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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마미 수납 개조 - 수납으로 삶을 바꾼 여자들의 리얼 개조 스토리
까사마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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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보자마자 "집안 예쁘게 가꾸자는 이야기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테리어 서적이 여기저기 난무하고, 셀프 인테리어를 돕는 이야기가 많이 쏟아지는 요즘이기에 그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책 서두부터 저의 이런 생각을 깨버리더군요. 이쁜 집, 좋은 집은 많지만 그런 집 꾸미기가 아니라 수납을 하고 정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수납과 정리라...

  너무나 많이 듣는 말이지만 생각하면 머리부터 아픈 말이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는 수납과 정리의 달인들이 꽤 많습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싶게 서랍의 구획을 나눠 정리하고, 속옷함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동선과 사용량을 고려한 배치까지. 아무래도 저기에는 뭔가 비밀이 있다는 생각보다 천부적인 능력이겠거니 생각을 하곤 했지요. 나랑은 별개구나 생각하면서요. 저역시 나름의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자극을 받게 되더군요. 천부적인 재능은 없지만 후천적으로 배워서 익힌다면 나도 생활의 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정리되고 여유로눈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싶은 희망이랄까? 그런 것이 설핏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살림 잘 하는 게 자랑거리가 되는 요즈음, 시대를 잘 만나 이런 책도 내고 직업도 명성도 얻게 되었다는 저자의 겸손한 말에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이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우린 어디서 이런 노하우를 배울까 싶기도 해서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수납과 정리를 통해 그녀가 들려준 여러 집안의 이야기는 정말 곳곳에 삶이 담겨 있었습니다. 신혼집에서 둘만 행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찾아온 행복한 선물인 아이. 그로 인해 마구 늘어난 살림살이들. 처음으로 집을 사서 꾸미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가족들. 주말부부로 생활하면서 가끔 만나는 집안인데도 어수선하여 제 역할을 못하는 공간 때문에 흩어져 살아가는 가족들. 이게 정말 수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싶은데 정말 수납과 정리가 이들을 온기 있는 가족으로 만들더군요.

 

  커다랗고 넓은 집을 사서 럭셔리하게 꾸며보는 것도 정말 부러운 일이지만, 내게 주어진 이 공간을 우리 가족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힘,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이들이 편안하게 느끼게 만드는 능력은 이것보다도 더 부럽고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은 곧 어떤 공간에 가더라도 넓이와 가격에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어제 책을 읽고 나서 사각 생수병부터 모아야 하나, 수납장부터 사야 하나 망설이다가 무엇인가를 마련하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이란 저자의 글을 읽고 전 신발장부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제껏 아까워 버리지는 못했으나 몇 년 동안 신어본 적 없는 신발을 예쁘게 포장해서 의류수거함에 버리고, 아이의 신발을 옆으로가 아니라 두 켤레씩 정리했네요. 신발장 하나 정리했을 뿐인데 이 개운한 기분은 뭔지. 이게 아마도 까사마미 저자에게 정리를 의뢰한 고객들이 가진 맘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집안을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한 장 펼쳐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목차만 봐야지 생각했는데 어디서 다음 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펼치자마자 수납기술이 나오지는 않지만, 미용실에서 아줌마끼리 모여 수다를 떨듯 속상한 아낙네 맘을 어루만지듯 이야기하는 저자의 매력과 함께 놀라운 정리법을 배우게 될 테니 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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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5-2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보았습니다.
 
[검은 후드티소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검은 후드티 소년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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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표지가 나를 화악 휘어잡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치동화라는 타이틀이 일단 낯설기도 하구요. 그런데 요즘 동화라 일컫는 것들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유없이 인종차별의 희생량이 된 한 아이와 그를 둘러싼 세상이 저를 가슴 뭉클하게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을 했다고 하는데 작가가 내세운 제이와 니콜과 하비는 꼭 우리네 세상의 대표자들만 같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로요.

 

  인종이든 학력이든, 재산이든 사람들은 무엇으로든 서로를 나누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외치는 니콜의 아버지도, 세상엔 힘이 최고라며 싫은 것엔 이유가 없다고 당당하게 하비에게 소리치는 속물 아버지도 모두 우리가 봐 왔던 사람이고, 내 안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죽어간 마틴이란 소년은 '눈에도 가슴이고 이에도 가슴'이라 주장하며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나 그를 둘러싼 사람들 기억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디언 사이엔 죽음이란 기억속에 잊혀지는 거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면 사람들 가슴 속에서 기억되는 것만큼 가치로운 일은 없나 봅니다. 물론 삶으로서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사회가 될 테지만요.

 

  자식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자라지 않고 행동하는 대로 자란다는 무서운 말을 들었습니다. 단순히 아이를 기르고 있는 좁은 의미의 부모만 기억해야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는 모든 어른들이 어른답게 행동할 때 세상은 좀더 살만한 세상이 될 테니까요. 조금만 더 참고 공부하면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다든지, 조금만 더 힘을 기르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핑계는 참고 참고 참다가 아무도 돕지 못한 우리네들의 변명으로만 들리네요. 지금 지쳐 있는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면 나중에 백 명의 사람을 돕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과 나 사이의 공통점을 찾기에 바빠집니다.

"와! 나랑 똑같은 생각이네, 와 나랑 똑같은 핸드폰이네. 나랑 똑같은 취향이네."

라고 외치며 손바닥을 마주치던 학교 친구와 나의 연인이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같은 점이 많아서 좋아했던 우리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서로 너무나 다르다며 갈등을 겪게 되죠. 사실 우리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인종으로 나누기 전에 우린 모두 사람이고, 성별로 나누기 전에 우린 생각을 가진 존재이며, 나이를 가르기 전에 우린 공동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같은 사람이니까요.  

 

  이 책 덕분에 내가 비겁하게 지나쳤던 세상을 한 번 더 돌아봅니다. 내 옆의 사람을 다시 한 번 지나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나의 아이가 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로 인해 조금 나아진 내 주변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 설핏 알 것도 같거든요.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겠습니다. 나중으로 미루는 순간 세상은 금세 칙칙하게 변해버리니까요. 그럼 그 칙칙함을 핑계로 또 한 걸음 물러날 터이고 그럼 더이상 대책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뤄둔 집청소가 나를 덮치는 것처럼 불의와 우울함이 덮치는 세상은 생각조차 하기 싫군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별점을 다섯 개 주기가 쉽지 않은에 이 책은 선뜻 별표 다섯 개가 그려지네요. 다양한 생각과 사람들이 좀더 다양하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을 이 시끄러운 세상에 다시 한 번, 지금 당장 소리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한테 소리쳐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말한 '성공'의 정의가 불현듯 떠오르네요.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높아지거나, 영웅적인 일은 한 것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진 것이다. "

 

부디 이 책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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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5-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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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 -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떡.찰떡.떡케이크 66가지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9
강숙향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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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요술쟁이. 비가 오면 뚝딱 김치전이나 부추전을 부쳐 주시고, 배가 심심하면 막걸리에 밀가루를 넣어 술빵을 만들어주시고, 방앗간에라도 다녀온 날이면 백설기를 만들어 주시는 우리 엄마. 난 엄마가 되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인 줄 알았네요.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우리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더이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엄마가 해 주는 것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했지 그게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여태껏 모르고 있었네요.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이제 또 엄마의 뒷바라지를 받게 되면서 우리 아가 역시 할머니의 솜씨를 맛보는 행운을 누리고 있긴 하지만 그 덕분에 철없는 엄마는 여전히 요리에 잼병인 엄마로 굳어지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받고서도 반신반의. 이제껏 살아오면서 '1분만에 완성하는 레시피', '누구나 할 수 있는 OOO'이라는 제목의 책치고 따라하기 쉬운 적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세상이 그렇게 쉽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 만큼 밥 한 끼 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슬슬 깨치는 찰나에 이 책을 기대없이 펼쳐봤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구미가 당깁니다. 견과류 강정을 당장에 시도를 해야겠다는 맘도 불끈 생길 정도였습니다. 떡만들기의 장인인 친정엄마도 옆에 있겠다, 떡만들기의 비법이 담긴 책도 있겠다. 내일 당장 쌀을 담그고 방앗간으로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방앗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아마 우리 딸도 함께 조물조물 반죽을 만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터이니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또 실수를 하고 맛이 엉뚱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차츰차츰 따라하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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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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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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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요? 전설로만 느껴지는 6.25를 겪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생생하게 하곤 합니다. 이젠 생생하게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네요.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좀더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 쉽게 읽히는 면이 있긴 했으나 결코 가벼운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었습니다. 전쟁으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는 과정은 어른이나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힘든 일임에 분명합니다. 새 학기에 새 친구를 만나고 겁먹은 눈동자를 굴리며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모습과는 비교도 안 될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참으로 경쾌하게 잘 해 나가더군요. 그래서 전 조금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가 흔히 순수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순수하기에 가식을 떨지 않고 나와 다름에 생채기를 내곤 하니까요. 어떤 면에서 잔인하다고 할 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하’가 앨라배마에서 겪은 일들이 맘이 아프네요.

 

  환경의 변화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지만 ‘하’ 가족이 겪은 일은 결코 좋은 쪽으로만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부디 우리 모두에게 험악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디 그렇던가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의 세상이지요. 하나의 문을 겨우겨우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곤 하니까요.

 

  내 아이만 중요하고 다른 이들은 중요하지 않은 엄마들과, 그런 엄마들 밑에서 부족함 없이,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없이 나만 소중하다고 배운 아이들이 함께 읽어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 나의 아이가 조금 더 자란다면 이 책에 나오는 사건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 그러한 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내가 바라는 내 아이는 어려움을 잘 피해가는 요령 있는 행운아가 아니라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용기있는 아이니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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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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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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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직장 화장실 벽에는 칸칸이 시가 한 편씩 적혀 있는데 내가 애용하던 화장실 칸에는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와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가 있다. 그래서 난 본의 아니게 이 시를 수십 번 접하게 되었다. 두 시 모두 유명한 시이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눈에 들어오기는 했으나 유독 '프로스트'의 시를 읽고 나면 한동안 의문이 풀리지 않아 시의 내용이 계속 머리에 맴돌곤 했다. 그가 왜 그 숲가에 머물러 있는지, 말방울 소리와 그의 시선이 주는 여운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에 나로 하여금 상상을 하게 만들곤 한달까? 사랑하는 이의 숲이기에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추억이 얽힌 장소이기에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것인지 도대체 그 숲은 어떤 일들을 감싸고 있는 것인지. 하얀 눈으로 가득한 숲 속에서 어서 가지고 보채는 말과 그런 말을 옆에 두고 혼자 서 있는 사람의 마음. 그 마음이 머금고 있는 게 뭘까 싶은 궁금증. 이 모든 궁금증 때문에 머리 속이 수런거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없는 눈 내린 숲 속에서 지그시 앞을 바라보는 한 사람과 그 옆에 서 있는 말의 풍경이란 묘하게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곤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그 영화의 인상이 강렬했기에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카르페 디엠'이란 대사와 '가지 않은 길'이란 시는 여지껏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강렬한 시 구절 덕분에 '로버트 프로스트'란 이름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곤 하는데 그래서 이 시에도 더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면서 난 살짝 떨렸더랬다. 내가 상상만으로 그려보던 시의 장면들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얀 배경으로 된 책 표지를 들추고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갈수록 내 마음은 정적이었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을 눈앞에 보았을 때 드는 내 감정은 감동보다 서운함이었기 때문이다.

 

하얀 설원에서 모든 것이 멈춘 고요함과 눈 덮인 동물들의 고요한 움직임이 모두 잘 표현되고 있긴 했으나 어째 시시한 영상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달까? 다들 감동을 받았다는데 나의 마음은 좀체 울리질 않는다. 울 아가를 앉혀두고도 이 감정을 어찌 펼쳐줘야 할지, 시 속의 그림이 어떤 생각이 들게 할지 궁금증이 들지 않는 것은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지 싶다. 울컥 울리는 감정은 아니더라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차분해지는, 나도 모르게 다른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기다렸는데 그건 아니었다. 나에게 울림이 없었기에 아이에게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한 편의 글이든 그림이든 그것이 내 마음을 울릴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내가 시를 읽고 가진 궁금증 만큼 이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도 좀더 관심을 기울여 볼 생각이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 이 책에 대한 첫인상으로 평점을 매겨본다. 그리고 조금씩 여유를 두고 다시 한 번 그림을 바라보는 중이다. 혹 나만 놓치는 매력이 있으면 너무나 서운하니 말이다. 여튼 나를 붙잡는 아쉬움도 매력이니 별 세 개 반을 주고픈데 반이 없어 일단 세 개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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