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 왕실의 운명을 건 최후의 도박, 바렌 도주 사건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이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이름 만큼은 익히 들어온 나에게 있어서 떠오르는 것은 루이 16세의 왕비이자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는 것, 그 아름다움은 그녀에게 독이 되어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들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안타까운 삶을 살다 갔다는 것, 굶주림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 등, 그야말로 단편적인 것들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바렌 도주 사건>을 벌였다는 것 조차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약 이 날의 도주가 성공했더라면, 그녀에게는 어떠한 삶이 펼쳐지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책을 덮으며 하게 된다. 그야말로 그24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듯한 숨막히는 그날의 사건을 마주하며, '!'라는 신음 밖에 낼 수 없었던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 했던 그녀에게는 얼마나 한스러운 시간이었을까. 검은 상복을 입고서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이들에게 처연하게 '이제 내 피만이 남는군요. 거두어가세오. 하지만 나를 오래 고통스럽게 하지는 마세요. 라고 말하는 그녀가 안타깝게만 보인다.

 

왕비는 폐위 당한 것과 마찬가지 처지가 되어 비로소 진정한 왕비가 되었다. 내몰리고 절망하고, 그럴수록 더욱 왕권을 위해 싸우려는 결의를 다지고, 아이를 지키는 강한 어머니로서 사랑에 설레는 여성으로서, 마음과 정신에, 몇 겹이나 되는 미묘한 뉘앙스의 주름을 겹쳐, 깊은 매력을 자아내고 있다. 

 애초에 앙투아네트는 용모가 단정하기보다 그 훌륭한 자세와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태도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던터라,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는 회하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붙잡을 수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쿠차르스키슬픔에 빠진, 젊음의 잃어가는 그녀의, 저녁노을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본문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그럼에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서는 결코 굽히지 않던 루이 16세의 모습을 바라봐야만 하는 나로서는 볼기짝을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이나, 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리 테레즈와 루이 샤를과 함께 프랑스를 떠날 수도 없었지만 유약한 루이 16세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점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민중들과 의회의 모습들을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페르센과 함께 도주를 계획하게 되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지막히 알게 된 왕은 따라 세번 이나 그날의 결정을 미뤘다 결국 운명의 6 20일의 서막에 오르게 된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날을 준비했으나 실제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늘 머릿 속에 그려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문제들의 그들을 당면하게 된다. 루이 16세가 잠들기 전, 그에게 보고를 명목으로 감시를 하고 있는 파라예트의 눈을 피해 마차에 오르기는 했으나, 앙투아네트는 그들에게 들킬 까 마차에 오르는데 30분 이상이나 지체하게 되는데 어렵사리 마차에 오른 그들은 이제부터 코르프 남작부인과 두 딸의 모습으로 숨막히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코르프 남작부인!"
다시는 돌아보지 않고 도로를 벗어나 곁길로 달렸다.
 

페르센은 이때의 일에 대해 '왕은 나와 함께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라고만 썼다. 거기에 담긴 노와 후회가 뒷날 거듭 뿜어나와 그를 괴롭혔다. 왜 좀더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던 걸까. 왜 몰래 마차를 뒤따라가지 않았던 걸까. 그랬더라면 사태는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본문


 페르센은 파리를 무사히 빠져나가고 샬롱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 그리고 최대한 신속하게 이 모든 구간을 지나오는 것을 최대한의 목표로 하려 하고 있었다. 스웨덴의 외교관으로 있던 그에게 프랑스 국왕을 탈출시켜야 하는 의무 따위는 없었다. 그가 이 모든 위험을 떠안으려 한것은 오롯이 앙투아네트를 향한 연정때문이었으나, 이것을 알고 있던 루이 16세의 질투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오판한 왕의 무지함이었을까. 파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시점에서 루이 16세는 페르센은 덴마크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었고 이 모든 계획의 주축이 되었던 그가 빠져버린 그들의 계획은 한 쪽 날개로 비상해야만 하는 새처럼, 스스로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었다. 물론 루이 16세가 자신의 이 판단이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아마도 한참 후의 것이었을 게다. 페르센이 사라진 순간 모두가 걱정의 소용돌이에 빠졌으나 루이 16세 만은 더 없이 평온했으니 말이다.

 

 그들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을 도망을 위해 가는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중반에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소풍을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매 역참에서 쉬었다 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확신한 루이 16세는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느긋하게 경치를 구경하는 등, 그야말로 안일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 귀중한 시간들은 페르센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으나, 이미 그는 그들의 곁에 없었고, 루이 16세가 이끄는 그들의 마차는 약속시간을 5시간이나 넘겨 버렸기에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오늘은 보물이 배달되지 않는다, 라는 헛된 정보를 흘리게 하는 오점이 되고 만다. 

 

 듣고 있는 동안, 이 계획은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루이의 비관론주의는 흡혈귀처럼 의욕이라는 의욕, 반론이라는 반론을 죄다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토록 기운 넘치던 라데조차, 마침내 풀이 죽어 머리를 숙였다. -본문

 

 바렌을 넘어서기만 하면 몽메디이며 몽메디에 다다르기만 한다면 그들은 새로운 법을 공표하고서 그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바렌을 들어가는 초입에서 또 다시 루이 16세는 시간을 지체한다. 아니, 그들이 하루밤을 묵어야 했던 그 순간, 창을 통해서 탈출을 했더라면 그들에게 다가올 죽음의 그림자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루이 앙투아네트의 것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수 많은 부채를 가져온 왕실의 적자는 오롯이 그녀가 생산해 낸 것처럼 보여졌으며 당시의 민중은 그 책임을 물, 누군가가 필요했으니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든, 국경을 넘는 것만큼은 막아야만 했으니 말이다. 수 많은 한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이 운명의 24시간이 그녀에게 다시 주어진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아르's 추천목록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샤우의 장미 / 슈테판 츠바이크저 


 

 

독서 기간 : 2015.01.22~01.23


by 아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5-01-25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습지요.희대의 악녀라 알던 앙투아네트..역사는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라 던 것을 증명하듯 그동안 오류와 지독한 미움의 세월 속에 묻혀있다시피했는데..제 작년인가 어떤일로 그녀에대한 인용문을 검색하는데
위키디피아에 글쎄..그간의 사정은 승자의 역사로..블라블라..ㅎㅎㅎ시대의희생양이었음을...헉~! 넘해!! 빵사건 역시..프랑스의 고급입맛!이 문제일 가능성이..높다니..멘붕...그랬답니다.역시나..동서고금..여자팔자 뒤웅박..인거야? 남편 잘못만나서..시집잘못가서..ㅠㅠ뭐 정략였지만..프랑스 국민들이 시댁인 상황..넘 어이없고 속상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