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풋내기들>><<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두 작품을 꼭 비교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대성당>> 소설집에 수록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고 충격을 먹은 뒤부터였나 보다. <<대성당>>을 읽기 전 <<사랑을 말할 때~>>를 먼저 만났다. 좋은 작품집이라고 권하는 사람들의 말을 온전히 믿어서는 안 되었다. <<사랑을 말할 때~>>는 대체로 요령부득이었다. 몇 번이나 책을 던지고 싶었다. <목욕>이란 작품의 원본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란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내가 보기에 두 작품은 다른 느낌이었다.

 

  편집자 고든 리시한테 농락당한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속울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았다. 허울 좋은 미니멀리즘의 성에 갇힌 카버의 소설이 그의 사후에라도 날개를 달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번역도 김우열이 정영문보다 훨씬 깔끔하다. 하기야 원본의 반 이상을 잘라낸 것도 있고, 결말마저 원작가인 카버와 다르게 한 것도 있는데 후자더러 잘 된 번역이기를 바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알려졌다시피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의 두 번째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원본이다. 편집자 고든 리시는 카버의 원고를 대수리했다. 일부 작품은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거의 모든 작품의 결말을 그의 입맛대로 잘라내거나 바꿨다. 누더기가 된 원고를 받고 당황했을 카버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고든 리시의 의도대로 출간 되었다. 아마 판매에도 성공했을 듯. 카버는 언젠가 원본 그대로 출간할 수 있기를 바랐다. 2009, 카버의 아내 테스 겔러거가 고인이 된 남편 대신 <<풋내기들>>을 펴냈다.

 

   주인공들은 대체로 한때의 카버를 닮은 듯한 절망적인 서민들. 알코올중독과 가정불화와 장애를 지닌 사람들. 단순한 문장, 섬세한 감성, 순간 포착,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들, 술 관련, 파산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미니멀리즘이라 표현되는 카버 소설의 단순한 전개, 담백한 문체, 아리까리한(?) 결말 등은 카버의 의지가 아니라 편집자의 장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두 작품을 비교할수록 확실해진다. 편집자의 역할이 고든 리시처럼이 되어도 좋다면 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후자의 책을 출간 당시 카버가 겪었을 심리적 혼란이 백 번 이해된다. 세 번째 소설집 <<대성당>>을 작업하면서 고든 리시를 가리켜 최고의 편집자라고 추켜세웠던 건 돈 맛이 작가정신에 녹아들었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독자로서 보기에 고든 리시는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지나친 생략으로 작가 감성과 작가 의식을 무시했다. 두 책 내용을 비교해야 레이먼드 카버의 상실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해본다. 편집자본인 후자를 읽고 엄지척을 하는 상황에 대해서 과연 취향 존중이라며 쉽게 인정해도 좋을 것인지. (이하 스포일러)

 

1.춤 좀 추지 그래? - 집밖에 중고 물건을 내놓은 남자에게 소년과 소녀는 관심을 보였고, 뭔가 절박해 보이는 남자는 그들과 위스키를 마시며 춤을 권하고 그들은 함께 남자집 마당에서 춤을 춘다. 남자와 춤을 추고 레코드 판과 전축을 남자에게서 받은 소녀는 쓰레기 같은 이것들에 대해 모든이에게 이야기한다. 이야기 속엔 그 이상의 무엇이 있고 그걸 꺼내려고 애쓰다가 그녀는 그런 노력을 관둔다. (인칭 통일 되지 않은 영어본 또는 번역, 생뚱맞고 어리둥절한 결말)

 

--> 춤추지 않을래? 남자 잭과 여자애 칼라는 스무 살, 남자 이름은 맥스, <25잭이랑 난 그 남자 침대에서 자버렸다니까. 잭이 취하는 바람에 아침에 트레일러를 빌려야 했어. 그 남자 물건 다 옮기려구 말야. 나 자자가 중간에 한 번 깼거든. 근데 우리한테 담요를 덮어주고 있는 거야. 그 남자가 말이야. 이 담요야 만져봐. 여자애는 계속 이야기했다.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뭔가 더 있었다는 건 여자애도 알았지만,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얼마 후 여자애는 이에 대해 더는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이 문장을 빼먹고 애매모호하게 처리. 어리둥절하게 만들어서 독자들의 (짜증나는) 상상력을 기대하게 만듦.

 

2.뷰파인더 - 양 손이 없어 갈고리 손을 한 남자가 나의 원경이 비치는 집 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찍어주고 사라고 말한다. 서로 외로운 처지인 나는 호기심 반으로 그를 불러들여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다. 아이 셋이 보도 위 갓돌 위에 페인트로 주소를 써주고 일 달러를 달라고 했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느냐고 묻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애들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남자는 말한다. 지붕 굴뚝 위 망으로 아이들이 던진 돌을 주워 멀리 던지는 장면을 찍어 달라고 하자 남자는 움직이는 피사체는 찍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다시 돌을 집어 든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됨. 아내나 아이들이 곁을 떠난 것에 대한 트라우마?)

 

--> 뷰파인더 나의 가족도 날 떠났다는 것을 사진사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나중에 나도 가족이 훌쩍 떠난 것을 인정한다. 아이 엄마와 아이들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사진사가 말한다. 사진사는 나의 아내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여자 때문에 모든 게 무너지고 다리까지 잃었다는 것을 나는 말한다. 그냥 망이 아니라 철망이다. 돌멩이를 집어 들고 그를 향해 웃는다.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요! 내가 외쳤다.

30이런 비극이 담긴 사진을 내가 뭣하러 사겠는가? - 복선이 되는 문장

(세상에 이 멋진 단편을 고든 리사가 완전 망쳐 놨다! 이해도 잘 되고 교감도 되는데.)

 

3.미스터 커피와 수리공 양반 - 알콜 중독 보고서로 읽힘.

어머니집에 들렀는데 예순 다섯의 그녀는 누군가와 키스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바람 피우던 그 무렵 아내도 애 여섯이나 딸린 로스라는 수리공 남자와 바람이 났다. 전 부인이 로스를 감옥에 처넣었을 때 보석금 내 준 것도 아내라는 사실을 내 딸을 통해 들었다. 딸에게 갈 돈이 줄어든 것에 대해 딸은 서운한 감정이 있고 그것 때문에 딸은 로스의 감시 대상이 되지만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아내는 로스 집에서 요리하고 청소도 했지만 아이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삼년 전 일이다. 가끔 아내가 그를 정말 사랑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점성학과 오로라와 역경 같은 것에 관심이 있을 정도로 명민하고 재미있었으므로.

아버지는 팔 년 전 마흔 넷에 술에 취해 잠자다 죽었다.(말이 안 되는 번역?) 어머니와는 한번도 밤인사를 한 적이 없다. 머나가 집으로 돌아온 날 밤, 나는 잠시 끌어안고 있은 뒤 저녁 식사를 차리라고 말한다. 머나는 손 씻으라고 대꾸한다. (이게 뭐야?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바람 피우는 엄마, 그를 통해 바람 난 아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제목은 뭐지?)

 

--> 다들 어디 있지? 로스에게 총을 쏜 것은 첫째 부인, 감옥 보낸 것은 둘째 부인으로 나오지만 원본에서는 둘 다 첫부인(부양비를 안 낸 걸로 감옥 가게 함. 편집본은 왜 감옥 보냈는지 안 나옴.), 항공우즈공학 분야에서 일한 장면 편집본에서는 안 나옴. 다들 술 때문에 일이 벌어진 일과 인연인데 편집본에서는 그것이 덜 느껴짐. 아내가 나보다는 로스가 술독에서 빠져나올 가망성이 있는 것을 보고 도우려고 그집을 드나듬. 아이들에 대한 내 광기가 편집본에서 빠져 있음. 성장한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술버릇에 대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 아내는 교사로 일하고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음.

한때 나를 사랑한 적이 있음을 아내가 고백함. 아들 마이크가 군대에 가서 인간이 되어 오기를 바람. 스물두 살의 베벌리는 로스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로스는 신시아를 사랑한다고 안심 시킴. 취한 상태에서. 항공우주국에 다니면서 로스는 술독에 빠져서 잘림. 아버지는 원본에서는 쉰 넷으로 합리적인? 나이로 나옴. 내가 내 친구 아내와 좋은 감정으로 전화 통화하고 있는 것은 빠져 있음. 현재 지속 되는 상태.(편집본에서는 화해 모드)

55다들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방금 집에 전화했는데. -나의 현재 심리 상태

 

4.정자 - 모텔을 운영하는 나는 동료이자 아내인 홀리와 살면서 호텔 청소원인 후아니타와 바람이 났다. 홀리는 심적으로 괴로워한다. 우리는 술 없이는 안 되고, 모텔은 파산 직전이다. 한때 서로가 애틋했던 시절 외곽의 농장 뒤쪽에 있던 정자의 추억에 잠긴다. 우리 모텔도 그런 추억의 장소가 되기를 나는 바란다. 나는 홀 리가 무슨 조짐을 보이기를 기도한다.(?) (무슨 결말인지?)

--> 정자 후아니타 동료 청소원 여자가 아내에게 내가 바람 피운 것을 고자질하는 장면은 안 나옴. 지속되는 나의 바람으로 아내는 술독에 빠지게 됨. 마지막 장면 손님을 받지 않고 둘만의 화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일까. 아니면 고개를 흔들고 손님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정자, 라는 의미도 긍정 부정 다 활용할 수 있겠다.

 

(47)하지만 홀리는 술잔을 쥔 채로 침대 위에 그냥 앉아 있다. 나는 그녀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77하지만 홀리는 빈 잔을 들고 침대에 앉아서 그저 날 바라볼 뿐이다. 그러더니 고개를 흔든다. 홀리는 알고 있다.

 

5.나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볼 수 있었다.

기척에 나는 잠이 깨어 밖으로 나간다. 이웃 샘이 민달팽이를 잡으러 입에 (담배 같은) 미끼를 물고 환한 달빛 아래를 누빈다. 달빛 아래 모든 것이 환하다. 샘은 심장마비로 아내를 잃었다. 샘과 남편은 술을 마시다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의절하고 샘은 울타리를 두 겹으로 쳤다. 하지만 화해하고 싶어 한다. 샘과 헤어져 잠들어 있는 남편 곁으로 온다. 그의 가슴 속에 뭔가 맺혀서 흐르고 있다. 그걸 보니 샘이 가루?를 뿌려대던 그것들이 생각난다. 나는 서둘러 자야겠다는 생각 말곤 없다. (무슨 이야기? 가루의 정체는? 화해하고 싶지만 가까울 수 없는 관계의 회한?)

 

--> 뭐 좀 볼래? 편집본에는 샘에게 히피 딸이 있다는 사실. 새로 결혼한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가 알비노라는 사실. 아기가 내 아이가 아니라는 안도감. 나와 남편은 자발적 의사에 의해 아이가 없다. 아기 이후 샘은 급하고 약해져서 남편과 다투게 되고 울타리 치고 말을 섞지 않게 됨. 달팽이들이 마당의 꽃들을 아작낸다는 사실. 유리병에 넣어 숙성시켜 비료로 쓴다는 사실. 샘이 새 아내 로리가 아니었다면 첫아내 밀 리가 있는 곳이 어디든 함께 있으리라는 사실. 그곳이 실은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 세제 깡통에서 달팽이에게 (가루)를 뿌리고 또 뿌린다는 사실. 샘이 술을 많이 줄였다는 사실. 꿈꿔왔던 과거와 현재 삶이 달라졌다는 사실. 남편 클리프를 사랑한다는 사실과 맘에 있던 모든 얘기를 자고 있는 남편에게 한다는 사실과 아무 데도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사실. 말하고 나니 기분이 나아지고 클리프 숨소리는 거칠었지만 왠지 잠들 수 있을 거라는 사실. (두 집 사이의 앙금 같은 것을 은유하는 달팽이. 이 멋진 단편을 망쳐 놨어. 개연성을 무시하는 미니멀리즘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83사냥하는 중이에요. 뭐 좀 볼래요? 이리 와봐요. 낸시. 내가 뭐 보여줄게요.

88죽음은 아무 데도 없는 거예요, 낸시.

 

6.봉지 - 업무 차 잠깐 짬을 내 공항 로비에서 나는 이혼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줄 과자 등을 담은 봉지를 들고 있다. 아버지는 바람 피운 이야기를 주절댄다. 어머니 거래처 여자(여자는 엄마가 주문한 물건을 봉지에 담아왔다.)와 바람을 피우다 그의 남편에게 들켜 도망친 적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의 봉지를 챙기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본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고 그 봉지는 내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 아이들이 일 년 새 다 커버려서? 아이들에게도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

 

--> 외도 집에 배달온 여자를 강간성 폭행을 했다는 사실. 아버지의 외도 이야기를 나는 늙은 망나니의 미친 짓으로 생각하고 있음. 이혼의 직접적 계기가 바람 피운 사실이라는 것. 상대녀의 남편이 무너져 칼로 자살을 했다는 것. 그때 아버지 일부는 죽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아버지는 양심에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라 아버지 주소를 잃어버렸다는 사실. 마지막 내 아이 부분은 언급되지도 않는다는 사실.

 

124세상 누구도,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요. 어서 기운 되찾으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124하지만 내게 말해줬으면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아버지는 뭘 기대한 걸까?

 

7.목욕 - 어머니는 아들 생일 케이크를 주문해두었다. 생일날 아침 아들은 교통 사고가 나고 입원한다. 생사를 오가는 동안 남편과 아내는 번갈아 집에 목욕하러 간다. 남편에게서 낯선 전화가 오지만 남편은 무시한다. 여자가 집에 목욕하러 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데 넬슨, 하고 분위가 심상찮은 광경이 목격된다. (이 부분이 인칭이나 번역이 일관되지 않고 매끄럽지 않아 이해가 안 됨, 원작을 봐야 이해가 되는 구조.) 집에 오니 어머니를 찾는 낯선 벨이 울린다. 스코티(아들) 관련 전화라고만 목소리가 말한다. (이 장면만으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음. 아이의 죽음을 예견하는가 싶지만 원작을 보면 그게 아니라는 사실)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케이크를 주문한 사실을 남편은 모르고 있음. 흑인 가족 넬슨 이야기도 흐릿하게 나와 알 수 이해 불가능. 스코티가 행방불명된 적 있던 사건은 사라지고 없음. 넬슨이 죽었다는 사실. 스코티가 죽었다는 사실. 빵집주인은 아이 없이 긴 세월을 지냈다는 사실. 빵집 주인의 중년 회의와 무력감. 츤데레 빵집 주인

166스코티 말입니다. 준비 다 해놨는데요. 남자 목소리가 말했다. 스코티는 잊어버리셨나요? (왜 확실하게 말하지 않아서 이런 오해를 하게 만드나. 안타까워요.)

166그 개자식. 죽여버리고 싶어. 총으로 쏴서 뒈져버리는 꼴을 보고 싶어.

173손님이 전화로 이야기한 것 같은 사악한 사람은 아닙니다. 한마디로 내가 더 이상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걸, 그런 느낌이라는 걸 알아주세요. 부탁이니 두 분에게 날 좀 용서해줄 마음을 내달라고 해도 될까요? 빵집 안이 따뜻해서 하워드는 일어나 코트를 벗었다. --갓 구운 롤빵이라도 좀 드셨으면 싶은데. 드시고 살아내셔야죠. 이럴 땐 먹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거든요. 빵집 주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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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4-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크아이즈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그 사이 겨울이 지나가고 봄도 많이 지나가고 있어요.
같은 책이지만, 번역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가끔은 같은 원서의 여러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이 책은 김우열 번역이 좋은 모양이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다크아이즈 2018-04-26 23:3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실시간으로 덧글을 주시네요.
서니데이님의 바지런함을 십분의 일만 닮았어도
제 삶이 달라졌을 거예요.
왜 이리 피곤하고 게으른 나날인지요.

이 책은 단순 번역 비교가 아니라 원작자 대 편집자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니데이님도 편히 주무세요.

서니데이 2018-04-27 00:11   좋아요 0 | URL
앗, 저 요즘 너무 게을러서 게으름 줄이기 하고 있어요.
그런데 2주동안 게으름이 더 커졌어요.^^;
다크아이즈님, 좋은 꿈 꾸세요.^^
 

 

 

 

 

 

작가님이 먼 길을 오셨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사회를 보았다. 대담 원고도 직접 마련했다. 사회 보는 것은 두 시간 남짓이지만, 대담 원고 준비는 며칠이 걸린다. 원고 마련하는 게 몇 배나 힘들다. 워낙 달변이시라 마련한 질문지의 삼분의 일은 날렸다. 단답형 작가는 질문 항목이 많이 필요하지만 선생님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말이 말을 이어가는 형국이라 질문지가 없어도 진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참고로 작가와의 대화 질문지 원고를 올려본다.

 

 

 

<선생님을 곁에서 본 소감>

 

1. 잘 생기셨다. 고희가 코앞인데 오십 대 중반으로 보임.

 

2. 날렵한 몸매를 지니셨다. 할아버지 삘이 절대 아님. 말 그대로 청년작가 분위기

 

3. 담배 피는 모습마저 섹시하셨다. 잠깐 휴식 시간에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셨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몇몇이 황홀경에 빠졌다는. 재바르게 누군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내줬다. 그 어떤 절경보다 멋진 장면이지만 작가의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공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 

 

4. 남저음 목청의 중후한 목소리를 지녔다. 달변가가 저 목소리로 강의한다고 생각해보시라. 참 듣기 편안하다. 열정마저 넘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5. 이 모든 것의 갑은 무엇보다 작가 정신이 투철하시다는 것,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숨결로 느낀 순간이었다.

 

 

 

<대담 내용 간단 정리>

 

  아버지와 나의 세대는 광풍의 질주시기였다. 개별자의 꿈보다 공동체의 희망을 위해 야수적으로 일만 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라는 사회적 명령에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 아버지들이 바친 헌신으로 우리는 이만큼 누리고 산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의 눈물과 땀의 결과가 오늘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부권은 내려앉고, 가족은 해체되기 직전이다. 물질에 오염된 환자만 양산했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했지만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각자 내면의 소리를 듣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야 행복하다. 세상이 주입해준 삶이 아니라 하루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누구든 행복해질 준비는 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불행한 것은 더 가진 자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벽 넘고, 달 뒤엔 무엇이 있을까. 늘 삶의 이면에 대해 의심하며 탐구해야 한다. 표면 구도 너머의 욕망이 없으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눈앞에 출렁이는 황금물결의 완벽함이 이 세계의 완벽함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허기와 결핍의 문 앞에 서성여 본 사람은 그 이면의 눈썰미도 발달하기 마련이다.

 

 

 

  내 안엔 짐승이 우글거린다. 이 짐승들은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품을 쏟아낸다. 창조적 자아가 발현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자기 갱신, 자기 변혁에 대한 욕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늙어도 젊다. 청춘은 내부의 명령이지 표피적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내 안의 창조적 짐승 한 마리를 끊임없이 키워라.

 

결국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사는 존재이다. 사랑의 불모지에서 헤매는 우리, 사랑의 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랑의 끝은 결국 사랑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대담원고>

 

*오프닝 - (성악 합창으로 오프닝) 먼 길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영광입니다. 올해의 우리 도시 한 권의 책이 선생님 작품『소금』입니다. 이 책을 중심으로, 작가님과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도시에 와보신 적은 있는지요? 이곳에 대한 이미지나 여행담이 있다면 잠깐 들어봐도 될까요?

 

 

*등단 40년 만에 고향 논산(강경)으로 가셔서, 펴낸 40번째 소설이『소금』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소금에 나오는 강경읍이 실제 선생님 학창 시절 강경읍 모습하고 비슷한지, 아버지 캐릭터 선명우와 작가님과의 연관성도 궁금합니다.

 

 

*흔히 ‘자본 3부작’으로 『비즈니스』,『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소금』을 언급합니다. ‘자본주의 논리나 소비 중심 사회에 저항’ 하는 작가정신이 느껴지는데 이런 주제로 작품화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소금』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아버지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은데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꼭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 (p.150∼151) 선명우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작품으로 토론을 해보면 얼마간의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정서적 충격을 받습니다. 아버지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절규하는 독자들도 있거든요. ‘아버지의 가출’이라는 이 도발적인 발언에 대해 선생님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빨대론 부분도 여쭤 보고 싶습니다. 빨대 하나 들고 세상의 구조에 충실했던 이 땅의 아버지들. 핏줄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이 시대 염부1, 염부2로 살아온 우리 아버지들을 옭아매었는데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부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빨대론은 이 사회에 여전한 건지요?

 

 

*얼마 전 신문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만났습니다. “압축성장시기는 ‘불’의 시대였다. 그 결과 ‘물’이 부족한 사회가 됐다. 오직 불같이 살았던 애비들의 시대를 부정해야 한다. 죽여야 한다. 새로운 삶의 동력을 물에서 끌어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선생님께 불과 물의 이미지는 어떤지 ‘소금’에서의 아버지와 연관 지어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께 따라 붙는 청년작가라는 별호가 무척 맘에 드는데, 선생님께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면 누구나 청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연세에도 청년 작가를 지켜온 구체적인 비결과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촐라체』를 아드님 박병수 연출가의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올린 적 있는데, “소설은 원작일 뿐이고 연극은 연출자의 작품이다. 원작자이자 아버지의 작품이 아니라 너의 작품이 되어야 한다” 고 말씀하셨는데요, 원작자로서 저런 쿨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선생님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더불어『은교』영화 때도 별 간섭하시지 않으셨는지요?

 

 

*잠깐 쉬어가겠습니다. 시 한 편으로 분위기를 돋우겠습니다. 전문 낭송가의 목소리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듣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에서 첫사랑인 세희 누나 부분이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 개인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스무살을 건너는 8가지 이야기』에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전반기라고 하셨습니다. 가난 때문에 가족들이 싸울 수밖에 없었고, 등록금이 없다고 아버지가 대학을 포기하라고 했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 하시는데요. 외로움을 구원받아 보려고 소설을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결핍이나 외로움이 문학하는 큰 이유가 되는 거지요?

 

 

*인터뷰나 강연 내용을 보면 따뜻한 카리스마가 전해져옵니다. 인상 깊었던 말씀은 “사랑의 손가락이 보름달을 보고 보름달이라고 하는 건 옳지만, 더 가진 자들이 이것이 보름달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유하신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 현상이나 사람을 대하는 선생님만의 시선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국내외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애정이 가거나 권할 만한 소설이나 인문서, 역사책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1993년 절필 선언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절필 전과 후로 선생님 문학관이 나뉜다고 스스로 말씀하셨는데요, 절필 선언 이유와 전후의 작가관의 변화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심각한 얘기만 하면 너무 무겁지요? 여기서 71.12.6일자 선생님의 연애편지 한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25세 무렵 그야말로 청년 박범신 시절의 감수성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연애편지 대상은 당연히 지금의 사모님입니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당신이여! 콘사이스를 내다 파는 나의 이웃이나 / 막걸리로 창자가 뒤틀려도 어찌할 수 없었던 어느 날 / 나의 허물을 당신은 너무 나무라면 안 된다. 그것은 이 모든 것이 / 생이라는 거대한 물줄기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었던 / 고귀한 실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을 붙잡아 매달 수는 없다. 우리는 다만 개성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그 생을 모자이크 해보는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곰, 우리 좀 더 겸손해지자. 생이라는 놈은 그냥 오만하게 놔두고 우리는 그 오만의 표피에 우리 나름의 풀칠을 하자. 그래서 우리의 성실과 참다운 인내를 그려 붙이자. 그렇다. 우린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은 우리가 백 번 겸손해도 좋을 만큼 깊고 뜨겁고 목이 멘다. 목이 멘다.>

 

 

*“아직도 아내는 나를 보면 설렌다.”고 자랑하신 인터뷰가 기억나는데 소금에 나오는 김혜란 같은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사모님과 살고 계시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가출을 감행한 채 끝내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상을 구상하셨는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분명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셨을 선생님께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상명대 대학원에서 ‘소설창작학과’를 개설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설 문학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무척 반가운 소식입니다. 전업 작가와 후학을 양성하는 것의 양립에 대한 갈등도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의 구체적인 글쓰기 방식이 궁금합니다. 하루에 쓸 분량과 시간을 정해놓고 쓰시는지 아니면 자유롭게 쓰시는 타입인지.

 

 

*여전히 논산(강경)과 서울 생활을 번갈아 하시는지요? 두 곳의 일상을 비교해 들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구상하거나 출간될 작품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십시오.『소소한 풍경』이 가장 근작인 걸로 아는데 작품 소개말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 듣고 더 많은 독자들이 선생님 책을 사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 시간입니다. 독한 질문일수록 좋습니다.

 

 

*클로징 - (쳄버오케스트라 클로징) 박범신 작가와의 대화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타 인터뷰 상황 맞춰 애드리브로 마무리)

 

 

 

 

<작가 사인회>

 

 

 

<미니 강연>

 

 

 

<사회용 질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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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2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님, 멋져요~ 진행사진도 올려주시징!! ^^
박범신 작가님은 TV에서만 보고 실제 뵌 적은 없어서 궁금하네요.
우리 어릴 때 박범신 작가님 소설에 열광했는데... 소금도 봐야겠어요.

다크아이즈 2014-11-24 06:43   좋아요 0 | URL
연세에 비해 훈남인데다 마력의 목소리까지.
그치 7, 80년대 때 김홍신 작가와 더불어 많이들 읽지 않았었나요.
아침이 너무 늦게 오는 게 참 좋네요. 일찍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껌껌하지 왠지 시간을 번듯한 느낌. 오기언냐, 오늘도 좋은 하루 시작하세요~

라로 2014-11-2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박작가님 답변도 간단히 올려주시면 좋겠는뎅~~~ㅎㅎ

페크pek0501 2014-12-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지내시는군요. 서재에 뜸했던 이유를 헤아리게 되네요.
글 쓰는 취미를 가진 자는 작가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법인데 질문지 작성 잘 하셨네요.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허기와 결핍의 문 앞에 서성여 본 사람은 그 이면의 눈썰미도 발달하기 마련이다.˝
위안 한 줄 얻어 갑니다.
 

 

 

 

 

 

 

 

 

 

 

 두 번역본을 함께 읽기 시작했다. 내 취향으로는 우선은 김진준의 손을 들겠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 중간에 바뀔 수는 있겠다. 부분 번역 순서는 전자는 문학동네, 후자는 민음사.

 

 

 

 

 

 

 

 

9 <롤리타:어느 백인 홀아비의 고백>. 이것은 내가 받은 기묘한 원고의 제목과 부제이며, 이 글은 그 원고에 붙이는 머리말이다. 원고의 저자 ‘험버트 험버트’는 ~

7 <롤리타, 혹은 어느 백인 홀아비의 고백>, 이것은 필자가 받은 좀 이상한 원고에 붙은 두 개의 제목이었다. 필자의 이 글이 서문이 된 그 이상한 원고의 저자인 ‘험버트 험버트’는 ~

 

 

 

9 현재 컬럼비아 특별구 변호사협회 소속인 그는 내 사촌이자 절친한 벗으로, <롤리타> 출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저명한 내 사촌에게 위임한다고 밝힌 의뢰인의 유언장 내용을 근거로 나에게 이 일을 맡겼다. 클라크가 나를 편집자로 선택한 이유는 내가 모종의 병증과 도착증을 다룬 졸저(<정신을 이해하는 일이 가능한가?>)로 최근에 폴링 상을 수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7 클라크 씨는 현재 워싱턴 D.C.변호사 협회에 속해 있는데 험버트가 <롤리타>의 출간에 관한 모든 권한을 나의 저명한 사촌에게 위임한다는 유언장의 한 조항을 조건으로 원고를 받았다. 그의 결정은 아마 자신이 선정한 편집자가 방금 폴링 상을 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수상작은 <감각들이 의미를 만드는가?>라는 수수한 책이었는데 괴상한 정신 상태와 성도착을 논의한 것이다.

 

 

 

10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정표나 묘비처럼 그의 글 속에 끈질기게 살아남은 몇몇 세부사항(즉 인품과 동정심을 겸비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감춰주고 덮어줄 만한 인명과 지명)을 꼼꼼히 고쳤을 뿐, 나머지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이 놀라운 회고록을 그대로 선보인다.

8 그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에 비석이나 이정표(취향상으로나 동정심으로 사람들이 감추려 했을 인명이나 지명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로 줄기차게 나타나는 몇몇 고집스런 내용들을 조심스레 억누르는 것 외에 이 굉장한 수기는 여기 그대로 선보인다.

 

 

 

17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15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머리글 부분을 빼면 실제 본문의 제일 첫 문장은 각 17쪽과 15쪽으로 인용된 바로 윗 부분이다. 이 첫 부분만은 뭔가 자꾸 할 말이 떠오른다. 앞 문장은 완벽한 문학동네의 승리, 뒤 문장은 민음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원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 멋대로 생각한 것이라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다.) 문학동네 김진준의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설사 원문에서는 대구를 이루지 않았더라도 번역할 때는 섬세한 대구 구조까지 신경 쓴 것 같다. 짧은 문장에서도 문체 미학을 완성하려는 노고가 보인다.

 

 

  민음사 권택영의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시적인 문장이었을 첫 원문이 번역으로 바뀌면서 약간 풀어지고 삐걱대는 느낌이다.

 

  나보코프에게도 아쉬운 점을 느낀다. 기왕 신경 쓸 첫 문장인데 ‘롤리타, 내 몸의 불, 내 삶의 빛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이런 순서로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도 해본다. 협의에서 광의의 대구, 점층적 기법 등을 제대로 활용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하기야 대가 쯤 되면 좁쌀 영감, 먼지할망구가 되지 않기 위해 잘잘한 데 신경을 덜 쓰기는 하겠다.) 하지만 문장에 치중하는 작가들(우리나라로 치면 김훈, 이승우, 김경욱, 천운영, 기타 여러 작가들)이라면 디테일한 면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런 섬세한 부분에도 조용히 열광하고 숨어서 희열을 느끼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정원 가꿀 때, 안정감과 통일감을 위해 장미 뒤의 수국, 배롱 뒤의 느티를 배열하지 그들을 마구 뒤섞지는 않는다. 그림에 구도가 있고, 음악에도 대위법이 있듯이 글에도 미시적, 거시적 구성을 신경 쓴다면 예술미를 좀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다.(뭐, 문학이 예술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뒤로 하고.)

 

 

  이번엔 뒷문장. 역시 원문을 안 봐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민음사의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알파벳과 한글 체계가 다른 이상, 역자가 윤문을 했더라도 용서할 만한, 독자를 배려한, 충분히 매혹적인 번역이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원문과 함께 두 번역서를 옆에 두고 부분마다 내 취향에 맞는 쪽으로 골라가며 읽는 재미도 있을 텐데. 한없이 게을러 원 없이 뮝기적(!)댈 망정 언제나 시간은 그런 여유까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얘기는 한 마디. 겨우 읽기 시작했지만 나보코프의 문장은 (내게) 넘사벽이다! 방금 아무 페이지나 펼쳐봤다. 가령 이런 문장들의 연속이다.

 

 

 

109(문학동네) 나는 그들이 출발 준비를 하면서 내는 잡다한 소음을 듣고 침대에서 나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포플러나무 밑에 서 있는 자동차가 벌써 부릉부릉 떨었다. 보도에 서 있는 루이즈는 마치 꼬마 여행자가 벌써 저 멀리 나지막한 아침해를 향해 달려가기라도 하는 듯이 한 손으로 눈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동작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헤이즈가 소리쳤다. “서둘러!” 그러자 차 안에 엉거주춤 올라탄 나의 롤리타가 막 문을 닫으려다가, 바야흐로 차창을 내리고(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루이즈와 포플러나무들에게 손을 흔들기 직전에 문득 운명의 흐름을 중단시켰다.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더니 도로 집 안으로 달려들어왔다(헤이즈가 노발대발 소리쳤다). 뒤이어 나의 연인이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내 몸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기세로 부풀었다. 나는 허둥지둥 파자마 바지를 끌어올리면서 방문을 열어젖혔고, 그와 동시에 롤리타가 들이닥쳤다. 제일 아끼는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쿵쾅쿵쾅 헐떡거리며 달려와서 다짜고짜 내 품으로 뛰어들었고 그녀의 순결한 입술은 남자의 시꺼먼 턱 아래 난폭하게 짓눌려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심장이 팔딱거리는 나의 연인! 다은 순간 나는 그녀가 -살아 숨 쉬는 그녀가, 농락당하지 않은 그녀가 -콩닥콩닥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운명의 흐름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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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0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렇게 비교할 수 있게 문장을 올려주신 팜님, 매력적인 밤의 여인께 감사해요!
페이퍼 마지막 문단은 나도 덩달아 쿵쾅쿵쾅, 콩닥콩닥하게 만들었어요!
나는 연인 때문이 아니긴 하지만요.ㅋㅋ

다크아이즈 2013-03-02 10:44   좋아요 0 | URL
오기 언니, 이제 보니 무작위로 옮긴 아무쪽보다 더 짜릿한 문장들이 천지빼까리예요. 큰일났어요. 섬세한 묘사, 불편한 통찰, 시니컬한 풍자와 무심한 듯한 해학 - 미쵸요~~
안 잘 생겨도 좋으니 차인표 같은 사람이랑은 연애해도 나보코프와는 연애하기 싫어요. ㅋ. 이를 테면 다이아를 사주면서도 '넌 나에게 읽혔어.' 뭐 이런 여유를 부릴 사람... 나보코프는 애인일 때보다 소설가일 때 제격이네요.

프레이야 2013-03-02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이렇게 비교해서보니 확연히 다름이 느껴지네요. 전 민음사 것으로 예전에 읽었는데 문동 것으로 다시 읽고싶어져요. 영화도 보셨나요? 전 옛날 필름도 좋지만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온 게 좀더 좋더라구요.ㅎㅎ 롤.리.타. 그나저나 두 권을 비교해서 동시에 읽으시다니 진짜루 대단하세요.

다크아이즈 2013-03-02 10:49   좋아요 0 | URL
(프레님께만 비밀글 ㅋ) 김진준 번역이 더 와닿아요. 번역에도 트렌드가 있을까요.좀 더 젊고, 좀 더 입체적이고, 덜 비문을 생산하고, 더 독자를 배려한다는 느낌...
근데 재미와 불편함과 냉정함 등이 골고루 섞여 있어 내 나름 분석하며 읽느라 진도가 안 나가요.하룻만엔 어림도 없네요. ㅠ

프레이야 2013-03-02 19:59   좋아요 1 | URL
ㅎㅎ 그니까요. 딱 봐도 문동 게 나아요.
문동 게 요즘 번역이 훨 좋더라구요.^^

드림모노로그 2013-03-0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팜므님의 롤리타 , 어떻게 이런 비교가 가능하신지 . ㅎㄸㄸ ~
전 문동의 롤리타를 잠깐 맛배기로만 읽어보았습니다 ㅎㅎ
넘사벽의 문장이라는 말씀에 빵 ~!! 터졌습니다 ㅎㅎ
영화로 보았을때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를 너무너무 잘했던 것 같아요
두 책을 비교하시다니 ~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ㅎㅎ
해피 주말 보내세요 ~

다크아이즈 2013-03-03 23:29   좋아요 0 | URL
드림님, 꼬박 하루가 걸렸어요. ㅠ
중간에 민음사는 포기하고 꼭 비교할 부분이 필요했을 때 찾가가면서 대조했네요. 두 번역가의 노고가 다 느껴졌지만 문학동네는 편집진까지 발벗고 나서서 한 문구, 한 문장에 최선을 다했다는 게 느껴지네요.
역자 후기를 읽으니 더 그런 느낌이 ^^*

꿈꾸는섬 2013-03-0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을 동시에 읽다니, 전 생각도 못해봤어요.
팜님 서재는 바탕까지 밤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밤의 여인, 넘 멋져요.
읽고 싶은 책이 만날 늘어요.^^

다크아이즈 2013-03-03 23:31   좋아요 0 | URL
동시까지는 아니고, 어느 정도 취향이 결정되니 꼭 찾아 봐야 할 부분만 대조하게 되었어요.

바탕은 제가 꾸민 게 아니고, 컴맹이라 귀찮아서 설정 안 했더니 알라딘에서 주는대로 출렁일 뿐이랍니다.ㅠ
개성 강한 이곳에서 이 또한 개성이려니 하고 방치(?!)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알라디너 분께서 책을 보내주셨다.

어린양을 위해 책 선물을 아끼지 않는 분인 것 같다. 

그 분은 내가 즐기는 댓글놀이도 하지 않는다.

알라딘 고수분들 중 몇몇은 그 단계의 소소한 위안을 넘어섰기 때문에

댓글 교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

 

단 한 번도 대놓고 덧글 단 분이 아닌 님께서 보내준 두 권의 책과 가지런한 손편지.

눈길에 우체국까지 가서 손수 주소를 쓰고 포장을 했을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님께 당장 보답하는 건 님이 바라는 바도 아닐 것 같고,

고마움은 고마움으로 보답하겠다.

내가 생각해놓은 다른 분께 릴레이로 내 가진 책을 보내드리려고 한다.

 

읽어서 간직하고팠을 글줄에 붙인 미니 포스트잇의 숨결까지 사랑스럽다.

나보다 먼저 아들이 읽기 시작했다. 아들 끝난 뒤 언제 시작하게 될 지 모르지만

고마운 선물은 원래 완벽히 못 가져도, 쳐다보기만 해도 므흣한 법이다.

님 잘 볼게요.^^*

 

근데 어째 두 책의 제목이 부조화의 조화미를 강조하는 것 같구나.

안녕 다정한 사람아, 악녀를 위한 밤을 꾸려 봐.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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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2-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담뿍 느껴지는 선물인 걸요, 자필편지까지!
저도 어서 댓글교류의 소소한 위안을 넘어서야 할텐데, 아직 댓글 교류에 집착하는 걸 보아 어리긴 어린가 봅니다. 아마 아드님은 <악녀를 위한 밤>을 읽고 있나요. 울 엄마도 저런 책 많이 갖고 있어요. 저는 안 읽는데, 엄마는 재밌어 하더라구요. ㅎㅎ

다크아이즈 2013-02-12 13:58   좋아요 0 | URL
이진님 어머님 감각도 무척 젊으시네요. ^^*
당근 울 아들 악녀를 위한 밤 읽지요. 설 즐기느라 아직 덜 읽었는데 지금도 읽고 있네요. 크~

꿈꾸는섬 2013-02-0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받으면 기분이 정말 좋죠. 근데 알라딘에서 선물받으면 더더더 좋더라구요.^^

다크아이즈 2013-02-12 13:59   좋아요 0 | URL
네 꿈꾸는 섬님이야말로 책 선물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저도 받은 만큼 나누려 노력하고 있어요.

라로 2013-02-07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책을 보내주신 분을 저도 알 것 같아요.^^
저에게도 그런 고마움을 갖게 하신 분 같은데,^^;;;
예전엔 알라딘 지인들이 책을 보내주신다고 하면 덥석 받았는데 작년부터는 보내주신다고 해도
거절한 적이 대부분이에요.
받는 것보다 줄 것을 걱정해서 그런 걸까요??어느새,,, ㅠㅠ


다크아이즈 2013-02-12 14:02   좋아요 0 | URL
네, 나비님께도 그 분이 책 선물 많이 하셨지 않을까 생각했답니다.^^*
주신다 하면 받고 또 보답하고 그러면 될 것 같아요.
되돌려주는 수고도 아직은 작은 기쁨인 날들이라고나 할까요.
나비님 이력 쯤 되면 당근 그런 부담 느끼실 것도 같아요.
설 잘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여긴 간간이 눈발 흩날리옵니다.^^*

2013-02-09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2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래지는 풀잎처럼, 스러지는 눈발처럼 또 한 해를 보낸다. 저리고 아쉽기만 한 나날들. 그야말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허망하기만 하다.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도 새 아침이 밝아오자 달뜬 나머지 희망의 단춧구멍을 터무니없이 넓게 뚫어버렸다. 천의 질감, 옷의 종류나 활용도 등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일단 계획이란 단춧구멍부터 뻥 뚫어버렸다. 구멍에 맞는 단추를 찾아, 온 열두 달을 헤맸지만 끝내 제대로 된 것 하나 구하지 못했다. 한 해의 끝인 지금, 자그맣고 어설픈 단추 몇 개만이  손바닥 위에서 민망해할 뿐이다. 이미 크게 터 잡은 구멍에 끼워봤자, 금세 단추는 쏙 빠져나가고 말 것이다. 거창한 계획에 미미한 결과, 해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고 만다. 하기야 꼭 이뤄져야 하는 게 계획이라면 굳이 새해마다 그것을 짤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계획은 세우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야겠다. 그 실천 유무를 따지다 보면 안 그래도 치운 가슴 찬바람만 들어찰 것 같다. 대신 내 곁을 맴돌던 두 단어를 떠올리면서 한해를 마무리해야겠다.

 

 

  우선 ‘힐링’이란 말을 되뇌인다. 올 한 해 밥상 위의 숟가락처럼 자주 오른 말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 둘 곳 많지 않아 우왕좌왕한다. 당신과 나, 툭 터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외롭고, 어디서나 힘들다. 그뿐이랴. 무엇을 하든 상처는 곁에 있고, 언제나 마음은 흔들린다. 이런 나약한 속성을 지닌 인간에게 필요한 게 치유의 연대감이다. 위로의 주체이자 대상인 개별자끼리 공감하다 보면 진심으로 치유에 맞닿게 된다. 힐링은 연대의 감정이지 폐쇄적 구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사람 곁에서 얻는 치유가 골방의 치유보다 한결 낫다. 상처이지만 이내 구원이기도 한 사람 곁에서 많은 것을 얻고 누렸다. 이보다 더한 개인적 힐링이 어디 있겠는가.

 

 

  그 다음 떠오르는 말이 ‘깨달음’ 이다.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거창한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생활의 발견이란 말처럼 일상 속에서 얻는 깨알 같고, 바람결 같은 생각들이 내면을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깊고 늦게 오는 깨달음은 그만큼 크고 무겁다. 하지만 찰나적이고 순간적인 깨달음은 작고 가벼운 대신 내면을 따스하게 해준다. 생의 근원을 뒤바꿀 수 있는 큰 깨달음보다 제비꽃 같은 소박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생활의 발견을 얻은 것만으로도 올 한 해 고마운 일이다.

 

  한 호흡만 참았더라면 하는 자책, 원망보다는 이해, 미적거림보다는 재바른 발걸음, 우울보다는 환희 등을 깨쳐준 이는 다름 아닌 내 곁의 사람들이었다. 어느 누구도 대놓고 이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충고하지 않았지만 온당한 그들 삶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더 많이 내어주고, 더 많이 보듬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베풀어라고 몸과 마음으로 가르쳐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한 해이다.

 

  좋은 사람들이 품은 가없는 기를 느끼면서 내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절로 알게 된 한해였다. 잡다한 생각들이 온몸과 마음으로 휘몰려올 때 저릿하고 따뜻한 그들의 한 호흡을 떠올린다. 내 부실한 나무뿌리를 안 그런 척 하면서 슬쩍 다독여준 모든 가르침을 준 이에게 감사장을 대신한다. 내 어설픈 한 해가 감사로 아롱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내일이면 오늘을 잊고 새 태양을 마중하러 나갈지라도 내게 소박한 깨달음을 준 모든 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듀,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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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2-3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곁에서 얻는 치유가 골방의 치유보다 한결 낫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진심으로요. 그리고,
제가 제 스타일을 고수하는 한, 당연히 저를 편안해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스타일을 고수하는 쪽으로 선택할 것임을, 그러므로 제가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함께 받아들여야 함을 수용하게 된 한 해였습니다.

팜 언니, 언니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
또 한 분의 좋은 언니를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년말에 큰 기쁨 중 하나네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새해 맞이하셔요.

다크아이즈 2013-01-01 09:02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귀한 동상 한 분 생기는 건가요? ㅋ
연배는 언냐일지 몰라도 하는 짓은 동생만도 못할 수 있으니
이해해주신다면야 기꺼이...

인간 기본 성정을 꿰뚫고 있는 달여우님 한 말씀,말씀이 제겐 구슬이고 보배이옵니다. 모든 이를 다 내 안에 담는 건 불가하니 내 안에 오신 이라도 제대로 보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랄게요. 달여우님 감사해요. 해돋이 보러 먼 길 떠나을 수도 있겠네요. ^^*

프레이야 2012-12-3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링과 깨달음! 이거야말로 제가 올해 팜님글에서 얻은 선물이었어요.
위에 달여우님도 제게 그렇구요. 아..좋아라. 왠지 마음 따스해져요.
고마워요. 참 많이요^^

다크아이즈 2013-01-01 09:06   좋아요 0 | URL
제가 프레님께 얻은 건 다사로움과 우아한 아우라~~
결 곱고, 성실한 님께 많은 걸 배웠지요.
올해도 열심히 따르렵니다. 오늘 거나하게 울집 마루에서 해돋이를 해서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크~ 프레님 ㄱㅖ신 곳도 비슷 할 듯... ^^*

2013-01-01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3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3-01-0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님! 팜므느와르님이라고만 부르다가 오늘은 팜님이라고 부를게요 ㅎㅎ
제 서재에 들러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사람에게서의 치유, 위로... 팜님 덕분에 많이 얻었고, 이젠 제가 보답해드릴게요. ㅎㅎ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크아이즈 2013-01-01 09:12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다정한 님들처럼 팜님이라 불러주세요.
제 개인적으로도 이진님께 거는 기대가 크답니다.
알라디너들의 희망이자 한국 문단의 미래인 그대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많은 걸 깨쳐주신 소이진님께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새 날이 밝았으니 소이진님께도 그 햇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