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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WILL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단 하나의 힘
윌 스미스.마크 맨슨 지음, 김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평점 :
자서전을 처음 읽어보았다. 특히 연예인의 책은 읽어본 적도 없고 읽어볼 생각도 없었다.
그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본업과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책은 책의 전문가들이 따로 있다. 영화배우는 영화로, 가수는 음악으로 만나는게 좋다.
10여년 전 경기도 지역의 방송국에서 시설관리 일을 할 때 많은 연예인을 복도를 지나가다 마주 쳤지만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자고 한적이 없다. 개인적 친분이나 용무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 동창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연예인이 있는데, 서로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 연예인은 그냥 TV에서 만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옳다는게 아니라 내 관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윌스미스의 자서전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마크 맨슨이 윌스미스와 공동 저작을 했는데, 마크맨슨의 책을 재밌게 읽었던 경험이 있었고, 정확히 이야기 하면 윌스미스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반 책보다 크고 55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읽어나간것 같다. 많은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보통 책을 읽을때 약간의 속독으로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재미가 있어서 일부러 천천히 읽어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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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타의 삶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 한 인간의 이야기다.
어린시절부터 랩퍼가 되고 TV시리즈의 배우가 되고, 영화배우가 되고 큰 성공을 거두고 행복과 고난과 좌절과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이야기다.
윌의 아버지인 윌러드 캐럴 스미스 1세는 군인이었고 엄했으며 알콜 중독자이고 폭력적이었다. 어머니는 재혼이었고 전남편 사이에서 생긴 딸을 데리고 그와 결혼을 해서 윌을 낳았다.
아버지의 엄한 규율은 그가 영화배우로 성공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최대의 고통이기도 했다.
키크고 잘생기고 사업도 잘하는 흑인이었던 윌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사람이 돌변해 어머니를 때리고 누나를 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윌이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반항이나 저항이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분이 나아지면 덜 폭력적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 그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들이 연기자로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것을 피드백 삼아 성장한 것은 윌 본인의 의지이지 그것으로 부모의 폭력이 정당화 되거나 미화 될수는 없다.
그의 아버지는 폭력만 휘두른 것은 아니라 윌에게 힘든 것을 참아내고 앞일에 집중하며 하나씩 해야 할 일을 하며 결국 성취해내는 자질을 교육시켰다. 그가 최정상의 배우로서 오랫동안 롱런한 이유는 주변의 사람들의 도움도 크지만 본인이 굉장한 노력과 집중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린시절부터 친구인 매니저 JL과 DJ 재지제프등의 도움이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한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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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에게 대학 교육은 매우 중요했다.
아주 우수하진 않지만 괜찮은 대학에 입학할 실력이 되었던 윌은 힙합가수가 되기 위해서 대학을 포기하려고 하다가 그의 어머니와 충돌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1년 안에 성공을 하지 못하면 대학에 가라며 중재를 했고, 윌은 하루종일 집에서 음악작업만 하는 음악덕후 DJ 재지제프와 함께 힙합가수로 성공을 거둔다. 윌스미스가 랩퍼였다는 것은 얼핏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음반을 300만장 이상 판매한, 그레미상 수상자일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몰랐다. 힙합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랩퍼중 하나인 투팍이 91년도부터 음반활동을 했는데, 윌은 86년에 첫 활동을 시작했다. 투팍은 윌스미스의 아내인 제이다와 우정으로 굉장히 친한 관계였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성공은 자만을 불러왔고, 그와 친구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보디가드였던 찰리 맥의 무모하게 보일정도의 추진력으로 생긴 기회로 파티에 참석해 시트콤에 캐스팅 된다. 갑자기 배우가 되었지만 그의 어릴적 생존방식이자 재능이기도 한 연기는 아주 잘 맞는 옷이었다.
첫번째 결혼으로 낳은 아들 트레에이와 두번째 부인이자 현재의 부인인 제이다와의 결혼으로 낳은 제이든와 윌로우.
딸 윌로우는 가수로 상당히 성공을 했고, 제이든은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찍은 것을 계기로 영화배우가 되었다. 성룡과 찍은 베스트 키드는 세계적으로 성공을 한 영화다.
나쁜 녀석들을 시작으로 인디펜던스데이, 맨인블랙, 아이로봇, 행복을 찾아서, 나는 전설이다, 핸콕 등 수많은 그의 영화가 대성공을 이루었다. 10년 이상 계속된 그의 흥행불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이 된 그는 그러나 가족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혼과 이혼과 연애를 밥먹듯이 하는 다른 헐리웃 스타들과는 달리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윌의 성공을 위한 집념과 노력은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했는데 오히려 가족과 멀어지는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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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낀 그는 너무나 바쁘게 달려온 삶을 되돌아 보는 여유를 갖는다. 그 누구도 쉽게 해낼 수 없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정말 원하는 것은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명상을 하기도 하고 헬기에서 번지점프를 하기도 하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고 배울점이 많고 독자로부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데, 요약을 하는 것보다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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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에 평생 관심을 크게 가져본 적이 없는 나인데도 재미있게 읽었다.
성공한 유명인의 삶 이야기가 자극적이어서 재미있었다기 보다는 그의 가치관과 성공의 원인, 고통과 좌절의 극복, 큰 성공후에 다가오는 댓가, 그의 삶에 대한 태도 등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영화 알리를 찍으면서 무하마드 알리와 만나 욕망과 목적의 차이에 대해서 깨달은 부분, 넬슨 만델라의 인자한 미소에서 할머니를 떠올리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좋은 부분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책이었다.
자전적 자기계발서라고도 할 수 있다. 남의 성공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자신은 책팔러에 불과한 작가의 책보다 직접 경험하고 깨닫고 부딛히고 맞선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와닿는 것도 배울 것도 많았다.
예를 들면 어떤 자기계발서에서 윌은 독서를 즐기고 그것이 성공요인이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윌은 성공하기 전까지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았다고 한다. 성공의 정점에 오른 뒤에 책을 읽었다. 이모씨의 책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유명인의 이름을 팔아 확증편향적 주정의 자료로 쓰는 자기계발 전문작가의 한계이자 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결과 직접 성공한 사람이나 과학자나 심리학자가 쓴 책을 읽는게 낫지 전문 작가라면서 자기계발서만 쓰고 관련 강연만 하는 사람의 책을 나는 권하지 않는다.
인생에 명확한 답은 없다. 삶의 각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다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답이 될 수 없다. 윌처럼 성공을 거둔 단계에서의 깨달음과 그렇지 못한 단계에서의 깨달음은 같은 입력이라도 다르게 출력될 수 밖에 없고, 같은 입력이 들어올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 깨달음을 배우는 과정이지 결과나 답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무엇인가에 굉장한 노력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은 영화 알리를 촬영하면서 만난 윌의 복싱코치가 가르쳐주었던 혹독한 자기 관리가 답이 될 것이고, 너무 일에 몰두를 하다가 자신과 자신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른 사람은 윌이 후에 느꼈던 감정이 답이 될 것이다. 자신의 답이 타인에게도 당연히 적용될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것도 답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