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의 서평을 써주세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 작가의 독백
배홍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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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은 아주 무거웠다. 위안부 문제만 나오면 흥분을 하고 곧 뭐라도 할 것 같았던 나였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긴 것은 없었다. 강덕경 할머니의 삶이 애처롭고, 슬프고, 아프고, 못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우리가 여태 강덕경 할머니를 포함한 그 분들을 위해 한 것은 뭔가?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할머니들. 정작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신들이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어린 소녀에서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 우리들 앞에 나타난 분들. 해방이 되고 나서도 자신들의 삶과 기억을 송두리째 잊어버리려고 했던 당신들. 과거를 감추고 살아야 했던 당신들. 무엇이 당신들의 삶을 이토록 처절하리만큼 짓밟아 놓았던 것일까? 지은이는 그 괘적을 따라가고 있다. 물론 지은이가 그 삶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상상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 이름을 감추고 대필작가로 살아왔던 지은이는 우연하게 한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받은 화집에서 강덕경 할머니 초상화를 보고 그녀의 삶의 강렬하게 사로잡힌 그녀의 흔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남의 이야기를 쓰며 자신의 모습은 감추며 살 수 없었던 대필작가였기에 자신의 삶을 감추며 살아와야 했던 강덕경 할머니에게 더 강한 연민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강덕경 할머니를 만난 적도 없다. 오직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와 할머니가 평소 그리셨던 그림, 그리고 할머니의 음성이 녹음된 엠피쓰리를 통해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마치 할머니를 직접 만난 것처럼 아주 사실적으로 할머니의 삶을 그리고 있다. 때로는 감정의 과잉이 뭍어 나오기도 하지만, 그 때 그 일을 직접 겪지 않은 지은이로서는 자신의 감정이 개입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97년 2월 2일 68세를 일기로 서울아산병원에서 한많은 인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10년이 훨씬 넘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위안부 문제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우리들 앞에 당당히 섰을때,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던 그 분들은 아직도 그 험하고 암울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역사는 흐르고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저 감상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분들에 대한 단순한 연민에만 머물러서는 안될것이다. 그 분들이 매주 수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목청껏 외쳤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용서는 할 수는 있겠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1994년 12월 마지막 밤 송년회 자리에서 강덕경 할머니가 불렀던 노래가 인상깊게 남아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담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더냐  

사랑도 가고 또 너도 가고 나만 홀로 외로이
그때 그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못 잊어 내가 운다(본서 제203쪽 참조)“

<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조금이라도 그 분들이 겪었을 아픔과 슬픔을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역사와 책임/김부자, 나카노 도시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시카와 야스히로
가고 싶은 고향을 내발로 걸어 못가고/안이정선
위안부 리포트 1/정경아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세계 인류 모두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렇게 즐거운 송년회 자리가 끝나갈 때쯤, 그녀가 슬그머니 일어나 피날레를 장식하듯 노래를 불렀다. 그러니깐 1994년 12월의 마직막 밤이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담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더냐
사랑도 가고 또 너도 가고 나만 홀로 외로이
그때 그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못 잊어 내가 운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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