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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청바지라고 하면 젊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아마 청바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청바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옷이 아닐까. 미국 서부시대 범포로 만든 작업복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처럼 되었다.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로 변천을 거듭한 청바지. 언제나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던 청바지는 단순히 옷만의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같이 하며 하며, 때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청바지는 역사가 되었던 것이다.
책은 총7개의 챕터에서 청바지의 탄생과정, 프래그머티즘, 팍스아메리카나, 이념, 보보스, 다양화, JEANNE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천막용 천을 팔던 유대인 출신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옷이 잘 떨어지는 광부들을 위해 질긴 천막용 천을 이용하여 작업복을 만들면서 현재까지도 지구상 최대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청바지를 탄생시켰다. 이후 청바지는 인디고라는 식물 추출물을 만나 오늘날의 블루진으로 진화하고, 포드의 대량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청바지는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고 전세계에 팍스아메리카나를 실현하게 된다. 이제 청바지는 양적으로 전세계를 장악하였다. 하지만 청바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변화를 시도한다. 청바지는 자유와 반항을 의미하는 의식 있는 옷으로 이념적인 색채가 강했으며, 또한 노동자의 옷, 실용적으로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점에서 서민적이고 소박했다. 그런데 이 청바지가 보보스(기득권을 상징하는 부르주아와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보헤미안이 결합된 용어로, 보보Bobo란 데이비드 브룩스가 펴낸 ‘보보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란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신조어다)를 만나면서, 이제 청바지는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는 복장으로 공식 석상에서 예의를 갖춰 입는 복장으로 계층과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질적인 변화를 한다.
이러한 청바지는 미국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철도 노농자의 작업복에서 1929년 대공황을 이겨내면서 청바지는 끈기와 강인함을 상징하게 되었고,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초반에는 카우보이의 멋과 자부심을 더하게 된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에 의해 Bad Boys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지만, 1960년대 들어서면서 일탈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하지만 전후 베이비부머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다시 청바지는 반전, 평화, 평등의 저항의 이미지를 입게 된다. 당시 히피족들에게는 청바지가 필수였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청바지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저항, 빼앗긴 자유에 대한 박탈감,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 하였지만 생맥주 집에 머문 숨죽인 청바지였다. 하지만 1980년대 청바지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자유와 저항을 외쳤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에 일조를 하는 크나큰 계기가 되었다.
청바지의 역사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 그리고 정치와 경제와 사람들을 담은 그릇이다. 기능적이며, 평범했던 옷, 청바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순차적으로 축적했다. 그렇게 축적된 상징들은 정치와 경제, 산업의 목적에 따라 또 다시 차용되며 새로운 의미를 다시 축적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축적된 의미의 집합인 청바지의 ‘상징’을 이용해 시대와 사회에 말을 걸고 자신의 이념을 표출했다(본서 제152쪽 참조).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던 청바지는 현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남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소비욕구를 유혹하는 것이다. 바로 수제품이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청바지가 생겨나고 있다.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한다. 편안함과 자유로움, 실용성을 보장해주었던 청바지가 이제 또 다른 차별화를 낳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활동성을 선사했던 청바지가 섹시함을 강조하면서 여성들을 구속하게 되었다. 예쁜 청바지를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몸매가 권력이 된 것이다. 이제 사람이 청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가 사람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은이들은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어서인지, 책은 마치 한편의 광고를 보는 듯하다. 기존의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편집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도 잘 안되고 글이 눈에 잘 안들어는 경우도 있었다.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청바지를 통해 미국 사회를 종횡으로 훑으면서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의 변화상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개략적인 소개에 지나지 않는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중복되는 내용도 많지만, 청바지를 통해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읽으려는 지은이들의 시도는 참신했다.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청바지라는 옷을 통해 사회문화사를 읽을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Mr. 리바이/카트야 두벡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미시사를 좋아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설립한 첫 회사인 <Levi Strauss>는 각종 회사에서 만든 이불, 속옥, 여성복, 작업복 등을 파는 규모가 큰 정식 도매상으로 발전했다. 1863년 이전까지 단순히 <Levi Strauss>이라고 불리던 그의 회사에 새로운 회사명이 생겼다. 리바이가 새로 붙인 이름은 ‘Levi Strauss & Co.'였다.
1872년, 리바이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고객 가운데 하나인 제이콥 데이비스Jacob Davis가 보낸 편지였다. 이 편지는 전 세계를 뒤흔들 파장을 일으킨다.
역사의 시작은 이렇다. 네바다Nevada주의 리노Reno에서 작은 양복점을 하던 제이콥은 리바이 가게의 고객이었다. 그런데 그의 고객들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불만은 단순했다. 옷이 튿어진다는 것이었다. 바지 앞쪽 주머니가 시작되는 허릿단과 옆선의 이음새가 문제였다. 고객들은 더 이상 주머니가 찢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제이콥은 고민했다. 두꺼운 타래실을 써봤자 똑같이 찢어지고 말 것이었다. 고민하던 그의 눈에 모포의 모서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구리 리벳이 들어왔다.
제이콥은 송곳으로 바지에 구멍을 뚫은 다음 리벳 머리와 리벳 뒷부분을 대고, 철공용 망치로 단단하게 박아 둘을 접합시켰다. 결과는 완벽했다. 줘니는 아무리 강한 힘을 주어도, 어떠한 연장을 넣더라도 찢어지거나 늘어지지 않았다.
제이콥은 이 대단한 발명에 특허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특허 신청서를 내는 데에는 상당한 돈이 들었고 그에게는 그런 돈이 없었다. 그때 리바이가 떠올랐다. 리바이라면 구리 리벳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쓸 줄 몰랐던 제이콥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편지 한 통과 바지 샘플 두 벌을 리바이의 회사로 보냈다.
편지를 받은 리바이는 직감적으로 구리 리벳의 성공을 예견했다. 그는 제이콥을 불러 공동으로 특허 출원 신청서를 작성하자고 제안했으며 그를 재단사로 채용했다.
‘의복의 주머니 보상에 금속 리벳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 신청서는 번번이 기각되었다. 관청은 무언가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리벳은 이미 남북 전쟁때 북부군의 군화에 사용되었으므로 특허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리바이는 포기하지 않고 열 달 동안 문장을 바꿔가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1873년 5월, 리바이는 마침내 특허를 따냈으며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특허번호 #139121이었다.(4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