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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영음 - 한국어만 제대로 알아도 영어가 보인다
김익수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영어의 문법과 5형식에 갇혀버린 것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영어 이론의 세습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보면 우리가 19세기 말 처음 영어가 들어왔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참 잘했다고 한다. 외국 사람들도 놀랄 정도였다고, 그럼 그분들은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셨을까?
국어를 잘하면 영어도 잘 할 수 있다고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국어 문법을 배울 때는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을 지나왔다. 국어 문법이야말로 체계적이면서 복잡하다. 말을 문법에 맞게 잘하지 못하지만 우리말을 하고 쓰는 것은 문제없다.
영어는 '아이 고우 투 더 스쿨' 등 언제까지 학교에 다닐 거냐, 예전 시트콤에서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는데 막상 생각나는 영어가 없어서 한다는 말이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학교 다닐 때 배웠으니까, 그럴 수 있겠지. 그때 한참을 웃었지만 그 상황은 퍽 절망적이었다.
훈민영음 35쪽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역할에 대해서 토씨를 활용해서 공부를 하니, 쉽게 입에 붙는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식판을 활용해서 영어의 기본을 설명해 준다. 국수를 왼쪽에 담으면 밥이 되고 오른쪽에 담으면 국이 되는 식이다. 영어는 고립어라서 틀에 따라서 품사의 역할이 변하는 성질이 있다.
책에서 클로즈를 통해서 영어의 역변성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클로즈와 같은 성질을 가진 품사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인칭대명사의 단수와 복수를 외울 때 영어보다는 한글을 크게 쓰고 그 밑에 영어를 적어서 외웠다. 어쨌든 그게 더 쉽게 외워졌는데 달달 외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난다. 우리의 말에는 대부분 주어가 빠져 있다.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때 '당신'이라거나 '너'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알아들으니까. 영어는 확실하게 상대방을 가리킨다.
명사의 경우에는 주어와 목적어, 보어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다. 명사 자리에 위치할 때의 토씨와 형용사의 토씨로 사용될 때의 예를 알려준다. 부사의 역할을 할 때의 토씨를 알고 해석하니 자연스럽게 어떤 느낌으로 사용되었는지 알겠다.
결국 다시 5형식인걸까?? 영어의 문장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것이라서 반드시 학습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말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서 '훈민영음 제6배열'에 대해서 알려준다. 뭐가 다른 걸까? 싶었는데 말은 토씨 하나만 달라져도 뜻이 어마 무시하게 변한다. 훈민영음 제6배열이 기존 5형식과 무엇이 다르냐면 기존 5형식은 주어와 동사가 기준이 된다. 훈민영음 제6배열은 동사와 준동사를 배열의 기준으로 한다. 비슷한 듯하지만 동사와 준동사가 기준이 되어 6배열로 나누어진다.
그렇다면 핵심요소인 동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동사는 지겹도록 들어왔다. 자동사와 타동사가 있고 자동사에는 주르륵~ 타동사에도 주르륵~ 요렇게 저렇게 쓴다고 한다. 예문을 통해서 run이 자동사도 되고 타동사가 될 때 등 다른 동사를 통해 자동사와 타동사를 우리말로 설명해 준다. 1배열과 2배열에 대해서 공부하고 예문을 통해서 1배열과 2배열의 문장을 골라본다.
4배열 문장은 왜 쓰는 것인지 헷갈렸는데 '상거래의 명료성'이 높은 언어로 발전했기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대상이 물건일 경우에는 3배열, 생물일 경우에는 4배열로 말하는 거야. (70쪽) 이라고 한다.
실전편에 보면 핵심 요약본으로 훈민영음 제6배열의 기본과 기준이 3장에 걸쳐 요약되어 있다. 부록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불규칙 동사 100개를 비롯해서 꼭 외워둬야 할 내용이 담겨있다. 처음에는 글씨체가 이뻐서 들여다보았다. 꽤 여러 영문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못했는데 이책을 통해서 '훈민영음 제6배열'이 우리식이라 쉽지 않지만 이해가 더 싶다.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것은 국어나 영어마 마찬가지다. 보고 또 보고 하는 수밖에 없다. 식판을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지만 확 와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