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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보바리 부인은 어릴 때부터 소설을 많이 읽으며 성장했다. 그래서 언제나 소설과 같은 삶이 자신의 것이 되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과 달랐다. 그녀에게 있어서 결혼이랑 낭만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의 결혼생활은 삭막하고 권태롭기만 했다. 그녀의 남편 샤를르는 좋은 사람이었고 그녀에게 헌신적이었지만 매력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것은 현실로부터의 도피였고, 모험이었다. 그녀의 첫 남자는 로돌프였다. 사실 그와의 관계는 엠마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다. 불륜의 짜릿함은 그녀에게 스릴을 안겼고, 그와의 달콤한 사랑은 설렘을 안겼다. 그리고 그로인한 권태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불륜이 가져오는 남편에 대한 죄의식은 오히려 남편과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었다. 샤를르는 자신에게 살갑게 구는 엠마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엠마는 로돌프와의 단순한 불륜관계에 만족하지 못한다. 일상으로부터 잠시간의 해방을 넘어서, 그녀는 그 꿈같은 시간을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러한 욕심은 첫 번째 파국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두 번째 연인은 레옹이었다. 그는 이전에도 엠마와 연인의 관계로 발전할 뻔 했으나, 그 당시 그는 너무 어렸기에 관계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파리로 떠나버리고 만다. 다시 만난 레옹에게 엠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정도로 헌신적인 사랑을 베푼다. 로돌프와의 관계가 깨지고 종교적인 귀의에 이를 정도로 상처받았던 그녀였기 때문인지 레옹과의 사랑은 좀 더 정렬적이고 적극적이었으며, 한편으론 필사적이었다. 로돌프와의 밀회는 그저 남편의 눈을 피하여 이루어질 뿐이었지만 레옹과의 밀회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속인다. 그리고 뢰르에게 계속해서 돈을 빌린다. 거짓말은 계속해서 부풀어지고, 빌린 돈은 계속되는 어음 발행으로 불어난다. 엠마의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밀어닥칠 파도의 높이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결국 그녀가 욕망에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 모든 것은 그녀를 향해 쏟아져 내렸고, 그녀는 그 무지막지한 사태에서 벗어나올 방도를 찾아내지 못한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음독자살이었다.
엠마의 이상향은 현실의 밖에 있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므로 현실이 되지 못한다. 그녀의 꿈은 잠시간 이루어지기에 아름다운 꿈일 수 있었던 것이다. 영원히 이어지는 것은 결코 꿈일 수 없다. 로돌프는 다른 곳으로 도망쳐 함께 살 것을 제안하는 엠마를 가차 없이 버린다. 그리고 레옹은 자신의 빚을 메꿔줄 것을 요구하는 엠마에게서 도망친다. 그것은 환상으로 꿈으로 존재하던 현실너머의 것을 현실로 가져오려고 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꿈이 현실의 세계로 넘어오면 그것은 결국 현실일 수밖에 없으므로, 현실에 대해 권태를 느끼는 엠마에게 있어서 그것은 또 다른 권태를 낳는 씨앗이 될 따름이다. 결국 그녀는 비극적인 말로를 맞을 수밖에 없도록 운명되어진 여자였다. 샤를르가 자신의 부인의 정부였던 로돌프를 찾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러므로 상징적이다. “이게 다 운명 탓이지요!”
엠마의 비도덕적 행위를 지켜보며 퇴폐적인 그녀의 만행에 분노하는 남성 독자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녀가 결국 음독자살로 밖에는 규정되어진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이상향에 대한 집착은 안타깝기만 하다.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오메의 방식이 그저 옳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