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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과 맛을 나누는 따뜻하고 정갈한 사찰 음식 레시피
홍승스님.전효원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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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모든 문명은 뚜렷하고 확연한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 생존, 의문 그리고 세련'.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왜, 그리고 어디의 단계'. 예를 들어, 첫 번째 단계를 특징짓는 질문은 '어떻게 먹을까'이고, 두 번째 단계는 '우리는 왜 먹는가'이고, 마지막 단계는 '어디서 먹을까'이다.

 

  역시 먹는다는 일은 참으로 숭고하고도 비천하고, 즐거우면서도 괴롭고, 풍요로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인 듯 하다. 살아가기 위해 인간의 몸에 무엇인가 에너지원을 공급한다는 숭고함 속에는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비천함이 있고, 먹는 기쁨에 즐거우면서도 그것을 요리하는 사람에겐 괴로움을 동반한다(물론 즐거운 요리사도 있겠지만 '뭘 먹지?'를 늘 고민하는 나에겐 식사 준비를 앞둔 주부들의 고민이 먼저 떠오른다.) 또한, 식탁 위의 풍요로운 대화와 정감있는 교류와 함께 비만의 굴레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적당한 수준에서 무엇인가를 먹고 유지하고 즐긴다는 것은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도 소중한 일이다.

 

  여튼 사람들과 모여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사찰에 가서 공양 얻어먹는 일을 즐기는 편이다. 담백한 그 맛과 먹은 것을 스스로 처리해야만 하는 시스템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부엌일이라 지칭되는 모든 일이 적어도 집안의 한 사람에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눠서 하는 모습이 꼭 축제처럼 느껴진달까?

  게다가 등산을 하다 문든 의도치 않게 도달한 사찰에서 맡아지는 내음. 공양시간에 살며시 풍겨오는 오감을 자극하는 참기름 냄새는 어떤 육식의 풍미 못지 않게 나를 자극한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공양간의 매력. 그런 점에서 마음을 담은 사찰음식이란 책은 첫인상이 굿이다.

 

  책장을 열어보면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요리법이 나와있다. 얼마나 간명하게 실려있는지 보자마자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불끈 솟아오르려 한다. 물론 모든 고수들은 쉬운 설명을 하고, 모든 아마추어들은 쉬운 것을 어렵게 만들지만 말이다. 기본 재료가 없고, 기본 조리도구가 없으며, 기본 실력이 없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버섯 순두부 들깨탕'정도는 해 볼 수 있지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오늘 한 번 시도하고 사진을 찍어서 글과 함께 올릴까 하다가 처참한 모습에 실망할까 싶어 요리를 하기 전에 먼저 글을 올리는 바이다. 실망한 후보다 희망을 가진 때에 더 이쁜 글을 쓸 수 있을 듯 하니 말이다.

 

  요리를 못하는 아내보다 요리를 못하면서 하려고 하는 아내가 더 무섭다고 하던가? 그러나 오늘 이 책 덕분에 한동안 후자가 되어볼까 싶다. 늘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지만, 또 한 번 해 보라고 이 책이 말한다. 나처럼 요리에 전병인 사람들은 누구든지 도전해 볼 일이다. 생식으로 즐기는 사찰음식 코너도 있으니 도움이 될 듯.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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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이광표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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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제목이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말해 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룻밤에 완성하는 시리즈의 책이라든가, 단번에 이룰 수 있는 법 같은 쉬운 법은 왠지 꺼리는지라 이 책에 대한 첫 느낌 역시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책에 대한 제 생각은, 아직 초등학생 아이가 없어서인지 그냥 제가 학창시절에서 사용한 역사책을 좀더 요약하고, 선명한 사진 도판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직접 본 국보나 사찰 등은 좀더 흥미롭게 보게 되었는데 그것의 연원이라든지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인지 좀 간략해서 아쉬웠습니다.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하는 것도 좋으나 하나의 유물이라도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면 한 번 더 그 장소를 가고 싶고, 그 보물을 보고 싶지 않을까 싶어서 아쉬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이미 알고 있어서 흥미롭게 보는 책이 아니라 책에서 보고 나니 실제가 궁금해지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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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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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비룡소 전래동화 24
성석제 글,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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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 울 엄마는 나에게 영부인이 되라고, 의사 부인이 되라고 했었습니다. 왜 하필 대통령이 아니고, 의사가 아니고 그의 부인이냐고 물었지요. 그냥 그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린 대답을 들었던가 말았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리네요. 그런데 어느덧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찾아버렸습니다. 부모는 제 자식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랄 터이니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머리 아프게 세상일을 처리해야 하는 대단히 용감한 수장(요즘 세태를 보니 것두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서도ㅠㅠ)보다는 뒤에서 그 노고의 대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영부인이 한가롭고 의사 부인이 편안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나의 딸이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아직은 아이가 어려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난 아이에게 어떤 바람을 투영하는 부모가 될른지... 평강공주를 읽고 보니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라는 이야기책은 '성석제'라는 이름이 저의 눈을 먼저 사로잡았습니다. 입담이 장난 아닌 소설가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가 기대되더라구요. 결론은 뭐 그닥 흥미롭진 않았습니다. 그의 솜씨가 아무렇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장편 소설이 아닌 아이들 이야기에서 크라이막스를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그래도 이물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의 편안한 흐름이 바로 그의 솜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섯 살 된 제 아이는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을 또롱또롱 뜨고 있었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듣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싶어 조마조마 긴장한 표정으로 듣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울보 공주가 나오고, 놀림받는 바보가 나오고 전쟁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어린 나이에 무서웠나 봅니다. 그런데 때가 되지 않아서인지 '왜?'라는 질문이 나오지는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좀더 읽다 보면, 울보 공주에게 왕은 왜 '바보온달'을 위협으로 삼았는지,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왕의 위협이든, 온달왕자의 약속이든), 울보 공주는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아이들의 놀림에 온달은 왜 웃으며 대처했는지, 공주의 청혼을 온달측에선 왜 거절했는지 이 모든 것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전 마음에 드네요.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기에 꽤나 오래 아가와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창작동화가 유독 많은 요즘 제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가 너무 빈약해 고민인데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 덕분에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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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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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붓]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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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그림 솜씨에 '우리 아가는 장차 화가가 될 모양이야. 저 색감 좀 봐!'라며 감탄 한 번 해 보지 않은 엄마가 어디에 있을까요? 태어났을 땐 천재였던 아가가 자라면서 영재가 되고, 조금 더 자라니 영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보단 영리한 아이가 되다가 어느 새 둔재가 되어 있다던가요? 이 모든 변화가 누구 때문일까요? 아이는 그대로인데 그를 바라보는 나의 약은 면이 세상을 재단하고, 아이마저 재단하려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주변의 많은 사례를 보면서 때로는 객관적인(?) 평가자가 되고 때로는 혹독한 비평가가 되어 버리는 내가, 내 아이를 보면서는 어느 새 이 모든 것을 망각하고 나의 아이만 특별한 영웅인 양 여기는 경우 많으시죠? 저 역시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정신을 차려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흔들어 보지만, 어느 새 내 아이의 붓질에 감탄하고, 감탄하지요. 그건 아마 애정을 닮아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탄성을 자아내는 그림 솜씨가 아니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보는 순간 내 아이의 낙서가 피카소의 그림이 되고, 고흐의 자화상이 되어 버리곤 하지요. 물론 이러한 착각 덕분에 또 다른 감식안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내 아이의 그림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본 덕분에 다른 아이의 그림도 똑같이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거든요. 다른 아이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보물이고, 화가이며, 가수이자 형언할 수조차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 책으로 인해 제 아이는 한동안 등한시했던 색연필을 또 잡게 되었습니다. 동양화같은 색감의 다소곳하면서도 무엇인가를 잡아끄는 매력이 담긴 책. 어미로서 내가 읽을 책은 선뜻 고르면서도 아이가 읽을 책은 누구의 안목에서 골라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기 마련인데 이 책은 참으로 맘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솔직히 대단한 내용이 아니고 누구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인데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랄까요?  완벽한 모사 능력을 지닌 기한 붓은 단순히 테크닉면에서 남다른 도구가 되기보다 마량의 손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되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에게 저 붓이 주어진다면 원님처럼 금전적인 소망을 품게 되는 것은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였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읽는 동화책은 단순히 아이만의 책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부모마음을 가다듬는 책이란 걸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 책은 모든 아이들과 모든 어른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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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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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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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세상은 자꾸 나에게 어리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는 선택의 연속인데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로 무얼 받고 싶은지 묻는 지인에게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대답하지 못한 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다 '연령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컴퓨터에 물어보고 있다니... 거기엔 얼토당토 않은 내가 개성없이 연령으로 묶여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저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고개를 젓다 보니 그럼 내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합니다. 내가 아는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 도통 대답할 수 없는 질문뿐입니다. 나조차 모르는 나를 누구에게 물어야 한답니까. 그런 나에게 열 네 살 홍라는 거대하게 다가옵니다.

 

금씨 상단의 대상주 홍라는 고작 열 네 살입니다. 바다에서 만난 풍랑으로 어미를 잃고 혼자 상단을 떠맡게 된 어린 아이. 지금 나이로 환산하자면 중학교 1학년인 셈이지요. 열 네 살이라는 나이는 같은데 우리가 느끼기에 발해국의 열 네 살과 2013년의 열 네 살은 다르기만 합니다. 한 살의 분량은 분명 다르지 않을 터인데 발해국에서 하나의 상단을 책임질 수 있었던 나이가 지금은 왜 철없는 아이로 여겨지게 되었을까요?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어미를 잃고 슬픔에 빠져 아비에게 맡겨져야 마땅할 아이 홍라는 상단의 대상주가 되어 상단을 책임지기로 결심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짐을 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홍라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겠지요. 물론 곁에는 그녀를 지켜주는 무사 친샤가 있고 천문을 읽어주는 초보 천문생 월보가 있으며 어찌어찌 이들과 함께 길을 가게 된 쥬신타와 비녕자가 있습니다. 십 대의 아이들 곁에 친구가 있듯이 홍라에게도 친구가 생긴 셈입니다. 그러나 여느 행복한 여행자처럼 그들의 여정이 핑크빛 에피소드로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행이 되어 떠나는 그들에게는 행운도 불운도 그들과 함께 하지요. 오히려 많은 난관이 예고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이란 일부러 문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요.

그러나 여행길에서 그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갈등은 비단 어린 나이인 그들에게만 닥치는 일은 아닐 겝니다. 그것은 이미 어른이라 규정지어진 나 역시 겪고 있는 일이니까요. 어느 누가 친지의 죽음 앞에서 울지 않을 것이며, 엄청난 사건 앞에서 당황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어른들은 이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것이라 어리석은 우리는 상상하게 되지요.-도대체 어른은 몇 살부터일까요? 그래서인지 고집쟁이, 새침떼기 홍라 역시 어른 흉내를 내느라 붙잡고 싶은 친구 손도 외면하고,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척, 기쁘면서도 기쁘지 않은 척 노력합니다. 그래서 외롭지요. 이 이야기는 이런 떼쟁이, 어른 흉내쟁이 홍라가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굳이 힘든 교역길을 가겠다는 홍라에게 아버지 아골타가 묻습니다.

 

p109 “굳이 교역길을 가려는 이유는 무엇이냐? 어머니 때문이냐? 상단을 지키고 싶은 거냐?”

홍라는 묵묵히 있었다. 어머니 때문이고 상단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홍라는 어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알게 되었을까요?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이 선택한 인생은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분명하고 선명한 이유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린 그런 마음의 소리를 들어줄 시간을 내지 않습니다. 세상이 바쁘니까요. 하지만 누구나 귀기울여 들어준다면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깟 나이는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발해국 금씨 상단 대상주 홍라는 열 네 살임에도 어른이고, 나는 서른을 훌쩍 넘었는데도 철없는 나이로만 여겨집니다.

 

혹자는 어른을 더이상 소리내며 울 수 없는 나이라고 하더군요. 슬프지 않은 척, 무섭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센 척, 수없는 척척척이 모여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홍라는 척이 아닌, 있는 모습 그대로 어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될 것 같아 부럽습니다. 홍라가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홍라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겠지요. 어른이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시간과 믿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리다고 대신 해 주기보다 어려도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다가 자라는 것이라는 믿음, 그것을 느긋하게 지켜봐 줄 시간. 그러다 보면 우리의 아이들이 훌쩍 자라있겠지요? 그래서 오늘 전 여섯 살 짜리 내 딸아이와 식탁에 앉아 야쿠르트를 먹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인생에 대해서 싸움에 대해서 화해에 대해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구요? 천만의 말씀. 고승의 선문답과 같은 우리의 대화로 전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아니 제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린 아이가 어린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읽히는 동화 한 편에 제 생각이 너무 거창했나요? 그러나 이 동화 한 편으로 전 홍라의 비단길이 단순한 교역의 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단길은 도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일 뿐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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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4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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