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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비룡소 전래동화 24
성석제 글, 김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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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 울 엄마는 나에게 영부인이 되라고, 의사 부인이 되라고 했었습니다. 왜 하필 대통령이 아니고, 의사가 아니고 그의 부인이냐고 물었지요. 그냥 그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린 대답을 들었던가 말았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리네요. 그런데 어느덧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찾아버렸습니다. 부모는 제 자식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랄 터이니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머리 아프게 세상일을 처리해야 하는 대단히 용감한 수장(요즘 세태를 보니 것두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서도ㅠㅠ)보다는 뒤에서 그 노고의 대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영부인이 한가롭고 의사 부인이 편안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나의 딸이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아직은 아이가 어려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난 아이에게 어떤 바람을 투영하는 부모가 될른지... 평강공주를 읽고 보니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라는 이야기책은 '성석제'라는 이름이 저의 눈을 먼저 사로잡았습니다. 입담이 장난 아닌 소설가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가 기대되더라구요. 결론은 뭐 그닥 흥미롭진 않았습니다. 그의 솜씨가 아무렇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장편 소설이 아닌 아이들 이야기에서 크라이막스를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그래도 이물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의 편안한 흐름이 바로 그의 솜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섯 살 된 제 아이는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을 또롱또롱 뜨고 있었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듣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싶어 조마조마 긴장한 표정으로 듣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울보 공주가 나오고, 놀림받는 바보가 나오고 전쟁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어린 나이에 무서웠나 봅니다. 그런데 때가 되지 않아서인지 '왜?'라는 질문이 나오지는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좀더 읽다 보면, 울보 공주에게 왕은 왜 '바보온달'을 위협으로 삼았는지,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왕의 위협이든, 온달왕자의 약속이든), 울보 공주는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아이들의 놀림에 온달은 왜 웃으며 대처했는지, 공주의 청혼을 온달측에선 왜 거절했는지 이 모든 것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전 마음에 드네요.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기에 꽤나 오래 아가와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창작동화가 유독 많은 요즘 제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가 너무 빈약해 고민인데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 덕분에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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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