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 라는 이름을 마주하면 <빅 픽처>가 바로 떠오른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이 소설에 대한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오랜 시간 동안 책장 안에 꼽아두고서는 보물처럼 간직하고만 있는 나에게 있어서 그의 책이라 함은 <파이브 데이즈>에 대한 화두로 물꼬를 트게 하는데 이유인 즉슨, 그가 저술한 장편 소설 중 단 두권만을 읽어봤으며 그 중에서도 이 파이브 데이즈를 읽으며 꽤나 많은 생각들을 곱씹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하여 더글라스 케네디의 히트작인 <빅 픽처>보다도 <파이브 데이즈>의 잔상으로 이번 신작인 <픽업>을 읽게 되었는데 나보다도 동생이 먼저 읽은 견해를 써보자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아직은 버겁기만 한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쉽게 금새금새 넘어가는터라 가독력이 있어 좋다고 했는데 책을 펼치며 몇 페이지를 넘기기 동안 바로 그녀의 말에 끄덕이며 오랜만에 정신없이 이틀 만에 책을 완독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방법으로 횡령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적자생존의 세상,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어찌 보자면 주식시장의 큰손들도 근본적으로 나와 다르지 않은 횡령이나 사기를 막대한 부를 끌어 모으고 있지 않는가? 정부의 행정 명령이나 법령은 사람들은 쉽게 통제기 위해 만들었을 뿐 나를 위해 만든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왜 반드시 정부의 행정 명령과 법령이 정해놓은 절차를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본문

  <픽업> 12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놓은 책인데 그 중 이 책의 제목인 <픽업>이란 소설이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된다.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후 그 회사의 주식을 부자들에게 발행하여 판매한 후 상장이 되면 이 비용의 몇 배의 수익을 건질 수 있을 것이란 주인공 찰리의 말에 속아 넘어간 수 많은 피해자들은 종이조각이 되어 버린 주식과 그 페이퍼 회사의 공금을 횡령해 개인의 부를 취득한 그를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 올리게 된다. 허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사기의 모략에 대한 그 어떠한 죄책감도 없는 찰리는,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전후사정을 살피는 데 지략가인지라 이미 그 몫돈은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 놓았으며 배심원 대표에게 그의 약점과 뇌물이라는 달달한 당근을 함께 제시하여 법의 심판대에서마저도 유유히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말마따나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마저도 혀를 내두르며 언젠간 찰리가 죄값을 달게 받기를 바란다는 쓴소리를 남기고는 술집을 나서게 되는데, 그렇게 혼자서 자신의 무죄 석방을 축하하던 그 자리, 아리따운 여인과 마주하는 행운까지 얻게 된다. 이 안하무인의 궤변론자에게 내려지는 끊이지 않은 행운의 연속을 보노라면 베알이 뒤틀리며 어디선가 보았던 현실의 모습이 소설 속에도 이어지는 듯 하여 씁쓸함이 감도는 와중, 그에게 드러난 이 모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통쾌함이 밀려들면서도 그가 남긴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라는 이야기에 한 순간에 한 인간이 이토록 개과천선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마저도 들지만 어찌되었건 그의 마지막은 보는 이로하여금 청량감을 전해준다.

 과연 복을 스스로 차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나밖에 없을까? 물론 나만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행복을 마다하고 결국 아무런 기쁨도 주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의 생은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행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오래전 내가 스스로 떠나보낸 여자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곡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앤이 연주한 브람스의 곡에는 내 마음을 괴롭히는 깊은 슬픔이 녹아들어있다. -본문

 

 스쿠르지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은 느낌이 들던 <크리스마스 반지>를 넘어 <여름 소나타>는 흥미진진한 액션과 훈훈한 이야기를 넘어 무언가 한 남자의 미련하지만 나름의 순애보를 전해주는터라 각각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에 금새 빠져들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20여년이 지나서도 자신의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19년 동안 함께해온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저 지나쳐버린 세월에 불과한 것인지, 만약 내가 그의 아내였고 오래 전 첫 사랑을 잊지 못해 이제 떠나야 한다고 말을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떠한 답을 그에게 할 수 있을지, 그들이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압축되어 있기에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단편 소설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겠지만은 그 한계점은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그 나름의 재미를 빠져 이야기를 읽어내려가게 된다.

 소유하지 않은 걸 바라고, 바라지 않았던 걸 소유하는 것.
 
저 멀리 어딘가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
 
무엇을 찾아야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
 
택시운전사가 다시 물었다
.
 "
손님, 어디로 가실지 말씀하셔야죠
?"
 
내가 대답했다
.
 "
나도 몰라요.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본문

 첫 장을 읽으면서 대체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던 <전화>. 너무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던,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을 영위했던 그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한 통의 전화가 올 것이란 것을 알고 있던 그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대체 어떠한 이야기가 전해져 올지에 대한 궁금증에, 모든 일에 계획적으로 일사천리의 시간을 보냈던 그와 부랑자와 같이 변모해가는 그를 보노라면 마치 드라마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그 비밀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는 자신을 버리고 완전히 회피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나아가야할지조차 선택하지 못한 채 그 질문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을 보며 무기징역 증후군은 비단 그만의 모습이 아니기에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데 그렇게 이야기는 <냉전>을 넘어서 매번 남편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던 아내의 마지막 단호한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꼈던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까지 그야말로 쉴틈 없이 읽어내려간다. 개인적으로는 <그리고 그 다음에는?>의 뒷 이야기에 무척이나 궁금했던터라 이대로 끝나는게 아쉬울 정도였는데 그래서일까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던 <픽업> <전화>보다도 책을 닫고서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란 이야기가 계속 잔상으로 남아있다.

 나는 레베카의 손을 잡고, 아직 마시지 않은 코냑 잔을 건넸다. 레베카는 내 손을 잡고 있는 상태로 코냑을 마셨다.
 
바로 그 순간, 25년의 세월이 사라졌다. 25년 전, 우리는 이 카페에 앉아 있었다. 인생의 처절한 굴곡을 겪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
 
우리가 결혼해 운명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그 순간, 찬란한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반짝이던 그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전혀 없었다. -본문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 그 행복의 무게가 어느 새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강박에 결국에는 제 손으로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린 한 남자가 있다. 물론 그는 25여년 전의 세월 속에 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 나름대로 평범한 듯 그의 가정의 꾸리며 지내왔던 여느 평범한 어느 날, 오래 전 자신이 놓쳐버렸던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재회하게 된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나 마주한 그들이지만 25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듯한 그들은 서로의 삶에 대해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현재의 이야기까지 흘러오게 되는데, 청천벽력과 같은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로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금 종료된다. 아니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나의 머리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다음을 그리고 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각각의 풍기는 느낌이 다르기에 흥미롭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에 그의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전해지게 될지, 벌써부터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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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사를 볼때만 해도 그 어떠한 관심도 없이, 아직은 인간의 두뇌가 인공지능을 뛰어 넘을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에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첫번째 경기를 넘어 계속된 알파고의 승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자 기술의 발전이,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토록 빠르게 인간을 턱밑을 스쳐 오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도 여느 SF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는가 싶더니만 뉴스에서는 조만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인공지능으로 대부분의 직업군이 대체되어 인간의 설자리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며 조만간 1가구 1로봇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뉴스마저 왠지 탐탁지 않게만 느껴졌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을 조금 넘나 그렇다지.
그 우주 안의 콩알만 한 지구도 태어난 지 45억 년이나 되고.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렇게 복잡미묘한 시대 속에 놓여 있는 우리는 어느 새 또 그 날의 뜨거웠던 충격에서 벗어나 오늘이라는 현실에 매진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던 찰나 구병모작가의 이 <한 스푼의 시간>이란 신작을 만나게 되었는데 세탁소에 살게 된 로봇 소년을 다른 이야기가 이번 소설의 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도 기대감이지만 로봇에 대한 왠지 모를 반감 혹은 두려움을 안고 있던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한 외경심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고도의 기술이 총 집합된 로봇과 인간의 이야기라니. 과연 그 둘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녹아들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책을 펼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으며 그렇게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리고 나서 로봇과 인간을 넘어 그들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이야기에 살포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외국어가 되어놔서 확실치 않은데, 라고 단서를 달며 기사입에서 더듬더듬 나오는 건 외아들의 이름이다. 아들이 아비를 위해 뭔가를 보낸 게 이상한 일은 아니나, 문제라면 아들은 8개월 전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로 출장길에 오르던 중 승객 117명을 태운 비행기와 함게 태평양 한가운데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식이 난 지 보름 뒤 바다에서 비행기 잔해가 일부 발견되었고 아비는 따로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아들이 보낸 택배라니. -본문
 
 
어느날 명정에게 도착한 거대한 택배 상자는 각자의 사연 만큼이나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다가구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이웃인 세주의 도움을 통해서 믿고 싶지 않았던 아들의 죽음을 그제서야 제 손으로 택배를 뜯으며 받아들이게 된다. 이 아스라히 무어라 말을 이을 수 없는 현실을 너무도 담담히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자면 자국민이 아니라 타국의 사람이 되어 버린 제 아들의 죽음을 이 나라에 아무리 요청해보았다 한들 번거로운 확인절차 속에 시간 낭비라는 듯 외면하고 있던 국가를 대신하여 한 때는 이 나라의 국민이었던 아들의 죽음에 대하여 개개인이 확인하고서야 그 먹먹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을 보노라면 씁쓸함이 밀려들게 되는데, 어찌되었건 명정은 이 택배 박스를 받아들고서 이제는 더 이상 아들의 죽음에 대하여 또 다른 마음앓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심심한 위안과 함께 아들이 보냈다는 박스 속 로봇과 함께 하는 나날이 펼쳐지게 된다. 
 
 
은결이 이진법을 이용하여 N팩토리얼에 이르는 횟수에 연산을 수행하고 N의 자리에 얼마나 큰 자연수가 들어가더라도 결코 해결하지 못할 난제를 내주었다고 생각하곤, 명정은 콧노래와 함께 다시 다리미질을 시작한다.
 
그리 오래지 않아 이런 장면에 익숙해지고 시들해지겠지만 당분간 즐길 거리 정도로는 충분하다.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주고받을 상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늘 같은 자리에 떨어져 심장에 구멍을 내던 물방울의 낙하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꾸었다는 것은. -본문

 
 사람과 너무도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는 로봇소년 은결을 두고서는 SNS을 넘어 각종 신문기사와 미디어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덧 은결은 일상 속의 한 페이지로 자리잡아 이제는 명정과 함께 세탁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담한 세탁소라고는 하지만 오랜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의 세탁소에는 시호와 준결처럼 은결을 보러오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고 세주네의 이야기와 이웃들의 이런 저러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마을의 소통의 출입구와 같은 모습인데 그렇게 하루하루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가는 동안 은결은 점차 인간의 행동과 생활 패턴, 언어 등을 통해 분석하고 인식하며 점차 사람 향기가 나는 로봇으로 변화하게 된다.
 
 
처음에는 생경한 것이 호기심이 일었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해져서 평범한 일상으로 변모해가고 그것이 점차 닳아가는 은결을 바라보던 시선은, 세탁소 오기 전 새것이었던 옷들이 명정와 은결이 있는 곳에 왔을때에는 얼룩이나 구김이 온 채로 도착을 하고서는 그것들을 최선을 다해 새것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으려 그들은 옷감을 안고서 고군분투하지만 그 횟수를  그 옷은 처음에 산 새옷이 될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건 그럼에도 우리는 그 옷을 계속 입고 지우고 다시 입고를 반복하는 것처럼, 이 안의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자신의 삶 안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안고서 계속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무리 약품을 집중 분사해도 직물과 분리되지 않는 오염이 생기게 마련이듯이,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제거도 수정도 불가능한 한 점의 얼굴을 살아내야만 한다. 부주의하게 놓아둔 바람에 팽창과 수출을 거쳐 변형된 가죽처럼, 복원 불가능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본문
 
 
예전에 사촌언니와 이야기를 했을 때, 손 언저리에 난 상처를 바라보던 내 눈빛을 읽었는지, 어디서 놀다 들어와서는 다쳤다고 보여주는 아이의 손을 보며 자신의 몸 안에서 완벽한 상태로 내어 놓았던 아이가 하나 둘 몸에 생채기가 생기는 것을 바라볼때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수가 없다고 읊조리던 모습이 세주와 시호, 준교의 이야기를 보며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공부를 하고 싶지만 그의 앞에 드리워져 있는 현실은 늘 그를 옥죄고 있기에 대학에 가서도 매번 힘겨운 사투를 버리고 있는 준교, 이 마을을 떠나 훨훨 날아간 것으로 보였으나 아이와 함께 돌아와 전 남편과의 지리부진한 싸움 속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세주, 하루하루의 벌이로 살아야만 했던 그녀에게 철학과의 진학은 힘겨운 선택이었다는 듯 늘어가는 아르바이트 속에서 마주해야만 했던 폭력 속에 시달리던 시호.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명정과 은결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당면한 모습들을 제 3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인사치레의 말들과 무언의 행동들, 어떠한 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하는 익숙한 몸짓이 고도화된 기술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은결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인지해가면서 그 하나하나의 시간들이 축적되어 점차 로봇과 인간이 아닌 인간 안에 함께하는 소년으로 변해가는 은결의 모습이 전해진다.

 
그는 어쩌면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완전히 멈출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본문
 
 우주의 시간으로 보았을 때 한 인간의 수명은 세제 한 스푼이 녹아내리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찰나의 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그들 어제의 흔적이 그들에게 남아있다고 해도 다시금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 찰나의 시간을 함께 보낸 은결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 총집합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넘어서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우리네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바라본 느낌이라 애잔하면서도 그 안에 따스함이 밀려들게 된다. 

 
언젠가 로봇과 함께하는 나날이 온다면 은결의 모습을 한 이들이기를 바라본다. 인간의 손을 거쳐 탄생하게 될 그들이, 자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내는 살상무기가 아닌, 인간의 심장을 닮은 감성을 담은 그들이 되어 오기를, 그리하여 우리네 삶을 조금 더 따스하게 함께해가기를 바라본다. 

독서기간 : 2016.09.12~09.17

미라클의 추천도서 :  우주 VS. 알렉스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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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한 완역판, 개정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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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도통 책이 손에 잡히던 것이 며칠을 지나 몇 달을 넘어가게 되면서 이제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버거워져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책을 뒤로하고 지내던 나날이 계속되던 요 근래에, 그럼에도 새해가 됐으니 작심삼일이라는 심정으로 책 한 권을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그 때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책장 어딘가에 있을 인디고의 어린왕자를 찾기 위해서 3시간이 넘는 여정을 먼지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도무지 그 책의 흔적을 찾지 못했을 때,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서점으로 뛰쳐나가 이 책을 손에 쥐고서는 안도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 책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리진 못했구나, 라는 사실에 피식 웃음을 흘려본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왔어. 양들이 꽃을 먹은 것도 수백만 년 전부터야. 그런데도 꽃들이 애써 가시를 만드는 이유를 알아내는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양들과 꽃들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그게 빨간 얼굴의 뚱뚱한 신사가 계산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만일 내가 내 별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알고 있다고 해.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어린 양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단번에 그 꽃을 먹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문

 너무도 유명한 책 일뿐더러 이전에도 읽어봤기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린왕자는 그대로일지언정 그 책을 바라보는 내가 변해있기 때문인지 그때 읽었던 어린왕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텍쥐페리의 말마따나 한때는 어린이였다는 걸 잊어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양을 묶어두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꽃들이 가시를 만드는 이유보다는 카드 값 정산이 더 중요한 것이 되었기에 어린왕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 것들을 바라보고서야지금 내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른들의 시선에 갇혀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지금의 내 모습은 어린왕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을 때야 비로소 투영하니 순수했던 시절을 잊어버리고서는 그것을 잃어버린 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글픔이 밀려 드는 것이다. ‘착하게 굴면 낮 동안 양을 매어 둘 끈도 하나 그려 줄게.” 라고 담담히 말하는 화자를 보면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깜짝 놀라는 어린 왕자를 보고서야 딱딱한 어른이 되지 말자던 어린 시절의 다짐이 무색해져 버린, 수 많은 어른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때 난 아무것도 몰랐어!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내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빛나게 해 주었어. 내 꽃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안 되는 거였어! 가엾은 속임수 뒤에 숨은 다정한 마음을 눈치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나 모순적이야. 그리고 그때 난 꽃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어.” –본문

자신의 별에 툴툴거리지만 아름다운 꽃을 홀로 두고 온 어린왕자가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고 여우를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삶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 씩 배워가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보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렘 가득히 바라보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치중하며 아등바등 지내왔던 나에게 어린왕자의 울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나지막이 전해주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여우를 만났던 장면에서 멈춰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듯이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 취해 한동안 그 안에서 허덕이며 함께하게 된다. 이전에 읽었을 때에는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이번에는 여우와 어린왕자의 만남과 더불어 어린왕자와의 헤어지는 부분을 보면서 상념에 빠져들었는데, 결말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억이 남아있지 않던 나에게 있어서 그와의 이별은 먹먹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자 안에 담겨 있는 양과 같이 어딘가에 빛나고 있을 그의 존재를 믿기에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어린왕자가 다가올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에도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그래, 그때는 그랬지.; 라고 탄식할 수 있는 어른이길 바라본다. 이 모든 것이 다 부질 없는 이야기라며 이 책을 덮어버리는 그런 어른만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다음 번 어린왕자를 만났을 때에도 어른인 나를 참회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르's 추천목록

 

위로 / 이철환저

 

 

 

독서 기간 : 2016.01.02~01.03

by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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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리스트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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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한동안 버킷 리스트 작성이 한창 유행을 하던 때에, 인생을 살며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들 적어봐야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서는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었다. 스쳐지는 생각들로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 봐야지, 라는 것들은 이내 현실 앞에 닥친 문제들로 인해서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이 보통의 나들이기에 <라이프 리스트>를 만나고 나서야 나는 이전의 내가 꿈꿔왔던 나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하나씩 찬찬히 생각해 보며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른 네 살의 브렛은 탄탄대로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회사의 차기 후계자가 되기 위해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멋있는 남자친구 앤드류가 현재 그녀의 곁에 있다. 성공과 사랑을 모두 거머쥔 그녀의 앞에 드리운 어머니의 죽음과 그 후에 드리우는 현실은 그녀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버리고서는 그녀의 손 위에 그녀가 14살때 작성해 놓았던 리스트가 전해진다.

그 안에 담겨 있는 20개의 리스트 중 10가지를 1년 안에 완수해야만 그녀에게 남겨진 유언장이 공개된다는 완수해야만 이 유언을 받아 들고서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파하던 브렛은 회사에서 해고된 채 그야말로 혼자서 벌판 위에 내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 밤을 계기로 너의 용기, 인내, 의지가 되살아나면 좋겠구나. 두려운 일이 닥치면, 이런 순간을 기억하고 네 인생을 밀고 나가봐. 이 모든 용기 있는 행동은 네 안에 있는 온전한 너로부터 나온 거니까.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너의 모습. –본문

어릴 적 적어 놓은 그녀의 리스트를 보노라면 강아지를 키우고 말을 사고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보기, 그녀가 당시에 꿈꾸던 교사가 되기 등 그야말로 다양한 것들의 총집합체가 담겨 있다. 자신이 쓴 내용인지도 가물가물하던 그 안의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기 위해 그녀는 조심스레 그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때 드리운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현실 속에서 브렛의 어머니는 왜 그녀에게 이 얼토당토않은 주문을 한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녀를 쫓아 가다 보면 이 모든 여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특히나 하나의 리스트를 완성해 나아 갈 때마다 그녀의 어머니가 남겨준 메시지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을 전해주고 있다.

이 목표를 꼭 실천하고 싶어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어요. 유산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어린 날의 나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요 -본문

 그녀의 곁에서 늘 빛이 날 것만 같았던 앤드류와의 관계는 결국 남남이 되어 돌아선 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손 안에 있는 리스트를 하나씩 이뤄가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시작으로 산타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며 브렛 스스로가 그 동안 알고 있다 믿었던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를 계기로 인해서 이전과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 결실을 맺고 있는 브렛을 보노라면 이 리스트를 시작하기의 그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변화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가 꿈꾸던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 새 훌쩍 커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 스스로에게 이 안의 이야기는 정말 우리가 바라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인지, 현실에 안주해서 혹은 현실이라는 각박함이라는 벽 안에서 우리가 꿈꾸던 나의 진짜 모습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게 한다. 지금 작성한 버킷 리스트의 내용도 그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나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을 꽤나 즐겁게 읽어 내려왔다.

 

아르's 추천목록

 

나우 이즈 굿 / 제니 다우넘저

 

 

 

독서 기간 : 2015.08.10~08.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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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인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지도 얼마만인지를 모르겠다.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인어공주를 읽은 기억은 나지만 당시의 내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느꼈는지도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아득하게 오래 전에 마주했던 그 단어를 이 <딥 블루>를 통해서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인어. 반은 인간의 모습이며 반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상 속의 그녀들의 모습이 나에게 투영된 것이라면 <인어공주>속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물거품으로 사라져야만 했던 비련의 주인공의 모습과 뱃사람들을 유혹해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두려움의 인어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인어의 모습은 아리따우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미모를 넘어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기 보다는 다분히 수동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었기에 인어는 유약한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연약한 그들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이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이 <딥 블루>안에서 영롱하게 빛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 것이다.  

미로마라 왕국의 도키미 의식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세라피나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베네치아의 여왕인 이사벨라와 같이 미로마라를 이끌어 나갈 여왕이 되기 위한 의식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마음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채근되고 있다. 마탈리의 황태자 마흐디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그녀는 마흐디의 마음이 이전과 같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녀가 마법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다는 자책감 등의 중압감에 압도되어 있었기에 그녀 주변에 일어나고 있던 심상치 않은 일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아니, 그것이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문제만을 바라보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도키미 의식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즈음,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복면을 한 이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숙하면서도 평화로운 가운데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던 미로마라의 백성들과 마탈리의 가문의 황태자와 황후의 눈앞에 드리운 이 끔찍한 사건은 이 모든 것들을 잠식시키고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닐라와 함께 겨우 미로마라를 빠져 나온 세라피나는 그 누구의 생사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제노 피스코를 만나게 되며 잠시 숨을 돌리게 되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들의 현상금을 노린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며 다시 아등바등하던 찰나 베르데와 그리지오를 통해서 촌각을 다투는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바다의 해적이라 생각했던 프라이다토리가 실제는 테라고그로부터 바다를 지키기 위한 수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세라피나의 어머니인 이사벨라와도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 아르만도 공작의 집에 쉬고 있던 그녀들을 찾아 헤메는 습격은 계속되고 거울의 세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되며 옴니복사인 링을 만나게 된다.

세라, 그 꿈에서 어떤 일이 있었니?”
강의 마녀들이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불렀어. 그리고 괴물이 우리 안에 갇혀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 그 괴물이 거의 나올 뻔했는데……”
 
아바돈이야. 그 괴물의 이름이 아바돈이야. 강의 마녀들 중에 나이가 지극한 원로가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브라저고.”
 
세라피나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닐라가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파란 빛을 내며 대답했다. “나도 똑 같은 꿈을 꿨으니까.” –본문

너무도 급박하게 지나온 시간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들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엘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이며 그 꿈은 모두 동일하게 그녀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과연 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제는 셋이 되어 함께 동행하게 된 그녀들의 여정 안에서 마침내 강의 마녀를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세라피나, 닐라, 베카, 아바, , 아스트리드라는 비밀을 품은 여섯 인어가 세상을 무너뜨리려 하는 이들을 맞서 이 앞의 시련을 넘어서기 위해 피로서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넘어서겠노라 다짐을 하게 된다.

노래주문의 마지막 음이 높아지면서 다섯 인어들의 피가 함께 진홍색 나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감쌌다. 바다가 조류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들의 살은 피를 다시 받아들였다. 물에 흘러든 피가 손바닥의 베인 상처 속으로 들어갔다. 손바닥의 베인 상처들이 닫히고 아물었다. 손바닥마다 상처가 남겨졌다. 이제는 각각의 손에 다른 인어들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검푸른 상처가. –본문

아틀란트의 여섯 마법사의 자손인 그녀들이 비록 지금은 다섯이서만 함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모두 함께 모여 여섯이 되는 날이 올 즈음, 긴박하게 바바 브라저의 곁을 떠나야 했던 그녀들이 옴펨므와 아바돈을 대적하여 어떠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게 될지, 연약하게만 보이던 그들이 만들어 갈 거대한 모험의 장이 기대된다.

 

 

아르's 추천목록


 루비레드 / 케르스틴 기어저

 

 

 

독서 기간 : 2015.08.15~08.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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