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 괴담의 밤 포스트 댓글에 4권과 5권이 나왔다는 정보를 주셔서! 바로 달려가서 확인해보니 정말 있는게 아니겠어요! 바로 담아뒀다가 정신없어서 책 읽기 힘들 때 읽었습니다! 2ch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찾아서 읽어도 되지만, 아무래도 책으로 읽는게 더 편하고 깔끔하기에 애정하는 편이다. 송준의 공포 시리즈는 말 그대로 무서운 ‘이야기‘이기에 큰 퀄리티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무서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시길 추천드린다.

-편안하고 가볍게 읽을 거리가 필요할 때는 괴담을 찾는 편이다. 소설처럼 스토리가 있어서 깊게 빠져드는 작품들은 아무리 장르문학이라도 감정과 집중을 소모하기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할 때는 좀처럼 읽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을 읽지 않는 나날이 길어지면 또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럴 때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든다. 송준의 무서운이야기 시리즈는 이런 나에게 딱 좋은 킬링도서다. 특히 이번에 읽은 4권은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보다 문장이 훨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기 편안했다. 5권은 학교 이야기 모음집으로 학교 괴담을 읽으며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4권이 놀라운 정도로 문장이 깔끔해졌었는데 반해서 5권은 다시 검수를 안한 느낌이 살짝 있었다는 점. 단순 이야기 모음집이어도 일단은 책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문장이 불편하다는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거창한 괴담 호러물을 기대하신다면 추천하고싶지 않다. 진짜 단순하게 ‘킬링타임‘용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셔야 편안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인터넷 괴담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기쁘게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작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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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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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방 한 칸이 더 많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집에 큰 하자도 없는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방세에 고민조차 할 수 없었다. 집세가 저렴한 대신 입주청소 등등 월세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들이 제공되지 않는 곳이라 하였고 불만없이 직접 입주청소를 했다. 가스레인지 후드는 노란 기름때가 정말이지 엄지 손가락 길이만큼은 쌓여있었고, 창문은 검은색인 수준이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노동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오디오북을 들어야겠다!˝ 였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구의 증명]을 듣기 시작했다. 입주청소와 첫 날 이삿짐 정리를 [구의 증명]과 함께했다. 아마 [구의 증명]의 내용을 알았다면, 이 책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걸까. 가난의 되물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남이 사용하던 화장실 변기를 닦던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듣기 시작한 책 덕분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의 증명]은 연애소설이다. 혹은 가난에 대한 진실한 고백을 담은 소설일 수도. 아니면 가난한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수도.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이지만, 가난은 멈추지 않고 그들을 괴롭혔다.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는 강렬한 의문이 가장 먼저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또한 가장 유명한 한 장면에는 의문이 든다.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걸까? 가난이 불러온 고통과 그 고통 속에 담겨지고 남겨진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것에 대하여 강하게 어필하려는 의도였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성공적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끈질기고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 원치 않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빚의 되물림과 빚이 빚을 만들어가는 과정. 끊을 수 없는 굴래. 그리고 그 두가지가 합쳐진 가난한 사랑. 가난한 사랑의 종말에 대해서. 다소 난해하지만 진득한, 지겹도록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구의 증명]을 들으며 가장 크게 든 느낌은 ‘강렬하다‘였다. 여러의미에서 한동안 이보다 더 강렬한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나에게 있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만난 운명의 도서이기도. 열심히 살아가고 뜨겁게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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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백해인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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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건사고와 이사준비로 스트레스가 머리 꼭지까지 올라와서 읽던 책들을 모두 내팽게치고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을 읽어버렸다. 역시 힐링에는 호러단편이 최고다. 아무튼 누군가 오해하기 전에 ‘기막히다‘라고 붙인 제목은 말이 안나와서 기가 막힌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막히게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라는 이야기 부터 해야겠다. 솔직히 이번에도 기대는 전혀 안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신선하고 기발한 스토리와 혐오감까지 드문드문 불러일으키는 내용에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탈피, 키스] 어느날 갑자기 지저분해지던 얼굴 피부가 점점 심해지더니 괴물과 비슷한 현상이 되어버린 주인공.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피부는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sns에 피부 보정을 한 사진을 올리며 만족감을 느끼던 그녀는 어느날 목욕탕에서 의문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제안을 홀린 듯 따르던 주인공의 얼굴 피부가 마법처럼 깨끗해졌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상의 세계에서 거짓 된 삶을 살아가며 만족하다 점점 뒤틀린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우리네 현실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외적인 집착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공포심과 현실적인 소름끼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노름꾼 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우애가 깊은 자매가 있다. 불행한 가정환경 덕분에 그들의 우애는 더욱 돈독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노름할 돈을 벌기 위하여 언니를 팔고난 후 노름판에서 돈을 모두 잃은 아버지는 동생마저 노름판에 걸게 된다. 그렇게 울며 생이별한 그들은 오래도록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살다가 어느날 동생의 귀에 언니가 ‘젊은 장정들을 사간다‘는 소문이 들리게 되고, 자신의 주인으로부터 도망쳐 언니를 찾아 나서게 된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또 아니었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묘하게 색다른 느낌이라 오히려 새로움과 익숙함의 즐거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지치기] 어느날 팔에 올라온 종기. 애써 긴 팔로 가리며 다녔는데, 계속해서 커지던 그것에게 어느날 눈알이 생기고, 기어코 얼굴 형태로 변해만 간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임팩트 있었던 작품이다. 어찌보면 너무 억지스럽고 당황스러운 결말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내가 겪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끼치고 혐오스러움이 생겨나는 작품이었다.
[비어있는 상자] 일용직 사무실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성거리던 주인공 앞에 한 봉고차가 멈춰선다. 주인공은 열심히 자신을 어필하고 그렇게 힘들게 얻게 된 일자리는 박스를 배달하는 일. 그런데 봉급이 너무 세고 박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주인공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가장 신선한 작품이었다. 미래에는 정말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영혼없이 껍데기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요즘 시대를 강렬하게 비판한 작품이라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작품이었다.
[무미의 끝] 연락이 끊겼던 친한 동창생에게 어느 비오는날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뜻밖의 편지에 다소 두려움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는데, 연락이 끊긴 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로 시작 된 편지는 또 다시 뜻밖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흐지부지하고 애매한 진행과 아쉬운 결말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쯤에는 엥? 하는 심정이 들었던 작품이다.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작품.

-너무 진지하거나 가볍지 않아서 딱 기분 좋게 읽을 수 있고, 기괴하고 기막힌 스토리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이었다. 신선하고 즐거운 호러 단편집을 찾는다면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다음으로 출간 될 기기괴괴공모전 2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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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를 향하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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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에 원망스러운 점이 있다. 황금가지 애거서크리스티 시리즈 오디오북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이책으로도 아까워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고 있었는데 오디오북이 떡하니 있으니 그 유혹을 어찌 참을 수 있는가. 심지어 오디오북 퀄리티가 어마무시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데 도대체 어떻게 참느냐는 말입니다! 그래서 밀리의서재에 처음 황금가지가 상륙했을 때는 엄청나게 기뻤는데 지금은 조금 원망스럽다. 어쨌든 이번에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두 개 남은 애거서 작품 중 [0시를 향하여]를 들었다. 오디오북 퀄리티는 뭐 이젠 말하기도 입아프고 애거서크리스티 작품에 대한 칭찬은 말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테니스 스타 네빌스트레인지. 그는 자신의 전부인과 현부인이 친구사이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6월에 함께 휴가를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런 제안에 의해 모이게 된 사람들. 스트레인지, 전부인 오드리, 현부인 케이, 케이의 친구 테드, 오드리의 오랜 친구 토머스 등등. 묘한 기류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네빌을 오랜시간 돌봐주었던 트레실리안 노부인이 살인을 당하게 된다.
기본적인 스토리가 나온 후 발생되는 살인 이라는 전개가 고전 소설에서는 새롭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호기심을 이끌어낸 뒤 터지는 살인사건은 더욱 강한 흥미와 점점 고조되던 긴장감을 기어이 폭팔시키고 만다. 추리가 굉장히 간단해보이는 내용인데 범인을 밝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A가 범인 같은데, B가 범인이라고 하고 C의 언행도 수상쩍고 도대체 누구지 하다가 밝혀지는 범인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말 쉬운 추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범인을 종잡을 수가 없어 반전이 더 크게 다가온다. 깔끔한 추리소설 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0시를 향하여]가 아닐까?

-애거사의 작품은 하나같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도전적인 작품도, 흔한 플롯을 따른 작품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뭐 결국은 정말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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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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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제목을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다 그냥 ‘박완서 짧은 소설‘ 이라고만 적어넣었다. 그녀의 이름과 작품 외에 어떤 수식어가 더 필요할까 싶었기 때문에. 잔잔한 아름다움과 씁쓸한 유머가 가득 담겨져있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되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서평을 쓰는데 있어서 긴 글이 필요치 않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1970년대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와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현재에 읽어도 꼭 어울리는 이야기들이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을 굳이 꼽자면 서울 사투리 정도.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들에 씁쓸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 이웃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읽다보면 나도몰래 가슴이 따스해진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짧은 이야기가 이야기로써 작용하려면 더욱 깊고 진한 내용이 담기어져 있어야 한다. 짧은 글 속에서 사랑과 교훈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은 글쓰기를 더욱 어려워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박완서는 너무도 쉽게 해냈고 독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쉽게 울렸다. 쇼트쇼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한국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는, 한국의 언어로 쓰인 쇼트쇼트 작품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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