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2 Back Hits-Cutting Crew/Johnny Hates Jazz/1999

80년대 팝시장 하면 소녀팬들을 끌고 다니던 듀란 듀란, 컬춰 클럽, 아하 등 뉴 웨이브 그룹 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멤버들의 준수한 외모,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M-TV 뮤직비디오가 그들의 음악을 특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뉴 웨이브에서 좀 더 하드하고 강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일련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등장하여 테크노가 팝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의 변화기 속에 등장한 뮤지션들이 있는데, 다름 아닌 커팅 크루와 쟈니 헤이츠 재즈다. 그룹의 이름이 좀 독특하긴 하지만, 추구하는 음악은 귀에 착착 감기는 달콤한 멜로디를 주로 하고 있다.

이 앨범은 두 뮤지션들의 음악을 하나의 시디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라이센스화 되지 않은 수입음반으로 EMI에서 발매된 것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출처가 조금 의심스럽다. 수입반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붓클릿 한 장 없으니 말이다.

시디 앞면을 장식하는 커버도 앞면의 사진이 전부다. 뒷면은 하얀 여백으로 곡에 대한 설명이나, 뮤지션들에 대한 소개는 전무하다. 마치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LP에서 CD로 넘어가던 시절, 저작권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에 마구 발매된 베스트 형식의 컴필레이션 앨범같다.

커팅 크루(Cutting Crew)는 닉 반 에데(Nick Van Eede, 보컬/기타), 케빈 멕마이클(Kevin MacMichael, 기타), 콜린 페어리(Colin Farley, 베이스), 마틴 비들(Martin Beedle, 드럼)로 구성된 4인조 그룹으로, 그들의 데뷔 음반인 “Broadcast"에 수록되었던 '(I Just) Died in Your Arms'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 노래는 아무래도 닉 반 에데의 애절한 보컬이 크게 어필하지 않았나 한다. 사운드 자체로서는 특별히 기교를 부린다든지 아니면 실험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I've Been In Love Before에서도 마찬가지로 닉 반 에데의 보컬과 락 발라드의 전형적인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곡에서는 중반부에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신디사이저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사운드가 이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One For The Mockingbird는 이전의 2곡과 달리 아주 경쾌하고 흥겹다. 닉 반 에데의 보컬은 아하의 보컬리스트인 모턴 하켓과 유사한 느낌이다.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면서도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선사한다.

초반에 너무 큰 성공을 거두어서인지 아니면 시대적인 흐름을 읽지 못해서 였는지, 2번째 음반 “The Scatterings”은 이렇다할 히트곡도 없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기 시작한다. 이 앨범에 수록된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나 The Scattering은 1집에 비해 다소 하드한 면을 강조하여 록적인 음악에 다가가고 있다. 특히 The Scattering에서 보여준 민속적인 사운드의 차용은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80년대 말의 음악적인 경향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는지, 1집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대중들의 반응을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Johnny Hates Jazz는 영국 출신의 클라크 대처러(Clark Datchler, 보컬/피아노), 캘빈 헤이즈(키보드)아 미국 출신의 마이크 노치토(베이스)로 이루어진 트리오 그룹이다. 쟈니라는 친구가 재즈를 싫어하여 이를 그룹명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그룹명처럼 재즈와는 상관없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재즈적인 터치도 어느 정도 감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앨범에 같이 수록된 커팅 크루의 사운드와 비교해보며 이들의 음악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 음반에 수록된 5곡은 모두 이들의 데뷔 음반인 “Turn Back The Clock”에 수록된 곡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데뷔 음반 한 장을 발매하고 멤버들의 불화로 그룹이 해체되어 버렸다. 그들의 음악을 이 한 장으로 만족해야 하는게 조금 아쉽긴 하다. 데뷔할 때 많은 사람들의 조명을 받았던 그룹이었기에 그런 감정이 더한 것 같다.

Shattered Dreams는 한 마디로 산뜻하다. 사운드에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없다. 클라크 대처리의 미성과 이를 받쳐주는 나머지 멤버의 코러스와 신디사이저의 깔끔한 사운드는 마치 긴 겨울을 통과하고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경쾌하게 설레이는 발걸음을 내딛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I Dn't Want To Be A Hero나 Listen은 당시 유행하던 신쓰 팝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에서 그룹 “팝”의 보컬을 맡았던 ‘휴 그랜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경쾌한 곡이다.

Turn Back The Clock은 이들의 빅 히트곡인 Shattered Dreams를 조금 느리게 연주하였을 뿐, 분위기는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코러스와 화사하면서도 밝은 신디사이저가 사운드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Heart Or Gold는 아예 브라스를 전면에 내세워 흥겨운 리듬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정말 재즈를 싫어하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재즈를 싫어하고 싶지만 싫어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클라크의 아버지는 재즈 뮤지션이라고 한다. 여하튼 이 곡에 쓰인 브라스 사운드는 신디사이저와 잘 어울려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80년대 중․후반을 같이 활동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대충 당시의 음악적 흐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팝 시장의 다른 한 쪽에는 헤비메탈이 인기를 얻고 있었던 반면 그 반대편에서는 듣기 편안하고 부드러운 신쓰 팝이 또한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그 시대를 주도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의 음악은 미성의 보컬과 풍부한 코러스, 그리고 음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디사이저를 통해 밝고 편안하면서도 화사한 음악을 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음반이긴 하지만 비슷한 아티스트들의 곡을 같이 수록하여 서로 비교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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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80년대에 음악을 많이 들어서인지 그때 나온 곡들에 애착이 생기더군요.
흐름이 빠르다 보니 촌스러워 보이는 스타일도 반갑게 느껴져요.
가끔 그 때 음악을 다시 들으면 정말 좋답니다.

키노 2007-08-26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스럽다기 보다는 지금 음악에 어느 정도 익숙하신거겠죠^^;;