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를 향하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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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에 원망스러운 점이 있다. 황금가지 애거서크리스티 시리즈 오디오북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이책으로도 아까워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고 있었는데 오디오북이 떡하니 있으니 그 유혹을 어찌 참을 수 있는가. 심지어 오디오북 퀄리티가 어마무시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데 도대체 어떻게 참느냐는 말입니다! 그래서 밀리의서재에 처음 황금가지가 상륙했을 때는 엄청나게 기뻤는데 지금은 조금 원망스럽다. 어쨌든 이번에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두 개 남은 애거서 작품 중 [0시를 향하여]를 들었다. 오디오북 퀄리티는 뭐 이젠 말하기도 입아프고 애거서크리스티 작품에 대한 칭찬은 말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테니스 스타 네빌스트레인지. 그는 자신의 전부인과 현부인이 친구사이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6월에 함께 휴가를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런 제안에 의해 모이게 된 사람들. 스트레인지, 전부인 오드리, 현부인 케이, 케이의 친구 테드, 오드리의 오랜 친구 토머스 등등. 묘한 기류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네빌을 오랜시간 돌봐주었던 트레실리안 노부인이 살인을 당하게 된다.
기본적인 스토리가 나온 후 발생되는 살인 이라는 전개가 고전 소설에서는 새롭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호기심을 이끌어낸 뒤 터지는 살인사건은 더욱 강한 흥미와 점점 고조되던 긴장감을 기어이 폭팔시키고 만다. 추리가 굉장히 간단해보이는 내용인데 범인을 밝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A가 범인 같은데, B가 범인이라고 하고 C의 언행도 수상쩍고 도대체 누구지 하다가 밝혀지는 범인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말 쉬운 추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범인을 종잡을 수가 없어 반전이 더 크게 다가온다. 깔끔한 추리소설 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0시를 향하여]가 아닐까?

-애거사의 작품은 하나같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도전적인 작품도, 흔한 플롯을 따른 작품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뭐 결국은 정말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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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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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제목을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다 그냥 ‘박완서 짧은 소설‘ 이라고만 적어넣었다. 그녀의 이름과 작품 외에 어떤 수식어가 더 필요할까 싶었기 때문에. 잔잔한 아름다움과 씁쓸한 유머가 가득 담겨져있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되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서평을 쓰는데 있어서 긴 글이 필요치 않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1970년대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와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현재에 읽어도 꼭 어울리는 이야기들이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을 굳이 꼽자면 서울 사투리 정도.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들에 씁쓸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 이웃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읽다보면 나도몰래 가슴이 따스해진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짧은 이야기가 이야기로써 작용하려면 더욱 깊고 진한 내용이 담기어져 있어야 한다. 짧은 글 속에서 사랑과 교훈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은 글쓰기를 더욱 어려워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박완서는 너무도 쉽게 해냈고 독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쉽게 울렸다. 쇼트쇼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한국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는, 한국의 언어로 쓰인 쇼트쇼트 작품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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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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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중고서점 갔을 때 구입해뒀던 [비하인드 도어] 종이책으로 구입한 책은 아르테 출판사 버전이고 밀리로 함께 읽은 책은 모모 출판사 버전이었지만, 오류가 수정된 것 빼고는 다른게 없었다. ‘심리 스릴러‘라는 주제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 스릴러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낮으면 지루함의 끝판왕이기 때문) 기대반 걱정반 심정으로 펼쳐들었는데, 분노와 경악. 충격과 공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까지 온 마음을 다해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다정하고 따스한 남자를만나 결혼을 결심한 주인공. 그런데 결혼식 당일부터 심상찮은 사건이 벌어진다. 몇 번이고 이게 현실일리가 없다며 부정하던 주인공에게 남편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시작된 완벽한 겉모습 속에 감옥처럼 갇힌 삶. 주인공은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지고 몰입도가 올라간다. 현재와 과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 수록 혐오스럽고 경악스러워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다. [비하인드 도어] 속의 이야기가 내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공에 대한 무력한 분노까지 들었고 계속해서 탈출 방법을 궁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명언까지 깨부수는 상황에 페이지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완전히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감정적으로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 심리 스릴러라는 주제가 명확하게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비하인드 도어]는 소설속 가상의 이야기로 생각하며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현실에, 때론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며 내가 실제로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경고 또한 함께 던져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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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2
김보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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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읽었을 때 부터 책장에 담아뒀던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짧고 강렬한 장르문학이 읽고싶어져서 (이상의 후유증으로) 펼쳐들었다. 한국 장르문학에 불신이 있었으나 작년즈음 부터 한국문학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미래가 아주 밝다는게 점차 확신으로 다가오는데 새삼 ‘황금가지‘라는 출판사가 거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가 생각하게 된다. 황금가지의 단편집들은 겹치는 작품들이 다소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출판일에 따라 점점 깊고 진해지는 작품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읽게 된다. 21년에 출간 된 이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도 신선하면서 자극적인 작품들로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점] 어느날부터 주인공의 눈에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귀신이 있는 자리에 곰팡이가 짙에 피어오르고, 남편의 몸에 원인 불명의 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구조구석방원] 여자 동기와 ‘현관문과 창문을 잠구지 않고 일주일 버티기‘라는 내기를 하게 된다. 자신은 남자이니 괜찮을거라 생각했던 주인공은 어느날 창 밖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고, 이윽고 자신의 집에 침입하는 남자들이 생겨나며 점차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홍수] 어느날 홍수로 마을이 침몰하게 되고, 집 옥상으로 올라가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은 어둠속에서 낯선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점점 과격해지는 남자의 이야기에 두려움에 떨게 된다.
[상어] 동네 장군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후 꿈에 자꾸만 장군이 할머니가 나와 춤을 춘다. 두려움에 떨던 주인공은 굳게 잠겨있는 장군이 할머니네 창고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
[심해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멈춰버린 지하철 속에 갇히게 된 주인공 암흑 속에서 길을 찾아 떠나지만 앞뒤 모두 터널이 무너졌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후각과 청각만이 점차 예민해진다.
[공포의ASMR] 늘 듣던 ASMR에 질려있던 주인공은 어느날 유튜브에 신선한 ASMR가 올라와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소리를 듣게 된다.
[아기 황제] 기리현에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된 주인공은 어느날부터인가 악몽을 꾸게 된다. 그러다 한 스님이 찾아와 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할머니 이야기] 집에 돌아가는 길 어느 할머니와 맞닥뜨리게 된 주인공. 퍼뜩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 할머니와 마주치면 나는 죽는다.
[처형 학자] 전쟁에서 승리하면 99명의 포로와 자신의 신하 1명을 포함에 총 100명에게 ‘가장 잔인하게 죽는 방법‘을 고안해오라 말하며 1등을 차지한 단 한 명만 살려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고안한 방법대로 죽임을 당하고 꼴등은 1등의 방법으로 죽는다는 경연대회를 열어 ‘처형학자‘라는 별명이 붙은 장군이 있다. 단 10 번 우승시 영원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데, 주인공은 마지막 10번째를 코 앞에 두고있다.
[검은책] 다재다능하고 예쁜 친구가 전학을 왔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그녀에게 저주를 걸기 시작한다.

-신선하고 색다르면서 재미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구조구석방원]은 짜임새가 너무도 완벽해 읽는 내내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을 느껴야만했다. [심해어]는 ‘시각‘라는 신체 일부를 강탈 당했을 때 오는 공포와 불안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으며 [아기 황제]는 고전적이면서 익숙하지만 신선한 줄거리로 독자들의 눈을 잡아끈다. [할머니 이야기]는 단순하달 수 있는 공포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깊은 이야기 이기도 했다. [처형학자]는 정말 신선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약간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작품집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의구심을 안고 펼쳐들었던 한국 장르문학인데, 이제는 기대감을 가지고 펼쳐들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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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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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몇 권 구입하면서,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려면 우선 이상을 알아야지!˝라는 생각으로 함께 구입했던 [이상 소설 전집] 구입해놓고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아 방치하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는 읽자! 라며 손에 집어들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고서는 깜짝 놀랐다. 이게뭐야?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반복하다가 끝내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정말 알 수 없다. 어렵다기 보다는 난해하다. 난해하고 어지럽다.

-현대에 와서 뇌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있다. 천재와 광인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과학적으로 밝혀진 이 사실이 [이상 소설 전집]을 읽으면서 계속 뇌리에 멤돌았다. 이 작가는 미쳤거나 천재거나 천재거나 돌았거나. 가장 첫 작품이 [지도의 암실]이다. 다들 이 작품집의 첫 관문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너무 난해해서 이 작품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작품을 읽을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그만큼 난해하기 때문에 나온 우스갯소리다. [지도의 암실] 완독을 3번째 하면서 이 책을 그냥 포기할까 싶었으니 관문이 맞긴 맞는가보다. 그러나 이미 3번을 읽었으니, 여기서 포기하긴 아깝고 이해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읽자˝ 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그리고 결국 완독을 하긴 했으나. 결국은 끝까지 알 수 없다. 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상 소설 전집]을 세 번쯤 완독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만이 들었다. (그치만 내가 이 책을 언제 다시 펼칠지는 스스로도 의문이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은근히 작품해설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책은 작품 해설도 작품을 이해하는데에 그렇게 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이 책이 많이 어렵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단지 한문과 고어가 편안한 독서를 방해할 뿐이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평범한 문학‘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일정한 흐름이 없으며 작중 화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진행 되는 파편들이 처음과 끝의 이어짐에 의지해 한 편의 소설이 된다. 독자들은 이런 어지러움 속에서도 삶의 고통과 사랑의 상처를 느끼며 혼란스러움과 복잡함,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책인 것이다. (다만 저자가 사랑에 많은 상처를 받았나?라고 생각 할 정도로 여성에게 배신당하거나 상처받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한 편 한 편 리뷰를 쓸까 하다가, 내가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 것도 아닐 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비슷한 분위기로 한 번 작성해봤다.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난해하고 요상스럽지만, 또 문학적으로 묘하게 재미있게 다가온다는 아이러니함까지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이상 문학 전집]은 정말이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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