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방 한 칸이 더 많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집에 큰 하자도 없는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방세에 고민조차 할 수 없었다. 집세가 저렴한 대신 입주청소 등등 월세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들이 제공되지 않는 곳이라 하였고 불만없이 직접 입주청소를 했다. 가스레인지 후드는 노란 기름때가 정말이지 엄지 손가락 길이만큼은 쌓여있었고, 창문은 검은색인 수준이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노동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오디오북을 들어야겠다!˝ 였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구의 증명]을 듣기 시작했다. 입주청소와 첫 날 이삿짐 정리를 [구의 증명]과 함께했다. 아마 [구의 증명]의 내용을 알았다면, 이 책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걸까. 가난의 되물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남이 사용하던 화장실 변기를 닦던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듣기 시작한 책 덕분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의 증명]은 연애소설이다. 혹은 가난에 대한 진실한 고백을 담은 소설일 수도. 아니면 가난한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수도.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이지만, 가난은 멈추지 않고 그들을 괴롭혔다.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는 강렬한 의문이 가장 먼저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또한 가장 유명한 한 장면에는 의문이 든다.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걸까? 가난이 불러온 고통과 그 고통 속에 담겨지고 남겨진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것에 대하여 강하게 어필하려는 의도였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성공적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끈질기고 절절하고 뜨거운 사랑. 원치 않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빚의 되물림과 빚이 빚을 만들어가는 과정. 끊을 수 없는 굴래. 그리고 그 두가지가 합쳐진 가난한 사랑. 가난한 사랑의 종말에 대해서. 다소 난해하지만 진득한, 지겹도록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구의 증명]을 들으며 가장 크게 든 느낌은 ‘강렬하다‘였다. 여러의미에서 한동안 이보다 더 강렬한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나에게 있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만난 운명의 도서이기도. 열심히 살아가고 뜨겁게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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