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삼 형제가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태풍을 만나 오랫동안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어느 무인도의 해안에 닿게 됐어. 야자 나무 같은 게 우거져 있고, 갖가지 과일도 많이 열려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어. 그 섬의 한가운데는 아주 높은 산이 솟아 있었지. 그날 밤, 세 사람 꿈에 神이 나타나서,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해안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세 개의 둥근 바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각자 원하는 곳까지 가서 그 바위를 굴려가도록 하고, 멈춰 선 바로 그곳이 각자 살 곳이 될 것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계를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다. 어디까지 가는가 하는 건 너희들의 자유에 맡긴다'라고 했다는 거야.

 

삼 형제가 해안으로 가 봤더니, 정말 커다란 바위 세 개가 있었어. 그들은 신이 말한 대로, 비탈길 위로 큰 바위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갔지. 아주 크고 무거운 바위라서 굴리기 쉽지 않았고, 비탈길 위로 큰 바위를 밀고 올라가야 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막내가 제일 먼저 더 이상 못 가겠다고, 두 손을 들고 말았어. '형님들, 난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어. 여기쯤이면 바다도 가깝고, 고기도 잡을 수 있으니까,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난 세상을 그리 멀리까지 보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어.' 막내는 뒤에 남고, 두 형들은 바위를 더 위로 밀면서 올라갔지. 산 중턱까지 갔을 때, 둘째도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 '형, 나는 이쯤에서 그만둘래. 여기 같으면 과일도 풍성하게 열리고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멀리까지 세상을 바라볼 수 없어도 난 괜찮아.' 그래도 맏형은 그 무거운 바위를 계속 밀어 올리며 언덕길 오르기를 멈추지 않았어. 길은 점점 험난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지. 본래 참을성이 많은 성격인데다, 세계를 조금이라도 멀리까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바위를 계속 밀고 올라갔어. 몇 달 동안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안간힘을 쓴 끝에, 마침내 그 바위를 높은 산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갈 수 있었어. 그는 거기서 멈추어 서서, 세계를 내려다보았어. 어제 그는 누구보다도 멀리까지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고, 그곳이 그가 살아갈 장소가 된 거야. 하지만 그곳은 풀도 나지 않고, 새도 날지 않는 척박한 땅이었어. 수분이라고는 얼음과 서리를 핥을 수밖에 없었고, 먹을 것이라고는 이끼를 씹을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어. 세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으니까....그렇게 해서 하와이의 그 섬 꼭대기에는, 지금도 커다란 둥근 바위가 하나 외따로 남아 있다는, 대충 그런 얘기야."

 

=무라카미 하루끼=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소설에 등장하는 신화다.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배우기는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바위를 밀고 올라가라고 배웠건만 어쩐지 바닷가 근처에 멈춘 막내가 가장 현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 난 지금 어디쯤일까?

지식을 얻겠다는 목적조차 없는 나인데 난 해안에서 멈춘 것인가, 아님 산을 올라가고 있는 중일까? 아님 아직 바위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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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라는 영화를 떠올리다 보니

영화의 장면이 아스라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많은 작품에서 사랑을 논했는데

난 그 모든 것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전혀 상반된 의견인 경우도 있었고, 비슷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들도 있었는데

난 모조리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사랑의 빛은 남이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랄 때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오는 빛입니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초가 만발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온갖

꽃과 풀들이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대권'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중에서

 

첫사랑은 처음 해 본 사랑이 아니라 필생의 결정적인 사랑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인간의 다면적인 층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의 상태와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은 생의 에너지가 결핍되어

첫사랑의 병적 상태가 생겨난다.

거기에 만일 결핍감 많은 성향과 더불어 불가피하게 상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뒤따른다면 그 사랑은 결사적인 것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첫사랑은 타면 재가 되는 연료와 같아서 한 번 겪어내면 영원히 그런 어리석은 열정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 한 번의 체험으로 심리학자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일생에 단 한 번밖에는 경험할 수 없다.

'깁갑수'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중에서
사랑이라는 말 역시 우리에게 꽤나 겁을 주는 말이다.

언제나 고압적이고, 성가시고, 뻔뻔하고, 부끄럽고 불쾌한 말.

일상 생활에서 농담 외에 쓰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애정과 우정, 정열, 꿈, 그런 말들조차 감당하지 못하는데

사랑씩이나 되면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십대 때에는 아득히 먼 곳에 빛나고 있는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줄곧 찾다가 모르고 지나쳐버린 도로표식 같은 느낌이다.

결국 그게 없어도 목적지에는 도달할 수 있다.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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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 : (불만스런 표정으로)아는 여자 많아요?
동치성 : 아니요. 그쪽이 처음이에요.
미연 :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며 CU)

사랑이 뭘까
라는 질문 한 가지를 가지고 그토록 매달렸던 영화
선정적인 장면도 자극적인 장면도 없었지만
애들도 나도 좋아했다.
간간히 웃을 수 있어 좋았고
작은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는지 알게 되어 좋았다.

사랑이란 게 뭐 있나요.
그냥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거지요.
제가 잘 모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
............................................
처음에 만나서 이름 묻고
좋아하는 음식 물어보고
그냥 그렇게 만나다 보면
사랑하게 되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
사랑은 기다리는거야.
지금 갔다고 생각해도
누군가는 널 기다리는 거야.
그때 넌 그곳으로 가면 돼
그게 사랑이야.
......................................
.....................................

아직도 사랑에 대한 정의는 무수히 많다.
정답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증거이기도 하고
너무나 많은 정답이 존재해서이기도 하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살아가는 것 모두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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