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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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  

하루 종일 귓전을 맴돈다.  

그런 세상이 오면 하루라도 살다 가시지, 너무 일찍 가셨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차가운 냉커피를 안주삼아 도가니를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고는 참 기분이 우울하군. 운을 띄우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다 읽은 책이었다. 

과연 기분이 착 가라앉는 것이..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참 뭣했다.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소설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본 적이 있었는데, 소설로 만들어졌구나. 

 

무서워서 딸 키우겠나 그런 생각도 들고.  

이런 인간들이 교육자랍시고,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부화가 끓어오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무수히 많은 약자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소설은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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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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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지는 꽤 된 거 같은데, 이제야 리뷰를 올린다. 곧장 써야 감동이 식기 전이라 더 좋은 리뷰를 쓸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맘이다. ㅋ 

첫 꼭지의 제목이 '나는 내가 맘에 든다'는 거다. 자기를 긍정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사춘기 소녀도 아니면서 투덜투덜 컴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른이 천지거늘.. 

그런 점에서 한비야의 책은 자존감을 높여준다. 

 

책을 읽고나니 밥 한 그릇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난다. 

씩씩한 저자의 모습이 내게 이입된다고 할까.  

 

봉사와 나눔을 통해 더 행복해지는 사람이었다.  

그와 같이 생을 긍정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맘을 흐뭇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요즘 내겐 이런 책이 많이 필요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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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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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행의 연속’이란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듯 우리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며 난관에 다다를 때마다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 그런 인생길에 적절한 조언자가 있다면 우리는 얼마간 그 짐을 쉬이 내려놓거나 덜 고민하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대게 그 조언자는 친구나 부모, 형제, 친척이 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 이외에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점집이나 정신과 전문의 정도가 되겠지만, 양쪽 다 부담백배다. 전자는 재미삼아 보러 갔는데 심각한 이야기를 듣고 올까 두렵고, 부적이라도 하나 쓰라고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후자는 왠지 기록이 남을까 두렵고 약을 처방해준다면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기 그런 부담 전혀 없는 야매 전문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이다. 이미 한겨레의 esc를 통해 운 좋게 그를 만나고 있지만, 단행본으로 그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니 반가웠다. 좋은 책은 널리 소문나야 마땅한 법. 기쁨을 공유하는 것만큼 값진 것도 없을지니.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낄낄거릴 수도 있다. 내가 예전에 했던 고민을 만날 수도 있고, 현재진행형인 고민과 마주칠 수도 있다. 여러 면에서 유용하고, 선물용으로도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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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8-2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용으로 무난하죠! ^^

연잎차 2009-08-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이 책 지인들에게 선물 많이 했답니다 ^^*

다이조부 2009-09-03 00:4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근데 저는 김어준 인상이 사기꾼 같은지 ㅎㅎ

연잎차 2009-09-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푸근해 뵈던데용..좋은 날 되세요~ ^^*
 
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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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이면 49제라 한다. 벌써 6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언제나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흘러가버린다.  

 

5월 23일이후로 한동안 인터넷이나 티비에서 그와 관련된 영상을 볼 때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사인이나 한겨레21, 한겨레신문에서 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는 그런 시기를 지나와 이 책을 읽었다.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고, 그가 누군지 잘 몰랐을 때 이 책을 봤더라도 난 그를 좋아했을 것이다. 

 

흔히 어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서 누군지도 모르면서 좋아할 때가 있다.  

그와 같은 이치로 얼굴도 모르는 그를 좋아했을 것 같다. 

 

글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숨기려 해도, 감추려 해도 자꾸만 그 향기가 흘러나온다.  

차고 넘치면 밖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YS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조금은 그 분을 알게 되었고,  

DJ에 대해서도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권양숙 여사와 풋풋했던 시절 이야기며, 

어렸을 적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보통사람들처럼 그냥 변호사하면서 평생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돈도 되지 않고 힘은 더 드는 일을 택하면서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사람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살 수도 있다.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해 몸을 바치는 이도 있고 

작은 실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기여 정도가 낮지만 의식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한 세상을 살다 가는 이도 있다.    

 

선택은 자기 몫이고, 운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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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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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철이 일찍 들었다는 말은 좋은 말일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별로 좋은 의미 같지는 않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아이답게 천진하고 앞뒤를 생각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철없는 아이는 자라면서 철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철이 일찍 들었다는 것은 마냥 아이답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 일찍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일찍 철들게 하는 것은 아이를 아이다울 수 있는, 유일하게 빛나는 시간을 뺏어버린 일종의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여기 '완득이'라는 친시골스러운 이름을 가진, 아이답지 않은 아이의 범주에 속하는 전형적인 인물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면 꼭 내 동생 나이다. 해서 굳이 지나가버린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 나이 또래 아이의 고민과 번뇌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완득이는 난쟁이 아버지에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홀로 키웠다. 정말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다. 뼛속까지 주류가 아닌 수많은 완득이를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린 나이에 남편 얼굴도 안 보고 먼 나라까지 시집왔는데, 남편이 장애인이거나 곧 죽을 것 같은 환자인 경우도 있다고. 말만 부인이지 오지 마을이나 농촌, 섬 같은 곳에서 죽도록 일만 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러다 보니 아이 하나 낳고 자신에게 관심이 좀 소원해졌을 때 가슴 아픈 탈출을 하기도 한다고. 남편 입장에서는 부인이 도망간 것이겠지만 부인 입장에서는 국제 사기결혼이라나. (46쪽)

 

우리는 신문에서 종종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을 야만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에게 그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가 조심하며 살아도 남에게 의도와는 다르게 상처를 주고 살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나는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게 아니라,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였다. 비장애인 아버지는 미리 말하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애인 아버지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숨긴 자식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근본까지 들먹인다. 근본은 나 자신이 지키는 것이지 누가 지켜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근본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좀 있어 보이게 비웃을 수 있으니까.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만 가지고 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똥주. 이것이 바로 내가 똥주를 죽이고 싶었던 진짜 이유다. 나는 아버지에게도 나에게도 딱지가 앉지 않는, 늘 현재형이라 아물 수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196~197쪽)

남들과 좀 다른 외형을 아버지를 둔 아이는 마음고생을 얼마나 하며 살아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 그냥 봐주면 안되는 걸까. 그냥 보듬어주면 될 것을.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일하는 선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와주세요…'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다. '월급을 못 받아 대신 받으러 가야하고,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같이 가야하고, 한국말을 몰라 이런 저런 볼 일을 볼 때도 같이 가야만 하고…. 한국말을 모른다는 이유로 바보취급을 받는 이 땅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이주노동자를 보노라면 화가 치민다'고도 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우리가 되면 안 될까.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보려면 감옥에 있는 재소자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면 된다고 했다. 그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다.

 

김려령의 <완득이>는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다른 빛깔의 성장소설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심성을 품을 수 있게 하고, 어른들에게도 인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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