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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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이 엮어낸 '늪' -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_ 스토리매니악


미스터리 소설을 구입해서 꽤 오랜 기간 묵혀 두고 있는 책들이 제법 있다. 정말 마음 내킬 때 쑥 뽑아서 즐기기를 원해서 그러는 것인데, 오랜 만에 한 권 뽑아 들었다.

 

'미치오 슈스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책으로 알고 있다. 어떤 면이 좋다는 사람과 나쁘다는 사람을 나누었는지 내내 궁금했다. 책을 덮고 난 지금 내가 이 소설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명징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다'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너무 별로다'라고 말하기도 그런, 굉장히 애매한 위치를 차지 한다.

 

정통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와 호러가 믹스 된 형태의 이야기다.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터인데, 현실의 눈으로 보자면 지극히 비논리적인 설정이지만, 소설 속 세계의 눈으로 본다면 또 상당히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참 미묘한데소설 속 주인공처럼 상당히 혼란스러운 느낌을 읽는 내내 받게 된다. 현실과 소설 속 세계와의 충돌이랄까?

 

소설 속의 눈으로만 보자면 잘 짜인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일련의 비정상적인 동물 사망 사건과의 연계,사라진 친구의 시체를 찾기 위해 추리를 펼치는 과정은 심심치 않았다. 비정상적인 설정 안에서 뛰노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위화감은 있었지만, 그것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전개 자체는 몰입해서 들여다 보게 된다.

 

읽는 내내 뭔가가 신경을 거스른다는 표현은 어떨까 싶다. 주인공의 다면적인 성격이나 환생한 친구가 감추고 있는 비밀, 편집증적인 행동을 보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까지, 내내 신경 한 끄트머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적잖이 정신력을 소모하는 소설이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혼란스런 소설 속 설정이 그 실마리를 잡지 못하게 방해하는 느낌이다. 뭔가 손에 잡힐라치면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들에 의해 실마리가 미끄덩 빠져 나가는 기분이 내내 이어졌다.

 

이 소설을 평할 때는 모두 '반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충격적이고 상상도 못했다는 등의 반응들이다. 충분히 그런 반응이 쏟아질 만큼의 반전이다. 반전 자체에 충격을 받아 희열을 주는 타입의 반전이라기 보다는, 반전으로 인해 앞에 이어진 이야기들이 이해 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또 하나의 공포를 맛 보는 느낌의 반전이다.

 

내 경우에는 앞의 이야기들이 워낙 혼란스러워서 반전의 감흥이 조금은 덜 했다. 머리가 어질어질 한 상황에서 던져진 반전은, ',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하는 느낌을 먼저 들게 했다. 한참 생각하고 나니 몸이 오소소 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조금은 타이밍이 어긋난 반전의 희열이었다.

 

이런 장치들을 해둔 작가의 기교가 놀라울 뿐이다. 그 기교를 읽어내며 따라가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듯 하다. 대립되는 두 가지 관점을 절묘하게 섞어 또 다른 논리적인 세계를 창조해낸 이야기, 이 책이 매력적으로 읽힌다면 바로 그 부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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