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에 원망스러운 점이 있다. 황금가지 애거서크리스티 시리즈 오디오북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이책으로도 아까워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고 있었는데 오디오북이 떡하니 있으니 그 유혹을 어찌 참을 수 있는가. 심지어 오디오북 퀄리티가 어마무시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데 도대체 어떻게 참느냐는 말입니다! 그래서 밀리의서재에 처음 황금가지가 상륙했을 때는 엄청나게 기뻤는데 지금은 조금 원망스럽다. 어쨌든 이번에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두 개 남은 애거서 작품 중 [0시를 향하여]를 들었다. 오디오북 퀄리티는 뭐 이젠 말하기도 입아프고 애거서크리스티 작품에 대한 칭찬은 말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테니스 스타 네빌스트레인지. 그는 자신의 전부인과 현부인이 친구사이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6월에 함께 휴가를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런 제안에 의해 모이게 된 사람들. 스트레인지, 전부인 오드리, 현부인 케이, 케이의 친구 테드, 오드리의 오랜 친구 토머스 등등. 묘한 기류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네빌을 오랜시간 돌봐주었던 트레실리안 노부인이 살인을 당하게 된다.기본적인 스토리가 나온 후 발생되는 살인 이라는 전개가 고전 소설에서는 새롭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호기심을 이끌어낸 뒤 터지는 살인사건은 더욱 강한 흥미와 점점 고조되던 긴장감을 기어이 폭팔시키고 만다. 추리가 굉장히 간단해보이는 내용인데 범인을 밝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A가 범인 같은데, B가 범인이라고 하고 C의 언행도 수상쩍고 도대체 누구지 하다가 밝혀지는 범인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말 쉬운 추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범인을 종잡을 수가 없어 반전이 더 크게 다가온다. 깔끔한 추리소설 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0시를 향하여]가 아닐까?-애거사의 작품은 하나같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도전적인 작품도, 흔한 플롯을 따른 작품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뭐 결국은 정말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