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는 6개월동안 참 많은 책들을 읽었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12권이나 된다. 꾸준히 책을 읽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은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불만이었던 점은 내가 신청한 책들을 별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저 중에 내가 신청한 책은 정유정의 '7년의 밤',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 조지 오웰이 '숨쉬러 나가다'정도일까. 나머지 9권은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없던 책들이었다. 그래서 매달 신간평가단 선정 도서들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 놓고선, 에이, 하며 아쉬운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렇데 이렇게 살펴보니 정말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담당자님의 배송 실수로 왔던 '직설'을 빼놓고 보더라도 한국 소설, 일본 소설, 외국 소설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국 소설은 4편, 일본 소설은 1편, 외국소설은 6편이다. '직설' 말고 제대로 책이 왔으면 일본 책도 2편이 될 뻔했다. 외국 서적들의 국적이 다 다르다는 걸 감안해보면 꽤나 적절한 분포다.

게다가 장르도 다양하다. 한국 소설은 단편 소설도 한 편 넣어 균형을 맞췄고, 외국 서적은 스릴러, 추리소설, 순수문학 까지 아우르고 있다. 절대 내가 내 멋대로 장바구니를 채웠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스펙트럼이다. 읽으면서 취향이 아니어서 고통스러운 적도 있었고, 리뷰 쓰기가 애매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내 생애 없었던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솔직히 '직설'이 가장 좋았지만, 소설 분야 리뷰어로서 잘못 도착한 인문 분야 책은 제외하고 보겠다. 그 중에선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여기엔 일본 문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서양문학은 읽기 힘들어하는 나의 독서 취향이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를 했던 것은 이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가장 처음 받았던 책이기에 그 설렘도 이 책의 평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가장 맘에 들었던 책들은 이 5권이다. '7년의 밤'은 앞서 이야기 했었고, '고의는 아니지만'은 구병모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최인호 작가의 병마와의 투쟁 속에서 끌어낸 치열한 글쓰기의 산물이라 꼽았다. 조지 오웰의 '숨쉬러 나가다'는 오래된 작품이니 만큼 현대 소설에 비해 진부한 부분이 있었지만 인상깊게 읽었다.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는 소라게를 잡아 죽이는 두 아이의 의식과 암묵적인 약속, 폭력성이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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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조명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거짓말은 좋지 않은 거라고 교육받는다. 어머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것은 용서될 지 모르지만, 그것을 부정하는 거짓말은 용서되지 못한다. 누구든 소년기에 이런 따끔한 호통을 한 번은 들었을 것이다. “잘못은 해도 괜찮아! 하지만 거짓말은 안 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도덕적 자질의 문제로 치부된다. 선거철에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자질의 문제로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 모든 거짓말들은 고의성이 바탕이 된다. 누구든 거짓말을 하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거짓말 탐지기가 그런 것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던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신체언어를 읽음으로써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거짓말이 고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초로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거짓말도 존재할까.

알베르토 망구엘의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는 이와같은 고의적이지 않은 거짓말을 다룬다. 소설을 서술하는 자는 한 기자이다. 소설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터뷰의 주제는 베란다에서 자살한 한 아르헨티나의 작가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에 대한 것이다. 그가 죽은 지 30년 후에, 한 프랑스인 기자의 그의 죽음에 관해 그의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기자의 인터뷰 대상이 된 네명의 인물들은 저마다 기억하는 베빌라쿠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그들 자신에게 있어선 30년이란 세월 동안 흐려지긴 했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그것은 소설이 진행될수록 미묘해진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시각차를 다루는 가장 유명한 소설은 ‘라쇼몽’이다. 한 사건을 가지고 여러 인물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통해 소설은 진실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 소멸되며, 남은 것은 목격자의 기억 속의 조작된 편린일 뿐이라는 사실을 전달한다. 물론 그것은 목격자의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편집된 기억일 수도 있다. 편집된 과거라는 복잡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기억은 어찌됐든 부분적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진실과 유리된다.

베빌라쿠아는 자살했다. 그리고 그와 가까웠던 네 명의 인물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베빌라쿠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베빌라쿠아의 이야기들은 전혀 다르다. 소설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차 새로운 인물에 의해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 전 인물들이 했던 이야기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이 진실이야 여겼던, 기억했던 사실들을 말했을 뿐이므로. 하지만 전체를 알지 못하는, 부분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다.

모든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나면, 결국 소설 속의 모든 인물은 거짓말쟁이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들이 말한 이야기들은 진실이면서도, 또한 온전한 진실은 아니므로. 그리고 더 나아간다면 소설의 인문들 뿐 아니라, 소설을 읽는 독자들 또한 모두 거짓말쟁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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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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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 매주 연재되었던 꼭지를 모았다. 신문에선 눈에 띄는 초청자가 보일 때마다 가끔 읽었고, 보통은 슬쩍 넘겼다. 커다란 지면 하나를 가득 매운 넘치는 언어를 다 쫓아가기가 벅찼다. 구어체로, 쉬운 언어로 늘어놓았다곤 하지만 저들끼리 떠드는 말을 꼼꼼히 쫓아가는 것은 조금 버거웠다. 모름지기 말이란 함축적이고 생략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함의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문어체로 길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글이 이해하기 쉬운 법이다.

기분탓일까. 책으로 나온 ‘직설’은 신문보다 읽기가 편했다. 일단 글자가 커졌고 자간도 벌어졌다. 내용상의 편집은 직접 대조를 해보지 않아 어떻게 바뀐건지 잘 모르겠다. 매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한홍구와 서해성이 정리하는 나가는 글, 혹은 남은 글은 인터뷰를 읽는 내내 품었던 느낌을 정리하거나, 보듬거나, 혹은 더욱 불사지르거나, 흔들거나 했다.

말 그대로 ‘직설’이다. 사회 현안에 대하여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인다. 또한 저들끼리 떠드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를 직접 앞에 앉혀 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어떤 인사가 나올 때는 서해성과 한홍구가 쿵딱쿵딱 장단을 맞추어 이야기에 흥이 돋았고, 어떤 인사가 나올 때는 둘의 쏟아지는 물음과 비난에 대면했다. 어떤 방식이었든 속이 시원했다. 그런 점이 좋았다.

어찌보면 요즘 유행하는 ‘나꼼수’와 비슷하다. 정론지나 진보언론지에 정치 관련 글은 쏟아지지만,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어렵다. 사건은 알지만 그 사건을 해석하지 못한다. 그 답답한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 ‘나꼼수’였다. 흔한 시민들이 술집에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치에 대해 이빨을 까던 것 처럼,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김어준이 나와 격식은 집어 치우고 수다를 떤다. 청취자들은 그들의 테이블 옆에 작은 간이의자를 놓고 그들의 노는 꼴을 엿본다. 흥미진진한 광경이다. ‘직설’의 모양새가 꼭 그렇다. 서해성, 한홍구를 중심으로 매번 다른 인사가 나와 일상어로 그들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독자들은 귀로 듣진 못하지만 눈으로 듣는다.

꼭지 하나하나가 너무 짧은 점이 아쉽긴 했지만, 더 많은 인물들을 만나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다. 총 50회동안 수많은 계층의 다양한 인물을 만나면서도 서해성과 한홍구 두 구라의 입담은 거침이 없더라. 특히 서해성 같은 경우에는 지식의 스펙트럼에 혀를 내둘렀다. 어느 인사가 와도 그 풀에 첨벙 뛰어들어 함께 놀 수 있는 그의 지식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있었기에 많은 초청인사로부터 더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대화는 두레박이다. 혼자서는 풀어놓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가슴 속 심연의 이야기들을 대화는 끌어올린다. 혼자서 머리 싸쥐고 헤메어봐야 떠올리지 못했을 말들을, 대화는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길어 올린다. 이 책이 가진 힘은 그런 것일 게다. 그들이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글을 썼더라면 도출하지 못했을 말들을, 한데 모임으로써 기워내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서해성의 말 하나를 던지고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죽음이 죽음다워야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죠. 모든 죽음은 사회적이죠.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첫 단락이 이렇게 끝나죠. “몇 년 만에 보는 자연사였다.” 얼마나 많은 타살이 있었다는 뜻인가요. 죽음이 원통한 사회가 나쁜 사회거든요. 어떤 자살도 타살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법이죠. 만인이 자연사하는 사회가 곧 민주사회인 거죠. p.315 - 서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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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김경욱,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창비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김경욱의 소설집. 등단 이래 놀라운 성실함으로 간단없는 자기갱신을 거듭하며 늘 주목을 받아온 김경욱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한층 정련되고 절제된 스타일과 능란한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며 인간과 이야기의 심연을 날렵하게 부각해내는 빼어난 경지를 선보인다." - 알라딘 책소개

매년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등의 유수 있는 문학상의 작품집에 꼭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언제나 주목받는 작가 김경욱의 신작 단편집이다. 재미 읽게 읽히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을 꿰뚫는 시선으로 문학적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그의 작품이 이번 소설집에선 어떤 모습으로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2. 황현진,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문학동네

"기발한 발상,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문장으로 패기만만한 세계를 펼쳐 보였던 작가를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이 열여섯번째 수상작으로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를 선보인다. 불량한 듯하면서도 어리숙한 용화공고 삼학년생 '태만생'을 앞세워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를 통과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과장된 상처 없이, 자기연민 없이, 신선한 리듬이 살아 있는 위트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 알라딘 책소개

문학동네 작가상 16번째 수상작이다. 김영하, 조경란, 박민규 등 유수의 작가들을 배출한 문학동네 작가상이니만큼 매 년 수상작이 나올 때마다 주목해서 보게 된다. 이제 막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신인이 얼마나 신선한 글쓰기를 보여줬을지 주목해 본다.

3. 파울로 코엘료, 알레프, 문학동네

"<연금술사> <브리다>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2011년 신작. 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20여 년이 훌쩍 넘은 파울로 코엘료의 세계를 아우르는 동시에, 자신의 근본으로 회귀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코엘료의 고국인 브라질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헝가리 등 20여 국에서 출간되어 출간 첫날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변함없이 코엘료 신드롬을 일으켰다." - 알라딘 책소개

우리 나라에서 정말 좋아하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이다. 산티아고로 순례를 떠난 기억으로 '연금술사'와 '순례자'를 쓰고, 70일 동안 프랑스의 피네네 산 지방을 걸었던 기억으로 '브리다'와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썼다면, 네 달동안 집을 떠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아시아를 횡단하면서,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했다. 이번에는 어떤 성찰이 소설에 담겨 있을까.

4.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거리에서, 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일본의 문예지 「야성시대」 2004년 9월호에서 2007년 4월호까지 2년 8개월 동안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2007년 6월 간행과 동시에 각 서점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이후 일본 내 판매 120만부를 돌파하여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등극했다. 또한 와카마쓰 세츠로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 알라딘 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한 작가가 아닌 하나의 현상이었다. 그의 작품은 대형서점을 휩쓸었고 영화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서재에서도, 영화관에서도, 거실에서도 보게 되었다. 이미 그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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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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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는 근대 단편 문학의 완성자라고들 한다. 모파상과 더불어 단편 작가로는 세계적 명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가 써 낸 단편의 역사적 의미들을 모른다면, 독자는 그의 소설들이 왜 위대한지 알아채기 어려울 것 같다. 그의 단편들은 현대문학에서의 단편과 느낌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밀도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지나치게 현학적이 되어버린, 상징과 은유가 난무하는 요즘의 단편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체호프의 단편은 심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런 점이 체호프 단편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이야기’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결국 소설가는 이야기꾼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체호프의 단편들은 그것에 아주 충실하다. 단편집에 실린 모든 소설들은 명확한 모티프를 가지고 있으며, 분명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다. 독자에게 메세지를 던지는 건 화려한 수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서이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겪으며 내면적 갈등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그 과정이 던지는 시사점은 숨겨진 화두를 찾기에 바쁜 요즘 소설들과 대비된다.

처음 ‘관리의 죽음’을 읽을 때는 다소 싱거운 그의 이야기가 복잡다단한 플롯에 익숙해진 나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소설 ‘공포’, ‘베짱이’를 읽어 나갈수록 조미료가 빠져나간 건강한 음식이 주는 즐거움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소설을 남긴 지 10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의 소설은 아직도 생명력을 가지는 순수한 문학으로서의 즐거움을 가졌다. 그의 소설이 왜 고전으로 남아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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