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해석 - 위대한 작가들이 발견한 삶의 역설과 희망 삶을 위한 노래
이창복 지음 / 김영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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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에 어떠한 고통이든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 일 테지만 이러한 고통은 예고 없이 다가와 불가항력적임 힘으로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는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몸과 마음을 넘어 한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무시무시한 고통 앞에서 어떻게든 피해가려고만 하는 나에게 또 다른 이들은 인생에 고통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전해주고 있었으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배우기 위해서 왜 꼭 고통을 지나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7명의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평범한 지물포 상인이었던 한 남자는 그날 아침 히틀러의 자살 소식에 대해서 전해 듣게 된다. 1차 세계대전 참전 시 장교였던 그는 여전히 권총과 실탄을 가지고 있었으며 오롯이 히틀러의 세상이 전부라 믿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히틀러의 자살은 현재를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 버린, 나락으로 던져진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아내와 딸에게 총통과 같이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날 밤, 숲을 지나 딸과 아내를 앞세워 죽음을 향해 내딛는 순간 그는 그들이 차라리 두 눈앞에서 달아나버리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자신의 계획대로 그들을 권총으로 사살하게 되고, 그 역시 딸과 아내를 따라 세상을 떠나리라 결심했던 것은 결국 지켜지지 못한 채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군중을 집단적 열광에 젖어 들게 하는 정치적 선동, 독일의 안녕과 부강을 위해 전쟁이라는 기만적 선전, 유색인종에 대한 대량학살, 갈색의 유니폼을 입은 나치스 돌격대원들에 의해서 자행된 억압, 처벌, 정적 가족들의 살인 등, 시대적 모든 폭력의 다양성은 주인공의 가족 살인을 통해서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동시에 그는 역사적 폭력의 주체가 된다. 그래서 그는 살인한 장소를 찾아 앞서 가면서 뒤돌아보고 자신의 희생물들에게 서둘러 가자고 재촉할 수 있다. –본문

그들에 대한 이름도 없이 그저 한 가족의 허망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가족 주위에 잔재하고 있던 전체주의가 결국은 개인을 넘어 가족 모두를 피폐화시키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독일의 부강을 위해서 개개인의 아픔 따위는 고려되지 않고 전체를 위한 희생이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뮐러는 가장의 손 아래에서 피할 수 없는 가족 살해의 씁쓸함과 사회에 퍼져있는 폭력의 당위성에 대한 보고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인지에 대한 혼란 속에서 이 이야기에 대한 해설이 전해지게 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허상은 진실로 비춰지고 진실은 허상 속에 묻혀져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 안의 이야기는 고통 속에 그려졌던 여곡마사의 모습이 진실임에도 우리는 그녀가 행복하다며 그녀는 물론 우리 스스로를 망각 속에 빠트린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좋은 것들만 바라보고 기분 좋은 소식만을 듣고 싶은 우리에게 있어서 이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기가 다른 책들보다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이 책은 완독을 했다기 보다는 적독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일 텐데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고통의 단편들을 통해 그들이 당시 있었던 세상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장밋빛 힐링이 가득한 요즘의 우리에게 있어서 달콤한 이야기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실체를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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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 수전 손택저


 

 

독서 기간 : 2015.04.0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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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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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의 날개를 가져본 적이 없는 우리는 우리보다 뛰어난 그들의 재능을 일반화 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가지지 못한, 그러니까 그들의 작은 뇌를 보며 일명 새대가리라 부르며 그들에겐 날개가 있지만 뇌는 없다, 식으로 새를 바라본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새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던 나는 그들을 너무 하찮은 존재로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까지도 사람은 새에게 후각, 미각, 촉각이 없는 줄 알았다(키위는 별난 예외였다). 차차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새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새의 감각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의 감각과 비교하는 것인데 새는 우리에게 없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와 달리 자외선을 보지 못하고 반향정위 능력이 없고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런 감각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본문

새를 바라보며 그들의 생태에 대해서, 그들이 알에서 부화해서 자라나고, 그런 그들이 또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모습에 매료되어 그들의 한 해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게 되는지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새의 그러한 그 삶의 주기를 넘어서 새의 특성들, 시각, 청각, 촉각, 자각 등 다양한 분야를 세세히 나눠서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마치 어떠한 한 조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자세히 관찰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전에는 그저 라는 하나의 생물체로만 바라보았던 것을 그 안에서 나누어 바라보게 되면서 이러한 특성이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것들 것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조류와 포유류의 피부는 둘 다 촉각과 온도에 민감하다. 이 민감성은 새가 알을 품거나 새끼를 키울 때 특히 중요하다. 알과 새끼에게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실수로 밟거나 깨뜨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미새의 난로는 육반이라는 피부 부위다. 이곳은 알을 품기 며칠이나 몇 주 전에 깃털이 빠지고 혈액 공금이 증가한다. –본문

새에 대해서 그 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던 나에게 너무도 신선한 충격을 전해준 책이었다. 새로 살아간다는 것을 모두 알았다고 말하기엔 어불성설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새에 대한 삶을 다양한 각도로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보며 그들을 한결 가까이서 함께 지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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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 캐스파 헨더슨저


 

 

독서 기간 : 2015.04.1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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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피터 S. 비글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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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라는 제목을 보면서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라는 호기심이 절로 일어났다. 그 어느 장소든지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있는 듯 했지만 공동묘지에 사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한 적이 없는대다가 수 많은 장소 중에서 대체 왜 공동묘지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 책을 펼쳐보게 만든다.

 "묘비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아무 데나 묘비를 세워놓고 그 아래 엄마가 묻혀 있다고 말해주면 하나같이 그냥 믿을 거예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묘비뿐이에요. 묘비만 있으면 다들 그 돌덩이 앞에 가서 '미안해요, 엄마. 내가 나빴어요.' 하고 울먹거리죠. 진짜 무덤이 아니라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본문

 망자에게는 안식을,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먼저 떠나간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묘지는 하나의 공간 안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죽음의 강을 건너본 적 없는 우리에게 있어서 공동묘지라는 공간은 세상을 등진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이며 그들의 기억을 오롯이 담아 두는 지구상의 마지막 장소가 될터인데 그럼에도 때론 그 장소는 인간에게 있어서 인간을 뛰어 넘는 유령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두려움의 공간으로도 변모되는 곳이기에 그리움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묘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산 사람에게 있어서 공동묘지는 해가 떠있는 시간에만 허락되는 장소처럼 여겨지고 어스름이 지는 무렵에는 살아있는 이들이 있어서는 안될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기에 이 공동묘지에 19년이나 살왔다는 조너선 리벡은 그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한 남자로 등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유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그에게 일용한 양식을 전해주는 까마귀와도 소통이 가능한 남자인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그는 어떤 사연을 안고 이 안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며 살았던 것일까.

 처음에는 나름대로 알차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이내 인생을 낭비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이클 모건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구성했던 모든 요소를 기억해내고, 하나하나 세어보고, 무게를 달아보았다. 각각의 요소들은 저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가도, 조금 뒤에는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죽은 덕분에 ㄷ그는 지금껏 겪은 일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한때는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 -본문

 꽤나 유명한 약제사였지만 사람들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가며 약제사를 넘어 사람들을 치료하려했던 그는 오히려 세상에 버림을 받게 된다. 사람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순간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격리 당했던 그는 조용히 공동묘지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숨죽이며 공동묘지에서 살아가는 동안, 리벡은 까마귀와 친구가 되고 수 많은 유령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최근에 이 곳에 들어온 아내의 독살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마이클과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서 이 안에 묻히게 된 로라를 통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떻게 떠오르게 되는지에 대해 그들을 통해 자세히 그려놓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이 담겨진 것이겠지만, 로라와 마이클을 통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막연한 그들의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때론 그들 나름의 삶이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전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벡은 클래퍼 부인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등지고서 살았던 그의 19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며 앞으로 이러한 삶을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속된 상념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묵직하기만 하다면 고루한 이야기로 치부되겠지만 이 안에는 담긴 이야기는 유쾌함과 그 안에 담긴 나지막한 삶의 이야기를 가볍게 담아놓고 있어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기게 된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경계는 명확하게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넘어 이 이야기는 구태여 그것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 않다. 생과 사의 중간, 그 안에는 모든 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P.S. 이 책을 읽는데 물리적인 시간은 1주일이 걸렸으나 실제 읽는대는 3시간 남짓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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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찰스 디킨스저 


 

 

독서 기간 : 2015.04.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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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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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한 남자는 유년 시절 한때는 라이벌이었던 동창의 제안으로 인해서 주먹밥집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모하게 된다. 초반의 계획은 각자 5천만원씩의 종자돈을 마련하여 시작한 이 사업은 하야마가 만든 비장의 레시피 덕분에 승승장구하게 되고 그렇게 사업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2호점, 3~4호점까지의 매장을 새로 오픈하게 되었고 그는 그야말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때문이야. -본문

하지만 그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곳은 어느 한적한 도심 속의 공간이었으며 밀크티를 마실 돈이 부족하며 주머니 속의 잔돈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까지 추락하게 된다.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고 싶지만 그럴 돈이 부족해 그저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앞에 어느 샌가 나타나 한 노인이 그에게 100원을 건네주며 그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120원으로 이 돈을 갚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함께 나누어 보게 된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으나 성과는 나지 않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동업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버림 받게 되며 모든 빚을 떠 안고서 종종거리는 현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그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것이었다면 노인은 그에게 돈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 깃드는 행운이 그에게는 조금 빗겨 나갔다는 것, 그리고 그가 실패라고 낙담하고 있는 현실이 실제로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전해주고 있다.

자네는 언제까지 돈에 지배당할 셈인가?”
하지만 이제 와 무슨 낯짝으로 만나겠습니까? 돈도 주지 않는 아빠가 무슨…..”
자네는 진짜 바보가 될 셈인가?”
이번에는 노인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본문

돈의 노예가 되어버려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나타난 조커의 등장은 행운의 아이콘으로 무마시키며 이 모든 것이 소설 속의 해피엔딩이라고 전해주고 있지만은 않은 터라, 더욱 이 안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잔잔히 퍼지게 되는 것 같다.

필수불가결한 돈의 의미를 바라보며 그 동안은 많은 것이 당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에 대한 상념에 빠져본다.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되고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돈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한번씩 다시 읽어 봄직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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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행복한 부자아빠의 특별한 편지 / 진서원저 


 

 

독서 기간 : 2015.04.0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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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파노라마 - 피타고라스에서 57차원까지 수학의 역사를 만든 250개의 아이디어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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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이과를 선택했기에 수의 내용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했지만 칠판 가득히 채워지는 넘실거리는 공식과 풀이를 보면서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답답함이 밀려들기만 했다. 나에게 있어 수학은 통과해야만 하는 깊은 난제였지만 도무지 그 방법을 알 수 없어 막막하기만 했던 과목이었으며 즐거움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이 그저 시간 내에 답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 그러면서도 중요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수학은 늘 목을 죄어 오는 압박감을 전해주는 것으로 학창시절 내내 단 한번도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틈 없이 내달려야 했던 것이었으나 졸업한 지 한창이 지난 지금도 수학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그 당시에 누리지 못했던 갈망 때문일 것이다.

 수학은 모든 과학 분야에 배어들어 있으며 생물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사회학, 공학에서 수학이 하는 역할을 이루 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학은 석양의 색깔이나 우리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을 도와준다. 초음속 항공기와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지구의 자연 자원들의 흐름에 대한 모의 실험을 실시하고 원자보다 작은 양자의 세계를 탐험하고 머나먼 은하계를 상상하게 해 준다. 또한 수학은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꾸어 놓았다. –본문

<수학의 파노라마>는 수학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기원전에서부터 현대까지 전해지는 수학의 이야기들을 페이지들마다 담아놓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공식을 통해서 이해를 해야 하고 답을 찾기 위한 것들이 아닌, 수학의 패러다임을 전해주고 있는 것들이라 읽으면 읽을수록 이것이 수학이었구나, 라는 생각과 이런 것들도 수학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던 수학을 넘어 즐거운 수학을 마주할 수 있기에 두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경이로운 점은, 이 곤충들이 보통 땅 위로 올라오는 해가 태어난 지 13년이나 17년째 되는 해인데, 두 소수 모두 소수(prime number)라는 것이다. (소수란 11, 13, 17처럼 자기 자신과1로만 나눌 수 있는 정수이다.) 이 규칙적인 곤충들은 태어난 지 13년째나 17년째가 되는 봄에 지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판다. 이따금 1에이커당 150만 마리가 넘는 큰 무리가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엄청난 무리가 한꺼번에 나타나면 아무래도 새와 같은 포식자들이 몽땅 먹어 치우기 쉽지 않을테니, 어쩌면 이것은 매미의 생존 전략인지도 모른다. -본문

 무더운 여름, 맴맴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는 어느 순간 웅장할 정도로 울려 퍼지다가 조용히 사라지곤 한다. 거즌 일주일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매미의 생장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는 매미를 보면 측은한 마음마저도 들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살다가 실제 빛을 보는 시간은 1주일 남짓이라는 매미들의 생애는 별 다른 이유 없는 것이 아닌 철저히 생존을 위해서 수학적 계산이 가미된 것이다.

 그러니까 종족의 번식을 위해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에 점령하기 위해서 소수를 기반으로 하여 땅 위로 올라오는 주기를 선택한 것인데 이 놀라운 이야기를 바라보노라면 누군가에게 소수에 대한 강의를 들은 것도 아닐 매미들의 펼치는 생존 전략은 심오하게만 다가온다.

 1936년 트리니티 칼리지의 네 학생 ㅡ R.L 브룩스, C.A.B 스키스, A.H 스톤, W.T 튜트ㅡ 이 주제에 빠져들어 마침내 1940 69개의 타일로 구성된, 최초로 완벽하게 정사각형 해부된 정사각형을 발견했다! 그리고 브룩스는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서 타일의 수를 39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62년에 A.W.J. 두베스티진은 정사각형을 정사각형 해부하는 데는 반드시 적어도 21개 이상의 타일이 필요함을 증명했고, 1978년에는 21개의 정사각형으로 해부된 정사각형을 찾아냈으며 그것이 유일한 사례임을 증명했다. –본문

 직사각형을 정사각형으로만 나누는 것, 이른바 직사각형의 정사각형 해부라 일컫는 이 이야기는 구태여 이렇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수학자들이 100여년 이상의 시간을 공들여 고민했던 문제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조차 없었을 것만 같던 이 문제를 풀어낸 즈비그니에프모론은 그 동안 불가능이라고 말하던 이들에 대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점점 더 작은 수의 타일, 정사각형으로 직사각형을 해부하는 방법들이 나타나게 된다.

 인간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물음이 인류의 과학은 물론 다방면의 것들에 수학이 녹아있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수학이라는 것이 늘 숫자로만 해결되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 넘어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 수학의 힘이 미치는 것을 보면 과연 어디까지 수학이 발전해나가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 어렵게만 느껴졌던 수학의 새로운 면을 바라보면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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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철학에 미치다 / 장우석저 


 

 

독서 기간 : 2015.04.02~04.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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