 되버리고 그것이 직감을 따른 결과라는 것은 잊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떠한 책에서는 이런 직감을 신뢰하라고 까지 이야기 하기 때문에 별로 의심이 없었으나, 인지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따르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이 책도 물론 그렇다. 그리고 나도 이 책을 읽기전에도 '직감이라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라고 표현하면 좀 우습겠지만 아무튼 직감이라는 것이 정확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일단 직감이나 편향이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을 다른 책들에서 읽어 이미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을 처음 접한 사람은 굉장히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뇌과학자로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뇌의 인지 오류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인지편향, 인지왜곡, 논리적 오류, 증거은닉의 오류, 주의 편향, 귀인오류등 수 많은 오류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 많은 편향이 있어서 머리가 어지럽고 혼란이 올 지경인데, 그것을 분류해놓자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것과 위험과 보상, 자원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의 네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그 중에서 타인에 대한 인식오류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소통의 불통을 낳는데,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이다.
사람은 편향적이다. 얼마나 편향적인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확증편향은 누구나 조금씩은 일어나는 현상이다. 믿기지 않는 사실을 믿기보다는 믿는 사실에 대해서 그 근거를 찾으려 한다. 인지편향은 더욱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물이 반컵이 남았을 때 반이나 남았는지 반 밖에 안남았는지 의미를 두는 것은 뭐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인간의 관점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은 그냥 물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종교를 진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같은 일신교의 분파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도가 서로 상대방을 선교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보면 생각만해도 분쟁으로 비화될거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중에 누가 옳을까?
각자 서로 옳다고 믿을 것이고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둘 다 틀렸다. 이슬람은 기독교와 무신론자가 틀렸다고 생각할 것이고 기독교는 이슬람과 무신론이 틀렸다고 생각할게 분명하다.
과학을 신봉하지만 과학이 이 지금까지 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지만, 밝혀지기 전까지는 전의 것을 믿을 것이다. 과학이 틀릴 수 있다고 입증되지 못한 것의 가능성을 다 믿어버리면 믿도 끝도 없다. 1프로의 가능성을 위해 99%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낮은 가능성을 믿는 사람도 그 99% 중에서 1%를 믿는 것이지 99%의 모든 가능성을 다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종교로 치면 세상에 신이 너무 많고 그것을 다 믿으면 일신교계의 신은 성립이 안된다. 그렇다고 그 일신교를 믿는다는 것은 입증이 안된 99%의 범주 안의 것을 믿는게 되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이 편향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받아들이면 고집스러운 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고집은 신념이라기 보단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신념과 고집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그것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가끔 고집스럽다는 말을 듣는다.
내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집단의 움직임과 다르면 그런 말을 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너무도 쉽게 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게 왜 옳은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나는 많은 사람이 믿는다고 옳다는 것이야 말로 편향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질서를 위해 따를때도 많지만 개인의 의견을 충분히 낼 수 있는 부분이나 선택이어야 할 부분도 그런 강요를 한다는 것이 문제이고 그 부분에서 고집스럽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런 점을 저자는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을 설명하려거나 수정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사람이 편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편향적인 사람일테니.
내가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을 좀 더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조언이었다.
다른 사람도 나를 이해못할 것이고 나도 마찬가지일 것인데 누가 옳은지 그른지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앞서 설명한 종교문제와도 비슷한 부분이다. 그저 가능성을 열고 서로 인정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게 참 안되기도 하지만서도.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참 알차고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서로를 더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