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3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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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세계문학을 손에 집어들었다. [위대한 개츠비]로 피츠제럴드에 푹 빠졌을 때 그의 온갖 작품을 사들여두었는데, 이번에 그의 작품 중에서 단편소설을 읽고 싶었기에 [피츠제럴드 단편선]을 선택했다. 출간된지 14년이 된 작품이라 그런지 솔직히 읽기 편한 번역은 아니었다. 문장이 턱턱 막혀서 읽는데 어려움이 좀 있었다. 덕분에 꽤 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읽어야 했고, 작품을 온전히 즐기고 느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 작품은 두 번을 읽었는데, 두 번째에는 꽤나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기에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이 작품들의 진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재즈 시대와 그 시대의 삶의 희비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작품들이었다. 어떤 작품은 유머러스하게, 어떤 작품은 절절하게, 어떤 작품은 잔혹하게 그려져있지만 결국 그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환희와 절망의 합주곡‘이 아니었을까? 환희 혹은 절망이 단편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은 없다. 모든 작품 속에 환희와 절망이 공존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바빌론]은 미국 대공황 전후의 부와 좌절을 옅은 안개 속에서 몽롱하게 보여주고 [겨울 꿈]에서는 완벽한 성공과 사랑을 바랐지만 결국 모든 것을 손에 갖지는 못한 주인공이 그려져 있고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에서는 극적인 만남과 기억의 오류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광란의 일요일]은 제목 그대로 광기어린 사교계 파티를 블랙코메디처럼 풀어놓았다. [기나긴 외출]은 절망을 희망으로 회피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그려냈으며 [컷글라스 그릇]에서는 허황된 꿈을 쫒다 모든걸 잃어버린 사람을 묘사하고 [분별 있는 일]에서는 결국 쟁취했으나 그 끝에 있는 것은 허무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부잣집 아이]에서는 우월감과 거기서 뻗어나오는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오월제]에서는 재즈 시대의 시대성을 단순한 쾌락을 쫒으며 망가져가는 청년들과 전쟁에 몰입된 군인들의 대조되는 모습을 통해 탁월하게 보여준다.

모든 작품들 속에 환희와 절망, 부와 가난, 희망과 좌절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모든 작품이 재즈 시대의 시대성을 뚜렷이 보여주지만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가독성이 떨어져 고스란히 느끼기 어려웠던 점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계속해서 감탄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음에도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새로운 이야기 소재가 된다. 그말은 곧 읽고, 느끼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고 이건 곧 그의 작품들의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에세이 [재즈 시대의 메아리]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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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 - 정체불명 괴담 테마 단편집 구구단편서가 6
일월명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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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와 종이책 모두 현재 정체 상태다. 독서가 정체되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술에 취한 어느날 밤 결국 구구단편서가를 손에 집어들고야 말았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 이번 작품도 별 기대는 하지 않고 홀린듯 읽기 시작한 것인데, 약간의 억지스러움과 시시함이 있었지만 가볍게 즐기기에 는 딱 좋은 작품이었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 우리가 현실에서 충분히 겪어왔고, 겪어볼 수 있음직한 이야기로 공포심을 조성한다. 열린 결말로 독자의 상상력 또한 충분히 자극하지만 괴담 마니아에게는 시시한 이야기라 아쉬움이 남았다.

[대공원] 남녀노소 나이불문 한 번쯔음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 같다. 상상 속의 두려움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양쪽의 공포를 모두 심어주는 이야기. 감동적인 마무리로 굉장히 깔끔한 작품이었다.

[메일을 공개합니다] 이 작품은 괴이현상의 전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여 공포심을 자극하는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 도전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다소 뻔하고 마찬가지로 괴담 마니아에게는 시시한 마무리라 아쉬움이 남았다.

[알에서 뭔가 나왔다] 도전적인 작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누군가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수도 있을 이야기지만 의문스러운 이야기에 쌩뚱맞은 전개방식으로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AfterMath]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고, 아름답다고 느꼈던 이야기. 너무 서두르거나 끊김 없이 매끄러운 전개와 진행 속도로 안정적이었다. 현실적인 두려움보다는 과학적인 두려움으로 미지를 향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붉고 가는 선] 이 작품도 [알에서 뭔가 나왔다]와 마찬가지로 ˝이게 뭐야?˝라는 의문이 들었던 작품.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섭다기보다는 기괴하고 씁쓸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는데, 허황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롱 안에 무엇이 있나요] [붉고 가는 선]과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 이 작품도 글쎄,, 시작은 평범한 괴담이었으나 끝은 우주논리적으로 허세가 들어간 느낌. 차라리 중간에서 끝났으면 황담함이 덜 하지 않았을까.

[그 소리] 특별한 장치 없이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하는 작품. 깔끔하고 간결하며 확실한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하는 작품이다. ‘미지의 상황‘과 ‘소리‘의 콜라보는 역시. 섬뜩하다.

[열혈 독자 A씨의 전언] 호러소설이라기보다는 감동소설에 훨씬 더 가까운 소설. 따뜻하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호러,공포 소설이라며 기대하고 펼쳐들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후루룩 읽고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해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괴담마니아, 호러마니아에게는 시시하고 유치한 이야기지만 여러 요소를 활용하여 도전적인 작품들도 있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도 있기 때문에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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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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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에,, 선물로 받았던 책인데,, 정말 죄송하게도 출처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블로그랑 사진 다 뒤져봐도 기억이 안나서,,,,죄송합니다,,,, 쌓인 책탑 얼른 해결해서,, 앞으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건지 선물로 받은건지도 애매모호한 기억 상태임,,,ㅎ) 아무튼 아름다운 표지 디자인과 자극적인 제목이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아서 받은지 거의 이년이 다 지나서 손에 집어들게되었다. ˝아름다움˝ ˝외모지상주의˝가 주제라는 것에 거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세 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에는 독백의 신선함과 자극적인 내용에 눈이 번쩍 뜨였고, 그 이후로는 과한 혐오감에 빠져서 ˝이 책의 결말이 궁금하다˝는 일념 하나로 빠르게 읽어나갔다.



-자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백으로 진행 되는 것도 신선하고 자극적이지만 ˝외모지상주의˝를 제대로 지적하는 내용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그저 외모지상주의! 이래서 안좋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라는 내용이었으면 크게 자극적이지 않았겠지만, 주인공이 인터뷰하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독백 속에서 ˝뚱뚱˝하면 그런일을 당한다고 말하거나 예쁜 외모를 가진 주인공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을 바라보면서 저도모르게 혐오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뚱뚱하거나 못생겼다며 타인을 평가하는 시선을 지적하는 글이 아닌, 반대로 예쁘니까 편하게 살았겠지, 예쁘니까 당연하게 생각했겠지 라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주인공을 향한 시샘과 질투의 발언들이 합쳐지면서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단 한 장면도 혐오스럽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 예쁜 누군가를 시샘하거나 외모로 누군가를 비하하는 모든 행동들이 결국 하나의 결말을 가지고 온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조각들]은 ˝외모지상주의˝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나는 평범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적인 부분에서 자존감이 떨어진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높았던 적도 없다.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외적인 기준이 다양하다는걸 이해하고 쉽게 인정할 수 있었다. 못생기거나 예쁘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얼마나 큰 마이너스가 되는지에 대해서 [조각들]을 읽으면서 비로소 생각 해보게 되었다. ˝외모지상주의˝가 단순히 예쁘고잘생긴 외모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닌 ‘외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임을 새삼 적나라하게 깨닫게 되기도 했다. 그 모든 생각들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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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하다는게 이 시리즈의 첫 인상이었다. 처음 인스타에서 발견했을 때 이 책은 또 뭐야? 라며 절로 호기심이 생겼다. 자극적인 컨텐츠를 찾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자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하는 마음으로 밀리에 검색해보고는 바로 읽기 시작했다. 컨셉이 신박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해서 [순한맛]은 잔잔하면서 감성적이고 작품성이 높은 이야기들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순한맛]에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일까? [매운맛]을 읽으며 작품성은 마찬가지로 좋았지만 순한맛과 매운맛의 차이가 거의 없어서 실망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순한맛보다는 훨씬 자극적인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렇지는 않았다. 이 두 작품에 호러적인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초록 비가 내리는 집] 평생 남편에게 핍박받고 무시받으며 살아온 주인공은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이 유일하게 아끼던 화분들을 보살피다 세상을 떠난다. 한편 젊은 여성이 교수에게 파렴치한 짓을 당하고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두 이야기가 오버랩 되며 혐오감이 배로 생겨난다. 잔잔하고 아름다우면서 그 속에 독기가 담긴 이야기였다. 어쩌면 여성이기에 이 작품이 오싹하게 느껴지는 걸 수도. 전체적으로 덤덤하면서도 깊은 곳을 찌르는 이야기였다.

[아직은 고양이] 남자친구가 고양이가 된 것 같다는 친구의 이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친구는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나도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실종되고, 주인공은 벅찬 삶 속에서 친구를 떠올려본다. 그래도 나는 ˝아직은˝ 고양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치열한 삶 속에서 인간이길 포기하고 그렇게라도 행복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처연하게 와닿는 이야기였다.

[우산이 나타났다] 술만 취하면 망가진 물건을 가져와 고치는게 술버릇이라는 주인공. 어느날 아이가 아파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서 데리러 가던 중 길가에 놓인 망가진 도롱이를 보고는 홀린 듯 고치게 된다. 그러다 아이가 열이 심해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의 현실적인 고통과 어려움이 잘 담겨져 있는 이야기였다.

[디 워] 팀장과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가는데, 팀장의 재채기 소리에 돌연 식사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한 타임루프에 빠진 주인공은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된다. 가장 직관적이면서 유쾌한 작품이었다. 언제까지고 반복될 것 같은 일상. 직장인이라면 현실 속에서 모두가 겪고 있는 끔찍한 악몽이 아닐까. 누군가 반복되는 일상 속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나무다] 한 숲에 뿌리내리고 오래도록 살아온 나무의 회고록. 인간의 추잡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 기분나쁘고 소름돋는 이야기였다.

[절담] 과거 어느 절에서 경험한 일을 시간이 훌쩍 지나서 재회하게 된 스님과 회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기억은 전혀 다른 기억이다. 좋지 못했던 기억과 그 기억의 불확실성. 인간 기억력의 불완전성. 그것의 공포를 담은 이야기였다.

[마굿간에서 하룻밤] 별장을 팔기위해 내놓은 주인공은 자신에게 찾아온 세 명의 손님 때문에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된다. 불쾌한 감정은 독자에게까지 파고드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애매하고 기묘한 상황까지 생기기 때문에 독자들은 끝까지 찝찝함을 내려놓지 못하게 된다.

[아미고] AI가 지배한 세상 속에서 ‘사람‘으로써 아직까지 스턴트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이 직접 했으면 죽었을지도 모를 장면의 촬영을 보고 편리함과 생존의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언젠가 우리에게 실제로 도래할 수도 있을 미래를 현실적인 감각이 풍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모든 작품이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 짙어서 감성 미스터리라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는데, 모두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순한맛]은 현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고통과 불편을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부드럽게 풀어냈다면, [매운맛]은 직접적인 불편함을 느끼게 하며 현실성이 더욱 짙은 이야기들이었다. 순하고 매운 것의 차이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아- 이런 불편함을 가지고 있지 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순한맛. 아- 진짜 불쾌하다 라고 느끼게 하는 매운맛. 신박하고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면서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두 권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공포‘ 그 자체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다. ‘공포‘를 원하신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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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책인걸 알고 있는데도 표지가 뭔가 먹을 게 생각나게 하는 표지디자인이라 그런지 새롭게 느껴지네요. 순한맛, 매운 맛이라고 하니 카레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책에서 느껴지는 맛이 다르다는 의미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사셔니 2023-10-02 08:41   좋아요 1 | URL
저도 표지디자인 보고 엄청 신박하다고 느꼈어요! 이게 전자책 사진이라 그렇지,, 종이책 실물은 더 진짜 카레 같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에서 심리적인 자극이 약하고 강함의 차이가 있더라구요ㅎㅎ 항상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Book] 저주를 파는 문방구 - 차삼동 공포 판타지 단편집 구구단편서가 4
차삼동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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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새 또 손에 집어들게 된 구구단편서가 시리즈. 이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대는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저주를 파는 문방구]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작품성도 높고 퀄리티도 좋아서 깜짝 놀랐다. 이것 자체로 반전이었달까. 한 편 한 편이 재밌기때문에 다음 작품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에 쉴 틈 없이 읽어나갔다. 작품 수도 무려 17개에 다양한 스토리로 독자가 지루할 틈을 전혀 주지 않는 작품이었다.



-[저주를 파는 문방구]는 ‘어둠‘과 ‘빛‘ 두 개의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둠에는 저주, 살인, 자기파괴 등과 같은 흔히 추리,호러,반전 소설에 사용 되는 주제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빛은 아름답기도 하면서 기괴한 감성 미스터리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어둠과 빛이라는 두 개의 컨셉으로 나누어 구성한 것 부터 뭔가 본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이 이야기들이 모두 단편이라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둠 편은 시작 소설인 <검은 책>은 다소 흔한 괴담 이야기였지만, 시작은 간소했으나 끝은 거창했던 <비공개 안건>과 부정적인 자아 정체성(그 또한 결국은 ‘나‘인)을 충격적으로 다룬 <그림자>, 상상도 못할 반전을 가진 <가장 밝은 날에>로 독자를 충격에 빠트리기도 하고, 민속문학을 활용한 <기나긴 꿈의 저편>과 고전적인 호러이야기 <손톱자국>과<귀갓길>같은 단순하고 익숙한 괴담으로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하다가도, 장편 탐정소설 못지 않은 이야기와 반전을 가진 <오버레이> 같은 작품으로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어둠에서 이미 정신 못차릴 만큼 즐겁지만, 감성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빛으로 넘어가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린 명진이를 곁에서 도와주는 <경관이>와 길에서 만난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주는 <보리>이야기는 독자들의 눈물이 왈칵 차오르게 만들고, <안드로이드>와 <당신의 시간 속에서>는 sf 적 요소를 활용하여 독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0114> 와 <털> 은 블랙 코미디로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짓게 만드는 작품이었고 <황금의 유전자> 나 <어떤 아르바이트> 또한 황당무계하지만 도전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두 가지 컨셉 속에서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활용하여 새로우면서 도전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즐거웠던 작품이다.



-장르문학 단편집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단편집이라서 아쉽다는 생각과 이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이 정말 기대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재미있기만 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심오하게 들어간다면 사회적 문제나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까지 두루 아우르는 이야기들이라 단순히 장르문학을 읽는 재미를 뛰어넘는 작품이었기에 더 그렇다. [저주를 파는 문방구]는 개인적으로 정말 강추! 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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