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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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프리카 소녀가 아니라 1파운드짜리 영국 동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녀, 리틀 비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야만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끔찍하게도 영국인 부부는 나이지리아의 해변을 거닐다 소녀의 목숨을 구해주는 조건으로 아내 새라의 가운데 손가락을 절단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휴가를 갔다가 끔찍한 기억만 안고서 돌아온 부부는 우울증을 앓게 된다. 소녀 언니의 목숨은 남편이 자신의 손가락을 내주지 않아 희생당하게 되는데, 그 일로 남편은 우울증을 깊이 앓게 되고, 마침내 자살에 이른다.  

리틀 비는 영국에서 살다가 새라의 아들이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경찰에 미아신고했다가 불법체류자임이 밝혀자 추방당하고 만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사랑하는 새라,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서 살 운명이 아닌가 봅니다. 얼마 동안 전 우리가 함게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름다운 꿈이었어요. 슬퍼하지 마세요. 새라에게는 다시 예쩐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어요. 제게도 그런 삶이 곧 오겠지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다르니 우리도 이젠 이별해야겠지요. 사랑을 담아, 리틀 비.' - 381쪽   

 그때 새라가 자신의 손가락을 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손가락을 잃는 것도 비극이요, 한 아프리카 소녀의 목숨을 모른 채 하는 것도 비극이다. 언제인가 시사 주간지에서 위험한 여행지를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었다. 거기에 이곳도 아마 포함되었었겠지. 인권이라는 말이 무색한 나라들이 아직 세계에는 너무 많은 듯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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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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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다고 느낄까? 개인마다 생긴 모습이 다르듯 즐기는 일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황홀한 글감옥>의 저자 조정래 선생은 기꺼이 수도자와 같은 삶을 택하면서 글감옥에 갇히는 것을 행복이라 여겼다. 얼핏 생각해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나, 그런 노력이 있었으니 대작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 게다.


모든 인간적 불의에 저항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옹호해야 하는 작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인생을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입니다. 그 책무를 달고 즐겁게 이행할 의지와 각오가 없다면 작가가 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35쪽

 

적어도 작가가 되려면 그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하나 보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헤밍웨이나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사르트르, 드레퓌스 사건으로 정부 권력에 도전한 에밀 졸라를 예로 들며 저자는 '작품과 함께 행동하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릇 소설가라면 연애 나부랭이만을 소재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듯했다.


자식을 영재로 키우고 싶다면 국어사전을 사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말문이 터진 아이들이 사소한 질문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은 부모도 딱히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난감한 경우들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그냥 얼버무리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국어사전을 펼쳐 뜻풀이를 찬찬히 읽어 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그러다 보면 덤으로 부모의 '단어 실력도 늘어 친구들 중 일기와 편지를 가장 멋지게 잘 쓰는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평소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에게 따로 글짓기 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받아쓰기도 마찬가지.  



세상의 모든 노동은 치열한 것을 요구할 뿐 감상적 기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노동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로 행·불행이 갈립니다. 저는 그 숨 막히는 노동의 세월을 '글감옥'이라고 표현했고, 그 노동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러니까 '작가'라는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 숨 막히는 노동을 견딜 자신이 없으면 작가 되기를 원치 마십시오. -249쪽  


저자는 20년 동안이나 방에 갇혀 술 한 잔 안 마시고 글을 썼다고 한다.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술을 즐기지 않더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술도 한 잔 하며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때로는 밤을 세워가며 여유롭게 살아가고픈 게 인간의 본능일진데, 그 모든 세속적인 즐거움을 뒤로한 채, 저자는 스스로 글감옥에 갇혀 황홀한 글쓰기에 전념했다. 술을 마시면 마신 날을 포함하여 며칠 동안을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허송 세월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놀라운 일이 참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을 베껴 쓰라고 한 일화도 인상적이었다. 아들은 그렇다치더라도 며느리에게까지 그러는 것은 좀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은 이들이 했을 것이다. 아들과 며느리는 태백산맥을 베끼느라 힘들었겠지만, 그 결과 큰 손자가 똑똑한 아이로 태어났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태백산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기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단편소설이라도 몇 편 베껴보는 일도 좋은 태교가 될 듯하다.  


저자가 태백산맥을 베끼게 한 이유는 '매일매일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노력이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는지 직접 체험케 하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루에 원고지 10매씩만 베끼면 4년이면 다 베낄 수 있으며, 태백산맥 문학관에 가면 아들과 며느리, 독자 119명이 릴레이로 쓴 필사본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황홀한 글감옥>은 저자의 작가 생활 40년 자전 에세이니만큼 그 울림도 컸다. 그의 대하소설 3부작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 또한 놓치기 힘들 것이다. 문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인생의 지혜가 가득 녹아있는 책이라 가을의 끄트머리에서 읽으면 참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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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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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을 처음 읽는다. 그래서 이름도 생소하고 추리소설을 즐겨하지 않은 지라 재밌을까 반신반의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오, 그런데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일본 사람의 이름 때문에 몇 번 책장을 오가며 읽기도 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가키자키, 미카베, 사토미는 모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모아 그들이 기운을 차리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도쓰카 요트 스쿨은 특별히 어떤 교육을 한다기보다 아이들과 함께놀고 밥을 지으며 한가롭게 바다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밤이 되면 함께 달을 보는데,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해진단다.  

그러던 어느 날, 캠프의 주인인 스승이 체포되고 만다. 캠프 일을 돕던 이들은 범법을 저질러가면서까지 스승을 구하고자 비행기까지 납치하게 된다. 그들은 모두 스승 이시마네의 캠프에서 구원과도 같은 새 삶을 얻었기에 어떤 도구를 써서라고 스승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비행기 안에서는 의문의 살인이 벌어지고, 가키자키, 미카베, 사토미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 마침내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더 기가막힌 일이 벌어지고 만다.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소설도 그랬다. 번역이 잘 이루어진 것일까. 번역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매끄러워서 저자뿐 아니라 역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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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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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화>처럼 아사다 지로의 단편들이 묶인 소설집인가 했다. 읽다 보니 연작 소설 형식이다. 아까 등장했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한다.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지금으로부터 오래 전 일들을 회상하며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이 묘사된다.  

사진관을 하는 할아버지, 게이샤 출신의 아름다운 할머니, 할머니의 연분이 있었던 노신사도 등장하고, 가부키를 즐겨보는 어머니, 아름다운 설경을 찾아 온천 여행을 즐기는 아버지가 있다.  

학창시절의 소소한 이야기며 격동의 일본기를 배경으로 여덟가지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잔잔하다. 아사다 지로의 이런 문장이 좋다.  

우리 할머니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 96쪽 

간결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명확하고 아름답다.  

노란 은행잎이 그려진 표지그림으로 충분히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고 있지만 분량도 짧고 가을날 읽기에 좋은 소설이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연작소설을 읽는다면, 흐뭇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눈부시게 높고 파란 하늘과 책이 있어 행복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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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소설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던가. 와우~ 난 공포영화도 무서워서 절대 안보는 부류에 속한다. 하물며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소설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힘든 장면은 조금씩 행을 띄워가며 읽었다.  

책에 실린 10개의 단편 중 그나마 덜 잔혹한 몇 가지가 뇌리에 각인되었다.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점>, <사향나무 로맨스> 등이다.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에는 다양한 별명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쪽방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벌집 주인의 수양딸로 누가 점지되는 지에 맞춰져 있다. 다소 거친 말투들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기분을 언짢게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갖은 노력을 해 수양딸이 되려 했으나 나중에는 아무도 수양딸이 되고 싶지 않아 했다. 어쩌다 나이롱뽕이 수양딸이 되어 벌집의 주인이 된다.  

<점>에는 학창시절 동성 취향의 친구를 우연히 동창사이트에서 채팅으로 만났다 동성취향을 게시판에 폭로하는 바람에 동창을 자살로 몬 친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야기의 후반으로 치닫을수록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사향나무 로맨스>는 우연히 책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삼류소설가 노파에게 엮이는 이야기다. 저급한 소설들을 내리 읽어주다가 그 소설들을 그 노파가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쩐 일인지 그만두고자 했지만 소설들을 다 읽어줄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잔혹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포소설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지만, 심장이 약하다거나 이런 류의 소설을 공포로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작품이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것은 대부분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할머니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참 많을 텐데, 그것들이 소설로 태어날 수 있다니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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