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날렵한 문장, 나쁘지 않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의 솔직한 면모를 보기 위해서" 역시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이 책은 매우 충실한 편이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풍자적인, 날렵한 문장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킥킥, 거리며 웃을 수 있는 부분 두어 번,
  흐흐흐,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부분 서어 번. 
  큭, 하고 옆구리를 찔린 것 같은 부분 대여섯 번.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홈런은 아니더라도 적시 안타 정도는 될 것이다. 
 
  특히, 아래의 구절이 대표적인 예이다. 

   
  도쿄와 가까운 지역보다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 좋다.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도쿄의 문제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무언가에 쫓기지 않는 일상과 인간 본연의 생활이 있다. 이들에게는 업무를 위해 철야를 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사람은 좀 더 천천히 살아야 한다. - pp.73-74.  
   


 

  2. 사라진 캐릭터,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다분히 아쉽다.
  갖은 양념을 넣어 끓였지만, 정작 물고기 자체가 맛이 없는 매운탕의 느낌?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보았으나, 찾을 수 있는 답은 이것 밖에 없었다. 

  캐릭터의 부재.
 
  그의 소설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보다 개성넘치는 캐릭터들 아니었는가?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단도직입적인 캐릭터(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허구의 양식인 소설에서는 캐릭터의 과장과 변형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에세이, 그것도 기행에세이의 경우에는 그런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캐릭터의 맛이 살아날 수 없을 밖에. 

  몰론, 작가 자신의 캐릭터성이 강하고,
  그외에도 먹보 신입사원이나, 과묵 카메라맨 등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역시 에세이는 에세이, 소설을 뛰어넘기는 어려운 일이다. 

 
  3. 부산, 흥미로웠지만…

 
  작가의 네 번째 여행지가 '부산'이었다. 
  무척 촌스러운 일이지만,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행에세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러할 수밖에 없듯이, 
  이 책 역시 '여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정도 흥미와 탐구심이 있고, 어느 정도 편견에 빠져 있으며, 대부분 스쳐지나가 버린다.

  딱 그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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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여대생 - My Mighty Princ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집착과 오해가 영화를 망치다
 
   

  

  집착은 무섭다.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해는 무섭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의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멋대로 세상을 구분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집착과 오해가 결합되는 경우이다. 바로 이 영화 <무림여대생>처럼. 

 

  먼저 오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곽재용 감독은 '무림(武林)'이라는 용어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따위 대사를 뱉어내기 쉽지 않다.
   "차력은 모든 무술의 기본이야." (0:23:00)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인물이 영화 속에서 대한민국 무림의 4대 고수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협의 명작을 몇 권만 읽어봤어도, 고수에게 이런 망언은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무술도 아니고 무협과 차력을 동격으로 놓다니…….
  물론 설정을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여주인공이 차력동아리에서 활동하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대학교에 '차력동아리'라는 설정, 이것부터 억지이지 않은가?

  아무리 퓨전이라고 해도, 엄연히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이 작품은 그 선을 넘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무지했기 때문이지.

   

  감독의  무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무림여대생이 짝사랑하는 선배도, 그녀의 무술동창생도 반복해서 말한다. 
  - 너 운동했니? 
  - 운동 다시 시작하자.
  

   물론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야 그럴 수도 있겠지.
  사전적 의미에서 '운동'이란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말이야. 
  이건 뭐, 무림이 조기축구회나 스포츠댄스 동호회도 아니고 말이지…….  

 

  작품에 나타난 '무림'의 개념을 정리하면 요렇다.  

 무림 : 무협의 세계 = 차력 = 운동 

  문제는 이 공식의 등호가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이렇게 고쳐야 올바르다는 것이다.  

 무림 : 무협의 세계 ≠ 차력 ≠ 운동 

  

  왜 이런 오해가 일어났을까?

  감독의 생각이나 작품의 제작과정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무림' + '여대생'이라는 아이디어가 (나름대로 참신할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발전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잘못된 확대발전을 이끈 요인은 감독의 '집착'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빛나는 시절에 대한 집착.
  이는 대략 두 작품으로 요약되는데,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이 그것이다.   

  이 작품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엽기적인 그녀>와 관련 

  • 반복해서 제시되는 버스기사 아저씨는 <엽녀>의 독수리 오형제 아저씨(들)을 연상시킴 
  • 무림여대생의 폭음과 술취한 친구들 처리하는 방식은 엽기녀의 주사에 대한 변형  
  • 차태현의 등장 ; <엽녀>와의 직접적인 연결 

 <클래식>과 관련 

  •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나기' 장면 : 이제 이것은 곽재용표 클라세가 되어버린 듯. 마치 오우삼과 비둘기의 관계처럼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과거에 대한 집착을 끊지 않고서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이것은 모든 예술에 통용되는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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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실록 1
이대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너의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만화의 약점은 스토리, 정보, 그리고 상상력이다.  

  이것들은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가지로 묶인다.  

  스토리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정보의 힘을 통해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이대희의 만화 <율도실록> 역시 상상력은 참신했지만, 스토리의 힘이 부족했다.  

  이 작품의 상상력은 "뉴웨이브 홍길동전"이라는 부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매우 참신하다

  고전 홍길동전을 재해석했다는 점도 주목되지만,   
  그러한 도술을 가진 인물이 21세기 현실에 나타났다는 설정, 
  그리고 율도국 인물들 간의 권력싸움이라는 절정 또한 흥미로웠다.  

 

  문제는 참신한 소재들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스토리가 익숙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 

  소년에게 신기한 힘을 전해주는 인물이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여성캐릭터라는 점이나,  
  율도국 인물들이 도술의 힘으로 만들어낸 병사들이 좀비형 괴물이라는 점,  
  율도국과 본국의 전쟁, 그로 인한 일본 내각의 대응(이 부분은 특히 <남벌>류에서 너무 익숙하게 보았던 것들이다) 등등 

  <홍길동전>의 소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특히 스토리와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다른 작품들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외에도 이야기 배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이야기는 1~2권에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소년이 자신의 숙명을 인식하고 힘을 받아들이길 결심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3~4권에서 율도국 잔당의 야심과 투쟁, 그리고 몰락이 급박하게 제시된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스타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결말의 급박함은 매우 치명적이다.   

  승승장구 세력을 넓혀가던 율도국의 우두머리는 미치광이가 되고,  
  그를 따르던 참모 중 하나가 그를 배신하고, 
  율도국의 수호령들이 갑작스럽게 풀려나서 주인공을 돕고(그것도 결전의 순간에!), 
  결전 끝에 주인공은 죽어버리고. 

  이러한 큰 사건들이 겨우 몇 페이지에 걸쳐 후루룩 제시될 뿐이다.(제4권, pp.142-165.) 

  게다가  이 모든 일이 꿈,
            주인공이 수업시간에 잠을 다가가 꾼 꿈이었라는 설정은 식상하기 짝이 없다.   

꿈 속의 인물이 모두 현실의 주변 인물이라는 설정 또한 식상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지훈 : 홍길동의 후계자 - 문제아
건우 : 율도국 수장 - 학생주임   
고지로 : 율도국 반란세력, 건우의 부하 - 학생과 체벌 담당 선생, 건우의 부하
아롱 : 수호 여시종 - 학교 체육선생님 
은지 : 여동생 - 좋아하는 동급생

 

 

 당  근  ☞ ☞  ☞
  • 매우 참신했던 시도, "고전의 재해석"은 항상 필요한 작업! 
  • 홍길동을 문제아나 의적이 아니라, "율도국의 왕" 즉 권력자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시각 
  • 무술+판타지는 현재에 제법 잘 어울리는 소재(특히 만화에서) 


  

채  찍 ☜ ☜ ☜ ☜

 

  • 지극히 익숙한 스토리텔링 : 여신물+무협물+학원물… 후반부엔 가상역사전쟁물?   
  • 홍길동답지 못한 홍길동 "구태여 홍길동이 아니라 닌자라고 해도 통하겠단 말이지"  
  • 지극히 유치한 권력 다툼 "세계를 위험에 몰아넣으려면 좀더 고민을 하시게나"
  • 인문학적 정보와 상상력의 부재 "이제 만화도 공부해서 그리자" 
  • 꿈(夢)의 안일한 사용


  

★   

 

이제, 문제점은 대략 정리되었다.  남은 것은 극복방안이다.  

 

우선 다음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토리텔링을 담당할 전문 인력의 육성  
   

 

만화는 엄연히 그림+글의 예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림'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이는 만화 창작작업이 분업화되지 못한 탓이다.  

이제 우리 만화도 그림 전문 인력과 스토리 전문 인력을 구분하여 육성하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작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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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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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소설은 여하간 그렇게 전통적으로 ‘소설적인 것’이라 일러왔던 것의 방외에 있고, ‘현실’의 방외에 있으며, 한국문단의 방외에 있다. 󰡔고래󰡕에서 보듯이 천명관이 그 놀라운 입심으로 시정에 떠도는 잡스런 이야기를 그러모아 전해주는 이 시대의 패관(稗官)의 모습을 능란하게 보여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실은 그와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없다. 무리를 떠나 먼 곳을 떠돌던 그는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수집해 불쑥 돌아와 한국소설이 알지 못했고 가지 않았던 길 하나를 열어놓았고, 그것이 바로 저 스스로 증식하며 무궁무한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무국적적인 이야기의 세계다. 
                                     -  김영찬, <짐작할 수 없는 일들의 아이러니>(해설), p.388.
 

 
   

 

  소설집의 마지막 해설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의심한다.    

  만일 이 해설이 맞다면, 그것은 우리 문단의 폐쇄성과 촌스러움을 증명하는 또하나의 증거에 불과할 것이다.  

  적어도 독자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히 그렇다.  이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참신함'을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부끄러운 짓이다. 문학이 문화예술의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21세기 현재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사실 천명관의 이 작품집에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어디에서 보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익숙하다.

  믿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당장 TV를 켜라. 
   

  TV 속에 이 소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맞다. 천명관의 소설은 딱 TV만큼 낯설고, 딱 TV만큼 익숙하다.

    

  몇몇 리뷰어들은 한국 작가가 외국인을 등장인물로 소설을 섰다는 점을 대단하다는 듯 떠든다. 

  제길, 촌스럽기는.
  그 역시 익히 보아왔던 것 아닌가?

  외국인, 그게 뭐 대수롭다고. 
  길 반장이 외국인이라서 CSI를 동경했나? 닥더 후가 외국인이라서 주목했었나? 케이블TV에서 주야장창 쏟아지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동남아의 드라마들을 보면서 외국인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환호하지는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왜 유독 문학에서만 호들갑인가.  

  그럼, 이 세계화, 지구화 시대에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야기를 우리라고 쓰지 못할 것은 또 무언가? 이제 그런 인종적 열등감 따위는 떨쳐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어떤 리뷰어들은 이 소설집의 수록 작품들의 무용성을 찬양하기도 한다.

  뭐,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우리의 문학교육은 아직도 여전히 공리주의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였으니. 제길, 사지선다 혹은 오지선다 식 문학문제가 온국민의 감식안을 모두 망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좀 식상하다.
  천명관 이전에 이런 스타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가 보다 본질적으로 무용한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 뭐, 심심하면 하루종일 틀어주는 TV나 보면 될 것을
  구태여 골 아프게 소설을 찾아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TV, 그 속에는 애써 상상하지 않아도 우리를 질겁게 해주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오히려 내 눈에는 이러한 무용성은 매우 위험하게 보인다.
  외국인들을 등장시켜 외국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다. 뭐 나쁜 것이 있겠나.  

  그런데 대체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보고 있어야 하는 거지? 
  도대체 저 이야기들이 나하고 어떤 연관이 있어서?  
  TV드라마는 흥미롭거나 현란하기나 하지.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소설을 왜 읽어야 하지?

  요따구 의문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아무리 무용한 것이라도, 최소한 읽고나서 재미있기라도 해야지.
  일껏 시간 들여 체력 들여 읽었는데 허무하기만 하다면 그게 무슨 필요가 있나? 
  킬링타임을 할 것이면 도색잡지나 보던지.  

 

  요컨대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상관있는 이야기를 듣기 마련이다. 
  국적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외국의 이야기를 듣는데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그것 역시 어떤 식으로든, 멀리멀리 돌아서라도, 내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집 중에서서 과연 어떤 것들이 나와, 나아가서 우리와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어쨌든, 문학도 이제 보편적 감성을 갖추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시대의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따위와 엇비슷한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아직까지 문학의 우위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여,
  안타깝게도 당신은 너무 늙었다.

  문학은 이제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다른 모든 문화콘텐츠와 함께 경쟁할 수밖에 없다.  

  세련되고 아니고,
  우리 시대를 대표할 수 있고 아니고, 는 

  이제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적인 작품의 문제이다.  

 

  문학은 사라지고, 작품만 남았다.
  이제 작가들에겐 고독한 각개격파만 남은 것이다.  

 

p.s.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13홀>, 
       역시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으나 스토리텔링이 제일 매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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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 파이터 1
김언정, 김덕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뭐, 어때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세상의 스포츠란 스포츠는 죄다, 깡그리, 몽땅,  만화 소재로 쓰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지 않은가 이 말이다.   

 

  오히려 마케팅 전략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칭찬받아야 온당하다. 

  권투? 아무리 열심히 그려봐야 <내일의 죠>를 뛰어넘기 쉽겠나?  

  야구? 이야말로 철옹성같은 일본만화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분야이다.  
          열혈로 치자면 <거인의 별>와, 로맨스로 치자면 <H2>와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지.  

  농구? 에효 <슬램덩크>의 벽이 높고 또 높을 뿐이다.  

  이런 작품들과의 경쟁? 하려면 할 수 있지, 못할 것이야 없겠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를 바 없다. 시장 규모가 우리에 비해 엄청나게 크고, 각종 시스템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고, 게다가 풍성한 작가군과 오타쿠적 독자들이 드글드글한 일본 만화를 상대로 정면돌파를 강행하라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명령이라 이거지.  

  물론 성공할 수도 있겠지, 간혹. 하지만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보면, 차라리 거기 들어갈 시간과 열정과 노력을 다른 분야에 쏟으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것이지. 

 

  그런 이유로 '족구'를 소재로 삼겠다는 것은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족구'를 소재로 삼은 외국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그들을 곁에 둔 탓에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족구'라는 스포츠를 알고 있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 일단 아이디어는 합격점이라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스토리텔링이야.  

  일본 만화를 참고로 하자면, 스포츠만화의 스토리텔링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지.   

① 현실성을 바탕에 두고, 판타지를 추가하는 방법 : reality > fantasy

  이른바 '리얼'계열이 여기에 속한다. <슬램덩크>나 <H2>같은 작품들.  
  <슬램덩크>의 농구 경기장면은 매우 긴박하고 리얼리티가 살아있지. 그렇다면 판타지적인 요소는? 고등학생들이 이런 플레이를 한다는 거지, 뭐.   

② 판타지에 바탕을 두고, 현실성을 추가하는 방법  : reality < fantasy 

  <피구왕 통키>같은 작품이 해당하지. 불꽃슛을 쏘고, 마구를 던지고 하는 뭐, 그런 것들 말이야.
  사실은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만화 <공포의 외인구단>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이니까. 제길, 지옥훈련을 한다고 그런 선수들이 될 수 있다면, 실미도 특수부대, UDT, 해병대, 특전사 등을 모아서 국가대표팀을 만들면 되겠네. 

  아무튼, 뭐,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②라고 해도, 리얼리티가 전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오버를 해도 적당하게 해야 한다는 거지. 적당한 오버는 만화적 즐거움을 주는 양념이지만, 그게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 족구로 날려버린 뒷동산이라니, 요런 뻥은 좀 심하다는 말이지. (pp.70-71.)


  정리해볼까? 

  시도는 참신했어.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너무 오버했지.  

  

 당  근  ☞ ☞
  • 어쨌거나 새로운 시도는 소중하다
  • 생각해보니, 족구, 요거 잘만 만들면 재미있는 소재겠는데? 
  • 군대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리면, 한국형 이야기의 특색이 만들어질수도… 있을까? 

 

채  찍 ☜ ☜ ☜ ☜
  • 양념맛만 잔뜩 나는 요리를 누가 먹고 싶을까? 오버는 양념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 원래 허풍에는 적절한 리얼리티가 있어야 하는 법, 리얼은 없고 허풍만 있다.  
  • 작화 및 스토리 수준은 아동용인데, 어쩌나 족구는 예비역 이상에게 통용되는 스포츠인데.
  •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화장실 유머, 꼭 필요했을까? 
  • 쭉빵 글래머와 족구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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