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김호경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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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베거스의 호텔 왕이자 미시시피의 시민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데이비드 카펜더. 그리고 그를 아버지로 두고 있는 헨리는 여느 부자 관계처럼 친숙하다기 보다는 서먹함이 그들의 관계 속에 잠재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가까워야 할 이들의 사이에 거리감이 있다는 것은 우리네 아버지들과 같이 가족을 위해 앞으로만 내달리던 그들의 부재를 쉬이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날의 과오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모든 것을 다 가진 아버지와 아들이 떠나는 이 여행은 그저 새로운 곳으로 그들이 떠난 다는 것의 의의를 넘어 고마운 이들과 미안함을 전해야 하는 이들을 찾아 떠났다는 것에서 이 책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바라보게 된다.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힘든 시기를 겪는다. 모든 게 마음대로 안 되고 꿈꿨던 것이 무너지는 그런 때 말이야. 그 시기는 어렵지만 한번 겪고 나면 그전과는 다르게 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헨리, 네게는 그 시기가 조금 더 빨리 온 것뿐이야. -본문

 고등학교의 농구 스타로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받고 있던 헨리는 뜻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농구 선수로서 다시는 코트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라 믿었던 헨리에게 들이닥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고 그 냉혹한 현실 속에 버려진 아들을 위해 카펜더는 여행을 제안하게 된다. 물론 이 여행의 전제는 여행이 끝나고 나면 헨리가 원하던 차를 사주겠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던 그들은 그렇게 길을 떠나게 된다.

 더 많은 것을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도 다르지 않을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카펜더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카펜더는 아들에게 살아가는 동안에 꼭 필요할 것들을 전해주려 하고 있고 그것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았을 때 떠오르는 이들을 찾아가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아들과 함께 하려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에 잊어서는 안될 마음을 전하려 하고 있으며 이 여행을 통해서 헨리는 그 동안 자신을 방관하며 지냈다 믿었던 아버지의 진심을 조금씩 배워가게 된다.

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도와 고기 잡는 것밖에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걸 하면 되겠군. 뭘 고민하는 건가?
“하지만 저는 아버지처럼 촌구석에서 평생 고기만 잡으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에 미치너 상사가 데이비드를 달래며 말했다.
“데이비드, 평생 고기를 잡으라고 말하는 게 아니네. 우선 눈앞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게. 그걸 발판으로 다음 일을 찾고, 또 시도해보고 하는 거지. 본문

 현재의 내가 지금의 모습을 하기까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오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그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나의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그리 쉬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늘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고마운 이들과 미안한 이들에 대한 생각들을 이제는 생각을 넘어서 실제 그들의 얼굴을 보고서는 말로 되뇌어야 할 때임을 그들은 전해주고 있다. 다음에, 라는 기회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그 다음이 바로 오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핸드폰 전화 목록 속의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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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 필립 체스터필드저


 

 

독서 기간 : 2015.02.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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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자결권 -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
칼 오너리 지음, 박웅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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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86400원의 돈이 입금이 되고 있다. 하루가 지나가면 사라져 버리는 이 돈을 누구는 알뜰하게 사용하고 누구는 손도 대지 못한 채 그저 막연하게 흘러 보내버린다. 매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 86400분의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위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위에 사는 이들이라면 늘 빨리빨리!’ 라는 주문에 주어진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보내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처럼 남들보다 부지런히,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만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은 어느 새 시간 위를 걷는 것이 아닌 시간의 노예로 변모해버리고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찌해서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게 되는지,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계속해서 앞만 바라보게 된다. 과연 현재의 이 모습이 괜찮은 걸까?  

 자유롭게 충만하게 내 시간을 쓸 권리라는 부제를 안고 있는 이 <시간자결권>을 보노라면 과연 나에게 주어졌던 수 많은 시간들을 진정 나의 것으로 쓰고 있었는지에 대해 반문하게 된다.

1876 10 26일에 쓴 편지에서 자기가 베토벤의 106번 하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거의 1시간 presque une heure’이 걸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50년 뒤, 아르투르 슈나벨 은 단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늘날 일부 피아니스트들은 이 작품을 30분 만에 해치운다.
초기 작곡가들은 연주자들이 조급증이라는 병원균에 감염되었다고 비판했다. 모차르트도 연주속도에 강한 불만을 표한 바 있다. 1778, 그는 당대의 대표적인 연주가 아베 포글러가 어느 야회에서 자신의 소나타 C장조 KV330을 함부로 연주하는 것을 듣고 급히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연주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상황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너무 빠르다’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본문

 언제 어디서나 남들보다 빠르게, 만을 외치고 있는 우리의 조급증은 각종 스트레스를 넘어 병마를 불러들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빨라진 흐름 속에서 그것을 늦출 브레이크도 없이 내달리는 전차와 같은 우리의 오늘은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계속해서 재촉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위기의 속도 속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천천히 템포를 낮추고 나에게 맞는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과속 운전을 삼가하고 음식부터 생각, 성관계, 일터는 물론 학교에서까지 모든 것의 템포를 늦춰 천천히, 그 안에서 전해지는 시간들을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며 음미할 수 있도록 나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에서는 약간의 애정 어린 보살핌만으로도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런 보살핌은 신체 내의 치유 매커니즘을 가동시킬 수 있다. 영국의 심리상담사 잉그리드 코린스는 환자들에게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 스스로 이완되어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본문

 OECD가입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긴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시간적 여유는 오히려 더 없다고 느껴지는 이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 더 빨리! 를 주문하는 대신 잠시 쉼표를 권해봐야 할 시간이 아닐까. 병마저도 완쾌될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시간의 주인이 내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이 전해주는 느림의 시간을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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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저


 

 

독서 기간 : 2015.03.0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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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11번가의 목수 - 나를 바꾸는 진정한 삶의 가치
존 고든 지음, 구미화 옮김 / 한경비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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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빠른 발걸음과 운동복 차림으로 바쁘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뉴욕의 월스트리트의 모습이자 센트럴 파크에서 볼 법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 중에 섞여 있다는 목수의 모습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상상되지 않는 모습으로 뉴욕이라는 커다란 조각 퍼즐 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으로 책을 펼친 나에게 여전히 색안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반추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마이클 앞에 남겨진 목수라는 명함 한 장은 그에게 발생한 갑작스런 사고를 넘어 과연 제이라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를 찾아가게 된다.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자신의 가슴 안에 새겼다 생각했지만 또 다시 드리운 눈 앞의 벽을 실감하고 있던 마이클은 제이를 마주하게 되면서 그 동안 자신이 알아왔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벗어 던지고 진실한 삶의 의미를 배워가게 된다.

마이클은 더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원들을 더욱 사랑하려 노력하고, 직원들이 고객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두려워하는 대신 모든 일에 애정을 갖고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사랑은 그에게 리더로서 성공하는 위대한 법칙만이 아니었다. -본문

가족이기에 오히려 짜증도 잘 내고 밖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여과 없이 풀어버리고 했던 나에게 제이는 마이클을 통해 사랑, 섬김, 보살핌을 기반으로 살아온 그의 삶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이렇게 단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그것이 어떠한 삶인지에 어느 정도의 느낌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아는 것과 그 아는 것을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 마이클과 제이의 삶을 중첩시켜 보여줌으로써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자연스런 이해를 전해주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을 접해도 긍정을 잃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주위가 온통 비관적일때도 낙관주의를 고집하겠습니다.
두려움이 느껴지더라도 믿음을 갖겠습니다.
증오하고 싶어지면 애써 사랑하겠습니다.
모질고 싶어질 때는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마음을 고쳐먹겠습니다.
시련이 닥치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겠습니다.
역경에 부딪히면 더 강해지겠습니다. –본문

 늘 나만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과연 그것이 옳은 것들이었는지에 대해 나지막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조용한 시골길을 걸으며 혼자 사색에 잠기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공이라는 이른바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거머쥐어야만 이 생을 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우리가 사는 이 곳은 그 이외에 얼마나 많은 의미들이 있는 것인지를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다시금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주변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살아야지, 하면서도 늘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따스함에 서서히 물들어가면서 나부터가 달라져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하게 된다. 변화하는 작은 발걸음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조금씩 따뜻하게 데워주길 바라며 훈훈한 마음 가득 안고 이 이야기가 오랜 동안 내 곁에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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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 미치 앨봄저


 

 

독서 기간 : 2015.02.2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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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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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난 후 전국 수석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던 멘트인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코웃음을 치곤 했다. 교과서 만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 라는 못난 심보에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이룬 그에 대한 동경과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자조가 섞인 비뚤어짐이겠지만 늘 그렇게 그들을 보는 내 모습은 어긋나 있기만 했다.

 공부해야지,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느 날엔가는 대체 왜 이런걸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어디로 향할지 모를 원망과 공부해서 대학가면 내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그 막연한 판타지에 다시 최면에 걸린 듯 책상에 앉아보지만 내 마음 속 근본에서부터 자리하지 않는 허황된 꿈은 곧 오래지 않아 무너지고 또 다시 공부에 대한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쳇바퀴를 돌 듯 그렇게 매일이 반복되었던 학창시절은 의지와 상관없이 끝나버렸다. 그 곳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행복할 것만 같았던 철 없던 그때를, 30대인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토록 공부하는 것을 싫어만 했던 것일까, 라는 한숨만 인다. 그때는 아마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만 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늦었다는 것을요, 늦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늦었는지 늦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것 아닐까요?” 라는 질문 자체가 내가 늦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나는 정말로 늦어버린 것, 맞습니다. (중략)

적당히 덕담이나 좀 던져주고 무책임하게 등 토닥거려주는 것. 저는 못하겠습니다. 거짓말하기 싫습니다. ‘점수 차이를 극복하려 해봐도 진도 차이 능력 차이가 발목을 잡을 겁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아도 잘 안 될 겁니다. 포기하세요. 미안하지만 늦었습니다. -본문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바로 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 불만만을 늘어놓는 이들을 위해서 그야말로 딱! 인 책이 아닐 수 없는데 물론 제목을 보는 순간 대체 공부가 그 무엇이라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냐며 반감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책을 펼치자 마자 드리우는 촌철살인을 보노라면 이 책을 그리 만만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토록 냉정한 얼굴 뒤로 그는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뛰어보지도 않은 채 포기하려 하는 우리를 다독이고 있다. 공부라는 것이,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문제를 맞추고 더 좋은 성적은 받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공부란 경쟁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춰 바라봐야 하며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어제의 나를 이기기 위해 매일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곤에 찌들었지만 내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제 그런 눈빛은 살면서 처음 보았어요. 약간의 자신감과 약간의 만족감, 약간의 당당함과 약간의 기대감이 뒤섞인 묘한 눈빛. 그럴 때면 제 자신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왜 나는 너에게 기회도 줘보지 않고 내버려 두기만 했을까……’ 그렇게 가끔 감당할 수 없는 후회가 번져갈 때면 저는 제 자신에게 약속했습니다. 
 
다시는 널 내팽개쳐두지 않을게.’ -본문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열 다섯 살의 자신을 보면서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는 것일까? 거울 속에 비친 아이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 그 동안 미뤄왔던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가혹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요청이나 명령이 아닌 자의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그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오를까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왜 공부를 하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다 보면 단 한번도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그러한 시간들은 가져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저 하라고 하니 책상 안에서 시간을 때우고만 있었을 뿐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던 셈이다.

 동일한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모티베이터의 이야기를 넘어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어린 나이에 이미 가장이 되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와 여자이기에 공부를 할 수조차 없었던 아이, 인간임에도 노예라는 속박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이와 전쟁의 그늘 속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려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남들이 볼 때 나는 그저 그런 학생들 중 하나일지도 몰라요. 학교에서 나는 존재감이 별로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나조차 나를 그렇게 생각해버릴지도 모르죠. 그러나 아버지에게만큼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힘입니다. 아버지를 하루하루 버티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아버지 가슴을 묵직하게 채우는 버팀목입니다. 나 때문에 등이 휠 것 같은 아버지는, 그렇지만 또 나 때문에 살아요. –본문

그저 평범한 나를 등불 삼아 사는 부모님의 모습을 넘어 진정 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 현재의 나를 다독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된다. 이제는 책상과 멀어 진 때라고는 하지만 배워야 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안의 이야기를 오랜 동안 간직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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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이시형저


 

 

독서 기간 : 2015.03.1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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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나라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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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확천금의 꿈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누구든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라는 물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김없이 들려오는 행운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거머쥐게 되었을까, 라는 무한한 부러움 속에 나래를 펼치다가도 어느 새 현실 속의 나를 바라보고서는 그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려니, 하고 돌아서게 된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며 아등바등하면서도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평범한 이들의 현재이다.

 그러나 이 책 안에 등장하는 이들은 평범한 우리네 삶과는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도박의 세계를 배경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그 모습을 보노라면 일확천금이라는 그 달콤한 유혹의 늪에 빠진 이들의 삶이 실제는 진창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갈망하는 미래는 그 누군가에게 주어질 로또와 같은 한방의 인생역전이지만 어찌된 것이 그 안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주인공은 물론 주변 이들마저도 모두 아픔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미장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이용팔은 함께 일하던 영감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고서 자신도 그와 같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불법 도박장으로 향하게 된다. 1000만원이 2000만원으로 변모하는 순간, 용팔은 이제 세상은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이 안에 살게 된다면 그에게는 끊이지 않는 돈의 샘물이 생기는 것이라 믿어왔지만 이 순간의 행복은 며칠 만에 그를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나마 이 도박판에서 건진 것이 있다면 그의 돈을 쓸어가 버린 이정연을 얻은 것이고 이 인연은 그의 삶을 계속해서 도박판이라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로 전락해 버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옥 불구덩이였다. 하루는 선영이 포커를 가르쳐달라고 떼를 쓰다 씨알도 안 먹히자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요?”하고 쏘아붙일 날도 있었는데 그때 그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냉랭하게 대답했다.
꼬마야 난 호텔 카지노학과를 졸업했고, 곧 카지노 딜러로 취업할 거야. 하우스 도박장을 들락거린 건 현장 실습을 겸해서 호기심과 재미로 다녔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조금도 없어. 하지만 넌 그렇지 않잖아. –본문

 도박판을 떠나 착실하게 살아보고자 했던 정연에게 드리운 삶의 무게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도박판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문제는 그가 마주했던 상대가 도박판의 식인사자로 불리는 강사자이었고 자신의 돈을 떼어가는 이에게는 무조건 죽음으로 앙갚음을 했던 그의 방식은 정연을 싸늘한 주검으로 내몰아버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아내였던 은경마저 세상을 등지게 됨에 따라 정연의 아들이었던 재휘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고 호형호제의 뜻을 품었던 그의 아들을 용팔은 조용히 거둬들이게 된다.

아빠! 안 돼요!”
강 회장은 오사장의 눈앞에서 현찰 다발을 팔락팔락 넘겼다. 돈 냄새, 강렬한 돈 냄새! 그 돈이 이 가방에도, 저 가방에도 가득하다. 돈의 족쇄를 차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이보다 달콤한 유혹이 있을까.
 
오 사장님은 딸을 거시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본문

그리고 또 하나의 장면 속의 주인공인 선영. 아버지인 오사장의 도박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기까지 고작 2년 남짓의 시간이 지내온 그녀에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버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그의 아버지는 당당히 대학에 합격한 딸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바른 삶을 살겠노라 맹세를 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열린 제 2의 인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사장의 눈 앞에 드러난 아내의 사망 보험금 1억은 다시금 그를 불법 도박장으로 향하게 하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슴처럼 도박판에 뛰어 든 그는 결국 자신의 딸인 선영마저 도박판의 재물로 올려 놓은 뒤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도박이라는 인간의 욕망이 들끓는 곳에서 가족을 잃어야만 했던 재휘와 선영은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둘은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덮은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하는 재휘와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고 있는 선영은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기에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씁쓸하게 마무리 되지 않기에, 그들을 계속 바라보게 한다.

도박의 신에게 미움 받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돼. 더 많이 갖겠다는 것도 잃은 것을 찾겠다는 것도 모두 욕심이야. 때때로 신은 우리 마음을 시험하기도 하지만 그걸 이겨낸 사람에게는 반드시 값진 선물을 주고 떠난단다. –본문

욕망이 가득한 이곳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그 안에 사라져가는 인간만이 존재할 뿐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었다. 도박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픔을 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 안에 빠져드는 순간 모두가 먹이감으로 전락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만이 존재하고 있는데 여전히 어디선가에 피어있을 이 야수의 나라가 점점 사그라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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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 신경진저


 

 

독서 기간 : 2015.03.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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