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억이라는 분위기 있는 시공간을 느끼다 -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_ 스토리매니악 

 

나이 들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고 있다살아가는 현재로서의 시간이 아니라살아온 과거로서의 시간이 중요함을 말이다어린 나이는 과거를 볼 여유가 없다왕성한 혈기를 발산할 현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조금씩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기고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면 반드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하지 않던가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시점부터는 추억이 더 없이 소중해진다지나온 시간지나온 과거... 안타깝게도 기억하고 싶은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때로는 너무나 잊고 싶은 추억도기억하기에도 몸서리 쳐지는 추억도생각할 수록 상처가 생기는 추억도 있다지우고 싶어도 영 지워지지 않는 머리에 들러 붙은 껌딱지 처럼 질기다.

 

일본의 판타지 소설가 '다니 미즈에'는 이 추억을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전성기가 지나 쇠퇴해가는 상점가에 눈에 띄는 허름한 시계방, '추억의 시계時界를 수리합니다'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으나, ''자가 떨어져 나가 '추억의 시 수리합니다로 읽히는 그곳은 시계라는 것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이다.

 

상처를 안고 상점가로 이사 온 '아카리'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상점가에서 그녀가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하여 이어진다그 에피소드는 하나 같이 과거를 보고 있다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이야기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현재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그 응어리진 추억을 수리해 가는 이야기다.

 

분위기가 참 따뜻하다부드럽기 그지 없는 슈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든 시계방이라는 공간그를 중심으로 이어진 허름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상점가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따뜻함은 오랜만에 소설에서 느껴보는 맛이다거기에 과거를 수리한다는 묘한 감성까지 더해져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 없이 말랑말랑 하게 만든다.

 

아픈 추억들아쉬운 추억들조금이라도 고치고 싶은 추억들이 하나 둘쯤은 있게 마련이다그런 사람의 심리를 적절히 파고 들었다고 생각한다그러나그런 좋은 소재 안에서 뛰노는 캐릭터들은 조금 아쉽다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조금은 단순한 느낌이다슈지가 가지고 있는 아픈 추억이 너무 쉽게 너무 밋밋하게 밝혀져 가장 큰 재미로 남겨 두었던 부분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고 말았다.

 

조금은 구성의 짜임이 아쉽다하지만그 분위기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다그만큼 공간과 소재의 설정이 잘 어우러진다이 소설이 영상화 된다면 그 분위기가 제대로 드러날 것 같다머릿속에 그 공간의 분위기가 잘 그려지니 말이다하나의 잘 설정 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재미 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