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라는 제목을 보면서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라는 호기심이 절로 일어났다. 그 어느 장소든지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있는 듯 했지만 공동묘지에 사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한 적이 없는대다가 수 많은 장소 중에서 대체 왜 공동묘지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 책을 펼쳐보게 만든다. "묘비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아무 데나 묘비를 세워놓고 그 아래 엄마가 묻혀 있다고 말해주면 하나같이 그냥 믿을 거예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묘비뿐이에요. 묘비만 있으면 다들 그 돌덩이 앞에 가서 '미안해요, 엄마. 내가 나빴어요.' 하고 울먹거리죠. 진짜 무덤이 아니라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본문 망자에게는 안식을,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먼저 떠나간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묘지는 하나의 공간 안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죽음의 강을 건너본 적 없는 우리에게 있어서 공동묘지라는 공간은 세상을 등진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이며 그들의 기억을 오롯이 담아 두는 지구상의 마지막 장소가 될터인데 그럼에도 때론 그 장소는 인간에게 있어서 인간을 뛰어 넘는 유령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두려움의 공간으로도 변모되는 곳이기에 그리움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묘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산 사람에게 있어서 공동묘지는 해가 떠있는 시간에만 허락되는 장소처럼 여겨지고 어스름이 지는 무렵에는 살아있는 이들이 있어서는 안될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기에 이 공동묘지에 19년이나 살왔다는 조너선 리벡은 그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한 남자로 등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유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그에게 일용한 양식을 전해주는 까마귀와도 소통이 가능한 남자인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그는 어떤 사연을 안고 이 안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며 살았던 것일까. 처음에는 나름대로 알차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이내 인생을 낭비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이클 모건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구성했던 모든 요소를 기억해내고, 하나하나 세어보고, 무게를 달아보았다. 각각의 요소들은 저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가도, 조금 뒤에는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죽은 덕분에 ㄷ그는 지금껏 겪은 일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한때는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 -본문 꽤나 유명한 약제사였지만 사람들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가며 약제사를 넘어 사람들을 치료하려했던 그는 오히려 세상에 버림을 받게 된다. 사람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순간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격리 당했던 그는 조용히 공동묘지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숨죽이며 공동묘지에서 살아가는 동안, 리벡은 까마귀와 친구가 되고 수 많은 유령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최근에 이 곳에 들어온 아내의 독살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마이클과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서 이 안에 묻히게 된 로라를 통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떻게 떠오르게 되는지에 대해 그들을 통해 자세히 그려놓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이 담겨진 것이겠지만, 로라와 마이클을 통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막연한 그들의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때론 그들 나름의 삶이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전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벡은 클래퍼 부인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등지고서 살았던 그의 19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며 앞으로 이러한 삶을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속된 상념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묵직하기만 하다면 고루한 이야기로 치부되겠지만 이 안에는 담긴 이야기는 유쾌함과 그 안에 담긴 나지막한 삶의 이야기를 가볍게 담아놓고 있어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기게 된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경계는 명확하게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넘어 이 이야기는 구태여 그것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 않다. 생과 사의 중간, 그 안에는 모든 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P.S. 이 책을 읽는데 물리적인 시간은 1주일이 걸렸으나 실제 읽는대는 3시간 남짓이 소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