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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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MBC ‘뉴스후’에서 아이티 난민촌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이 진흙으로 만든 ‘진흙쿠키’라는 것을 먹고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나라의 잘 사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 그와 같은 일이 있을 수 없다며, 진흙을 먹는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런 빈부격차는 한 나라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빈부격차는 해년마다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브라질 북부 판자촌에 사는 주부들은 저녁이면 냄비에 돌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어머니들은 배가 고파서 보채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밥이 될 거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기다리다가 그냥 잠이 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자식들을 보면서도 그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어미가 느끼는 수치심을 감히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겠는가?(본서 제10쪽 참조)

부모가 자식을 먹이지 못할 때 느끼는 그 감정은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이는 불안과 굴육감을 가져오게 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 상시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지은이는 이런 현상을 마치 봉건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봉건제후들이란 다름아닌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500대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이 2006년 현재 전 세계 총 생산량의 52퍼센트를 차지하며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된 부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1년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주를 강타한 테러행위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하에 재봉건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저지해야할 국제법은 오히려 실효성이 없고, 세계인권을 주도할 유엔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은이는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2008년 5월부터는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 주고 있다. 지은이는 각종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들을 통해 단순히 감정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지은이의 글쓰기는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한다.

이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통해 기아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 지은이는 이 책(원제는 L'empire De La Honte로 ‘수치의 제국’으로 번역된다고 한다)에서는 기아라는 현상의 역사적인 배경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1장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한 과격파들의 주장, 몇몇 거대 다국적 자본주의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의 봉건화 추세, 이들에 의해 구조화되고 있는 조직적인 폭력체제와 대항세력들을 설명하고, 2장에서는 가장 약한 자들을 대량으로 파괴시키는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인 부채와 기아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기술하고 있다. 3, 4장에서는 만성적인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을 재정비하고 혁명을 준비하는 에티오피아와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투쟁 방식과 저항 방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5장에서는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봉건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서구에서 발달한 경제이론들은 본래 선한 의지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의 의식을 흐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움직일 수 없는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가 서로 연대하여 행동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이론들을 혁파해야 한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자본의 흐름을 지배하는 ‘자연적인 법칙’이라는 이론을 고안해내기까지 한 것이다(본서 제15, 101쪽 참조).

지은이는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물론 투쟁의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투쟁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있다. 일찍이 파블로 네루다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코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본서 제344쪽 참조)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전적으로 맞다고 볼 수는 없다. 거대 다국적 기업도 문제지만, 기아의 다양한 원인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구조가 아닐까. 개발도상국들이 부담하는 엄청난 부채는 자국의 주민들에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패한 정부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런 부분도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조장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단순한 물자를 원조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변화가 아닐까. 언제나처럼 이런 일을 접하면 흥분하다가 지나고 나면 또 일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고 마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다음에는 이 세계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의 이야기는 충분히 경청할 만한 내용들이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칸트의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서 칸트는 1798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 같은 현상은 세계 역사 가운데에서 절대 망각될 수 없다. 이제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 즉 인간의 본성 속에 이미 도덕적인 진보의 가능성이 배태되어 있음을 발견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비록 추구한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으나[……]처음으로 자유를 추구했다는 사실이 지니는 가치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다른 민족들이 다른 상황에서라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음을 망각하거나, 다시금 이와 같은 일을 시작하고 싶은 끓어오르는 흥분감을 억누르기엔 너무도 엄청나고 인류의 복지와 너무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세계 모든 분야에 너무도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본서 제326,327쪽 참조)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기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2. 식량전쟁/라즈 파텔
3.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다나카 유,가시다 히데키,마에키타미야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지구상 모든 인류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투쟁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있다. 일찍이 파블로 네루다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코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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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의 서평을 써주세요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
강영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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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는 항상 순위권 안에 들거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혁명을 실현시키려 했던 마르크스, 전통가치를 허무주의, 노예가치라고 주장하며 힘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창조적 가치를 세우려 했던 니체, 정신의 핵심은 심층의식이라며 욕망이나 충동이 정신의 원천임을 밝히며 심층의식의 중요성을 주장한 프로이트. 이들의 사상은 단순히 한 시대로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 의해 연구되어지고 탐독되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들 3명의 철학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사상을 한 권의 책으로 소화한다는 것은 자칫 소화불량에 걸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지은이는 이들이 살아온 생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사상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삶을 통해 체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사람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는 유대인으로 태어나 사회적 멸시와 모멸을 받으며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 자신들의 연구에 정열을 불태웠고, 니체는 죽기 전 10년 동안은 정신병자 신세로 살면서도 연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프로이트는 33번의 구강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연구를 계속하였다고 한다. 이들이 이룩한 학문적 업적도 대단하지만, 무수한 악조건 속에서도 연구에 매진한 이들의 자세야말로 감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열정은 인간에 대한 애착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은이는 이들이 가진 가장 큰 공통점은 인간 의식의 안개를 걷어치우고 생생한 삶의 현실을 인간에게 제시하기 위해서 일생을 바친 사상가들로서, 사회의 소외와 인간의 소외를 극복하고 바람직한 사회상과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인간성 회복을 주장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호소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한 번쯤 그들의 사상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20세기가 배출한 최고의 사상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다보니 이들이 가진 방대한 업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들의 핵심사상 위주로 서술이 되어 있고, 이러한 내용들이 그들의 생애편과 사상편에서 중복 서술되어 있는 흠이 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것,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마 많은 부분을 압축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니었나 하지만, 모처럼 최고의 사상가들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기도 하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의 사상을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1. 철학과 굴뚝 청소부/이진경
2. 서양철학사/요한네스 힐쉬베르거
3.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새뮤얼 이녹 스텀프, 제임스 피저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철학에 관심을 가진 초보자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마르크스는 <포이어바르 테제>에서 다음처럼 외쳤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를 해석하기만 했다. 문제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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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의 서평을 써주세요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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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라고 하면 젊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아마 청바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청바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옷이 아닐까. 미국 서부시대 범포로 만든 작업복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처럼 되었다.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로 변천을 거듭한 청바지. 언제나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던 청바지는 단순히 옷만의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같이 하며 하며, 때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청바지는 역사가 되었던 것이다.

책은 총7개의 챕터에서 청바지의 탄생과정, 프래그머티즘, 팍스아메리카나, 이념, 보보스, 다양화, JEANNE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천막용 천을 팔던  유대인 출신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옷이 잘 떨어지는 광부들을 위해 질긴 천막용 천을 이용하여 작업복을 만들면서 현재까지도 지구상 최대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청바지를 탄생시켰다. 이후 청바지는 인디고라는 식물 추출물을 만나 오늘날의 블루진으로 진화하고, 포드의 대량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청바지는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고 전세계에 팍스아메리카나를 실현하게 된다. 이제 청바지는 양적으로 전세계를 장악하였다. 하지만 청바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변화를 시도한다. 청바지는 자유와 반항을 의미하는 의식 있는 옷으로 이념적인 색채가 강했으며, 또한 노동자의 옷, 실용적으로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점에서 서민적이고 소박했다. 그런데 이 청바지가 보보스(기득권을 상징하는 부르주아와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보헤미안이 결합된 용어로, 보보Bobo란 데이비드 브룩스가 펴낸 ‘보보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란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신조어다)를 만나면서, 이제 청바지는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는 복장으로 공식 석상에서 예의를 갖춰 입는 복장으로 계층과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질적인 변화를 한다.

이러한 청바지는 미국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철도 노농자의 작업복에서 1929년 대공황을 이겨내면서 청바지는 끈기와 강인함을 상징하게 되었고,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초반에는 카우보이의 멋과 자부심을 더하게 된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에 의해 Bad Boys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지만, 1960년대 들어서면서 일탈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하지만 전후 베이비부머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다시 청바지는 반전, 평화, 평등의 저항의 이미지를 입게 된다. 당시 히피족들에게는 청바지가 필수였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청바지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저항, 빼앗긴 자유에 대한 박탈감,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 하였지만 생맥주 집에 머문 숨죽인 청바지였다. 하지만 1980년대 청바지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자유와 저항을 외쳤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에 일조를 하는 크나큰 계기가 되었다.  

청바지의 역사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 그리고 정치와 경제와 사람들을 담은 그릇이다. 기능적이며, 평범했던 옷, 청바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순차적으로 축적했다. 그렇게 축적된 상징들은 정치와 경제, 산업의 목적에 따라 또 다시 차용되며 새로운 의미를 다시 축적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축적된 의미의 집합인 청바지의 ‘상징’을 이용해 시대와 사회에 말을 걸고 자신의 이념을 표출했다(본서 제152쪽 참조).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던 청바지는 현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남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소비욕구를 유혹하는 것이다. 바로 수제품이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청바지가 생겨나고 있다.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한다. 편안함과 자유로움, 실용성을 보장해주었던 청바지가 이제 또 다른 차별화를 낳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활동성을 선사했던 청바지가 섹시함을 강조하면서 여성들을 구속하게 되었다. 예쁜 청바지를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몸매가 권력이 된 것이다. 이제 사람이 청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가 사람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은이들은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어서인지, 책은 마치 한편의 광고를 보는 듯하다. 기존의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편집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도 잘 안되고 글이 눈에 잘 안들어는 경우도 있었다.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청바지를 통해 미국 사회를 종횡으로 훑으면서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의 변화상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개략적인 소개에 지나지 않는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중복되는 내용도 많지만, 청바지를 통해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읽으려는 지은이들의 시도는 참신했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청바지라는 옷을 통해 사회문화사를 읽을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Mr. 리바이/카트야 두벡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미시사를 좋아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설립한 첫 회사인 <Levi Strauss>는 각종 회사에서 만든 이불, 속옥, 여성복, 작업복 등을 파는 규모가 큰 정식 도매상으로 발전했다. 1863년 이전까지 단순히 <Levi Strauss>이라고 불리던 그의 회사에 새로운 회사명이 생겼다. 리바이가 새로 붙인 이름은 ‘Levi Strauss & Co.'였다.

1872년, 리바이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고객 가운데 하나인 제이콥 데이비스Jacob Davis가 보낸 편지였다. 이 편지는 전 세계를 뒤흔들 파장을 일으킨다.

역사의 시작은 이렇다. 네바다Nevada주의 리노Reno에서 작은 양복점을 하던 제이콥은 리바이 가게의 고객이었다. 그런데 그의 고객들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불만은 단순했다. 옷이 튿어진다는 것이었다. 바지 앞쪽 주머니가 시작되는 허릿단과 옆선의 이음새가 문제였다. 고객들은 더 이상 주머니가 찢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제이콥은 고민했다. 두꺼운 타래실을 써봤자 똑같이 찢어지고 말 것이었다. 고민하던 그의 눈에 모포의 모서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구리 리벳이 들어왔다.

제이콥은 송곳으로 바지에 구멍을 뚫은 다음 리벳 머리와 리벳 뒷부분을 대고, 철공용 망치로 단단하게 박아 둘을 접합시켰다. 결과는 완벽했다. 줘니는 아무리 강한 힘을 주어도, 어떠한 연장을 넣더라도 찢어지거나 늘어지지 않았다.

제이콥은 이 대단한 발명에 특허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특허 신청서를 내는 데에는 상당한 돈이 들었고 그에게는 그런 돈이 없었다. 그때 리바이가 떠올랐다. 리바이라면 구리 리벳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쓸 줄 몰랐던 제이콥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편지 한 통과 바지 샘플 두 벌을 리바이의 회사로 보냈다.
편지를 받은 리바이는 직감적으로 구리 리벳의 성공을 예견했다. 그는 제이콥을 불러 공동으로 특허 출원 신청서를 작성하자고 제안했으며 그를 재단사로 채용했다.

‘의복의 주머니 보상에 금속 리벳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 신청서는 번번이 기각되었다. 관청은 무언가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리벳은 이미 남북 전쟁때 북부군의 군화에 사용되었으므로 특허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리바이는 포기하지 않고 열 달 동안 문장을 바꿔가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1873년 5월, 리바이는 마침내 특허를 따냈으며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특허번호 #139121이었다.(4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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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9-02-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미국에 와서 제일 좋은 점 중 하나가 리바이스 청바지를 별 고민 없이 제 몸에 맞게 골라서 싼 가격으로 입을 수 있다는 거거든요. 길이도 다리 길이에 따라 고를 수 있어서 줄일 필요가 없어요.

키노 2009-02-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반갑습니다^^ 아니 미국엘 언제??? 알라딘 사이트가 개편되고 난 뒤 제일 안좋은게 의사소통이 예전보다 쉽지 않다는 거. 전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의 서평을 써주세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 작가의 독백
배홍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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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은 아주 무거웠다. 위안부 문제만 나오면 흥분을 하고 곧 뭐라도 할 것 같았던 나였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긴 것은 없었다. 강덕경 할머니의 삶이 애처롭고, 슬프고, 아프고, 못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우리가 여태 강덕경 할머니를 포함한 그 분들을 위해 한 것은 뭔가?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할머니들. 정작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신들이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어린 소녀에서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 우리들 앞에 나타난 분들. 해방이 되고 나서도 자신들의 삶과 기억을 송두리째 잊어버리려고 했던 당신들. 과거를 감추고 살아야 했던 당신들. 무엇이 당신들의 삶을 이토록 처절하리만큼 짓밟아 놓았던 것일까? 지은이는 그 괘적을 따라가고 있다. 물론 지은이가 그 삶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상상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 이름을 감추고 대필작가로 살아왔던 지은이는 우연하게 한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받은 화집에서 강덕경 할머니 초상화를 보고 그녀의 삶의 강렬하게 사로잡힌 그녀의 흔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남의 이야기를 쓰며 자신의 모습은 감추며 살 수 없었던 대필작가였기에 자신의 삶을 감추며 살아와야 했던 강덕경 할머니에게 더 강한 연민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강덕경 할머니를 만난 적도 없다. 오직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와 할머니가 평소 그리셨던 그림, 그리고 할머니의 음성이 녹음된 엠피쓰리를 통해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마치 할머니를 직접 만난 것처럼 아주 사실적으로 할머니의 삶을 그리고 있다. 때로는 감정의 과잉이 뭍어 나오기도 하지만, 그 때 그 일을 직접 겪지 않은 지은이로서는 자신의 감정이 개입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97년 2월 2일 68세를 일기로 서울아산병원에서 한많은 인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10년이 훨씬 넘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위안부 문제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우리들 앞에 당당히 섰을때,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던 그 분들은 아직도 그 험하고 암울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역사는 흐르고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저 감상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분들에 대한 단순한 연민에만 머물러서는 안될것이다. 그 분들이 매주 수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목청껏 외쳤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용서는 할 수는 있겠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1994년 12월 마지막 밤 송년회 자리에서 강덕경 할머니가 불렀던 노래가 인상깊게 남아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담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더냐  

사랑도 가고 또 너도 가고 나만 홀로 외로이
그때 그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못 잊어 내가 운다(본서 제203쪽 참조)“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조금이라도 그 분들이 겪었을 아픔과 슬픔을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역사와 책임/김부자, 나카노 도시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시카와 야스히로
가고 싶은 고향을 내발로 걸어 못가고/안이정선
위안부 리포트 1/정경아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세계 인류 모두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렇게 즐거운 송년회 자리가 끝나갈 때쯤, 그녀가 슬그머니 일어나 피날레를 장식하듯 노래를 불렀다. 그러니깐 1994년 12월의 마직막 밤이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담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더냐
사랑도 가고 또 너도 가고 나만 홀로 외로이
그때 그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못 잊어 내가 운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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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조종법 - 정직한 사람들을 위한
로베르 뱅상 , 장 레옹 보부아 지음, 임희근 옮김 / 궁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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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군가가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면 당신은 믿을 것인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그런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조종을 당하고 있다니. 선뜻 믿기 힘든 사실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우리는 매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하고 있고, 당신도 누군가를 조종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을 알고 있다면, 대인관계는 그저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인간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다. 지은이는 특별히 매혹적일 필요도 없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설득의 귀재가 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기술들을 알고 있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사업이나 사회적 대의명분을 위한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총3부로 나누어서, 제1부 ‘조종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조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제2부 ‘우리는 어떻게 조종할 수 있는가’에서는 구체적인 조종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제3부 ‘일상 속 조종의 순간들’에서는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조종에 대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조종 기법은 ‘낚시’ 기법,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 ‘입 속에 발 들여놓기’ 기법, ‘이게 다가 아닙니다’ 기법, ‘딱지 붙이기’ 기법, ‘마음대로 하십시오’ 기법, ‘조금만 하셔도 안 한 것보다는 훨씬 고맙죠’ 기법, ‘두려움에 이은 안심’ 기법, ‘기억 속에 발 들여놓기’ 기법 등이 있다. 각 기법의 명칭이 좀 특이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 기법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이런 기법들은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숱하게 부딪히는 것들이다. 특히 대형백화점 내지 쇼핑몰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들, 보험설계사, 혹은 사회사업을 권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이끌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들이다. 물론 우리도 은연중에 위와 같은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인식을 못할 뿐이다. 많은 부분들이 수긍이 가고 실제로 실생활에 한 번쯤 적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은이는 각종 문헌을 인용하고 통계수치를 이용하여 자신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에 대해 설득력을 높이려고 한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요즘과 같은 개방된 사회에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기법들이 큰 효력을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대중들이 쉽게 조종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고의’를 가진 사람을 당해내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지은이도 위와 같은 기법들이 100퍼센트 먹혀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돌모스’라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마담 오라는 등장인물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토대로 조종기법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서술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하고, 돌모스라는 나라와 마담 오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 구조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겉도는 느낌이고, 관심을 끌만한 흡입력이 떨어진다. 지은이들이 인용하는 조종기법에 대한 예들은 어떤 면에서는 마치 상대방을 속이는 것과 같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은이들은 정작 조종기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사람의 심리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크리스 라반,쥬디 윌리암스의 ‘심리학의 즐거움’, 김용규의 ‘설득의 심리학’,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등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마케터나 대인관계를 많이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전쟁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웹사이트를 5분만 방문해달라는 메시지를 네티즌 900명에게 보냈다. 이 메시지 아래쪽에 어떤 것은 “여기를 클릭하세요”라고 써놓았고(통제 조건), 또 어떤 것은 “여기를 클릭하고 싶으면 하십시오”라고 써놓았다. 통제 조건에서 그 웹사이트를 방문한 네티즌은 65.3퍼센트였고,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덧붙인 조건에서 그렇게 한 사람은 82퍼센트였다. 그러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기법을 이용하면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셈이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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